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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치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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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623회 작성일 04-11-18 08:33

본문

내가 정말 독일이 부러울 때는 그들이 부자 선진국이어서가 아니다. 돈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을 돈도 있는 독일은 가지고 있는 것을 볼 때이다. 그 중 하나가 모유 수유.

오늘 치과에 갔었다. 그간 말썽을 부리던 사랑니를 드디어 어떻게 좀 해야겠다 싶었다. 벌써 여러 차례 의사들로부터 뽑으라고 권고를 받았던 것이 임신이 되자 치통이 심해져 병원에 가니 의사 왈,

"지금 임신 중이시니까 뽑을 수 없습니다. 사랑니 뽑으려면 X-레이 찍어야 되거든요."
"전 한국에서 위의 사랑니 뽑을 땐 X-레이 안찍고 그냥 뽑았는데요."
"윗니는 몰라도 아랫니는 반드시 X-레이 촬영해야 합니다. 뽑다가 잘못 신경을 건드리면 고생을 많이 하시게 되거든요."

그런가? 한국에서 윗니를 뽑아준 할아버지 의사는 힘이 딸려 뽑을때 무지 고생하셨는데 더우기 이의 뿌리가 휘여져 있어 잘 안뽑혔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뽑고 보니 뿌리 끝이 끊어져 있었다. 이를 보여준 간호사에게 이가 완전히 뽑힌것이 아니라고 항의를 하니 태연히
'나중에 뽑힌 자리에 살이 채워지며 잘려진 끝이 밀려 나올 수 있어요.아니면 살 속에 파묻히겠죠 뭐."
하길래 그 후론 절대 이 뽑을 땐 젊고 힘센 남자의사에게 가리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였던 터였다.

독일에 아는 치과의가 있는것도 아니고 해서 집 근처의 치과 중 이름이 남자인 것을 고르고 그 중에서 또 제비 뽑기를 해 골라간 병원의 의사가 다행히 젊고 잘생긴 남자였던 것 까지는 좋았는데 임신 중이라고 이를 안뽑고 대신 충치를 긁어낸 뒤 임시로 땜빵해 주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다. 출산하고 나니 사랑니 뽑으려면 마취도 하고 항생제도 먹고 할 것 같아서 뽑을 수 있는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던 중 문제의 이가 심하게 썪어가고 있어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아기까지 데리고 행차하기가 만만치 않아 집에서 제일 가까운 치과로 뛰어갔다.

"지금 빨리 뽑아야되겠네요."
"전 젖먹이가 있는데 이를 뽑을 수 있나요?"
"안될건 또 뭡니까? 아기가 얼마나 되었나요? 한 6개월쯤 되었나요?"
산이가 누워자는 베이비 아우토샬레를 힐끗 본다.
"아니요. 이제 겨우 3개월째 인데요."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럼 아직까지 젖만 먹고 있나요?"
"네"
의사, 잠시 숙고한다
"그럼 오는 월요일에 테민을 잡으시고요.일요일 저녁 주무시기 전에 유축기로 젖을 좀 짜두세요. 이 뽑고나서 6-8시간이 지나면 다시 젖을 주셔도 됩니다. 그때까지 먹일 것만 미리 짜 두셔요. 아 그리고 이 뽑고 난 후 6-8시간이 경과하기 전의 젖은 짜 버리셔요."
순간 나는 그가 치과의인지 소아의인지 헷갈렸다.

한국에서 큰애 낳고 난 뒤 질염이 생겨 산부인과에 갔었다. 의사가 약을 먹어야만 한다며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저, 아직 제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거든요."
그 여의사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날 처다보며
"아기가 얼마나 되었는데요?"
"이제 10개월인데요"

그 의사는 화를 벌컥 내었다.
"아니 왜 아직까지 젖을 먹입니까? 영양가 하나도 없으니 당장 젖 떼세요."

그리곤 가타부타 상담도 안해주고 약만 달랑 안겨준 채 나를 내쫒았다.

독일의 의사들은 내가 수유부라며 내복약은 커녕 바르는 연고조차 안주던데.

항상 올림픽 상위권을 석권하는 무쇠덩어리 같은 독일놈들, 항생제 좀 많이 써도 끄떡도 안 할 것 같이 생겼는데 약은 정말 아낀다.

모유가 아기에게 제일 좋은 양식이란 것은 누구나 안다. 한국 육아서에도 모유가 좋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모유수유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내 친구들 중에 완전히 모유로만 아이들을 키운 애는 없다. 분유와 모유를 반 반 정도 섞여 먹인 것이 그나마 제일 많이 모유를 먹인 경우이고 심지여 초유조차 못 주었다는 친구도 있다.

중3때 수학 선생님은 농담 잘하는 호랑이 선생님이셨는데 여름 보충수업 중 우리가 구들장 위의 고양이 마냥 졸아대는 모습을 보고 한 말씀 하셨다.

"여학교 선생을 오래하다 보니까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인사할 때마다 어깨가 으쓱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인사 받는 것은 좋은데 한번은 버스에서 한 젊은 새댁이 아기 젖 물리다 말고 벌떡 일어서며 ‚선생님!’ 하는데 …"
"오호호호호홋, 우헤헤헤헤헤, 낄낄낄낄낄'
순간 교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선생님은 인사 안해도 좋으니까 젖 물린 채로 일어서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이야길 맺으셨다.

그러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무렵엔 이미 버스나 기차 안에서 젖 물리는 광경은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고 TV와 신문 잡지에선 서로 자기네가 최고라고 내세우는 분유회사의 경쟁적인 광고만이 도배되는 시대가 되어 있었다. 더우기 분유회사의 지원을 받는 산부인과에서는 산모와 격리되어 있는 신생아실에서 아무 생각없이 신생아에게 분유병을 물리고 그래서 집에 돌아온 아기와 엄마는 젖을 물리기 위해 한바탕 씨름을 하고 그게 잘 안되면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일이 비일 비재하게 일어난다. 또한 시어머니는 배고파 울어데는 손주가 애처러워서, 친정 엄마는 팅팅 불은 가슴을 싸안고 젖몸살로 고생하는 딸이 안타까워서 분유를 먹이자고 한다.

내가 독일에 와서는 높은 모유 수유률에 깜짝 놀랬다. (솔직히 TV에서 네 쌍둥이를 기르는 집에서 젖병 물리는 걸 본 것 외에 주변 독일사람들 중에 직접 엄마가 젖 대신 병을 물리는 것은 아직 한번도 못 보았다.) 모유 좋은 거야 알지만 그거야 교과서적인 얘기이지…라고 생각하며 첫 애 때 젖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아무 생각없이 혼합수유를 하였던 나를 반성하였다.

한국에서 육아교실 다닐 때 산부인과 간호사들이 전해준 이야기.
한 시골 아줌마가 딸 셋을 내리 나은 후 드디어 옥동자를 얻었는데 그 귀한 자식에게 천하디 천한 딸들에게 했듯 젖을 물릴 수가 없어 꼭 읍네에 가서 사온 비싼 분유를 주었데요. 그런데 그 귀한 아들이 경기를 자주 일으켜서 병원으로 내리 뛰어 다녔는데 아무 이유없이 아기가 반복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이상해 이것 저것 물어보니 그 아줌마가 글쎄 분유를 영양가 높게 준다고 꼭 정량보다 한 숟갈씩 더 넣어 주었데요. 그래서 채내수액의 농도에 문제가 생겨 아기가 자꾸 경기를 한거래요. 귀한 자식에게 영양가가 아니라 독을 준거지요.

그런데 이것이 단지 못 배운 시골아낙의 책임만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분유회사 광고를 보고 있으면 (모유보다) 분유가 훨씬 더 고급이고 그걸 먹여야만이 내 아기를 최고로 키운다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분유를 먹이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라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요즘은 산양젖으로 만든 분유까지 나왔다는데 아무리 비싼 것도 공짜인 엄마젖보다 값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추고 싶은 것일까?

독일에서 아기를 낳으니 병원 신생아실에선 아기에게 분유 대신 맑은 액체를 준다. 그리고 젖을 빨라고 엄마 병실로 자꾸 애기를 들여 보낸다. 한 한의사 말을 들어보니 사실 출산 후 3일 까지는 젖이 거의 안나오고 그렇게 못 먹어도 아기들이 굶어 죽지 않게끔 되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첫아이 기를 때는 몰랐던 것. 신생아는 워낙 힘도 약하고 위도 작아 자주 빨려하고 울어대는 애를 달래려면 엄마가 지치기 일쑤인데 그래도 되도록 2시간은 기다렸다가 다시 젖을 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러면 먼저 먹은 젖이 위산으로 응고되어 위에 아직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새 젖이 위에 들어가 복통을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는 아기를 잘 보듬어 달래어 두시간을 기다리는것이 장난은 아니지만.

또 하나 몰랐던 것-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
물런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시중의 이유식을 소화시킬 수는 있다. 60년대 미국의 한 실험결과 생후 1주일 된 아기도 쇠고기 갈아만든 유동식을 소화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고. 그런데 그 후 더 밝혀진 것이 아기가 먹을수 있다고 무조건 주는 것은 아기의 소화기관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의 소화기관이 충분히 발달한 후에 이유식을 시작하는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광고를 보면 생후 2개월 부터 시작하라는 이유식 광고가 있다. 그들의 상술에 젊은 엄마들이 속고 있는 것이다. 한국 육아서에도 3-4개월이면 희석한 과즙을 주라고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 만은 아니란다. 독일 병원에서 퇴원시 준 지침서에는 생후 5개월에 과즙으로 이유식을 시작하고 완전 모유만으로 기른 아가는 한달 더 늦게 이유식을 시작해도 된다고 쓰여있다. 왜 그렇게 늦게? 독일은 무조건 뭐든지 느리니까?

독일 역시 임산부들에게 여기저기서 각종 광고지와 육아전단이 쏟아지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본 귀절:
"아기의 평생 건강을 위해 주는 엄마의 최고 선물은 모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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