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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재단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513회 작성일 09-04-01 16:34

본문

한 점잖은 신사가 양복점에서 바지 한 벌을 맞췄습니다. 그 재단사가 소문 난 사람이었거든요. 그래 좋은 옷감으로 잘 만들어 주소 부탁한 후 혹시나 얼마나 걸리나 물었더만, 그 재단사 왈, 일 주일 후면 넉넉하다 했습니다. 일 주일 후에 갔더만 허리를 굽신하며 삼 주 후에나 되겠다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워낙에 젊잖은 신사라 그럴 수도 있겠구만 했는데, 결국 이렇게 미루고 미루더만 끝내는 6 개월이나 걸려서야 그 바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그 바지를 찾는 날 벌어진 두 양반의 대화 내용입니다:

신사 - 아니, 이 보소 재단사 양반, 신은 저 세상을 만드는데 불과 6일 걸렸다 하요. 그런데 당신은 글쎄 이만한 바지 하나 만드는데 6 개월씩이나 필요하셨소?
재단사 - 헤헤, 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쇼. 자, 어르신, 말씀 하시는 신이 창조한 저 세상을 다시 한번 곰곰이 살펴 보시고 그러신 다음 제가 만든 이 바지를 다시 한번 찬찬히 감상해 보십쇼,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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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내토끼님의 댓글

내토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재단사의 말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걸까요??
제가 너무 깊이 생각한지는 모르겠는데, 고작 6일에 걸쳐 만든 이 세상의 꼬라지가 너무 형편없다는 걸 말하려는 걸까요..??

lieblich77님의 댓글

lieblich77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이거.. 웃으려 해도 어디서 웃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안웃으려니 웃음에 인색한 분은 당장 퇴장해 달라고 서동철님이 혼낼까봐 무섭고....

fatamorgana님의 댓글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글을 요약한 독일어 제목은 "Ein Schneider vesteht die Welt(재단사의 세계관)" 입니다. 제가 본 독일어 판 Witz 에서는 바지의 맞춤이 아니라 청바지의 수선이었고, 그 수선 기간은 3주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내토끼님 말씀대로 재단사는, 자신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수선한 바지가, 신이 일주일 걸려 '날림으로 만들어 낸 엉망인 세상'과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훌륭하고 완벽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네요.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베케트가 지껄인 이 농담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진담조 촌평을 아울러 선보입니다:

세상은 신이 불과 6일만에 완성했으니 저리 형편없이 추한 것이요, 반면 이 바지는 내가 6개월이나 걸려 만든 만큼 이리 멋있지 않느냐는 재단사의 쓴 웃음입니다.
허나 참으로 당돌한 내뱉음입니다. 세상 그 자체를 한물에 몰아 바지와 비교되어질 수 있는 작품으로 보았다 함은 뒤집어 말하면 작품을 만드는 일의 주체로서 신과 인간의 동격화를 선언한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당돌하다 못해 신성모독적 짓꺼리입니까?
그렇다고 이러한 당돌함이 주제는 아니고요.

현실 세계에 대한 대체물로서의 예술 작품을 말하고 있다 보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예술가는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바로 이 현실 세계에 대한 구역질에 도저히 그냥 그대로 있을 수 없으매 애타는 심정으로 한 대체물에의 절대 필요성을 느끼는데, 바로 이러한 느낌이 자신을 예술 작업에로 강요한다는 말입니다. 그 구역질에도 불구하고 버티며 계속 살려면 말이죠. 주어진 그대로는 견딜 수가 없으니 결국 자기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일로서 예술 작업에 몰두합니다.
이를 쪼께 달리 그려 보면,
처음 시작이야 흔히들 얘기하는 멋있다느니 아름답다느니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 작업에 손을 대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허나 어느 날 갑자기 그때까지 아무 생각없이 매일 매일의 일상성을 즐겼던 그 마음에 바로 그 일상성의 아무 의미 없음이 엄습합니다. 이와 더불어 세상에 대한 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저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기조차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이 어제 만든 작품에서 한 탈출구를 발견하는 쾌감을 맛 봅니다; 구역질의 한 해소 가능성을 보는 것이죠. 이 순간 어쩌면 자기 존재의 근본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가 눈 앞에 떠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살이냐 예술이냐.
단지 이후 예술가로서의 자기 의식이 성숙되어 자살이 더 이상의 선택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을 때 다음의 역설이 성립합니다: 바로 저 세상에 대해 그토록 구역질이 나기에 이렇게 멋있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통쾌한 역설 말입니다. 이 순간 그 구역질은 예술 작업을 밀고 당기는 엄숙한 동력원으로 변신 합니다. 결국 예술 작품은 세상의 구역질 나는 현실에 대한 반동의 소산이 되는 셈이죠.

신은 우리 인간을 이렇게 역설적으로도 뒷받침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신이 우리에게 주는 유일한 도움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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