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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독일어를 배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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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흰돌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8,734회 작성일 02-08-31 21:15

본문

유학생이 아니라 독일어 배우는 동기가 조금 달라 여기에 글을 올려도 되나 모르겠네요. '아이디 만든 부엉이'님의 실감나는 투쟁기를 읽으며 작년에 겪었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회상해 봅니다.


처음 두 달간은 어학원에 가서 유학생들이랑 같이 강도 높은 수업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일주일에 2-3번, 한번은 연구소에서 개설하는 오전 강좌를 두 번은 시에서 운영하는 Volkshochschule의 오후 강좌로 전환하면서 속도가 좀 지지부진해졌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학원에서는 상쾌한 오전시간에 대부분 20대의 젊은애들을 만나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청량감을 가질 수 있었으나, 늙수그레한 아줌마 아저씨들이랑 어둑어둑한 저녁에 모여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늙수그레한 사람들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는 것을 알고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ㅡㅡ;;).

하지만 흥미 있는 것은 참 다양한 나라와 인종의 사람들을 손쉽고 규칙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지만 나와는 또 다른 색깔과 사회적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알아 가는 재미가 솔솔 하였다. 그들의 배경이 회교권이든 공산권이든 잘사는 나라 혹은 못사는 나라 출신이든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대를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공산권 출신 사람들의 소박하고 푸근한 인간미가 나에게는 더 가깝게 와 닫는다. 80년대 중반 대학교 다닐 때 '아빠는 외출 중'이라는 동구권 영화를 본적이 있다. 다소 외설적 느낌(?)이 드는 제목과는 다르게 우리의 가슴속에 묻혀있던 잃어버린 소중한 정서들이 그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통해 하나하나 공감되고 투영되었던 기억에 남는 영화다.

얼마 전엔 이란에서 만든 "천국의 아이들"이란 영화를 가족과 함께 재미있게 본적이 있다. 이 영화가 특별히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결핍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가져다 주는 가치와 교훈 때문일 것이다. 외적 억압과 내적 결핍은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음을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어학원에서 터키, 쿠바, 브라질, 중국, 예멘 등에서 온 사람들을 볼 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피부색, 말투, 과장된 행동 등 처음 접하는 이러한 다름에 대해 수용할 준비가 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만나면 정이 붙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경험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 이들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정감이 가고 모든 인종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싹트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독일어 배우면서 가장 즐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언어로(되지도 않는 말로) 자기를 표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또 한가지 나와(아니 우리와) 다른 점이 있었다. 내가 우리라고 표현한 것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적용이 될 것 같다. 나를 포함해 한국인 유학생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비해 참 똑똑하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왜냐하면 독일어 문법에 대한 이해나 학습이 참 빠르고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문법 알고있으면 뭐해 입이 안 열리는걸... 다른 나라에서 유학 온 혹은 돈벌러 온 사람들(이하 '이들') 답답할 정도로 발음도 안되고 문법 이해도 못해 옆에 있는 사람 속 터지게 하지만, 말은 참 잘한다. 물론 안 되는 말이지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내뱉는다.

수업시간에 강사랑 심각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어렵사리 들어보면 별 시답지도 않는 내용에 대해 장시간 자주 토론하고 있음을 자주 보게된다. 그 시답지도 않는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데, 어디서 저런 표현과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다.

그기에 비해 나를 비롯해 한국학생들 절대 그런 시답지 않는 질문은 안 한다. 정형화된 문제 풀라고 시키면 막힘이 없다. 문법 가르쳐주고 주어진 틀에 맞추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문제 잘 못 푼다. 한마디로 책 펴놓으면 한국 학생들 날고 이들은 긴다. 책 덮으면 한국 학생들 기고 이들 난다.

물론 한국에서의 외국어 학습법에 길들여진 나나 한국 학생들의 이런 경험은 처음 적응하는데 걸리는 통과의례라 생각된다. 여하튼 처음에 이러한 다름을 경험한 것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도전이 되었다.

솔직히 독일에서 사는데, 독일어 못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별 지장은 없다. 대부분의 독일인들 영어를 참 잘한다. 연구소에서의 사용 언어도 영어이기 때문에 독일어를 굳이 배울 동기를 못 느낄 수도 있으며 느낀다고 하더라도 써먹을 기회가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독일어를 배우는데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언어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언어들이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사건과 독특한 경험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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