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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조그만 동화 하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oesie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3,793회 작성일 02-01-17 02:14

본문

조그만 동화 하나를 만들어 보았었죠. 어느날 누구에겐가 문득 들려주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본 것입니다. 느낌을 적어주시면 고맙겠군요. 메일주소는 poesie@hanimail.com
그럼 시작합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자운사자와 새은사슴의 이야기img23.gif





무더운 여름이 되었습니다. 따가운 뙤약볓 아래에서 들소떼를 찾아 헤메이던 소년 사자 자운이는 처음 보는 숲을 발견했습니다. 숲으로 들어서니 촉촉한 습기와 싱그러운 풀냄새가 사방에 가득하였습니다. 자운이는 기운을 차리고 먹이를 찾아 걸어갔습니다. 얼마를 가다보니 저 앞쪽에 동물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운이는 들키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죽이고 조심조심 동물에게 다가갔습니다. 나무 그늘 사이로 햇빛이 눈부시게 스며든 곳에 서있는 그 동물은 사슴이었습니다. 자운이는 갑자기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슴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 자운이는 사슴의 곧고 긴 목과 깨끗하고 보드라운 털, 쫑긋한 귀와 크고 까만 눈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어요. 자운이는 배가 고팠지만 사슴을 잡아먹을 생각은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사슴이 갑자가 자운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습니다.

"넌 누구니? 거기서 뭐해?"

깜작 놀란 자운이는 천천히 풀섶에서 걸어나오면서 말했습니다.

"응...... 난 여기...... 심심해서 놀러왔어."

"그래? 그럼 나랑 놀아."

"그래도 돼? 나도 너랑 놀고 싶어. 넌...... 이름이 뭐니?"

"새은. 넌?"

"자운."

이름을 들은 새은이는 맑게 웃으면서 갑자기 나무사이를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운이도 뒤따라 갔지만, 금방 새은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은아, 어디갔니? 어딨어?"

커다란 나무 뒤에서 새은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새은이가 나왔습니다.

"넌 여기 길을 잘 모르는구나. 여기 처음왔어?"

"응...... 난 저기 멀리 초원에서 살거든."

"그래? 그럼 내 친구들을 모르겠구나. 내 친구들 만나러 갈까?"

자운이는 새은이와 둘이서 있고 싶었지만 "좋아."라고 대답했습니다.

둘은 얕게 깔린 풀잎들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나무위에서 명랑한 새소리가 들려오고, 이따금 예쁜 색으로 치장한 나비들이 둘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했습니다. 자운이는 새은이가 자기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아마 이 숲 속에는 아직 사자가 한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기야."

새은이가 가르키는 쪽을 보니, 숲 속에 조그마한 빈터가 있고, 그 한가운데 연못가에 동물들이 여럿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토끼, 원숭이, 팬더, 두더지, 개구리, 여러 새들과 연못 속의 물고기들까지 어울려 노는 모습이 마치 떠들석한 잔칫집 같았습니다.

"새은이 넌 친구가 아주 많구나."

"응, 다들 좋은 친구들이야. 너도 금방 좋아하게 될거야."

새은이가 훌쩍 친구들에게 뛰어가더니 말했습니다.

"얘들아, 새친구가 왔어. 이름이 자운이야."

"안녕! 자운!"

친구들은 모두들 자운이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새 친구들과 숨바꼭질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던 자운이는 배가 아주 고파졌습니다.

"얘들아, 나 저기...... 엄마한테 잠깐 갔다올게."

새은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와야 돼!"

"응, 재미있게 놀고 있어, 금방 갔다 올테니까."

자운이는 쏜살같이 뛰어 숲의 반대편에 도착하였습니다. 거기서 산돼지 한마리를 발견한 자운이는 잽싸게 산돼지의 목을 물어 죽이고, 살을 뜯어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진 자운이는 얼른 연못가로 뛰어 왔습니다. 그런데 자운이가 나타나자,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새은이가 급히 자운이에게 다가오더니 말했습니다.

"너 입가에 웬 피가 이렇게 많이 났니? 어디서 다쳤어?"

금방 울 것 같은 새은이의 눈을 보면서 자운이는 우물쭈물 대답했습니다.

"응...... 이리로 너무 빨리 뛰어오다가...... 저기 큰 바위에 부딛혔어."

"그래? 그럼 빨리 우리 집에 가서 약 바르자."

자운이는 급히 뛰어가는 새은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요.

집에 도착해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던 새은이가 물었습니다.

"다친데가 어디야?"

자운이는 마음 속으로 당황했습니다. 다친데가 없었으니까요.

"응...... 잠깐만 기다려.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집밖으로 나간 자운이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다가 제법 큰 돌을 발견했습니다. 자운이는 턱을 그 돌에 아주 세게 박았습니다. 정말 턱밑이 찢어져 피가 났습니다. 자운이는 아픈 것도 모르고 빨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응, 여기구나."

새은이는 찢어진 곳에 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도 단단히 붙여 주었습니다. 새은이의 손길이 너무 좋아 자운이는 매일 이렇게 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저녁이 되어 헤어진 자운이는, 빨리 아침이 오면 다시 새은이를 보고 싶어 잠도 잘 자지 못했지요.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새은이의 숲으로 찾아간 자운이는 다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다시 배가 고파졌지요. 그래서 또 집에 갔다온다면서 친구들을 떠난 자운이는 숲의 반대편으로 가서 동물을 잡아먹고 돌아오면서 강가로 가서 입가를 깨끗이 씻었어요.



어느날 연못가로 뱀이 놀러 왔습니다. 뱀은 자운이를 보더니 갑자기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는 동물을 잡아먹고 살잖아? 사슴도 잡아먹고!"

너무 놀란 자운이는 땀이 뻘뻘 났습니다. 새은이도 깜짝 놀라 정말이냐고 물었습니다.

"아, 아냐...... 난 풀만 먹고 산다구!"

하지만 뱀은 계속 의심하면서, 마치 조롱하듯이 물었습니다.

"그래? 풀 먹고 사는 사자는 처음 보는데? 그럼 우리 앞에서 풀을 한번 먹어봐!"

자운이는 주변에 높게 자란 풀들과 나뭇잎들을 마구 뜯어먹었습니다. 아주 맛있는 듯이. 하지만 뱀이 다시 말했습니다.

"넌 몸이 크니까 풀을 아주 많이 먹어야 겠구나. 배부르게 실컷 먹어. 저쪽에도 풀이 아주 많잖아!"

자운이의 입에는 풀이 쓰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배가 아파 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자운이는 뱀이 가르키는 곳의 풀들을 아주 많이 먹었습니다.

"아, 이제 배가 부른걸? 나 저기 가서 좀 쉬고 올께."

자운이는 친구들을 피해 멀리 가서 아주 심한 설사를 했습니다.



다음날부터는 뱀이 매일 찾아오는 바람에 자운이는 오후에 다른 동물을 먹는 대신 풀만 아주 많이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잡아먹는 자신이 아주 싫어 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동물을 잡아먹지 않았지요.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자운이는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매일 설사를 한 데다, 동물을 먹지 않아서 많이 여윈 자운이는 정말 큰 병이 났어요. 자운이는 울면서 엄마에게 소리쳤습니다.

"엄마! 왜 날 이렇게 낳았어요! 왜 난 동물만 먹고 살아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니? 하느님이 우릴 그렇게 만드셨단다. 우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야 해."

"싫어요! 하느님도 싫어요! 날 풀을 먹고 살게 해 주세요!"

울다 지친 자운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 새은이를 보았습니다. 자운이는 자기가 새은이와 함께 코를 맞대고 맛있게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운이가 계속 놀러오지 않자, 연못가의 친구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뱀이 말했습니다.

"흠...... 내가 한번 가봐야겠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자운이 집에 찾아온 뱀은 자운이의 야위고 병든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 사자는 자운이가 아직도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저렇게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엄마사자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뱀에게 자운이가 큰 병에 걸렸다는 말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문병을 가기로 했습니다. 숲속의 제일 예쁜 꽃들로 꽃다발을 만들고, 향기롭고 맛있는 과일들을 모아 꾸러미를 싸서 친구들은 자운이를 찾아 갔습니다. 엄마 사자는 새은이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네가 새은이구나. 자운이가 지금 아파서 정신을 잃은지 며칠이 되었는데, 그 동안 계속 네 이름만 부르고 있단다. 자운이를 낫게 할 친구는 너밖에 없는 것 같구나."

새은이는 자운이의 방으로 가보았습니다. 애처롭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새은이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운아...... 왜 이렇게 아프게 되었을까? 빨리 나아야 할텐데....... 나아서 우리랑 같이 놀아야 할텐데......"

새은이의 목소리를 듣는지, 말없는 자운이의 감겨진 눈에서도 눈물이 흘려 내렸습니다. 자운이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새은이는 이윽고 방을 나와 엄마사자에게 물었습니다.

"자운이가 무슨 병에 걸린거죠?"

"나도 잘 모르겠구나. 다만 쟤가 벌써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단다. 고기를 먹어야 나을텐데."

새은이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자운이가 자기랑 친구가 되고 싶어서 고기를 먹지 않고 풀만 먹었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병이 났다는 것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자운이를 낫게 하려면 친구들이 죽을지도 모르고, 친구들을 구하려면 자운이가 죽게 되고....... 오래 생각에 잠겼던 새은이는 다시 마침내 일어서서 자운이의 곁으로 갔습니다.

"자운아...... 내말 듣고 있니? 나 이제 네 비밀을 알게 되었어. 고기를 먹고 사는구나. 하지만 걱정마. 넌 여전히 나의 좋은 친구니까. 내가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 앞으로 다시 고기를 먹도록 해. 난 너를 잃기 싫으니까. 하만 우리 숲 속의 동물들은 먹지 말고, 초원의 들소들, 말들 같은 동물들만 먹어. 나 친구들에게 네가 고기 먹는다는 얘기, 하지 않을거야. 친구들중엔 너를 무서워하는 애들도 생길테니까. 네가 숲속 동물만 잡아먹지 않는다면 친구들이 모르는 게 나을거야."

자운이의 눈이 조금 뜨여 졌습니다. 힘들게 고개를 돌려 새은이를 바라보면서 자운이가 말했습니다.

"너 정말 날 미워하는 거 아니지?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니?"

"응. 내가 고기를 못먹는 것처럼 너도 풀을 못먹는 거,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그래...... 고마워."



그날부터 자운이는 다시 엄마가 주는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곧 몸이 나아 새은이의 숲으로 가서, 새은이를 다시 만나고,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힘센 사자가 지켜주는 연못가의 친구들을 이제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마음씨 나쁜 곰도, 토끼를 잡아먹던 여우도, 그리고 사슴을 잡아먹던 표범도 연못가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못가의 친구들은 오래오래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img2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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