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237명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지금 내 날씨는 맑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m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676회 작성일 04-12-15 14:09

본문

지금 시간 새벽 5시 9분.
칭얼대는 아가를 달래고 분유먹이고 재우고나니 이 시간이다. 남편과 아가는 지금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몇 시간 뒤면 우리 아가가 태어난지 딱 100일이 된다. 100일전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기..
배의 선명한 수술자국이 그 때의 느낌을 되살리는 듯하다.
...
한국을 떠나온지 1년 7개월에 접어들었다. 3년간 다닌 회사일에 어느정도 염증을 느끼던 터라 남편의 유학은 회사를 중단할 좋은 빌미가 되었다. 승진을 눈앞에 두고도 미련없이 결혼과 동시에 회사일을 접었다. 한국을 떠날때의 그 기분이란.. 또한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했을때의 그 기분이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과 낯선 것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 아마 모든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지 않나싶다.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과 이젠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에 안고 어학과정을 차근차근 시작했다. 처음엔 어린아이마냥 모든 것이 즐거웠고 신기하기만 했다. 적어도 아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임신을 알았을 때 사실 희비가 교차했다. 뱃속에 새 생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일이었지만 하고싶은 일이 해야할 일이 저만치 있는데 여기서 중단해야하나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학원의 마지막 코스를 마치고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도로 DSH를 보고 한국에서의 학업을 인정받아 대학원 입학 시험도 보게 되었다. 운좋게 시험들을 통과하고 보니 아가가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당장 봄에 학업을 시작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되어 남은 임신기간동안 즐겁게 지내고 9월에 아기를 낳았다. 남편이 잘 도와주면 가을 학기는 무리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에 산후조리는 뒤로 한채 10월에 학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왠걸... 아기가 뱃속에 있을때가 제일 편하다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고생이라는 어느 선배 아줌마의 얘기가 뼈저리게 실감되었다. 육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터라 더구나 첫아기인지라 아가의 조그만 반응에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애기엄마들은 이 심정 알꺼다.) 모든 인터넷 사이트 샅샅이 뒤지고 도서관에서 육아책 빌려놓고 시어머님, 형님께 전화하고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의 독일어는 더이상 학업용이 아닌 아가 데리고 소아과 가고 아가용품사러 다니는 육아용으로 바뀌어 있었고 나의 '유학일기'는 어느새 '육아일기'로 변해있었다.

그래도 독한 마음 먹고 지난 두 달간 학교를 다녔다. 학교가 버스타고 기차타고 가야하는지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오후 늦게까지 수업듣고 왔다. 그러나 추운 날씨탓인지 몸에 무리가 생기고 남편의 학업도 자꾸 늦어지고 아가가 보채는 날이 점점 늘어가는 터에 밤에 잠 못자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고민끝에 결정을 내렸다.

지난 주 교수님과 면담하고 다음학기 휴학을 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 다니던 수업들도 접었다.
사실 내년에 다시 학업을 시작한다는 기약도 없다.

한동안 우울해졌다. 유학나온 부부가 애기 생기면 한 사람은 학업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내 얘기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시 며칠이 흘렀다. 집에 있으면서 아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편 식사와 집안일에도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동안 나와 아가를 돌보느라 몰라보게 여위어진 남편에게 정말 미안했다.

아가는 곧잘 방긋방긋 웃고 엄마 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결정을 잘 했던 것 같다. 학업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아가 키우는 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아가에게 듬뿍 애정을 주고 남편 내조해주고 남는 시간은 서서히 잊혀져가는 독일어와 영어공부나 다시 해야겠다.

지금 내 날씨는 '맑음'이다. 앞으로 내 삶에 흐린 날, 비 오는 날도 있겠지만 계속 맑음이기를 희망해보고 맑게 살겠다고 속으로 다짐해본다.
추천19

댓글목록

schein님의 댓글

sche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이 글을 읽다보니...저랑 너무나 비슷한 상황이라...이름까지...(전 끝자가 민이거든요..^^) 저두 1년7개월됐구요...이제...암튼 모든 상황이 같네요....얼마전에 비슷한 글도 올렸었는데...
다른건 전 휴학준비중에 아기를 가져서...거의 아기낳고 여기 생활을 시작한거 말고는...^^
저두 9월에 수술해서 낳았어요..ㅋㅋㅋ 딱 1년  차이네요...
저는 당장 같이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조금은 접고 와서 그런가....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여러 생각들이 힘들긴 했지만....공부고 뭐고...이러다 두명 뒷바라지하다가 한국 가야되는 거 아닌가 하구요...^^
비록 어학공부말고는 본격적인 공부는 못하고 있지만...또다른 행복으로 살고 있답니다...
그리?조금씩 천천히 준비할려구요....아이가 커가는 것과 함께....
내 공부는 조금 미뤄져도 되지만...우리아기의 시간들은 한번이니까...

백일이라구요??? 저희두 가끔 예전의아기 사진을 보면서...웃곤 하는데....그때도 너무 이뻤는데...
지금은 더 이뻐요....걸어다니면서 사고는 많이 치지만....^^

님도 분명히 행복하실 꺼예요....그쵸?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13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9 12-24
212 유학일기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5 12-22
211 유학일기 ju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5 12-19
열람중 유학일기 m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7 12-15
209 유학일기 열심히살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0 12-15
208 유학일기 cel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6 12-13
207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3 12-10
206 유학일기 드레스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0 12-08
205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2 12-08
204 유학일기 윤준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1 12-06
203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5 12-03
202 유학일기 sche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2 12-01
201 유학일기 줌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7 12-01
200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6 11-28
199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9 11-23
198 유학일기 hanlbog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3 11-22
197 유학일기 쮸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0 11-21
196 유학일기 hanlbog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73 11-20
195 유학일기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3 11-18
194 유학일기 한생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4 11-17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