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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도 사상이 있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성준 (펌)이름으로 검색 댓글 7건 조회 2,430회 작성일 04-04-22 16:03

본문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에 입대해 처음 배치된 곳은 휴전선과 가까운 서부전선 4군단 26사단이었다. 여기서 나는 사병으로 10년 복무한 뒤 장교로 선발돼 전부 14년간을 근무했다.

이곳은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의 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곳으로 넓은 뻘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었다. 남쪽으로는 강화도가 바라다 보이고, 맑은 날이면 쌍안경으로 멀리 서울까지도 어슴프레 보였다.

육지가 맞닿아 있는 최전방은 민경부대가 경비를 맡고 있지만 넓은 강과 뻘이 펼쳐져 있는 전선은 26사단이 지키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강화도는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포탄이 장전돼 있고 특히 152㎜ 자주포는 서울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전방은 대포가 남쪽을 향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지하갱도에는 번쩍거리는 포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그야말로 화약고인 셈이다. 게다가 민간인들은 거의 없고 수만 명의 군인들만 득실댄다.

전방의 모든 화포는 「직일포」(24시간 장전상태에서 명령만 기다리는 포)로 불린다. 저마다 특정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지만 포병부대의 기본 전략은 「빗자루전술」에 종속돼 있다. 목표지역을 빗자루로 쓸 듯이 초토화시켜 버리는 단기 전략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고된 신병교육을 마치고 처음 부대에 배치됐을 때는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병영생활에 적응해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녘에서 날아온 「물건」과 그것 때문에 빚어진 사건들이다. 이 일은 오직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던 나의 마음을 뿌리째 흔들어 버렸다.

전방에는 이른바 『적들의 선전물』이라 불리는 「적선물」이 많이 날아온다. 삐라나 빵ㆍ초콜릿ㆍ라면ㆍ등 음식물과 치약ㆍ비누ㆍ면도기ㆍ수건ㆍ장갑 등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이 대량으로 날아오곤 했다.


인민군 보위사령부(정보부대)는 『적들의 물건은 독이 묻어있어 함부로 만지거나 먹었다가는 바로 살이 썩어들어 가거나 목숨을 잃는다』,『적선물 안에 폭탄이 장치돼 있어 만지면 폭발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루는 한밤중에 비상소집 사이렌이 울렸다. 전쟁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잔뜩 긴장한 채 완전 군장을 하고 뒷산 소나무 숲에 도착해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날이 밝으면서 진상이 밝혀졌다. 적선물을 매단 풍선이 부대 뒷산 소나무 가지에 걸려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었다. 『강한 폭발물이 장착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므로 아무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중대장이 한 병사에게 소나무에 걸린 것을 끌어내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가 마지못해 다가가 풍선을 내리는 순간 일부는 멀찌감치 피하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납작 엎드리며 귀를 막았다.


그러나 풍선을 완전히 바닥에 내려놓았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대장은 병사들을 돌아보며 『훈련할 때는 어질어질하더니(굼벵이처럼 느려 터졌더니) 이럴 때는 번개 같구만?』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병사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풍선에 매달려온 함에는 라이터ㆍ목욕수건ㆍ비누ㆍ야구공ㆍ축구공ㆍ사탕ㆍ과자 등에다 심지어 여성 속옷까지 별별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처음 보는 병사들은 낯선 물건들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이튿날 아침 부대 보위부장이 나타나 무슨 간첩이라도 잡은 것처럼 어깨에 잔뜩 힘을 주더니 군인들을 불러모아 놓고는 『어젯밤 적선물을 모두 소각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상부의 명령을 전했다.

적선물을 모아놓고 막 불을 지르려는 순간 중대장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중대에 하나 남아있는 축구공이 낡아서 학교에서 빌려 차곤 했는데 저기 적선물 가운데 축구공을 좀 쓰면 안되겠습니까?』 하고 보위부장의 눈치를 살폈다.


『동무, 정신 있소? 어버이 수령님의 교시학습도 안했나? 김정일 동지께서는 적들에 대한 환상과 숭배는 자본주의 나라 물건에서부터 들어온다고 하시었소. 물건에도 사상이 있단 말이오. 적들의 사상? 당장 비판서를 써서 연대 보위부로 올라오시오.』


축구를 좋아하는 병사들을 위한답시고 한 마디 한 것이 엄청난 실수가 되어 당장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보위부장에게 손이야 발이야 빈 끝에 겨우 용서를 받았다. 아마 성질 나쁜 간부에게 걸렸더라면 크게 경을 칠 뻔했다.


나는 그때 보위부장이 한 말을 아주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김정일을 비롯한 노동당 간부들이 타고 있는 승용차는 모두 「벤츠」, 김정일이 간부들에게 해마다 선물하는 명함시계(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는 「오메가」ㆍ「랑코」 등 모두 외제품이 아닌가.

백화점과 외화상점, 고급식당에서는 예외 없이 외제만을 취급하며, 외화가 아니면 아예 구경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김정일과 당 간부들 전체가 외제에 푹 파묻혀 버렸는데 무슨 축구공에 사상이 있다고 저 야단인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때부터 내 눈에는 북한사회의 모순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식량난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렸던 1990년대 후반에는 식량은 물론 비누ㆍ치약 등 초보적인 생필품조차 공급되지 않았다.

병사들은 적선물인줄 알면서도 비누나 라이터, 사탕, 과자 등을 몰래 숨겨놓고 쓰거나 먹곤 했다. 그 중에서도 수건이 가장 탐이 났는데 워낙 남조선 제품이라는 게 티가 나 쓸 수가 없었다.


입대 전 고향에 있을 때는 남한에 대해 이렇다할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지만 전방부대에 근무하면서 궁금증이 솟기 시작했다. 전방의 고사포에는 명령하달의 신속성을 위해 라디오를 부착했는데 이를 통해 가끔 남한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장교가 된 다음부터는 KBS 등 남한의 여러 TV 프로그램을 보기도 했다. 전방이라 말소리나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을 때는 잠깐씩 고정된 채널을 풀어 보곤 했다. 이런 행위가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바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르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던 것 같다. 요즘은 그 때처럼 적선물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 않다.


이제 북한을 떠나온 지도 수년이 지나갔다. 1990년대 후반 다 망해갔던 북한정권, 특히 군대가 외부지원으로 겨우 살아난 것 같다. 외부지원이 그런 식으로 되풀이된다면 진정한 평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무지막지한 독재정권의 군대인 인민군의 힘을 약화시키고 주민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는 현명한 대북정책을 펴나가길 바랄 뿐이다.


(김성준·가명·전 인민군 4군단 24사단 대위)
추천4

댓글목록

올빼미님의 댓글

올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북에서 탈북하신분 같습니다. 운좋게 탈주하시고 살만큼 되신것을 축하하나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아직 북에 남아있습니다. 위의 글쓰신분은 운좋게도 남쪽의 문물을 접해 북의 체제를 비판할 안목이 있었고 탈주했지만 북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기회조차없이 아직도 북이 지상낙원인줄 알고 있습니다.  굶어죽어가면서도 체제의 비판은 커녕 반항한번 제데로 하지못하고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막힌채로 말입니다. 김정일은 이 모든 것이 남쪽과 미국때문이라며 역으로 전쟁의 위험을 무기삼아 북의 주민들을 억압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북한은 현재 김정일과 그일당에 의해 점거돼 모든 주민이 인질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북한을 고립시켜 고사하도록 하거나 인질범들이 스스로 자폭하기를 기다리자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통제할 힘이 우리에게 없으며 서울을 초토화할 무기와 군대를 이미 갖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전쟁과  인질들을 무기로 끝임없이 위협하고 돈을 요구하고 북한주민들을 굶주려 죽고 있습니다.
잘생각해보십시요
역대 전쟁들은 집권자가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어졌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이 파멸되기전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있습니까?
그들을 갑자기 위협한다든가 궁지에 몰아서는 북한은 고사하고 남한의 안전도 희망도 물거품이 됩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통제하에 두기위해서 그들을 대화의 파트너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그들이 막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성에 호소해야 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서로의 적이아니라 한민족임을 느끼게 해주어야 되며 한편으로 북의 경제가 점진적으로 남한의 종속되게 하면 좋지만  최소한 그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야 합니다.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도움은 저들의 완악한 마음에 적은 누룩이 되어 퍼질것입니다.  민심이 떠나면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존재 기반무너지게 됩니다.
우리의 도움은 저들에게는 달콤한 아편이 되어 김정일 체제를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야금야금 무력화시킬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남한도 북한도 사는 것입니다.

슈타인베르퍼님의 댓글

슈타인베르퍼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올빼미님 말씀은 1938년에 영국 수상 체임벌린과 프랑ㅡ 수상 달라디에가 뮌헨에서 했던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체임벌린이 공항에서 "우리 시대의 평화가 여기에 있다"고 손에든 뮌헨 협정서를 보여주는 장면 말입니다.

올빼미님의 댓글

올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38년쯤이면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전쟁으로 독일국민의 관점을 전쟁으로 몰고가는 시기가 되는것 같군요.  사실은 제가 짧아 쳉밈벌린과 달라디에가 히틀러와 만든 뮌헨협정을 잘모릅니다.
하지만 전독일을 하나로만들고 경제를 일으키며 모든 부정부패자들을 제거하며 유태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독일을 부흥시킨 세계를 정복할 야욕을 가진 히틀러와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못해 안달하는 김정일을 동일시해야하는 안목을  갖고있는 분들이야 말로 체밈벌린과 달라디에의 안목이라 사료되는데 동감님이나 슈타인베르퍼님께 부탁하고 싶은 말은 역사와 경험은 현재를 판단하기위하 근거자료지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 북한이 가지라 주장하는 주체가 모자란것 같습니다.
어린아니나 악인이라도 그들이 옳다면 배울것은 배워야 합니다.  나는 북한의 외교술이나 그들의 배짱은 남한이 배워야 한다고 남한보다 월등하다고 봅니다.

동감님의 댓글

동감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올빼미님! 김정일이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한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더 위험한 겁니다.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요.(물론 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시지요?) 그런데다 지 생일날 주민들까지 동원 할 정도로 성질도 드러운 놈이라..
두놈이 비슷한 점도 보여요.. 한놈은 유태인에 모든 불만을 집중 시켰고 다른놈은 미제에 모든 포화를 쏫아붓고..(모든 독재자들의 공통점이라고나 할수 있는 프로파간다지요..사실과 허위를 적절히 섞어 적을 공격하는 식의...)지 생일에 군중 동원 하는거라든가..같은 민족이네 어쩌네 하는 사이비 민족주의나 들먹인다든가..(히틀러가 뮌헨 협정을 맺은 이유도 체코 주테텐란드의 300만 독일인 지역을 합병하기 위해서였지요..영국, 프랑스가 방치해서 히틀러 간땡이가 몸통 크기로 부풀었고 결국 2차대전으로 연결되었던 역사..)한놈은 금주/금연에 채식주의자인데 한놈은 술도 잘먹고 포르노광이라는거 정도가 틀릴까..
말씀데로 북한의 배짱은 너무나 훌륭하지요. 좀 무데뽀로 달라들어서 문제지만..금강산 가서 봤지만 세관원들이 덩치는 작아도 눈빛 하나는 살아 있더군요...

올빼미님의 댓글

올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떻게하든 김정일이 스스로를 자각하도록 이끌고 북한주민이 김정일과 김일성의 허상을 깨닫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그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햇빛정책의 기본입니다. 억어지로 옷을 벗기려 할수록 더욱 껴입는 것이(냉전의 심화와 북한경제의 고립은 북한의 핵개발을 야기했다할수 있음) 상식입니다.  우리는 북한주민 스스로가 공산주의의 두꺼운 을 벗을 수 있도록 냉전의 추위를 이길 햇빛의 온기를 가로막아서는 안됩니다.

금연님의 댓글

금연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런데 그런 핵을 딴나라들에는 왜팔지?..경제난떔에..죽일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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