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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조건-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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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249회 작성일 04-11-23 08:00

본문

대학교 1학년 첫학기 때 '심리학 개론'이라는, 전화번호부 만큼 두꺼웠던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교양과목을 들은 일이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보다 글자 크기는 훨씬 작고 지면은 훨씬 더 넓은 그 책을 과연 한 학기 내에 다 배울 수 있을까 걱정하며 강의실에 들어 갔었다. 그때까지도 난 암기 위주의 공부 방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 책을 쳐다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왔다. 게다가 하필이면 첫 시간에 배운 내용이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조건-반사설 이었다.

명색이 대학교 수업인지라 책제목도 한자로 쓰여 있었지만 칠판에 쓰인 심리학자들 이름도 한글이 아닌 원어였는데 아니 저런, 강사가 스펠링을 모르나? 분명 프로이트라고 말하고선 왜 Freud라고 썼지?

하긴 프로이트가 독일사람인지도 몰랐으니 (아마도 강사는 얘기했는데 내가 한귀로 흘렸겠지) Freud가 독일어인지도 몰랐다. '저렇게 엉터리 스펠링이 어디있어?' 하며 책을 들여다보니 역시 조건-반사설, Freud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도대체 왜 이걸 프로이트라고 읽는걸까? (난 고교 때 제2외국어가 독어가 아니었다. )
중간고사는 다가오는데 심리학 노트만 펴면 첫 장부터 그 이상한 스펠링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거 궁금해하다 시험공부 제대로 못하여 결국 그 과목 D 받았다.

그래도 그게 대학교 첫 수업이었던지라 조금은 그 내용이 생각난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 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 먹이를 안주고 종소리만 들려주어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뭐 그런 이론이었는데 프로이트가 직접 개 데리고 실험을 했다나 어쩧다나…

우리 산이에게 딱 적용되는 이론이다. 무슨 아기가 목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울다가도 목욕물에만 들어가면 울음을 딱 그치고 ‚ 아, 시원-하다’ 하는 표정으로 흐믓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에 애가 칭얼대면 아기욕조에 목욕물부터 받는데 언제부터인지 애가 목욕물 받는 소리만 듣고도 울다가 뚝 그치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산이를 알았더라면 개 대신에 산이 데리고 실험 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멍청한 개를 데리고 연구를 해야했을 불쌍한 프로이트! 이름과는 달리 그리 즐겁지 않았을꺼야.

산이 목욕에는 욕조가 두개가 쓰인다. 목욕물과 헹굼물. 태어나서 갓 퇴원하여 집에 왔을 때만 해도 바가지에 헹굼물 받아 놓고 애를 담그었는데 이제는 빨래 담는 큰 다라이가 헹금물 욕조가 되었다. 아기가 아직 혼자 못 앉으므로 미리 받아 둔 물에 넣었다 빼는 방법 이외에는 헹구어 줄 요량이 없다. 큰 애 때는 어떻게 하였더라? 분명 욕조 두개 나란히 놓고 쓰지는 않았는데… 도통 기억이 안난다. 애기 낳을 때마다 기억력이 10%씩 감퇴한다더니..

목욕물에 Oelbad를 푼다. 처음엔 신생아 때 피부가 너무 건조하여 (모든 신생아는 피지분비를 못하므로 살갗이 무척 건조하다) 오일제품을 골랐는데 (모든 아기 목욕 제품및 화장품이 다 유분이 많다는 것은 그 다음에 알았다. ) 물에 풀고보니 거품목욕제였다. 눈에 거품이 들어갈 뿐 아니라 입에도 들어가므로 처음엔 당황하였으나 어련히 아기제품을 안전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믿는 마음으로 그냥 사용한다. 퐁퐁으로 닦은 그릇을 물에 안 헹구고 그냥 마른 행주로 말려내는 독일사람들 처음 봤을 땐 나도 기절하는 줄 알았다. 더우기 그 그릇들이 유치원 꼬마들이 사용하는 식기였음에랴! 다 배울만큼 배운 엄마들이었는데도 그랬다. 독일의 퐁퐁은 인체에 해가 없다는 말을 그 후에 들었지만.

산이가 거품도 좋아하고 따로 머리 감기고 세수시킬 일 없이 그냥 그 물로 한번에 끝낼 수 있으므로 만족하고 있다. 아기가 목욕을 좋아하니 나도 아기 목욕시키는 것이 즐겁다. 큰애 때는 항상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이 허둥지둥 목욕을 끝냈었는데..

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 할 때였다. 같이 살던 올케언니가 큰 조카를 낳았는데 무엇이든 보증수표처럼 확실한 모범생 올케는 조카애 목욕 시킬 때가 되면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온 집안의 실내온도를 높이고 아기 이불 위에 갈아 입힐 옷들과 기저귀를 펴놓고 가루분도 손에 닿는 위치에 두고 아기를 물에 넣는 순간부터 다시 옷 다 입을 때까지 원-고로 착착착착 갈 수 있게 미리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어른 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목욕을 시켰는데. (아기는 벗었지만 어른들은 옷을 입고 있었으니 한증막에 옷 입고 들어갔다고 상상하면 된다.) 그리고 젖은 거즈 수건으로 아기 입 안을 닦는 것으로 목욕을 시작하였다. 당연히 수건이 입안에 쑤셔들어와 지는 순간부터 아기는 울었다. 그걸 보고 우리 어머니 왈,

"난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면서도 한번도 수건으로 입안을 닦아 준 적이 없는데 헛 길렀구만"
"어머니, 이렇게 입안을 닦아 주어야 아기가 아구창이나 구강염에 안 걸리구요, 커서도 칫솔질 하는 습관이 빨리든데요."

그때만 해도 난 젋은 올케가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느긋하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 엄마가 틀린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우리 삼남매는 모두 건강하게 잘 자랐으니. 그래서 난 아길 울리는 입 속 청소 대신 거품을 발에 적시는 것으로 아기목욕을 시작하고 예비 칫솔질 연습은 생략해 버렸다. 목욕 시간의 우리 산이는 행복하기만 하다.

목욕이 끝나도 즐거워 하는 산이를 위해 1-2분 정도 더 물 속에 지체하다 건져내어 타올로 꽁꽁 둘러싸서는 기저귀 가는 Kommde 위에 눞힌다. 이어지는 맛사지와 체조.

몸통 앞, 뒤로 베이비로션을 펴 발라주며 문지르고 다리 운동을 시킨다. 기껏 해봐야 쭉-쭉- 쭉쭉쭉 다리를 펴주는 정도지만 산이는 그것도 참 좋아한다. 처음에는 낑낑, 꽁꽁 거렸는데 이제는 기지개 펴듯 시원한가보다. 가만히- 있는다. 뒤집어 눕히면 또 꽁꽁, 낑낑거린다. 개구리처럼. 머리를 처들려고 용을 쓰다 입에서 먹은 젖을 게워내면 작은 입에 크림이 묻은 양 귀엽기만 하다.

둘째를 키우며 새롭게 터득한 중요한 사실!
"아기 엄마는 절대 당황하면 안된다."

아기들은 엄마가 허둥되면 용케도 안다. 그래서 아기도 같이 불안 초초해 하고 더 크게 우는 것이다. 아무리 무슨일로 아기가 깜짝 놀라서 울어대도 엄마가 큰일났다는듯 열성으로 달래는것 보다. 사실 아무일도 안 일어난 듯 느긋하게, 대수롭지 안은 듯 연기를 하면 (우는 아기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디 편안할 수 있으랴) 아기가 더 쉽게 진정하는 것 같다. 오늘밤에도 조용히 잘 자주는 산아, 고맙구나!
추천6

댓글목록

윤준영님의 댓글

윤준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기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방용 식기 세제는 한국제품도 먹어도 됩니다. 단 우리나라는 세제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기 때문에 먹지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집의 주방세제를 한병 마시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 왈...  "물 많이 먹이고, 집에 가면서 박카스 한병 사먹이세요"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렇군요. 한국의 트리오나 퐁퐁도 먹어도 되는군요. 그것도 모르고 제 주변 청결녀들(우리 언니를 비롯한 프로 주부들) 세제로 닦은 식기를 3번까지 헹구어 내던데요. 그런데 독일은 물값도 워낙 비싸서 안 헹구어도 되는 세제를 만들었는 줄 알았더랍니다.

Milos님의 댓글

Milo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의 육아일기
늘 재밌게 보고 있어요.
이 예비 엄마에게 아주 유익하답니다.
^^
전 12월 말 출산 예정인데...10월 초부터 출산 용품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구비한 것이 목욕용품이랍니다.
그때 한참 김장철이라 배추 절일 통이 필요해서리.. 아기 목욕통을 미리 겸사겸사(^^;;)사면서
목욕용품을 샀던 것이죠.
제가 독일말을 잘 모르면서도(여기는 러시아... 곧 독일 들어갑니다^^)
독일제 목욕용품을 샀어요.
물론 노어로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긴 한데..
"--오일"이라고 된 것을 전 목욕 다 시키고 발라주는 그런 건 줄 알고 샀거든요.
근데 집에 와서 설명서를 읽어보니 그게 엉덩이 같은데 닦는데 쓰는...뭐..그런데 쓰는 오일이라대요!
한국에서는 그런 오일 못 봤는데...어찌 쓰는가 싶어...고민하다가...
그냥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하나 더 샀지요^^;;

노어로는 그냥 닦는 오일인데..엉덩이만 닦아 내는 그런 오일일까요?
아니면 목로주점님이 쓰신 대로
목욕샴푸 대용으로 쓰는 오일일까요??

그게...그냥 사두기만 하고 썩히게 되지 않겠나 싶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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