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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레포트를 돌려받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402회 작성일 04-07-13 05:28

본문

2주 전에 제출했던 부전공 중세사 레포트를 돌려받았다. 점수는 2- 한국으로 치면 B- 쯤 되려나? 차라리 한국 식으로 D 정도에 해당하는 4 를 받았다면 교수가 나의 심오한 논리를 이해 못해서 그리 되었다고 세상으로부터 박해받는 천재 흉내를 내어 기숙사 옥상에서 파닥거리며 날자 날자 날자꾸나 소리라도 질러볼텐데 이런 애매한 점수 같고는 어디 가서 자랑을 할 수도 없고 핑계 삼아 좌절해서 콜라를 퍼마실 수도 없고(하일트는 술보다 콜라 좋아함) 해서 그저 떨떠름한 표정으로 레포트를 뒤적이다 교수한테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 얘기나 듣게 면담을 하러 갔다.

교수: (애들 레포트 성적 기록된 서류를 뒤적이며) 그래 자네 기록이 여기 있군. 어디보자...그래, 내가 분명 10장만 써오랬는데 왜 13장을 써왔나?
하일트: -_-;;(<= 실은 본문만 10장이 아니라 목차랑 참고문헌까지 다 합쳐서 10장이라는 교수 얘기를 잘못 알아들어서 분량을 초과하고 말았다)

교수: 글구 너 여기 봐라. In Orient가 뭐냐? Im Orient지. In Apokalypse가 아니라 In der Apokalypse고. rissisch? 이거 혹시 russisch라고 쓴거냐? 야, 너 독일 온지 얼마나 됐어? (레포트 표지를 들추며) 어라? 너 독문학 전공이냐?
하일트: (황급히) 그냥 독문학이 아니라 Aeltere deutsche Literatur und Sprache인데요.
교수: 앨터레 뭐시기? 하여튼 독일어가 전공이라고?(막판의 Sprache만 알아들었나보다)
하일트: <중세>독문학이요.
교수: 그러셔? (다시 레포트를 가리키며)너 여기는 격변화 틀렸다. -_-
하일트: ......

분명 아는 독일인에게 한 번 교정을 받았는데도 이리저리 튀어나오는 오타와 관사 오류. 하일트는 사학 교수에게 사학 레포트 들고 가서 한동안 독일어 문법 교정을 받았다.

교수: 또 각주를 달았으면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야지. 여긴 몇 쪽에서 인용한 건지 쪽수도 빠졌네.
하일트: 쪽수는 여기 썼는데...(좀 더 윗쪽을 가르킨다)
교수: (잠시 당황)음...못봤어. (다음 장을 넘겨서) 여기, 여긴 진짜 쪽수 빠졌잖아.(왠지 의기양양)
하일트: 그렇군요, 빠졌네요.(인정하지만 왠지 분함)
교수: 이거랑 이거는 또 대문자 말고 소문자로 쓰는 거야.

이런 식으로 레포트 형식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 하일트는 물었다.

하일트: 저기여...혹시 내용에 보충하거나 고칠 건 없구여?
교수: 엥? 내용?

교수는 잠시 얘가 왜 그런 걸 묻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아 왜 거기 자네 글 중 내가 느낌표 하나 표시해준 대목 있잖아, 그 부분 괜찮았어'하고 말했지만 그 느낌표친 부분을 다시 찾아내지도 못하고 뭐에 관련된 내용이었는지 설명하지도 못하는 걸로 봐서 자기가 내 레포트를 읽었다는 사실까지는 기억을 하는데 거기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는지는 더 이상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치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교재를 읽었다는 사실은 자각하는데 거기 무슨 소리가 씌어있었는지는 더 이상 기억 못하듯이.

이상이 독일과 한국의 레포트의 차이다. 한국에서 레포트는 주제도 어디 견학 갔다 와서 감상문 제출하라든가 개인적인 생각을 기술해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랑말랑한 게 많고 형식도 자유인 경우가 잦지만 독일에서 레포트는 정말 논문 쓰는 연습이다. 주제도 학술적인 것으로 제한되고(바꿔 말하면 쓰는 사람 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따분함. 교수가 날더러 왜 길게 썼냐고 화내는 것도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감) 참고 문헌 목록은 제대로 갖춰졌는지 각주 다는 형식은 맞는지도 꼼꼼히 확인된다.

그 대신 독일에서는 갓 입학하자마자 레포트 쓰는 법을 수업 시간에 비중 있게 배운다. 참고 문헌은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 인용할 때 각주에 저자 이름과 책 이름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표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등등. 물론 그렇게 몇학기를 배워도 나처럼 마침표 찍는 걸 잊는 놈이 나오지만.(하지만 그런 수준의 실수를 하는 게 나뿐만은 아닌 거 같다. 오늘 수업 시간에 레포트를 돌려주면서 교수가 애들에게 했던 말은 "늬들은 말이야, 어떻게 쉼표를 제대로 찍을 줄 아는 놈이 거의 없냐!! 재난이야, 재난!"였다) 아울러 대부분의 경우 돌려받은 레포트에는 꼼꼼하게 첨삭이 되어 있다. 이번 교수같은 경우는 워낙 바쁜 사람이라 그 점에선 좀 부실했지만.(한 대목에는 아무 설명도 없고 느낌표 하나 덩그러니 찍혀 있길래 난 처음에 이것이 '넌 이게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는 메시지인지 '이 부분 읽다 웃었단다, 얘야'라는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레포트와 관련해서 독일과 한국의 학부 교육 방식을 비교하자면 독일은 처음부터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주는 셈이고 한국은 학생을 물에다 던져놓고 혼자 헤엄치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덕택에 한국 학생들은 몹시 강인해지긴 한다. 난 독일 처음 왔을 때 "아직 쓰진 않았는데 일단 개요 잡은 걸 강사한테 보여주고 상담 받게"하면서 면담하러 가는 독일 학생들을 보고 '훗, 연약한 것들, 레포트 하나를 혼자 못써 강사한테 손을 벌리나 -_-' 했다. 물론 혼자 쓰다 말아먹는 게 자랑이 아니란 걸 깨달은 지금은 나도 "제목 못짓겠어요, 제목 하나 내려줘봐요"하면서 뻔질나게 면담하러 들락거리지만.

그나저나 B-이면 그래도 한국에서 사학과 전공 과목 들었을 때보다는 나은 성적이다. 하일트가 고등학교 때 수의사의 꿈을 접은 뒤(도저히 이과적 소양이 없었으므로) 본래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은 역사학이었지만 여차저차에서 입학은 외국어학부로 하고 사학은 복수전공을 하기로 마음 먹었더랬다. 그러나 사학 전공 필수 과목의 3학기째 성적표가 집으로 날아오자 그만 하일트의 부모님의 인내심도 끊겨서 "이눔 시키, 네 머리로 무슨 사학이야, 절대 사학 하지마!!"하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원래 부모들은 다 자기 자식이 원래는 머리가 좋은데 놀아서 성적이 안나온다고 믿는 법이라는데 친부모 입에서 "네 머리로 안돼"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정말 내가 사학 쪽으로 재능이 없긴 없나보다...해서 결국 사학도의 꿈도 차곡차곡 접혀 이미 고등학교 때 접힌 수의사의 꿈 옆에 수납되었고 하일트는 얌전히 문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하일트를 아는 사람들은 믿었지만 부전공을 요구하는(혹은 허가하는) 나라로 유학오는 바람에 다시 사학을 집적거리게 된 게 하일트의 인생 역정.(히죽)
추천15

댓글목록

Ilmenau님의 댓글

Ilmenau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도, 2점이면 잘 하신 것 아닌가요?? 전 그 점수가 부러운데...ㅡㅡ;
전 지금 2학기 째인데, Klasur통과한 과목과 그렇치 못한 과목이 반반인데다 통과두 겨우 턱걸이거든여...ㅜ.ㅜ
 지금도 셤 기간인데... 공부는 안되구 한숨은 열나게 나오구...흑흑..
암튼 정말이지 부럽슴다~~~!!

빨강안경님의 댓글

빨강안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교수의 깐깐함 때문에 놀란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정보만 거의 3달동안 수집했었고, 집중적으로 밤샘 작업 해가매 열심히 준비했구 친구들도 엑설런트 하다고 해줘서..이만하면 된거 아닌가 싶어 의기양양하게 가져갔는데 교수는 예외 없이 수정할 부분을 탁탁 집어 내고.. 수정 작업만 거의 3주는 했었습니다..흐흐..
그리고 발표 하던날.. 기분이 어찌나 새삼스럽던지... 자축을 겸한 맥주 한잔 하면서.. 학점은 아무래도 좋다, 그저 프로젝트 하나 끝냈다는데 다행이다, 휴우~.. 그랬었죠..
^^;

나르님의 댓글

나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학점은 아무래도 좋은거지요. 졸업하면 남지도 않는데요, 뭐......  .....라고 말하면서 노는게 제 독일유학생활의 진실이 아닐까하고 고민해봅니다...음...

하일트님의 댓글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Ilmenau/웬걸요, 저도 이번 학기 부전공에서 시험 두 개 봤는데 4-라도 재시험만 면했으면 하는 중입니다. 레포트가 시험보다 몹시 귀찮긴 귀찮은데 대신 일단 내면 샤인은 준다는 장점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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