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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아! 차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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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아무개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3,754회 작성일 02-01-15 05:12

본문

작성일 : 1999/01/19
나는 재작년 프랑스월드컵이 시작되기 한달전 쯤 쾰른의 필하모니에서 첼로독주음악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돈이 쪼달리는 나는 예매하지 않고 연주1시간전에 살 수 있는 입석표(Abendkasse, Stehplatz)를 사서 들어갔다.

저녁 8시에 시작되는 연주회에는 점잖게 정장을 한 사람들이 이미 많이 와 있었지만 그래도 수백마르크씩 하는 제일좋은 귀빈석은 대개 자리가 비게 마련이다. 나는 그날도 운좋게 귀빈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음악회에 오면 나같은 가난한 학생은 웬지 조금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나는 멋지게 차려입은 한 신사의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허름한 차림으로 좋은 자리에 떡 앉자니 왠지 미안한 느낌도 들고 해서 살짝 주위를 둘러보다 바로 옆자리의 신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신사는 눈길을 피하지도 않고 웃어보였다.

그런데 그 신사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그 뒤로도 계속 틈틈이 나를 곁눈질하면서 싱글벙글하는 것이다. 나는 모르는 척 무시했지만 신경이 쓰여 음악감상하는 것이 방해가 될 정도였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그 중년의 신사가 내게로 다가와서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 당신 혹시 한국인 아니요?"

독일사람들이 묻는 말에는 보통 순서가 있다. 대뜸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중국인 아니냐고 먼저 묻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 신사처럼 한국인 아니냐고 묻는 경우는 겪어보지도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 신사는 대뜸 두손으로 내 손을 움켜 잡으며 "차 붐"을 아느냐고 묻는다. 한국인 치고 "붐근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 신사는 신이 나서 자기가 차붐이 레버쿠젠에 있을 때 감독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막바로 유럽컵결승전때의 차범근씨의 활약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독일 레버쿠젠팀은 1988년 유럽컵대회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적지에서 3:0으로 지고 돌아와 홈경기에서는 무조건 이겨야할 상황에서 차범근씨가 맹활약을 했다는 것이다. 차범근씨가 후반 게임종료되기 10분전쯤 헤딩골을 넣어 3:0으로 만드는 통에 결국 페널티킥까지 가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자 이제야 그가 그렇게 흥분하는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차범근씨를 인간적으로도 참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그후 월드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직을 당한 차범근씨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그 중년의 신사가 차범근씨에 대해 열을 올리며 얘기할 때 어린애처럼 신나하던, 함박꽃같은 얼굴이 요즘 가끔씩 생각이 난다.

[이 게시물은 자유로니님에 의해 2004-02-18 22:05:24 수필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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