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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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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먹통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941회 작성일 18-03-31 01:09

본문

앞선 글 (빌려온 말) 에 달린 베를린벙커님의 댓글에 “마지막에 표현하기를  개념화를 그치고 서술적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하는 데요. 그 시도가 님의 삶속에서 적용하고 있고(식사/숟가락. 밥.그릇) 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데 님의 체험을 좀 더 나눠주시면 도움이 되겠네요” 라는 말씀이 있어서 조금 끄적여 봅니다.

별로 대단할 건 없습니다.

처음에 A 라는 말이 있다고 할게요. 그럼 일 단계를 거쳐 A=B+C 로 넘어갑니다. A 가 뭐냐고 물으면 B+C 라고 설명하는 거지요. 다시 B 와 C 를 가지고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B=D²+E 이고 C=K³ 뭐 이런 식으로 계속 갑니다.

“애국” 이란 말로 예를 들어 보자면, “애국이란 뭐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 이라고 풀이가 나오면 다시 “나라란 뭐지?” 라고 물어보는 식입니다. “사랑” 도 물론 마찬가지로 다룰 수 있고요. 소크라테스가 소일 삼던 일이랑 별반 다를 것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이 방법론을 이해했으니 “Dialektik” 이 뭔지 안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만족했던 거예요. 정작 그걸 진지하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거죠. 바보입니다, 그냥.

한국어에는 한자어가 많은데, 그 경우에는 간단히 개별 한자의 뜻을 찾아봅니다. 제일 최근 찾아본 한자어는 “감격” 이네요. 물론 어느정도는 예상할 수 있고, 이 예상이 맞을 때도 많습니다. 감격의 경우에도 그랬고요. 하지만 확실히 아는 거랑 그럴 거라고 추측만 하는 건 다르니까요. 아예 추측도 안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거 뒤져보다 보면 재밌는 걸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예컨대 “파악하다” 라는 말에서 파악은 움켜쥐다 라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그런데 주로 이해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되죠. 공교롭게도 독일어에도 begreife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be+greifen 으로 움켜쥐다라는 말이 본디 뜻일 것 같은데 주로 이해하다 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죠. 이런 유사성을 발견하는 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요 전에는 “환멸” 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은데 독어에는 비슷한 의미로 쓸 말이 Enttäuschung-실망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아 고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환멸은 환상이 사라지다라는 뜻의 한자어이니,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어떤 환상을 품었다가 막상 현실을 겪어보니 환상과 달라서 실망하게 된 그런 경우를 설명하기 딱 좋은데, 독일어는 그 말이 없어서 아쉽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Enttäuschung 을 뜯어보면 이것도 Täuschung 이 ent-떨어지다, 벗겨지다 라는 의미이니 사실 두 말 모두에 인간이 무언가에 실망했을 때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잘 실어두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시말해, Enttäuschung 은 환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역어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적절한 말이었음을 알게 된 거지요.

베를린벙커님의 댓글은 뭔가 굉장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제 이야기는 너무 썰렁해서 좀 민망하군요 ㅎㅎ; 제가 추상적인 개념들을 단순한 단어로 풀어봄으로써 얻은 게 좀 있었던 이유는 그냥 제가 여러가지 말들에 대해 그 의미를 충분히 숙고해 보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바보였기 때문인 것 뿐인 듯 합니다...
추천4

댓글목록

베를린벙커님의 댓글

베를린벙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통 깨달음의 체험으로 어떤 표현을 하냐면요, 대상에서 언어가 떨어져 나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꽃을 본다고 했을때 꽃이라는 개념, 선입견에 싸인 대상이 그냥 그 자체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 대상이 그 자체로 보이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꽃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채. 이게 엄청 중요합니다.
이게 유교의 대학 8조목의 시작인 격물치지로 대응할수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진실을 대면하게 됩니다. 소위 하나님의 나라를요.

베를린벙커님의 댓글의 댓글

베를린벙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또 재미있는 것은 대상을 볼 때 뿐아니라, 어떤 뉴스나 정보를 받을때 내 속에서 관점이라는 틀을 거쳐서 이해합니다.

어떤 관점이 없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각 개인은 해석의 틀을 벌써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꽉 막힌 늙은이 같으니라구> 라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고정관념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새 보면 젊은이들도 자기 주관에 빠져서 나오지 못한 것을 봅니다.

모든 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모두에게 벌써 해석의 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물이나 정보를 우리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2병을 극복하는 시작입니다.

문파라 불리우는 그들도 집단 해석의 틀 속에 있습니다. 내로남불은 어쩔 수 없는 숙명입니다. 그 집단의 해석의 틀에 세상을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이것은 자동화된 메카니즘입니다.

중/고교를 넘어서면 벌써 선입견의 막이 깨끗한 배움을 가로막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외국어를 습득할때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제2외국어가 모국어로 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벌써 자기안에 자기 모국어 해석의 틀로 듣는것이 굳어져서 그렇습니다.

뿌리없는 인간되기는 한편으로는 자기를 고목화시키고 규정하는 자기감옥을 깨부수는 작업입니다. 관점을 없애고 그냥 그 속에 머무는 작업입니다. 항상 자유인으로 있을 수 있는.

베를린벙커님의 댓글

베를린벙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상적인 개념을 단순한 단어로 풀어보는 것은 좋은 시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 시도가 탄탄하면 추상적 언어로 들어오는 사기에 잘 당하지 않습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기면 개념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딸려가지 않습니다.

님의 전 글에서 자의식이 없는 삶/뿌리없는 인간으로 표현한다면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론입니다. 이 시도를 넘어서면 불교의 금강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의미만 이해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이 극성으로 이루어지면 금강경의 말씀과 혼연일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주리옹님의 댓글의 댓글

주리옹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베를린에 어디 잘하는 일식집 추천부탁해요 벙커님. 아참! 외식은 좀 하고 다니시죠??? 집에만 계시지 말고....

  • 추천 1

먹통님의 댓글의 댓글

먹통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긍정적인 얘기 해 주시니 싫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뭐 그런 대단한 나무가 될 떡잎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익명의 힘을 빌어 조금 과감하게 창피한 얘기 써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말들 사이에서 많이 헤매 왔습니다. 그렇다고 또 무슨 책을 그렇게 많이 봤느냐고 하면 그런 건 아닙니다만, 중국식 선불교와 장자, 공자 철학에서 출발해 서양철학을 거쳐가며 길을 헤매는 동안 만들어진 게 지금의 저입니다. 그 헤맴 이후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조금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제 상태는 철학이랑은 인연이 없는, 책과도 전혀 친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신체와 평범한 마음을 가진 사람보다도 훨씬 못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지 잘 모르겠는데요. 흠,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것이며, 자신의 그런 마음을 잘 아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것일텐데, 저는 좋아함과 싫어함에 대한 잡다한 이론들을 주워섬겼을 뿐, 실제로 좋아하고 싫어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를, 또 왜 그러한 지를, 빌려온 말들에 눈이 가려지는 일 없이 깨끗이 들여다보는 데는 소홀했다고나 할까요.

말의 숲에 사로잡혀 사변의 만화경을 들여다보며 홀려 있었던 겁니다. 제가 복잡한 말잔치에 현혹되어 있는 동안 훨씬 단순한 사람들이 훨씬 충실하게, 훨씬 훌륭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잘난 척 하는 것 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물론 그들이 이런 저런 테마에 있어서 저만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몇가지 주제들에 있어 비판적인 사고를 더 많이 했을 거라는 건 수용할만 한 추측이라고 봅니다. 지나친 자기 비하에 매몰되는 것도 멜랑콜리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바른 인식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 모습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나 비루했습니다. 누구한테 따듯한 음식 만들어 대접한 적도 별로 없고,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오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도 못했고,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을 위한 계획을 실제로 실천하는 기본적 삶의 테크닉도 제대로 체득하지 못했고, 기타등등…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제 자존감은 붕괴 일변도를 걸었고, 저는 많이 의기소침해 졌습니다. 우울했고요.

남들은 벌써 저어어어만치 가 있는데, 저는 그제서야 막 시작해야 했습니다. 조금 절망적인 기분이었지만, 어쩌겠어요. 돌이킬 순 없으니 늦었다는 생각에 괴로워도 이제라도 시작해야죠. 뭘 시작했냐고 하면, 아주 기본적인 차원에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는 것, 그리고 빌린 말에 의존하지 않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걸요. 다른 사람들은 다 그럭저럭 잘 하면서 살고 있는 거였습니다. 저는 멍청하게 빌린 말의 화려한 풍경에 홀려 소홀히 하고 있었던 거구요. 물론 그 말들은 세상과 삶에 대해 여러가지 훌륭한 성찰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냥 문제는 저였어요. 주체적으로 그걸 참고한 게 아니라, 책이 주인이 되고 저는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거기 매달려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나는 작은 매미인데,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있으니 자기가 그 나무인 것 처럼 작각을 했던 것인지…

글로 풀어놓으니까 또 뭔가 은근히 그럴싸한 성장담 늘어놓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멍청했다는 얘기예요.

  • 추천 1

베를린벙커님의 댓글의 댓글

베를린벙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보기에 님의 경험은 좋은 스타트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상과 현실의 나, 이상의 구름속의 나와 현실의 삶과 일상속의 나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은 나쁘지 않습니다. 사람은 실패속에서도 배우는 법입니다. 많은 실패가 사실은 성공의 어머니이고, 그 실패가 있어야만 나의 성공과 갖춤이 생기는 것입니다. 님이 20대라면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30대에는 이 문제가 소회되고 님의 내공으로 변화해서 온실의 화초가 아니라 어떤 고난에도 꺽이지 않는 큰 자산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도 요새 심리분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종교적, 철학적 접근이지요. 님의 이야기에서 감정적 변화와 자의식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찌보면 님의 지금까지의 공부가 그 문제를 내포할 수도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그것이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험을 지나야 더 자란 나를 만나는 그런 것이죠.

다만 제 견해는 생각에 빠지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그 부정적인 생각과 무력감에 지켜만 보시고 휩쓸리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생각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은 찾아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그 생각을 허용하고 같이 긍정하고 동조할때 걷잡을 수 없는 부정성으로 빠진다는 사실입니다. 부정성의 생각을 무시하십시요. 그 생각은 내가 일으킨것이 아니고 님에게 오는 시험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 시험을 통과하면 승급시험 한단계 통과입니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세요. 그리고 제가 드릴께요. 님은 기본기는 갖춰져 있습니다. 탄탄한 기본기는 갖춰져 있으니 무엇을 하든지 지금까지 배우고 넘어졌던 부분들은 다 님에게 영양분으로 쓰일 것입니다. 잘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 추천 1

먹통님의 댓글의 댓글

먹통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애기 감사합니다. 생각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찾아온다, 거기에 빠져들지 말고 흘려 보내라, 이 조언 대로 하는 게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 봐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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