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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치과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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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266회 작성일 04-11-28 09:44

본문

드디어 사랑니 뽑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가며 치료실에 들어서니 의사조수가 대뜸 묻는다.

"아기 먹일 젖은 미리 짜 두셨어요?"
"아- 네."

어제 밤에 대충 짜다 말았기에 대답이 흐지부지 작아졌다. 유축기에 문제가 있는건지 가슴에 문제가 있는건지, 아니면 짜는 기술이 부족한 건지 아기는 무럭무럭 잘 크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유축기로 짜면 도통 젖이 안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젯밤에도 유축기 들고 씨름하다 말고 '애라, 모자란 것은 분유로 채우지 뭐.' 하고 그냥 자버렸던 것이다.

치과 시술대에 앉으니 지난번에 찍어둔 내 이의 X-레이 사진이 탁자위에 걸려있다. 의사를 기다리며 검고 흰 그 이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까 평소 이에 대한 자신 만만이 푹 수그러들었다. 흉칙한 그것이 내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 사진에 뚜렷하게 '목로주점' 하고 이름이 쓰여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의사가 나타나서 "참 좋은 날, 이를 뽑는 날입니다." 하고 인사를 청한다. "젖은 미리 짜 두셨나요?"
"아, 예..."
악수 할 때 보니 의사의 손이 얼마나 큰지 거의 내 손의 두배이다. 얼른 팔뚝을 확인하니 역시 내 팔뚝의 2배이다. 안심이 되었다. 저 팔뚝이면 담번에 확- 빼내어 버리겠지?

의사가 빼어든 주사바늘이 눈 앞을 오락가락하기 시작하자 그만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언제 이를 뽑을까? 달그락거리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 조수가 "이제 좀 기다리세요"해서 다시 눈을 떴다. 이 의사는 그새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마취가 완전히 돌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일까?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계속 진정이 안되고 이뽑을 때 아프지 않을까, 뽑고 난 뒤에는 안 아플까 걱정만 되었다.

옆에 서서 같이 의사를 기다리던 조수가 나더러 입술 감각이 komisch해졌냐고 묻는다. 이 동네 사람들 komisch란 말 되게 좋아하네. 독일 온 첫 해, 천방지축으로 바뀌어서 종내 감을 잡을 수 없던 베를린 날씨에 대해 독일 사람에게 아주 얌전하게 불평을 하였는데 여대생이었던 상대방이 맞장구를 치면서 날씨가 komisch 하다고 할 때만 해도 그냥 '웃겨-'정도로 알았는데 그런 뜻만은 아닌가보다. 얼마 전 큰 애가 수두에 걸려 소아과에 전화 걸어 아이 몸에 발진이 생겼다고 하니 전화 받은 간호사가 간난아이가 아픈 것으로 착각하여 komisch' 라고 했다. 나쁜 뜻으로 쓴 것 같지는 않았고, 여기서는 normal이 아닌 것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 komisch인가?

의사가 돌아와 본격적인 이뽑기 작업이 시작 되었다. 왱-왱- 각 종 기계음이 귓가에 들려온다. 눈을 감았으니 무슨 연장을 사용하는 중인지는 모르겠다. 충치 긁어낼 때 나는 그런 소리 같기도 하고..

사랑니를 뽑을 때 제일 싫은 것은 뽑고 난 뒤 이가 있던 자리에 생긴 구멍으로 밥 먹을 때 마다 밥풀이 들랑날랑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밥상 물리고 한참이나 지난 뒤 갑자기 구멍에서 튀어나온 밥풀이 입속에 씹히면 그걸 삼켜야할지 뱉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볼따구니 밥풀도 뜯어 먹은 우리 흥부님네를 생각하면 삼켜야겠으나 이미 밥맛이 다 떨어진 상태라..

그 다음으로 싫은 것이 이를 뽑을 때 들리는 소리이다. 물런 마취가 되어 있어 감각은 없으나 사랑니가 워낙 커서 뽑을 때 '우지끈' 하는 이를 뜯어내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 들을 때 마다 소름이 돋았다.(이 소리를 이제껏 두번 들었다). 아직 뺀찌로 이를 잡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귀 속에는 '우지끈'하는 헛소리가 벌써 울리고 있다.

언제 '우지끈' 하려나 가슴을 졸이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입술에 머리카락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간다.

'어, 이거 실 아냐?'

슬쩍 눈을 떠 보니 분명 의사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언제 이를 다 뽑았지? 그리고 이 뽑은 자리를 실로 봉해 버리네. 잇몸에 난 구멍으로 밥알이 들락거릴 일은 없을 모양이다.

의사가 다 되었다고 해서 눈을 떠 보니 이가 산산조각이 되어 뽑혀 있었다. 이에 워낙 큰 구멍이 있어 단번에 뺄 수가 없었다고. 무리해서 힘을 주면 이가 부셔져버릴 지경이어서 잘라내어 뽑아냈다고 한다. 아까의 왱왱거린 소리는 전기톱이었나보다.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우습게도 약간 실망이 되었다.

일주일 후 실 뽑을 약속을 정하고 병원을 나서니 입술이 탄다. 긴장해 바삭 마른 입술을 활짝 크게 벌려 시술을 받았기 때문에 입술이 갈라져 있었다. 마취 때문에 그걸 못 느꼈을 뿐이다. 앞으로 치과 가기 전에는 꼭 미리 입술 유연제를 바르고 가야지.

서둘러서 수퍼에 장보러 갔다. 얼마전 집 근처에 Reichelt라는 큰 수퍼가 개점을 하였는데 거기 정육코너와 소세지 코너는 항상 긴 줄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베를린 수퍼 중에 가장 질 좋은 고기를 파는 곳이란다. 알디 매니아인 나는 그 고급 수퍼의 야채는 가격표만 구경하고 돌아서지만 고기는 거기서 가끔 산다. 그 줄에 끼어 아이가 잘 먹는 살라미를 조금 사고 나니 바로 옆에 생선코너의 생선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일반 수퍼의 생선 코너는 주로 이미 구워놓은 생선이나 샐러드, 끽해야 훈제된 연어 슬라이스 같은 것만 파는 것을 보았기에 한번도 일반 수퍼에서 생선을 산적이 없었다. 당연히 생선코너는 쳐다보지도 않고 항상 지나쳤다. 동네 광장에 장이 설 때나 생선차에서 날생선을 샀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수퍼가 막 개장을 하여 물건이 많은 건지 생선코너에 오징어도 있고 이것 저것 제법 고기가 많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 입 속에 피비린내가 나는 참이라 다 그림의 떡이었다.

점심 때 아이나 구어 줄려고 Hering 한토막 샀는데 이런, 하필 그 토막이 채 100g도 안되어 겨우 50센트였다. 그런데 점원은 그걸 비닐에 산 후 다시 냄새가 차단되는 특수 은박포장에 밀봉처리하여 가격표룰 붙인 후 건네준다. 안에 들은 생선보다 포장이 더 비싸게 먹히겠군. 내륙지방 독일사람들 비린내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잇몸이 다 아물면 다시 와서 포장지가 아깝지 않을만큼 사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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