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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독일에 대해서라기보다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5,077회 작성일 02-01-19 13:46

본문

◎ 2002/1/18(금) 04:09 (MSIE4.01,Windows95) 62.104.208.66 800x600
◎ 조회:55

독일에 대해 만족하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잠시 여행한 거 말고 들러붙어 살아본 독일 도시는 베를린밖에 없는데 독일은 한국과 달리 수도에 뭐가 왕창 집중되어 있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게다가 지방마다 법도 다르고 자연 환경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고 말도 다른(한국보다 사투리 차이가 심하죠) 나라가 독일이다보니 가끔은 독일이라는 나라 하나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바이에른 따로, 베를린 따로, 작센 따로, 라인강 유역 따로 뭐 이런 식으로 나라 여럿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우리 나라도 지역별로 정치적 편차가 심하다지만 기사당이 50%넘는 득표율을 올리는 바이에른 주와 민사당이 50%가까운 표를 얻는 동베를린을 같은 나라로 보기도 힘들죠. 2001년은 프로이센 왕국이 들어선지 300주년 되는 해라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는 강연회다 특별 전시회다 축제다 해가며 분위기 잡았지만 뒤늦게 프로이센에 합병된 다른 주에서는 신경도 안쓰더군요.

처음 여기 왔을 때 신문이 중앙지보다는 오히려 지방지가 더 잘팔린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아마 독일 신문들의 판매 부수가 한국에 비해 낮은 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한 중앙지가 시장을 휩쓰는 게 아니라 고만고만한 지방신문들이 나름대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한 몫 하겠죠. 텔레비전의 지방 방송 채널에 의외로 충실한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도 놀라웠구요. 비교적 늦게 통일을 이룩해서 그런지 여러모로 각 지역의 특색이 참 뚜렷한 나라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다보니 언젠가부터 제 정체성을 독일 유학생이 아니라 베를린 유학생으로 규정하게 되었습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유학생은 아니지만 편의상 ^^). 독일 땅에서 베를린보다 북쪽으로는 한 발짝도 가본 적 없고 바이에른보다 서쪽으로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제가 독일이 맘에 드네 안드네 하면 그건 웃기는 노릇일겁니다(프랑크푸르트는 예외. 비행기 타느라...).

다만 베를린에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습니다. 처음 여기 오고 반 년간은 바이에른 가고 싶어서 맨날 남쪽 하늘 보고 울부짖었죠. 어학원 졸업 기념으로 큰 맘먹고 로만틱 가도 따라 내려갔다가 뻑 가버렸거든요. 노년기 지형이라 부드러운 한국 산맥들과는 달리 뾰족하게 솟아오른 알프스를 보고 "이럴수가...설악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아니었다니..."하고 좌절도 하고(그래봤자 독일쪽 알프스도 스위스쪽에 비하면 높은 게 아니었지만) 목에 달린 방울 딸랑거리며 풀 뜯는 소들 보고 "쟤들이 미친 소일까 아님 제정신일까"추측도 해보고 그림 엽서같은 산천 보며 "내 나중에 짝이 생기거든 꼭 여기 데리고와서 Heimatfilm을 한편 찍으리라" 맹세도 하고...그렇게 일주일 남짓 놀다가 베를린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당당하면서도 우아하게 솟아오른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고 "와...꼭 여왕님 같아"하고 입 딱 벌리고 감탄하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보니 절로 욕이 나오데요. "우쒸, 저딴걸 관광 자원이랍시고 세워놓다니!! 괜히 차 모는데 방해만 되니 확 쓸어버리지!!" 마침 브란덴부르크문이 수리중이라 가림막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이 가림막에는 헛걸음하게 된 관광객들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인지 브란덴부르크 문의 형상이 실물 크기로 덧그려져있습니다만...약올리는 효과가 더 큽니다). 베를린이 못생기기만 했음 말을 안해요. 더럽기도 하죠. 여기저기 공사한다고 어질러놔서 난장판인데다 길거리도 지저분하고 낙서 투성이고 마약 중독자들이 눈풀려서 구걸하며 돌아다니고...잘 가꿔진 정원에 창틀마다 화분이 놓인, 마치 인형의 집 같은 집들이 늘어선 anstaendig한 소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은 베를린에 와서 절규하기도 합니다. "여긴...여긴...내가 아는 독일이 아냐!!"

근데요...언젠가부터 이런 베를린이 편하더라구요. 무질서하고 난장판이고 지저분하고...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살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죠. 바로 그 어수선함에 베를린의 저력이 존재한다고 할까나. 베를린은 아마 독일에서 가장 tolerant한 도시 중 하나일겁니다. 외국인의 비율도 높고(동양인 지나가도 아무도 안쳐다봐주죠) 독일에서, 아니 유럽에서 동성애자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한때 냉전의 최전방이었지만 그런만큼 동서독 주민이 한데 뒤엉켜 살아가게 되는 곳이구요(taz 본사와 Springer 본사가 공존하는 곳 ^^). 도시 덩치가 큰데다가 동서 양쪽으로 갈려져있어 딱히 중심지라 할만한 곳이 없지만 그런 대신 각 구마다 전혀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곳입니다(베를린에도 antaendig한 동네는 있습니다 ^^ 서베를린 쪽 반제 호숫가처럼 고급 빌라 늘어선 동네들...).

되너의 탄생지가 베를린이라고 하죠? 개인적으로 되너만큼 베를린적인 음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되너는 전통적인 독일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키 음식도 아닙니다. 그렇게 빵에다 고기 끼워먹는게 정통 터키식 요리가 아니라는군요. 만약 터키인들이 자기네들 음식 문화에 곧이 곧대로 집착했다면, 혹은 먼저 와서 살던 독일인들이 소시지와 감자만을 고집했다면 되너의 성공은 없었을 겁니다. ^^


217.225.181.58geil: 글 잘 읽었어요.. 베를린 떠난지 5년이지만 레오폴드 플라쯔의 닭고기 되너가 아직도 생각난답니다.하하  [01/18-07:17]
217.87.82.39rostock: 자기 살고 있는 도시에 이렇게 지나친 자부심을 갖는 건 좀 유치한..  [01/18-18:50]
62.104.208.81하일트: 아, 그놈의 지방 방송 채널들이랑 지방지들이 멀쩡한 사람 Lokalpatriot만들기 딱이거든요. 세뇌당했다고 해야되나...하하...  [01/18-19:45]


80.133.58.131기러기: Re..지역 신문이 팔리는 이유는
.
당연히 각 연방마다 일어나는 일이 다르므로 그 지역의 소식이 중요하
고, 따라서 지역신문이 중요한것이겠지요.
.
저도 이런 지역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언제 이런 문제 한
번 적어 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각 지역에 계신분들이 그지역을 한국
의 눈으로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본-뒤셀-아헨 각각, 뮌헨, 슈튜트가르트, 라이브지히 등등 정도면 동서남
북이 됩니까? 아 중부의 카셀이나 기타 작은 도시들에도 좋은 이야기가
많을텐데...
.
베를린이 우리 한국사람에게 편하다는 말은 참 맞습니다. 베를린을 독일
이 아니라 유럽의 도시라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01/19-13:4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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