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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차한잔의 에세이(도망간 삼성핸디)

페이지 정보

작성자 mrs.uniqu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125회 작성일 03-07-03 18:36

본문

도망간 삼성핸디

오늘도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우체통에 들어있는 편지들을 한 웅큼 꺼내와서 아들의 4월 핸디전화사용료고지서가 들어 있는 것 같은 편지를 먼저 뜯어 보았다.
그 전화사용료고지서에는 슈테판이 2003.5.1.에 신랑과 전화통화를 하고 그 다음날 오후에  친구한테 건 것을 마지막으로써 딱 두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그것에 대한 전화요금은 기본 사용료를 포함해서
10.13유로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슈테판의 핸디는 정확하게 2003.5.2.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 아들 슈테판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그토록 평소에 원했던 핸디를 아빠로부터 선물을 받았다.요즈음 그 많고 많은 핸디들중에서 신랑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빛이 나는 깜찍하고 예쁜 삼성핸디를 사가지고 왔는데 나도 사실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삼성핸디는 나의 오울디 지맨스 핸디보다도 성능도 좋았고 멜로디도 내 핸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써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울리는 선율이 다양하고 아주 고왔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에 부담스러운 점을 한가지를 꼽으라면 삼성핸디의 가격이 249유로쯤 이었는데 국민학교학생에게 줄 선물치고는 비교적 비싼 것을 골랐다는 생각이 잠깐 나의 뇌리를 스치고 갔다.
크리스마스이브저녁 내내 슈테판은 선물받은 삼성핸디를 켰다가 껐다가는 눌러보는둥의  나름대로 탐색 작업에 신이 나 있었고 바빴다.
제 작년에 나의 남동생이 서울에서 우리집에 왔을 때 슈테판이 삼촌의 핸디를 보고난후에 다음에 올 때는 꼭 자기를 위해서 삼성핸디를 한 개만 사가지고 오라고 부탁을 해서 우리 둘은 베시시 웃고 말았던 적이 있다. 삼성핸디만 있다고 독일에서 전화통화가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과 그것에 맞는 전화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남동생의 얘기를 듣고 난후에 슈테판은 그때에 애써서 그 사실을 이해하려고 했다.
슈테판은 내 오래된 핸디를 이것 저것 만지더니 피아노선생님한테서 배웠던 키보오드음악중에서 “팝콘”이란 멜로디를 새로이 입력시켜준 적이 있었고 가끔은 핸디를 가지고 게임도 하고 나보다도 내 핸디에 대해서 그의 성능이라는 기능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슈테판이 크리스마스이브저녁 내내 삼성핸디를 벗삼아 이것 저것 누르면서 탄성을 지르면서 살펴보는 게 어쩌면 내게는 당연하게 보였다.
슈테판이 핸디를 마치 보물을 다르듯이 학교에 갈 때는 핸디를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었기에 자기 책상 위에 놓고 꼭 밧데리가 다 닳지도 않았는데 핸디충전기를 꼭 자기 핸디에 꽂아 놓고 가고, 방과 후에는 제일 먼저 자기의 핸디를 찾곤 했다.
그리고 아는 친구란 친구의 전화번호들를 입력시키고 또 핸디가 있는 친구에게 “나도 핸디가 있으니까 전화를 하라”면서 일일이 자기 핸디전화번호도 가르쳐 주는 등등 물론 핸디로 전화를 거는 일이 아주 많아졌다.그리고 핸디를 막 누르면서 편지까지 쓰길래 좀 작문실력이 좋아지려나 하는  나만의 기대감도 생기기까지 했다.
‘삐리리링’하는 소리에 핸디를 보면 어느친구가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특히 슈테판이 자기생일에 여자아이 세 명과 남자아이 네 명을 초대해놓고는 생일파티에는 전념하지 않고 한쪽 귀퉁이에서 자신만만하게 삼성핸디를 꺼내어 보이면서 이것 저것 아이들에게 으쓱거리며 자랑하면서 설명하고 있었던 일은 잊을 수가 없었다.아이들은 같이 앉아서 숨죽이며 경이롭게 핸디를 바라보면서 슈테판의 얘기를 경청하는등 그야말로 삼성핸디는 슈테판의 생일파티의 초대손님이었다.

하루는 한살 많은 옆집 남자애 케빈이 자기핸디를 가져와서 무엇을 보여 주면서 오더니 슈테판이랑 집 앞에서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나도 나름대로 궁금하여서 가까이 가보니까 인터넷으로 어떤 그림을 받았는데 ‘토끼들의 섹스’라면서 그 그림을 나에게 보여 준다.핸디의 작은면에 그려진 한마리의 토끼위에 다른 한토끼가 앉아있는 모습이 나에게는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 하기야 국민학교4학년만 되면 이곳 아이들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성교육을 받는데, 그래서 인지 토끼들의 섹스모습이라는 말이 더 이상에 터부의말이 아니라 애교 있게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케빈이 그 그림을 슈테판핸디로 보내주기로 하구서 자기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해서 슈테판은 인터넷으로 007음악도 받아 오고 여러가지의 컷그림들도 자기 핸디에 입력하는둥 거의 한달간은 삼성핸디에 몰두했다.
드디어 한달후에, 나는 슈테판의 전화사용료고지서를 받아 보고는 그만 입이 딱 벌어 지고 말았다.
“핸디월사용료 229유로,,,어머나!”
나는 핸디의 사용료가 비싸다는 얘기는 막연하게 들었지만 조금만 더 보태면 삼성핸디를 또하나 구입할수 있는 가격이었다.
슈테판은 이게 얼마나 많은 돈인지를 피부로 나만큼이나 실감을 하지 못했으며 자신도 이렇게 많은 사용료를 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지 어리둥절해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잔소리를 해서라도 처음부터 슈테판이 전화를 거는 것에 대해서 자제하라고 하였겠는데, 우리 둘은 지금 핸디의 비싼 사용료를 아무 반발없이 받아 들이고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 다음달은 핸디사용료가 많이 나오는 경우에 슈테판이 자기용돈에서 함께 지불해야 하기로 반 강제적인 약속을 해서 인지 28유로 정도가 나왔고 이렇게 별 큰 문제없이 네 달 정도가 흘렀다.
핸디는 물론 아이들이 친구네 집에 가서 놀거나 밖에서 친구들하고 놀 때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의 소재가 파악되고 또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부모된 입장에서 편리하고 좋은 점도 제법 많았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인가?  

2003.5.2.금요일오후이후로 슈테판 핸디가 사라져버린것이다.
“마마,솔직히 말해요.핸디사용료가 많이 나올까봐 마마가 나도 모르게 살짝 감추었지?!”
“얘는,,아니야.정말 아니야!”
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더 이상 길게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네가 맨 마지막으로 핸디전화를 한 날이 언제지? 금요일 축구트레이닝에 가지고 가지 않았니?”
“아니,,, 현관 거울 앞에 놓고 나갔단 말야.”
“금요일트레이닝이 끝난후에 네가 밖에서 논다고 나갈 때 너의 핸디를 가지고 갔었니? 내가 핸디를 가지고 가라고 했잖아.”
“내가 밖으로 나갈 때 가지고 가지 않았어,마마!”

금요일 오후라면 그 시간대에 나의 컴퓨터인터넷이 불통되어서 젊은 기술자 한 분이 우리집에 다녀간 터라서 그 젊은이가 의심이 조금 갔지만 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아들핸디를 살짝 훔쳐 갔냐고 아무런 확신이 없이 물어 볼 순 없었다.
나도 나의 손목시계가 없어졌을 때 괜한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다가는 다시 찾은 적이 있어서 함부로 어느 특정인을 의심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전화사용료고지서에는 슈테판이 축구트레이닝을 다녀와서 오후 5시29분에 한통화를 친구에게 한 것이 마지막 전화통화로써 쓰여있었다.
그것을 보니까 축구트레이닝이 끝난 시간이니까 또한 축구장에서 잃어 버린것도 아니었다.
그다음날 토요일에는 한 기술자아저씨가 슈테판방에 카페트를 들어 내고 마루바닥을 까는 공사를 했기에 나는 우리집에서 4시간정도를 일을 하셨는데 혹시나 하며  의심도 했다.
차라리 핸디가 어디 물속에 빠졌다면 당연히 망가져서 쓰지 못할 것이라고 단념을 하는데 ‘아들 핸디가 어디 있을까?’하면서 나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게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아울러 크리스마스때 아들에게 선물한 신랑도 보다 못해서  
“자기 핸디하나 간수를 못하냐!”라고 말하면서 슈테판에게 야단도 치고 저으기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슈테판, 나 더 이상 네게 핸디를 선물 안할꺼다.네가 이다음에 벌어서 핸디를 사든지 하려무나.”
“그러게,왜 애한테 그 비싼 핸디를 선물해요,,”
라고 말하면서 나도 짜증에 섞인 말투로 한마디를 신랑에게 던지게 된다.
“내가 잃어 버릴 줄 알고 샀나?”
이렇게 사라진 아들 핸디 때문에 우리는 옥신각신 본의 아니게 의견충돌로써 다툰 적도  했다.
슈테판이 삼성핸디를 꼭 사개월과 일주일정도를 사용하고 잃어 버렸으니 아쉬움에 나는 핸디전화사용료가 적게 나와서 좋아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들의 실망스런 마음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자문해본다.

나도 사실은 두번씩이나 내 핸디가 보이지를 않아서 이곳 저곳 집을 뒤지면서 찾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내 핸디가 켜진 상태여서 집전화로 내 핸디에 전화를 걸어 본후에 스포츠가방속에서 삐빅거리는 멜로디를 듣고서는 그나마 손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아직도 슈테판이 집 어디에 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인지 오늘 이 전화사용료고지서를 보면서도 여전히 나에게
“마마, 핸디 전화요금이 많이 나올 까봐 마마가 사알짝 나의 삼성핸디를 어디다가 감춘 게 아냐?” 물어 볼 때면 나도 조금 안타까운 심정이다.    

“아들의 삼성핸디는 지금 어디에 있으려나?!”

추천6

댓글목록

mrs.unique님의 댓글

mrs.uniqu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벗다방님,참,마음이 찡해지면서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좋은 글이군요. 그런데 그 차를 운전하던 여자분은 어떻게 되었어요???

길벗다방님의 댓글

길벗다방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 여자분은 전혀 다치질 않았다고 하는군요. 이따금 밤늦게, 술이라도 한잔 하는 날이면 남자분한테 전화를 하곤 한답니다. 미안하다구요....사고 후, 죄책감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이대로 남자한테 남겠다고 했지만, 이 남자가 거절했다고, 다친 몸으로 누군가를 곁에 둔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라고, 더구나 다치기 전에도 그 여자의 사랑을 거절했는데, 이제와서는 더더욱 그럴 수 없다고 제게 그러더군요...가슴이 아프지만 이해가 되더라구요. 사랑했던 사람들도 다들 떠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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