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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어떤 남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길벗다방이름으로 검색 댓글 5건 조회 4,189회 작성일 03-07-08 00:25

본문

참 괜찮은 남자가 있었다.
인물도 괜찮고, 직업도 괜찮고, 무엇보다 맘이 괜찮아 보였다.

그 남자가 내게 물었다.
‘xx씨는 만약 사랑하는 남자가 어느날 나처럼 되면 어떻게 하겠냐고? 결혼해서 살 수 있냐고? 결혼했다하더라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냐고?’

난 그 남자에게 그랬다.
‘그럴꺼라고, 진짜 사랑했다면 난 그럴꺼라고’ 했다.

그 대답을 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았고, 지금도 난 의심하지 않는다.
나를 버리면 버리겠지만 진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난 끝까지 지켜줄꺼다. 하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섣불리 장담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남자는 경추 3,4,5번이 손상되어 전신마비 상태이다. 같은 부위를 다치더라도 신경이 불완전하게 손상이 되면 그나마 재활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남자는 완전히 손상이 되어 재활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합병증이 심해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그 와중에서도 남자는 유머스런 말로 우릴 자주 웃기게 만들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남자들에게는 여자들이 따르는 법이었다. 그 남자에게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그럴 법도 했다.

자기는 싫은데, 죽자 살자 쫓아다니는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 여자가 술 한잔 하자고 저녁 늦게 이 남자를 불러냈고, 남자는 웬지 나가기 싫지만 불러내는 여자가 측은해 나갔다고 한다. 또 여자의 사랑고백 타령이었다. 함께 술을 한잔 마셨고, 여자는 택시를 타고 들어가겠다는 남자를 곧죽어도 자기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단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자동차에 올라탔고, 그날 밤의 교통 사고로 남자는 전신마비가 되었다.

남자는 내게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러 여자랑 진짜 사귀어 볼걸 그랬어요. 하하!”
남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앞으로도 총각으로 남아서 살아가게 생겼다며 껄걸 웃었다. 남자의 손엔 묵주 반지가 끼어져 있었고, 몇 달 동안 병원에서 지켜 보아온 남자의 행실로 보아서 난 그 남자가 그 나이에 드문 희귀종 총각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남자는 이렇게 사고가 날 줄도 모르고, 그때까지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포기했지만.

그 남자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몹시 아팠다. 조금이라도 재활의 희망이 있다면 그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가슴이 조금만 아팠을 것이다. 아니, 맘씨가 나쁜 넘이었으면 덜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아니 조금만 못 생겼어도…

우연한 사고로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가 된 사람들, 그들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신의 친정 식구들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해야겠다. 시댁 식구들, 정말 필요할 땐 아무 도움도 안된다는 것을 그때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남편과 아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충고를 했다. 머지 않아 남편과 아내도 떠날 것이라고…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이 그들을 지켜주겠는가?
내가 그남자에게 그럴꺼라고 답변한 것은어쩌면 허무맹랑한 거짓부렁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맘을 어찌 믿을 것이라고...

인생에 있어서 정말 필요할 때, 내 곁에 남아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나는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누가 과연 내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국 혼자가는 일생길, 내 곁에 단 한사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운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이 아내이거나 남편이라면 더더욱 좋을텐데…
추천6

댓글목록

mrs.unique님의 댓글

mrs.uniqu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혼하신지 4주년째된다면 아직 신혼이시고 좋은 시절이시네요,,저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줌마끼리 얘기인데 남편되시는 분이 한국분이세요? 독일분이세요?!

*soo*님의 댓글

*soo*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앞으로 오랜시간 지금처럼 평생 '평화'스럽길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는 진짜어른..이 될 수 있겠죠..?

반지님의 댓글

반지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참 찡하네요
결혼 4주년이신데 정말 행복해 보여요
저도 결혼 4주년이 좀 넘었는데 글쎄...
이미 사랑하는 맘이 많이 퇴색한거같아 슬프네요, 내 자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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