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풀이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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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조회 4,466회 작성일 01-03-12 11:43본문
2001/01/10 우리모두
마귀할멈 (mghmms@hanmail.net) Access : 163 , Lines : 7
속풀이 떡국
우리 집의 배나온 내 방짝지는 국물이 없으면 밥을 못먹는 위인입니다. 그래서 하다 못해 감자국(아시지요? 멸치 다시국물에다 감자 나박나박 썰어 넣고, 사정이 허락되면 계란 풀고, 간장 넣어 간 맞추는 자취생의 슬픈 애환이 서린 국 말입니다.물론 이런 날의 다른 반찬은 감자 조림에, 감자 볶음에,감자 전에, 등등 감자로 도배를 하게 되긴 합니다.)이라도 끓여야 밥을 넘기는 간 큰 남자인 셈이지요. ( 이 말은 반찬 투정을 한다는 말의 하위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느날, 날은 춥고, 전날 저녁 따로 따로 행복하게 먹은 술이 서로 덜깨기도 했고, 시간은 어중간하게 아점에 걸려 있고,.. 이럴때 슈퍼에서 사다놓은 수제비나, 떡국(스프까지 들어있는)을 간단하게 끓이면 여러가지 문제가 다 해결되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죠.(라면 끓이는 이치와 꼭 같은 데다가,음식의 급이 라면과는 비교가 안되지요.지는 내가 이런 방법으로 끓인지 모르고, 여러 과정의 정성스러운 조리과정을 거친줄 알고 흐뭇해 하는 것도 제법 매력적인 음식이지요.) 마침 냉장고에는 오래 전에 사 두었던 떡국이 있었고, 고민할 어떤 이유도 없었기에 그날 식사준비는 이른바 번개불에 콩구워먹기로 진행되었습니다.물이 끓자 내용물을 넣고, 잠깐 더 끓인 후 조그만 봉지에 들어 있던 봉지를 찢어 스프를 의심없이 넣었습니다. 순간 국물의 색이 변하지도, 않고 가루가 퍼지지도 안아 약간 의심할뻔 하다가 때맞춰 제자 녀석이 벨을 누르는 바람에 급하게 식탁에는 3명이 둘러 앉게 되었습니다.
그릇마다 떡국을 펐고, 그릇속에는 허옇게 불어 터진 떡국과 함께, 거뭇거뭇한 건더기가 보였지만 나는 김가루라고 둘러 넘기고는 한입 퍼먹엇습니다. 순간 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둘러 보았습니다. 김가루가 뭉쳤나 보다. 좀 싱겁네. 그래도 열심히 숟가락을 놀리는 의지의 그남자, 또다른 총각은 선생님 김가루가 점점 커지는데예? 라며 아연실색, 그러나 제 방짝지의 기상에 눌려 어렵게 한숟갈씩 떠 넣었습니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마침내 저는 뭔가가 이상한 것 같아 김치 낸다는 핑계로 일어서서 다시 싱크대로 갔지요. 차근 차근 증거물을 뒤적이다가, 아뿔싸, 스프로 넣은 가루는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말라는 경고와 함께 포장되어 있었던 강력 방습제였습니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지만 저는 전문가의 조언을 깊이 신뢰하는지라, 아무말없이 그 식사를 계속 지휘했습니다. '인체에 무해합니다'만 강하게 뇌리에 남는 단순화의 원리는 모두 아시지요? 남자들이 음식 투정하면 못쓴다. 내가 아직 술이 덜 깨서 간을 좀 못맞췄지만, 김치를 풀어서 먹어라. ...
제 방짝지는 다 먹고, 한그릇을 더 먹었고,(물론 먹어가는 과정에 국물은 계속 줄어 들고, 실리카겔은 더 큰 뭉치가 되어갔습니다.)국물이 와 이리 없노? 다음부터는 궁물 좀 항그시 부라 .그라고 김가루는 좀 풀어 넣고...그래도, 국물이 들어간께 속이 좀 풀리네. 제자 녀석은 한 그릇만 먹고는 사양을 하더군요.
그날 이후, 저는 가급적 슈퍼에서 파는 떡국이나 수제비는 사용을 안하고, 급해서 필요할 때는 꼭 스프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귀찮은 습관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마귀할멈 (mghmms@hanmail.net) Access : 163 , Lines : 7
속풀이 떡국
우리 집의 배나온 내 방짝지는 국물이 없으면 밥을 못먹는 위인입니다. 그래서 하다 못해 감자국(아시지요? 멸치 다시국물에다 감자 나박나박 썰어 넣고, 사정이 허락되면 계란 풀고, 간장 넣어 간 맞추는 자취생의 슬픈 애환이 서린 국 말입니다.물론 이런 날의 다른 반찬은 감자 조림에, 감자 볶음에,감자 전에, 등등 감자로 도배를 하게 되긴 합니다.)이라도 끓여야 밥을 넘기는 간 큰 남자인 셈이지요. ( 이 말은 반찬 투정을 한다는 말의 하위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느날, 날은 춥고, 전날 저녁 따로 따로 행복하게 먹은 술이 서로 덜깨기도 했고, 시간은 어중간하게 아점에 걸려 있고,.. 이럴때 슈퍼에서 사다놓은 수제비나, 떡국(스프까지 들어있는)을 간단하게 끓이면 여러가지 문제가 다 해결되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죠.(라면 끓이는 이치와 꼭 같은 데다가,음식의 급이 라면과는 비교가 안되지요.지는 내가 이런 방법으로 끓인지 모르고, 여러 과정의 정성스러운 조리과정을 거친줄 알고 흐뭇해 하는 것도 제법 매력적인 음식이지요.) 마침 냉장고에는 오래 전에 사 두었던 떡국이 있었고, 고민할 어떤 이유도 없었기에 그날 식사준비는 이른바 번개불에 콩구워먹기로 진행되었습니다.물이 끓자 내용물을 넣고, 잠깐 더 끓인 후 조그만 봉지에 들어 있던 봉지를 찢어 스프를 의심없이 넣었습니다. 순간 국물의 색이 변하지도, 않고 가루가 퍼지지도 안아 약간 의심할뻔 하다가 때맞춰 제자 녀석이 벨을 누르는 바람에 급하게 식탁에는 3명이 둘러 앉게 되었습니다.
그릇마다 떡국을 펐고, 그릇속에는 허옇게 불어 터진 떡국과 함께, 거뭇거뭇한 건더기가 보였지만 나는 김가루라고 둘러 넘기고는 한입 퍼먹엇습니다. 순간 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둘러 보았습니다. 김가루가 뭉쳤나 보다. 좀 싱겁네. 그래도 열심히 숟가락을 놀리는 의지의 그남자, 또다른 총각은 선생님 김가루가 점점 커지는데예? 라며 아연실색, 그러나 제 방짝지의 기상에 눌려 어렵게 한숟갈씩 떠 넣었습니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마침내 저는 뭔가가 이상한 것 같아 김치 낸다는 핑계로 일어서서 다시 싱크대로 갔지요. 차근 차근 증거물을 뒤적이다가, 아뿔싸, 스프로 넣은 가루는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말라는 경고와 함께 포장되어 있었던 강력 방습제였습니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지만 저는 전문가의 조언을 깊이 신뢰하는지라, 아무말없이 그 식사를 계속 지휘했습니다. '인체에 무해합니다'만 강하게 뇌리에 남는 단순화의 원리는 모두 아시지요? 남자들이 음식 투정하면 못쓴다. 내가 아직 술이 덜 깨서 간을 좀 못맞췄지만, 김치를 풀어서 먹어라. ...
제 방짝지는 다 먹고, 한그릇을 더 먹었고,(물론 먹어가는 과정에 국물은 계속 줄어 들고, 실리카겔은 더 큰 뭉치가 되어갔습니다.)국물이 와 이리 없노? 다음부터는 궁물 좀 항그시 부라 .그라고 김가루는 좀 풀어 넣고...그래도, 국물이 들어간께 속이 좀 풀리네. 제자 녀석은 한 그릇만 먹고는 사양을 하더군요.
그날 이후, 저는 가급적 슈퍼에서 파는 떡국이나 수제비는 사용을 안하고, 급해서 필요할 때는 꼭 스프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귀찮은 습관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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