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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2004년 바이로이트에서 만난 성배기사 사무엘 윤 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935회 작성일 04-12-22 10:32

본문

이 겨울에 바이로이트 탐방기라니, 조금 뜬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7월말 이후, 엽기적으로 정신없이 지냈기 때문에 계속 정리를 못 하고 있다가

올해는 좀 안 넘겨보려고 작정하고는 좌정하고 앉아 작업을 했습니다.

 

 

01withfest03.jpg

 

 

2004년 7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축제 극장 앞입니다.
바로 이 앞에서 파르지팔의 성배기사 사무엘 윤 님을 처음 뵈었지요.

 

노래 실력만큼이나 매너도 좋고 사려도 깊은 분이셨답니다.
덕분에 바이로이트의 매순간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사무엘 윤 님의 모습이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는군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겠습니다.

 

 

02withfest02.jpg

 

 

"바이로이트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마치 축제 극장의 주인같이 보입니다.

저의 연출도 한 몫 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ㅡ_ㅡ^

 

바이로이트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여러분께 살짝 힌트를 드리자면,
바로 저 위치가 축제 극장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랍니다.
찍사는 물론 발코니 아래 내려가서 올려다보며 찍어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더!

 

 

03withfest01.jpg

 


 

올해 사무엘 윤 님은 2004년 개막작 '파르지팔' 성배 기사로 바이로이트에 데뷔하셨습니다

페스티벌 멤버쉽 카드를 목에 걸고 계신 모습이 이만저만 뽀대나는 것이 아니었죠.

 

 

04membership.jpg

 

 

이 신분증은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 내 '일반인 통행 금지' 구역의 통행증이기도 합니다.

적혀 있는 내용인즉슨,
'극장 구내 방문의 무제한 허용 (Der Besuch der Kantine ist unbeschränkt gestattet)'!
실로 저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부럽기만 한 특권이 주어지는 것이죠.

 

이 통행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 중에,
이렇게 바이로이트 축제 역대 지휘자들의 모습이 걸린 복도가 있답니다.

젊은 시절의 지크프리트 바그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등의 모습이 걸려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니 아껴서 맛있게 냠냠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05withdirigents.jpg

 

 

바이로이트 역대 지휘자 중 유대인이었던 '헤르만 레비' 사진 앞에서도 한 컷.

 

 

06withlevi.jpg

 

 

'바이로이트의 유대인'하니까 생각나는데,
지난 2000년에 방문했을 때도 눈에 띄었던 비문은 올해도 어김없이 시선을 끌더군요.

축제 극장 앞에서는, 그리 잘 눈에 띄진 않지만 이런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07judae.JPG

 

 

배경으로 축제 극장이 잘 보일 겁니다.

 

이 문구에서는 나치 체제 하에 희생된 바이로이트 가수 두 명을 추모하고 있지요.
출생지 및 출생연월일,
바이로이트에서 노래한 연도,
그리고 나치에 의해 사망한 장소와 연도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오틀리에 메츠거와 앙리에뜨 고틀리프가 비문의 주인공이죠.

 

자세한 내역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유대인 혐오와 히틀러 동조라는 혐의와 어떻게든 결탁되지 않을 수 없던
민감한 과거사를 명백히 의식하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이 비석은 노골적으로 전면에 보이지 않지만,
물론 축제 극장 근처를 산책하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놓여있지요.

 

이제 다시 '일반인 통행 금지' 구역으로 돌아가볼까요.
원님 덕에 나팔 불며 저 역시 이 구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은,
신분증을 제 목에 대신 걸어주신 사무엘 윤 님의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신분증을 들고 의기양양 기세등등해서 완전 신나버렸답니다.

올해 개막작 파르지팔에서 쿤드리 역을 맡았던 미셸 드 영과 한 컷!

(...보여드리려다가 별 영양가도 없는 제가 등장하는 사진은 생략하고 지나갑니다.)

 

제 키는 167cm, 여자 키로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닌데도 우리의 쿤드리 옆에서는 단신으로 보이더군요.

카타리나 바그너 옆에서도 단신으로 보이긴 마찬가지였더랍니다. ㅠ_ㅠ

 

미셸 드 영은 거구이긴 하지만

직접 보면 아주 매력적이고 풍부한 표정을 가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겨울에 메트에서 연광철 님과 탄호이저 타이틀 롤을 맡는다는 등의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 한창 공연 중일 것 같군요.

 

이 쿤드리는 아주 살가운 성격의 소유자여서,

다음 날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먼저 알아보고는 반가와 해주었답니다.

 

그날 공연 표도 없고 해서 라이프치히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더니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갑을 뒤적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머, 이걸 어쩌죠. 나 표 많았는데... 다 줘버려서 이제 남은게 없으니... 뒤적뒤적...'

 

 

09withkundry.jpg

 

 

사무엘 님과 함께 다니면서 즐거웠던 또다른 점은

이렇게 파르지팔의 주역들을 만나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점입니다.

 

페스티벌 개막 이틀 전,

약 20분 동안 축제 극장을 누비는 사이에,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 연출가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

파르지팔, 쿤드리, 암포르타스를 비롯하여

리하르트 바그너의 증손녀 카타리나 바그너까지 줄줄 만났으니 운도 좋았죠.

사무엘 님과 함께 다녀서 그런지 다들 반갑고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끌어안는 수준으로 밀착해서 포즈를 잡아주더군요.

 

'What a life!', 아니, 'Was für ein Leben!'을 외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음악계 유명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은

과도한 염장샷이 될 터이니 차마 자제하렵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사무엘 윤 님과 함께 찍은, 훨씬 영양가 있는 사진들을 보여드릴게요.

 

 

08withregie.jpg

 

 

문제의 연출가 슐링엔지프.

깡마른 체구에 생각보다 인상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날따라 무척 기분이 업! 되어 있었죠.

 

천편일률적으로 모두들 자기를 욕만하는게 아니라,

간혹 좋게 봐주는 평론가도 있었다는 겁니다.

즐거움의 원인이 이토록 소박할 수가... ㅡㅁㅡ;;;

 

저는 그런 문제작을 만들어내는 깡다구를 가진 사람들은

욕먹는 걸 즐기는 용감한 부류인 줄로만 생각했더니,

다들 생각보다 언론의 반응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들 역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칭찬에 기뻐하고 험담에 실망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0witham.jpg

 

 

암포르타스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패션이랑 스타일도 멋지고 매너도 좋고 호감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피에르 불레즈, 파르지팔 (본명 까먹었슴다), 카타리나 바그너 등과는 저만 함께 찍었더군요. 아쉽습니다.

불레즈 아저씨는 아주 선하고 온화한 인상을 가진 할아버지였습니다.

 

이 날은 게네랄프로베였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장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표 구함 (Suche Karte)'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아주 애처로운 표정으로...

저도 표 없이 방문한 적이 있는지라 그 심정 너무 절절히 잘 압니다.

 

거기에 대고 사진 찍기 매우 미안했지만

이 장면에 너무나 삘이 꽂힌 나머지, 그래도 찍었습니다.

 

 

12suchekarte.jpg

 

 

게네랄프로베라고 해도 구하기 무지 어려운 입장권.

이 표는 이런 모양으로 생겼답니다.

귀한 표이니 아껴가며 또 한번 맛있게 냠냠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13eintrittkarte.JPG

 

 

받아들고 무지하게 뿌듯했습니다.

사무엘 님께 거듭 감사드릴 뿐입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정식 입장권이 너무나 구하기 어려우니,

사람들이 본부 측에 게네랄프로베 표는 어떻게 구하냐고 문의를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페스티벌 홈페이지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써있기도 했답니다.

'게네랄프로베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관객으로 자리를 가득 메우냐고요?

우리도 정말 알고 싶어요. 불가사의한 일이지요!'

 

게네랄프로베의 관객은 보통 솔리스트들, 단원들, 스탭들과 그들의 친지,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인터미션 때는 사무엘 님과 친한 솔리스트들,

예를 들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에릭 역 가수 등과 공연이 어땠다느니 떠들어대기도 했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부르짖어봅니다. 'Was für ein Leben!'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기간 중에는

바그너의 악극을 위하여 이곳 방문객들의 시계가 돌아가기 때문에

인터미션도 무려 1시간 씩이나 됩니다.

 

바그너의 악극은 아주 긴데다가 듣는 사람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니,

인터미션이 1시간이나 되는 것도 참 좋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에릭(본명 까먹었습니다)같은 수다쟁이랑 공연에 대해 떠들 수도 있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축제 극장 주변 공원을 산책할 수도 있답니다.

 

축제 극장의 외관과 내부, 바그너 동상 등 모습은 이미 잘 알려져 있을테니,

대신 주변의 예쁜 경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4stichfest01ss.jpg

 

 

이 겨울의 한 가운데서 다시 보는 짙푸른 녹음,

연못에 드리워진 버들, 유유히 헤엄치는 빨강 물고기, 연잎 등이

마치 실재하지 않았던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바이로이트의 매 순간을 가득한 즐거움 속에서 만끽하게 해주시며

올 여름의 멋진 추억을 제공해주셨던 사무엘 윤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훌륭히 해내셨듯이 앞으로의 건승 또한 간절히 빕니다!

추천26

댓글목록

mia님의 댓글

mi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arsifal 역은 Wottrich Endrik, Prof  Wuerzburg 음대 젊은 교수님 입니다. 여름에  바이로이트에서 리더아벤트도 하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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