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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자고 하지 말아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09.59) 댓글 8건 조회 3,339회 작성일 20-12-24 11:47

본문

사진 출처 4.16 기억저장소
베를린리포트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빕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자니 지난 2월에 이곳 베를린리포트에서 모금운동을 했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먼저 들이닥친 고국의 상황이 안타까워 저희는 여기서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었죠. 그 돈이 대구에 도착할 즈음에 한국은 이미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방역선진국이 되어 있었고, 유럽은 뒤늦게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코로나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선물을 받은 의사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해외교포님들 혹시 코로나에 걸리시면 언제든지 고국으로 돌아오시라고... 얼마나 자신 넘치고 다정하게 들리던지요.

잡힐 것 같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추위와 함께 쑥쑥 쳐들어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해버렸습니다. 저는 아침에 눈 뜨면 핸드폰부터 열어 밤새 독일의 코로나 상황이 어찌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뉴스를 볼 때도 코로나, 남편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코로나에 대한 테마가 주를 이룹니다. 코로나 아닌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관심 밖으로 멀리 쫓겨났습니다.

코로나로 더욱 추워진 12월의 거리에서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어렴풋이 들려왔습니다. 세월호? 아아 세월호! 참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세월호를. 피해자분들이 농성하는 이유는 진상규명이었습니다.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숨기려고 했는지.

잠깐! 아직도 진상규명이라니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1년 후인 2015년 8월 15일에 저는 이곳 베를린리포트에 "해외에서 세월호 집회를 하는 이유"란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참사 직후에 정청래 의원실에서 준비한 "세월호 참사 110가지 의혹과 진실"을 인용하며 그로부터 장장 1년이 넘도록 밝혀진 게 대체 몇 개나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7주기를 앞둔 오늘 다시 하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이젠 그만 잊자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7년이 지나는 동안 가장 기초적인 의문인 침몰 원인, 구조 실패, CCTV 조작에 대한 대답도 듣지 못했는데 그냥 덮고 지나가자니요?

단순한 교통사고였으면 저렇게 기본적인 진상규명이 이렇게 어려울 리 없습니다. 무엇인가 단단히 얽힌 매듭이 있는 건 누구나 다 알겠는데 아무도 그것을 풀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감추어진 그 매듭이 고질적인 사안일수록 저항이 강하고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그것을 풀지 않으면 우리는 이런 대형참사를 자꾸 겪어야 합니다.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이젠 그만 잊자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살을 깎고 시대를 바꾸는 중대한 진상규명은 늘 오래 걸렸습니다. 광주항쟁 때 국군이 국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사실이 바로 한 달 전에 처음으로 재판정에서 인정되었습니다. 40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40년이 흘러 저절로 일어난 게 아니라, 40년 동안 때론 목숨을 걸고 지난한 투쟁을 벌인 사람들과 함께 서서히 변화해온 우리 사회가 이룬 성과입니다.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독일의 나치시대 진상규명은 더욱 더 큰 진통과 함께 더욱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전범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종전 20주년 즈음에서야 비로소 시작되어, 사회 전체를 흔드는 68혁명을 거쳐 오늘날까지 현재진행형입니다. 당시 17세 소년이었던 나치수용소 경비병에 대한 재판이 바로 몇 달 전에 소년법정에서 열렸습니다. 94세 노인이 된 피고인은 휠체어에 앉아 살인종범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독일사회가 처음부터 이렇게 단호했던 건 아닙니다. 독일 법정은 10년전까지만 해도 나치 복무 전력자에 대해 너그러웠습니다. 그러나 나치의 만행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하고 환기하겠다는 일관된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수용자들을 죽이기 위해 운영된 강제수용소를 지키는 것 자체가 살인 종범 증거가 된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종전 75년이 지났건만 독일은 아직도 제 살을 깎아가며 좀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7주년도 안 된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이젠 그만 잊자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체질개선과 발전을 위해서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더 긴 세월을 바쳐서라도 꼭 이루어야 합니다.

저는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이젠 그만 잊자고 생각한 적이 한 번이 없는데도 세월호를 자주 잊고 삽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밀리고, 미투와 검찰개혁에 그리고 코로나에, 이렇게 세월호는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오락가락하니 정치권에서도 넋 놓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잊어도 끝까지 잊지 않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생떼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이루어놓고 너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한 부모님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늘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이 슬며시 사라졌다가 다시 기웃거려도 섭섭하단 소리 대신 고맙다고 하십니다.

누군가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오락가락하던 사람들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나와 후손의 안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긴 시간을 요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 어깨를 빌려주는 일, 기억하는 일, 기억을 남겨주는 일입니다.

뮌헨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유가족분들이 운영하는 4.16 기억저장소를 후원하기 위하여 우리끼리 작은 정성을 모으고 있습니다. 4.16 기억저장소에서 세월호 인양 후 보존처리하여 보관하고 있는 선내 기록물과 유품들은 앞으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아울러 모금운동을 통해,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희망을 나눠가지려고 합니다. 엄중한 역병의 시기를 사람답게 견뎌내기 위하여...
 
혹시 동참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까하여 후원계좌정보를 안내해드립니다.

은행/ Bank: ING DiBa
IBAN: DE78 5001 0517 5416 5477 58
계좌주/ Kontoinhaber: Sewolho München
내역/ Verwendungszweck: 416memory

페이팔도 가능합니다. 
sewolho.muenchen@gmail.com
내역에 416memory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고 많은 이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역병의 시기에 모금 얘기를 꺼내기가 망설여집니다. 안 그래도 착찹한 마음에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습니다. 모금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고 잠시 한 박자 쉬어 세월호를 기억하셨다면 저는 그걸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곧 사랑과 은혜의 성탄절이 시작됩니다. 베를린리포트 회원님들, 부디 몸과 마음의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뮌헨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일원인 임혜지 드림



4.16 기억저장소 http://www.416memory.org
사진 출처 4.16 기억저장소
추천26

댓글목록

브루스리님의 댓글

브루스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45.♡.93.244) 작성일

초롱님, 바쁜 일상으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일을 이렇게 다시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할께요. 아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바로 우리를 기억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픔이 그들과 우리에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기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추천 12

Jetzthier님의 댓글

Jetzthi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91.♡.146.107) 작성일

초롱님, 상기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작은 마음이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진상규명의 씨앗이 되길 희망합니다.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 추천 6

가을바람님의 댓글

가을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79.♡.218.206) 작성일

초롱님, 감사합니다! 아직 세월호 침몰의 진실이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큰 이슈들로 세월호가 기억에서 점점 멀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월호 문제를 다시 상기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까지 감시하고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베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추천 2

초롱님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62.♡.209.59) 작성일

공감해주시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다 어려운 이 시기에 7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글을 쓰는 게 저는 참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시해주셔서 놀랍고 감동스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서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추천 2

초롱님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62.♡.209.59) 작성일

모금 현황 알려 드립니다. 현재 총 모금액은 €1538,78입니다. 감사드립니다. 2월 초에 모금활동을 마감하고 2월 11일 구정에 맞춰 4.16 기억저장소에 송금하기로 했습니다. 송금까지 완전히 마치고나서 관련 서류를 공개하고 감사결과를 발표해드리겠습니다.

  • 추천 3

브루스리님의 댓글

브루스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85.♡.207.155) 작성일

'유럽 교민들,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모금운동'이라는 주제로 연합뉴스에 기사까지 나왔더군요.
코로나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모금에 대한 마음이 얼어붙은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그런데 유럽모금이 벌써 이렇게 모인 것을 보니 얼어붙은 마음이 따뜻한 양지로 닿은듯 합니다. 작은 정성으로 한분한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함께하신 분들 정말 소중한 손길이라 여겨집니다. 모두 힘내세요!
https://www.yna.co.kr/view/AKR20201225061900082?section=news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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