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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안개가 자욱한 어느 새벽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cel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566회 작성일 04-12-13 10:25

본문

만 스무 살.
오늘로써 나는 10대를 확실히 벗어났다.
더이상 어린아이인 척, 마냥 어리광을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유년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겐 '생일'이라는 것에 대한 의의가 사라졌다.
어서 어른이 되었으면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세상을 꿰뚫는 눈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헤쳐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싶었다.
지금...
내 자신을 찾아 방황하고 고뇌하는 사춘기의 시기도 이미 지났고, 청소년이라 이름불릴 수 있는 시기도 지나버렸건만, 나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니 이렇다할 어떠한 해답을 발견하기는 커녕 점점 더 큰 수렁에 빠져들고만 있는 듯 하다.
아무것도 성숙되지 못한 채 열여덟이 되고, 열아홉이 되고, 스무 살이 되고...
이제 나이듦이 두려워진다.
다시, 내 나이 만 스무 살.
나는 이제 어른일까, 진정 어른이 되었는가.
너무나도 미성숙하고 무책임하고, 어리석기만 한 내 자신을 갑자기, "어른"이란 존재로 인식하기엔 무언가 껄끄러운 느낌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한 질문이 언제나 나를 괴롭힌다.
사람의 짧은 한 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일까?
가끔, 데미안과 같은 존재에 기대고 싶다.

바깥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밤 열두 시가 되기를 기다려 내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 고마운 친구들을 배웅하는 길에 잠시 밤바람을 쐤다.
짙은 안개에 감싸안긴 새벽, 신호등이 몽롱하게 붉게, 다시 푸르게, 바뀐다.
나는 안개가 좋다. 모든 사물이 꿈 속처럼 부옇게 흐려지는 안개 속이 좋다. 촉촉하고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는 느낌도 좋다.
동화 속 같은 안개 속에서 한참 그대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늦은 시간 혼자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미친년(?) 같기도 하고 무서움증도 일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때로는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허공에, 내 자신에게 주저리주저리 하소연을 늘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쓸데없이, 두서없이, 산만한 글을 써본다. 부끄럼움은 잠시 잊어두고...
내일 아침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게 분명하다.

괜히 안개탓을 한다.
추천16

댓글목록

celli님의 댓글

cel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김...으로 시작하려다가^^... 나디아님, 답글 감사드려요. 우선 감사드린다는 말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요. 음- 어렸을 땐 아무 생각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음악가가 되고 싶어했어요. 피아노를 배울 땐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바이얼린을 배울 땐 바이얼리니스트가 되고 싶어 했죠. 음악이란 무엇이고 예술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보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음악가가, 연주가가 되고 싶어했어요. 지금은 서양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 때는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의 구분이 없었던 듯 싶어요. 판소리라든지 가야금을 해 보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었으니까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그렇게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악기 연습하는 것보다 그림 그리고(낙서^^), 글 쓰고(이것도 낙서^^), 가벼운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저 즐기는 것일 뿐, 음악은 내게 숙명적으로 느껴졌었나 봐요.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독일까지 오게 되었네요. 그래서 뒤늦게서야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살면서 주변을 돌아볼 때, 음악이 사치로 다가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는 비싼 돈 들여 분위기 내면서 듣는 음악보다 우선 "빵"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다른 길을 찾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생각만-_-;;) 언제나 "인생은 아름다워" 모드로 살아가던 제가, 자주 우울증에 빠졌었어요... 믿거나 말거나^^... 지금은 그냥 이렇게 간단히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하는 음악이 사치로 보여지던, 정말 사치에 불과하던, 이왕 선택한 길, 끝까지 가자! 할 줄 아는 게 이 것 밖에 없는 데 어쩌겠어요^^  으악~ 도대체 무슨 말을 해대고 있는 것인지ㅠ.ㅠ

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서부터 본능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었다. 라는것 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애정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만큼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보아요. 여담이지만, 전도하시는 분들, 제게 이렇게 이야기하시죠. '하나님은 살아 계십니다.(존재합니다.) 믿으세요.' 하지만 그것은 말이 좀 안되지요. 존재의 사실을 믿는 것과 신앙심(믿음)을 가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거든요. 신앙심이란 신에대한 절대적인 사랑(혹은 애정?)에서 시작 되는 것이니까요. 그것은 요구에 의해서 발생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되어지는 것이지요.

일단 하나의 결론으로, 자신이 숙명적으로 느끼게되는 어느 무엇에대한 떨칠 수 없는 애정이라는 것,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사실 인생에서 이러한 것 하나를 찾아냈다는 것 만으로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예술학도로서, 예술행위가 사치로 느껴지 것은 대다수의 많은 학도들이 한 번씩은 부딪히는 것일겁니다. 특히 소위 왼쪽으로 표현되는 진보주의자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의식주에대한 인간 기본적인 생산활동과 그것의 균등한 분배행위를 제외하고 모든 것은 사회에서 필요없는 사치로 규정지어지게 됩니다. 말도 안돼는 것이죠.
사회의 형태를 규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이끌기위한 (법과같은 것) 노력은 물질을 생산하는 육체적 노력이 아니라, 이성의 논리적 활동이라는 정신적인 것이죠. 그러한 것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더욱 큰 힘이되는 것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온라인 어느 사이트에 가입을 할때 여러 질문을 받지요. 이름, 성별, 직업, 전화번호.. 그러면서 빠지지않는 것 중 하나가 취미일 것입니다. 그것은 삶에 있어서 빵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세상은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고, 배고픔을 모르고 살수 있는 세상이 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이것 인정하면서 약육강식의 횡포를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빵 한 조각이 필요한 사람에게 빵을 배풀 수 있는 온정만큼 중요한 것이,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의식의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대한 올바른 통찰력 말이죠. 세상의 불합리함에 힘이 담긴 목소리를 낼 수있는 가치관, 의식의 형성,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분명히 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치란 분수를 넘는 겉치례라는 의미죠. 예술이 사치라면 그것은 정신적 사치일 것입니다. 정신적 사치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에대한 떨칠 수 없는 애정이 표현이겠지요. 저는 그것을 유치하다거나 하는 어떠한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술(음악 미술 통틀어서)을 하는 사람의 감성은 일반적인 무엇과 특별하기에 예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봐요. 예술하는 사람에게 일반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던지는 것을 봐요,

쟤는 예술한다는 애가 어쩜 저렇게 센스가 없니..
혹은..
어떻게 저런 것을 보고(읽고)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가 있어? 저렇게 감수성이 없어서 어떻게 예술을 하니...

그러다가고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 특별한 무엇을 끄집어내는 것을 보면 또 이렇게 이야기하죠.. "역시~" .....,ㅡ,.ㅡ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세계가 있다고 했지요, 그 의지의 세계는 플라톤의 '이데아'일지도 모르죠. 플라톤은 이데아, 그 원류에 대한 동경을 향수라고 했다지요. 벤야민을 지나와 현대에서 개인이 추구한 이데아는 세계의 이데아와 일체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이데아(신)은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자신을 분해 시켜 놓은 것이 세계라는 자연이고, 그 자연 속에서 이성을 지닌 인간의 노력(철학적?예술적?)이란 것이 결국 신이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이라나...
하지만 쪼개어진 존재들, 우리들, 그 모두들은 개체성(고유성)이 있고 그 성질들은 모두가 하나가 될 수는 없도록(일체의 화합) 짜여있다고, 그래서 세상이 하나로 화합이 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들 각자가 추구하는 이데아에 대한 노력이 모여서, 어우러져서 세계의 이데아로의 간다나 뭐라나.. 다분히 횡설수설이었습니다.

책을 옆에 끼고 와인 한 잔... 이건 .. 허름한 옷에 목욕하지 않은 꾀재재한 모습으로 벽에 낙서나하다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을 지건(바스키야)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개별성과 고유성이라는 것, 그것은 소위 '존재'나 '본질'이나 '내적이 무엇'으로 표현되는 것들, 그것이 예술이나 감성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것,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도 이렇게 말한 적 있지만, 강한 나만의 내적인 본질(존재? 뭐 이런 것들)은 외향성(외적으로 분출하려는 힘)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외적으로 나만의 어떠한 결과(외모나 스타일, 행동등 뭐 책을 옆에끼우고 와인 한 잔..이런 것)를 가져오겠지만, 그것(외적 결과)은 일종의 상징적인 것이지, 외적인 것이 본질과 등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이 다소 꼬이고 길어졌는데..
저는 타인들이 저를 보고 단정짓는 무엇에 신경쓰지 않는답니다. (제 외모, 성격, 말투, 옷 스타일, 단적인 면을 보고 그들이 판단한 제 예술세계?)
물론 그러한 것들에 의해서 제 예술에 대한 이상이 깨져버리기도 하고 다시 형성되기도 합니다만..
저는 플라톤의 이야기 '향수란 원류에 대한 동경'이란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죽는 그 날 까지 아마도 떨칠 수 없는 그 향수는 아마도 예술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머나먼 원정 속에서 추구하는 것들은 계속 스스로에 의해 비판받겠죠.
그렇게 나의 감성도 깨어지고 다시 형성되고 변하고 커지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일부분을 여전히 미숙한 유아로 남겨두는(혹은 방치하는)것인지도 모르겠어요..

celli님의 댓글

cell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되었어요. 한 번은 레슨 시간에 제 실기교수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려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선생님께선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시더군요-.- 우울증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다스려야 한다...구... -_-;; 대니얼 골먼의 '감성지수' 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어요. 독일어로 읽기엔 무지 재미가 없더군요.

 저희 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현명한 질문을 해야 현명한 답을 얻는다, 였는데 아마도 그 때 제가 던진 질문은 그리 똑똑한 것이 못 되었었나 봐요. 썩 좋은 답을 얻었던 것 같진 않았어요.
 아무튼 그 뒤로 선생님께 인생상담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답니다^-^

 연관성 없는 이야기이지만...많은 사람들이 종교에서 삶의 진리를, 구원을, 위안을 찾고 있잖아요. 특히 타향살이 하며 의지할 곳 없는 유학생이란 신분이 더욱 종교로 이끄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많은 부분을 신께 의지하고 있지만, 교회의 위선이라든지 강요되는 믿음, 구속 같은 것들이 싫더라구요. 집단이기주의의 산물 같기도 하고... 제 성격이 비뚤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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