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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유진 슈메이커의 성교(性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삽이름으로 검색 조회 5,514회 작성일 02-01-16 23:58

본문

 


유진 슈메이커의 성교(性交)



유진 슈메이커는 죽어서 꿈을 이루었다. 그는 달의 표면을, 그러니까 달의 살을, 달의 혀와 젖꼭지를 자신의 혀로 빨고, 달의 허벅지와 사타구니와 엉덩이를 직접 자기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달의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밀어넣고 싶어 했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법, 그는 살아 생전에 그 소망을 이룰 수
없었다.
마치 무대 위의 멋진 가수를 수많은 군중 속에서 달뜬 얼굴로 바라보는, 이제
가슴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자신의 손녀딸처럼 그저 바라볼 밖에.
그저 둔해진 손으로 흐물흐물한 자신의 성기를 쪼물락거릴 밖에.

그는 한없는 그리움을 안은 채 죽었다.
그의 비극적 운명이 알려지자 몇몇 사람들이 달 탐사선에 그의 유해를 실어보내
기로 했다. 그들 중 몇몇은 그의 길들여지지 않은 바람끼에 치를 떨었고 또 그
들중 몇몇은 관음증이었다고 한다. 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들 중의 몇몇은
유진 슈메이커처럼 좀 바보들이었을 것이고 그를 달에 보내자는 최초의 발의도
그들이 했을 것이다. 그 발의는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동의를 받았다. 몇몇은 영
원한 처형을 생각하며 복수의 기쁨에 떨었고, 몇몇은 진기한 음(淫)을 관(觀)할 희대의 기회로 여겼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는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호에 실려 그의 연인을 향해 날아갔다.
1년 반동안의 전희 후에 비로소 달의 자궁 속으로 살며시 안겨드는 그를 생각해 보라. 그때 그의 희열은 얼마나 벅찰 것인가.

그런데 그의 지인들이 결과적으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한가지씩 있다.
잘한 것은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에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는 것, 유진 슈메이커에게 생명마저도 잡스러워지는 엄숙하고 순정한 사랑의 여행을 마련해 주었다는 것(그리움은 본래 그 대상 밖의 어떤 것이라도 잡스럽게 여긴다).
잘못한 것은 그의 유해를 화장해 가루로 달에게 보낸 것,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는 관념만의 성교를 강요받은 것.
아니, 또다른 속깊은 계산에서였는지 모른다. 그리움은 본래 그 대상에게 가 닿
아도 소멸되지 않는다는, 그리움은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결핍이라는, 한없이
슬픈 진리를, 사랑에 눈 먼 유진 슈메이커에게 쉽게 가르쳐 주었는지도…

(1998. 1. 20)



주(註) : 유진 슈메이커는 슈메이커-­레비 9호 혜성의 발견자로서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그는 평소『달에 착륙해 내 망치로 표면을 두드려 보지 못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라고 말하곤 했다.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그는 1997년 7월에 사망했다. 그의 꿈은 그가 사망한지 6개월이 지난 다음에 이루어졌다. 슈메이커의 유골이 1998년 1월 6일 밤 9시28분(한국시각 7일 오전 11시2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미국의 무인 달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에 실려 달을 향한 여정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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