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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트리어 맑스 생가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로자이름으로 검색 조회 6,187회 작성일 02-03-15 08:36

본문

◆ 트리어 맑스 생가 가는 길

▶ 케테 콜비츠, 그녀에게서 힘을 얻다.

kollwitz01.jpg퀼른에서의 이튿날, 나는 꽤 굵은 비가 옴에도 중앙역 앞의 숙소에서 출발해 내내 그 공룡을 등 뒤에 두고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다. 케테 콜비츠 미술관은 시내를 조금 벗어난 시장 거리안에 있었는데 학용품 가게며, 주방용품 가게, 서점 같은 것이 주변에 있어 문 열 때까지 구경하기에 좋았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친절한 안내인 두 분이 맞아주었으며 향기좋은 커피까지 한잔 얻어마실 수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는 미술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난 그녀의 작품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작품은 소개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그녀의 작품 중 아주 일부분을 이용했으며 그래서 그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오해하도록, 아니 오해라기보다는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kollwitz02.jpg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난 다른 미술관과 박물관을 포기하기로 하고 그냥 그녀의 미술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익숙함 때문일까? 그녀의 그 수많은 작품들중에서도 여전히 초기 작품들, 투쟁하는 노동자를 그린 판화와 목탄화에 자꾸 눈이 갔고 그녀의 그런 그림들을 보면서 난 트리어 행을 결심하고 있었다.

▶ 케테 콜비츠에서 마르크스로

숙소에서 만난 젊은 독일얘들에게 트리어에 대해 물었지만 속시원한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다. 그저 퀼른에서 가는 기차가 있다는 거 말고는 아무 대책이 없는 상태였지만 웬지 꼭 가야 할 것만 같은 곳, 트리어.

난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콜비츠의 자화상이 실린 엽서를 종류별로 다 사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미술관을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고 나왔다. 그녀가 나를 그 낯설고 두려운 땅, 트리어로 보내고 있었다.

퀼른에서 트리어로 가는 기차는 1시간 간격으로 있었으나 정말로 혼자서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내딪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을 다 잡을 시간, 그 복잡하고 이상하기 그지 없는 퀼른 반호프에서 소리내며 화이팅을 외치고 또 외치는 사람은 나 뿐이였다.

기차는 비오는 모젤강을 왼쪽으로 두고 굽이굽이 달리고 화이팅도 허사였는지 한국으로 치면 비둘기호 같은 그 기차가 포도밭으로 뒤덮힌 산허리를 돌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해 처음엔 옆칸에 앉은 노트북으로 오락을 열심히 하고 있던 독일소년이 신경쓰여 그냥 눈물이였다.

그러다가 비를 맞으며 흘러가는 강물, 모든 역마다 다 정지하는 기차, 손님이라곤 소년과 나 두 뿐인 기차칸,지금 생각하면 울일도 아닌데 왜그리 서럽고 원통한 맘이 들던지 엉엉 소리내 울게 되었고 날 빤히 쳐다보는 소년을 의식할때쯤 결국은 스스로 수습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라고 한 말이 '걱정하지마. 맑스가 다 돌봐 줄꺼야' 관념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중에 트리어였다.

▶ 아름답고 소박한 트리어와 트리어 사람들

트리어, 맑스의 생가가 있는 곳. 런던에서 빌려본 '독일을 간다'에서는 기대할만한 곳은 아니다라고 맑스 생가를 소개해놓고 있었지만 맑스 생가 그 자체가 나에겐 기대였다.

그러나 맑스는 처음부터 나를 돌봐 줄 기색은 아니였다. 역에서 내려 무거운 짐을 들고 택시 아저씨가 가르쳐준대로 먼 길을 걸으니 시꺼먼 포르타 니그라가 나타났고 그 옆이 인포메이션이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후 난 2시간 동안 노란 비옷을 입고 트리어의 중심가를 휘젓고 다니고 전화도 여러번 했지만 결국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왜 방이 없는 걸까, 내가 돈이 없어 보이나, 인종차별하는 건가, 해는 질려고 했고 비도 계속 왔지만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갈 맘은 생기지 않고 이상한 오기만 불쑥불쑥 생기는 거였다.

길가는 여자를 붙잡고 재워달라고 했다. 여자는 독일말만 했고 난 영어만 했다. 멀리서 온 여행객에게 내줄 방 하나 없는 이 낯선 도시에서 난생 처음 보는 이 우락부락한 여자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고 있으려니 또 그놈의 눈물이 쏟아나고 있었다. 눈물 때문인지 내 말귀를 알아들어서인지 그녀는 저녁 산책나온 듯한 독일어도 영어도 잘 하는 독일 청년을 붙잡더니만 나에 대해 의논을 하는 거였다.

그 의논의 결과로 결국, 난 따뜻한 하룻밤을 지냈으며 너무나 맛있는 노란 맥주와 너무나 독해 한잔에 가는 흑맥주를 야금야금 밤새도록 마시고, 트리어의 특산물이 와인이며, 트리어가 독일 내에서는 이름있는 관광지라는 것 그래서 주말엔 예약하지 않으면 방 잡기가 힘들다는 거, 트리어에도 대학이 있다는 것 등 트리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나한테 궁금해 한 것은 도대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길 왜 온 것인가였는데, 맑스하우스라는 내 말을 듣고는 그게 다냐는, 니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트리어는 그것말고도 아름다운 볼것이 정말 많다는 얘기들을 했었다.

그들의 얘기는 다음날 아침 그들이 데려다 준 강 건너 산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참말로 판명이 났다. 유럽의 많은 도시를 헤매고 다녔지만 그 풍경만큼 아름답고 소박한 것은 이후에는 볼 수 없었다.

▶ 인간 맑스와 글 속의 맑스

marx01.jpg맑스는 프러시아 지배 하의 라인란트 지방의 트리어에서 1818년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흰색의 이층 집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겨우 현관을 찾아 초인종을 누르고 작은 방들을 하나하나 돌게 되었지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맑스는 실존 인간,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고 형제자매와 함께 보낸 유년기가 있는 그런 인간이 아닌,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그 수많은 글귀와 테제로써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2층의 햇살 잘드는 방에서 오래된 그의 초판본의 제목을 하나하나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생겨왔다. 인간으로서의 맑스를 힘들어하고 공산당 선언으로서의 맑스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어릴 적 맑스가 뛰어놀았음직한 가운데 마당에서 붉은 베고니아꽃들을 보면서 아주 오랫동안을 앉아 있었지만 나의 맑스생가에 대한 이 생경스러운 태도는 쉽게 정리되거나 설명되지 않았다.

- 로자 ◀
베를린천사 2000년 2월호

217.84.167.237꿈속의꿈: 맑스는 그 집에서 태어나기만 하고 생후 몇개월 안 되어서 이사를 갔습니다. 실제로 맑스가 대학갈 때 까지 뛰어 놀던 집은 포르타 니그라 앞에 있는 (지금은 안경점이 있는)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03/1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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