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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12.백일 떡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692회 작성일 04-11-03 08:27

본문

뒷머리가 납짝해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가만히 누워만 지내는 순둥이 산이는 백일이 되어도 엎어질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나는 백일 전에 이미 돌아 누웠다고 우리 엄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두고두고 칭찬하셨는데.

그래도 한가지 달라진 것이라면 드디어 옹알이를 시작하였다는 것. 내가 '오옹-'하면 저도 '오옹-'하고 대꾸한다. 백일 전후가 젤 귀엽다더니 정말 살이 빵빵하게 올라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꽉 차 보인다. 어휴- 저 근육살~~

어른들이 백일만 지나고 나면 훨씬 수월해진다고 하여 큰애 때는 매일 같이 백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달력의 날짜를 세고 또 세었는데 산이는 워낙 순해 어느 틈에 백일이 되어버렸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 순한 애가 백일이 지나니 더 순해져 오늘 낮에는 젖을 배불리 먹고 나더니 자고 또 자는데 내가 할 일이 없이 심심해 큰애와 카드게임을 다 할 정도였다.

난 워낙 천성이 게으르고 어수선하여 먹을 것 차려놓고 사람 불러다 먹이는 일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백일을 그냥 지날 순 없어 그냥 떡만 돌리기로 하였다. 나중에 사진 잘 찍는 후배나 물러 사진이나 한장 찍어주고. 그런네 몸도 못가누는 녀석을 어따 앉혀놓고 찍나?
인터넷을 뒤져 떡만드는 법을 보니 삼색 경단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아 도전 하였다. 원래는 백일떡은 백설기와 수수팥 경단이지만 여기서 어찌 그 고물을 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설혹 수수를 구한다 해도 일이 더 복잡하고 힘들 것 같고 해서 그냥 쉽게 카스테라 가루와와 계피로 고물을 쓰기로 하였다. 아시아 식품점에 있는 Reismehl이 진짜 쌀가루며 떡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벌써 들었기 때문에 재료 걱정은 안했다. 그런데 하나 하나 경단을 빚으려면 장난이 아니겠지?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케잌으로 대신해야지. 큰애 유치원 졸업할 때 친하게 지내던 선생이 아이 생일 때마다 어색하게 만들어온 내 케잌이 한심했는지 '케잌만들기' 라는 요리책을 선물로 주었다. 거기서 하나 골라 봐야지. 백설기는 시루도 없고 찜통에 잘 될지 몰라 포기하였다. 어떤 아주머니는 오븐에다 시루떡도 만들던데..

지난 주에 미리 재료를 사다가 예행연습을 했는데 400g 짜리 쌀가루 봉투 하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또 사러가기가 귀찮아 일전에 선배가 한국 귀국하면서 준 찹쌀가루를 찬장 속을 뒤져 찾아내고 동지팥죽에 넣는 새알을 빚듯 둥글게 경단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가루가 오래되서인가? 한국에서 직접 빻아 온 거라서인가. 가게에서 산 klebreismehl과는 달리 손에 안 달라붙고 경단이 잘 만들어진다. 좀 이상했으나 그러러니 하고 끓는 물에 집어 넣었는 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금방 익어서 둥둥 떠올라야 하는데 모두들 올라올 기미는 없이 남비 바닦에서 잠수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 한참을 삶다 포기하고 꺼내 하나 먹어보니, 아뿔사! 이건 찹쌀이 아니다. 선배가 혼동하고 멥쌀가루를 준 것이 분명했다. 늘 친절한 아래집 할머니와 전에 산이 집안에 두고 열쇠도 두고 문 닫고 나와 발을 동동 구를 때 도와준 윗집 아가씨, 그리고 새로 이사와 큰애와 매일 붙어 놀며 하도 티격태격 싸워 이젠 그만 좀 놀았으면 싶은 맞은 편 폴란드댁에게 우리떡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하는 수 없다. 떡은 포기하고 Kuchen으로 승부를 걸자.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산이도 팽게쳐두고 열심히 케잌을 만들고 나니 어느새 저녁 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얼른 이웃들에게 갖다 주어야지. 그런데 일을 서두르면 항상 그렇다. 우리언니도 잔치 때마다 오만가지 요리는 다 성공을 해도 정작 밥이 설익거나 삼층이 되거나 말썽을 피워 종국에는 방아간에서 밥을 주문했었다. 오늘도 그짝. 케잌 위에 덮은 크림 위로 그 위에 또 덮은 설탕과 계피 맛이 베어 들어야 되는 걸 급히 만들다 보니 크림 맛이 영 맹맹하고 떱떱하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그냥 이집 저집 전해 주었다. 모두들 연기력이 뛰어난 건지 인사성이 밝은 건지 맛있다고 웃는다.
연습 때 한 것이 훨씬 맛있었다구요!

<퓨전 경단 만들기>

재료 : Klebreismehl 2봉지 (800g) – 약 5 컵, 설탕 – ½ 컵, 소금 약간

큰 그릇에 재료를 다 넣고 끓는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한다. 너무 뜨거우니 숟가락으로 먼저 휘 휘 저은 후 물과 가루가 고루 섞였을 때 만져서 가루가 자기들 끼리 뭉칠만 하면 치대어 말랑한 반죽을 만든다. (절대 처음부터 물을 많이 넣지 마셔요)

반죽이 잘 엉겨 붙었을 때 조그맣게 떼어 내어 새알을 빚는다.

끓는 물에 삶아 새알이 둥둥 떠오르면 약 3분 정도 더 삶은 뒤 건져내어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빼고 준비한 고물에 묻힌다.

고물 1 – 코코아 가루를 묻히면 금방 코코아가 녹아 질척거리게 되는데 그걸 다시 코코넛 가루에 굴린다.

고물 2 – 역시 수퍼 케잌 재료 파는 곳에 코코넛 가루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몬드 가루나 헤이즐넛 가루.

# 떡을 만들다보니 계피고물이나 까만깨 고물이 쉽지 않더군요. 그냥 케잌재료로 간단히 해결했죠. 다들 한가할 때 시도해 보시고 산이 백일 떡이려니 즐겨주셔요.
추천9

댓글목록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Zimt 입니다. 케잌재료 파는 곳 보다는 후추 등 향신료 파는 코너에 주로 있습니다.
통계피는 Zimt-Stangen 라고 쓰여있으며 종이 봉투에 주로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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