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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두 가지 언어의 세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5건 조회 6,542회 작성일 09-07-30 02:46

본문

한국어와 독일어 - 별 개의 두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집 아이들..
과연 행운일까 불행일까?

한국 아줌마들과 살고 있는 수 많은 독일 남성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 중 한국어를 유창히 구사하는 아저씨는 한 명도 못 보았다. 이쯤되면 부인을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문제나 언어에 감각이 있고 없고의 문제나 그 사람의 교육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간파될 수 있다.

한국어와 독일어는 그냥 정말 무진장 다른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독일어에 유창한, 독문과 출신이 아닌 한국 아줌마들을 나는 정말 존경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마스터 한 뒤 독일로 온 포리의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그러나 독일에서 태어난 산이는 나이가 한국 나이로 벌써 여섯 살임을 감안 할 때 정말 한 숨이 나올 정도로 말이 느리다. 산이를 너무 너무 사랑하는 한 이모는 말했다.

"당연한 일 아닌가요? 산이 입장에서 세상을 보셔요. 얼마나 헷갈릴 것인지. 사람들이 갑자기 이 말을 썼다  저 말을 썼다. 먹는 것도 빵을 먹었다 밥을 먹었다. 이랬다 저랬다. 시시각각 전혀 다르니 얼마나 그것을 감당하기가 어린 것에게 힘드겠어요?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요."

포리는 한국에서 채 습득하지 못한 물건의 이름들은 나름대로 상상력으로 지어 붙이는 창의성을 발휘하더니 -예를 들어 화살표는 득득이, 물음표는 독독이 등- 산이는 아예 동사의 한독 조합을 고안해 내었다. 집에서 산이는 제 기분대로 한국말 독일말 막 섞어 쓰는데 아무래도 엄마와  맨날 쓰는 한국말보다는 독일어가 딸린다. 그러다 보니 문장을 일단 독일 말로 시작했는데 원하는 동사가 생각이 안나면 거기에 한국 말을 대입하는 것이다.

Ich hab heute im Kindergarten Laura ...ge만나t.

이 말을 듣고 알아 듣는 사람은 물론 나와 포리 뿐이다. 한숨을 내쉬는 나와는 달리 포리는 이 것을 너무 재미있어 하여 자기가 더 신이 나서

Ich hab Computerspiel ge놀아t.
Ich hab 점심 ge먹어t.
Ich hab im Supermarkt Kaugummi ge사t und ge가져와t.
............

하며 끝없이 물고 나간다. 이건 완전 새로운 언어의 창조다. 듣다가 나까지 그냥 웃어버리게 된다.

그래도 이것은 그냥 장난의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더 커서 문장력이 좋아지면 해결될 문제지만 한국말을 독일말을 그대로 번역하여 표현하는 문제는 좀 심각하다. 우리 엄마, 우리 집 대신 내 엄마, 내 집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도 애교스런 문제.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아무나 보고 '너'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 입장에서 민망할 때가 참 많다.

산이가 친구집에 가서 놀면 그 집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간 나에게 하소연한다. 이건 삼촌도 아니고 아저씨도 아니고 다짜고짜 '너'라고 하는데 미치겠다고. 산이와 잘 놀아주는 이모들도 막상 산이가 '너칭'을 하는데에는 마냥 귀가 편안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산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한 이모는 잘 놀아주다가 남자친구 때문에 막 속상해 하고 있는데 대뜸 산이가 " 너 왜 그렇게 슬퍼?" 하고 묻자 자기도 모르게" 너 다시 한 번만 더 이모야 보고 '너'라고 하면 가만히 안 둬!" 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 아이가 울쌍이 되었다고 엄마에게 미안해 하며 고백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베를린으로 막 새로 오신 신부님께 산이가 감히 막 '너'라고 불러대니, 그럼에도 그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며 대꾸해 주시니 그저 엄마가 민망하고 죄송하고 그렇다.

또 산이는 호칭을 잘 구사하지 못한다. 엄마가 부르듯이 엄마가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ㅇㅇ이 엄마, XX 아빠 하는 식이다. 무슨 영감도 아니고 밤톨만한 아이가 어른들을 누구누구 엄마야 하고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어색하다. 그 뿐만 아니라 산이는 유치원에서 만나는 친구 엄마들 까지 Laura Mama 또는 Elias Mama 하고 부르는 것이다.       

아이가 벌써 여섯살이다 보니 내년에 학교도 가야 하고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언어발달치료실도 찾아가 보았으나 두 개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므로 말이 늦는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만 듣고 나왔다. 엄마가 한국말 독일말을 막 섞어 써서 그 탓일까?

한국어 속에서도 이미 외래어이거나 아예 없는 개념이거나 한국어 표현으로는 정확한 느낌이 안나는 독일어 명사들을 한국어 문장에 마구 섞어 쓰는 것은 기본이고 "그래서 말이에요, 그 아이가 ganz stolz여서 말이에요..." 하는 식으로 멀쩡한 한국말 수식어 두고 독일어 형용사를 끼어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국 사람들끼리도 한 문장 속에 독일어 단어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 한국말인지 독일말인지 애매모호해진 문장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걸 보고 듣는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데 해도 되는 것이려니 싶겠지..

그래도 아이가 식탁에 앉아 내가 차려준 밥 먹으며
"엄마, 난 너가 내 엄마라서 참 기뻐"
라고 초롱거리는 눈으로 말을 건내면 참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한국어가 독일에 와서 왠 고생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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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fatamorgana님의 댓글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 님, 안녕하세요.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두 가지 언어로 키우는 것(zweisprachige Kindererziehung)에 관한 여러 책들이 있긴 하지만, 정말이지 어려운 일인 듯 싶습니다. 그런 책들에 따르면, 의사나 언어 치료사 등도 100% 해법은 줄 수 없다고 나와 있더군요. 왜냐하면, 전문가들 스스로가 그런 특수한 상황을 몸으로 체험해서 실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려고 마음먹고 가르치는 것도 특수한 일이지만, 아이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집에서는 한국어, 티비에선 독일어, 컴퓨터와 비디오에서는 주로 한국어, 집밖에서는 주로 독일어, 한국 사람 모이면 다시 한국어)이야말로, 이에 대한 부모의 깊은 이해가 절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따금 아이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난감해 하는 어른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되도록이면 두 가지 말을 섞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네요. 어느 말을 쓰던 바르게 써야 하는데 말이죠.

말에 아름다운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실려 있다면, 그 어느 나라의 말이 아름답지 않겠습니까만, 나중에 아이가 독일에서 살게 되어도, 독일말 뿐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말도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램을 아이도 언젠가는 이해하겠지요. 아이는 이 바램을,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엄마 아빠가 자신들이 쓰는 '말과 생각'으로 자식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희망으로 받아들여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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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셔요, 신기루 요정님.

그렇군요. 두가지 언어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해선 의사나 언어치료사도 완전하지 못하군요.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 사람들과 산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문제로 말할 때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엄마가 상황을 잘 판단하여야겠군요. 

우리집 아이들을 엄마인 제가 좀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여야겠습니다.

보라미님의 댓글

보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이가 벌써 여섯살이 되었군요.
글을 읽으며 옛날(?)의 나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목로님처럼 두가지말을 섞어서 사용했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부터 문제가 생기더군요. 다른 아이들이 내말을 못알아듣고 또 이상한 말을 한다고 조롱을 한답니다. 아차 싶어서 그다음부터는 그 샌드위치말(?)을 완벽하게 피했습니다.
아이한테 언어에 대한걸 설명 해주고 또 두가지 말을 할줄아는 너는 다른 아이들보다 우월한것이니 혹시라도 친구가 놀리면 절대 기죽지말고 나는 한국어를 할줄 안다고 자랑 하라고 가르쳤지요. 여기서 좀 효과를 봤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할때 꼭 존대말만 사용했어요. 이렇게 하다보니 자기 동생한테도 존대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 문제는 다 커서 스스로 해결이 되었고요.
다른 문제라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리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아이가 알아듣던 말던 우리말로 설명을 하고 못알아들었다고 하면 다시 설명을하고 했는데 이건 엄마로써 많이 힘이 들더군요. 한참 설명을 했는데 "엄마 지금 뭐라고 하셨지요?" 하고 나오면 맥이 빠지고 가끔은 나도 모르게 독어로 설명을 하기도 했지만(이게 바로 아이가 노리는 헛점(?) 이랍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 였습니다.
이외에 기본은 한국어학교에서 배웠는데 이것도 문제가 생기더군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취미생활, 생일파티 그리고 주말마다 있는 운동부의 경기시합이 꼭 주말에 있다보니 주말에 있는 한글학교에 가지 않겠다는겁니다. 결국은 격주로 한글학교에 보냈지요.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라서 내가 했던 걱정을 자기들이 할때가 되니 그때는 엄마가 미웠는데 이렇게 한국어를 구사할수 있게 도와준 우리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그저 가슴이 부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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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라미님,
우리 산이도 벌써 유치원에서 그걸 겪고 있어요. 아이는 독일말이 막히면 한국말을 막 섞어 넣거든요. 그래서 한 꼬마가 집에 가서 그랬답니다. 산이는 영어를 잘 한다고.  그 말 듣고 저와 이모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 애들도 외국어는 죄다 영어인 줄 아는지.. 요즘 제가 사는 곳에는 어줍지않게 조기 영어교욱 열풍이 불어가지고 한국과 별 반 차이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겪주로라도 꾸준히 아이들을 한글학교에 보내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제가 한국어를 꾸준히 쓰면 정말 나중에 우리 애들이 고마워 할 날이 올까요?

보라미님의 댓글의 댓글

보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꾸준히 하면 됩니다.
유치원에서는 친구들이 모르니까 영어 한다고 하는데 초등학교에 가면 놀림을 당하기도 해서 많이 돌봐줘야하고 김나지움에 가면 놀림은 당하지 않는데 아이가 하기 싫어 하고 또 시간이 많이 모자라는데 꾸준히 밀고 나가니까 대학에 가서는 고맙다고 하더군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 였지요.
주의 사항을 싫컷 이야기 했는데, " 엄마, 지금 뭐라고 했는지 다시 설명 해줘요" 할때 가끔은 독일어로 설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며느리 하나가 독일아이인데 한글을 배우고 있어요.
적당한 학교가 없어서 개인지도를 받고 있는데 수업료가 많이 비싸더군요........
목로님, 아이들한테 강요하지말고 독일어로 물어오면 한국말로 대답해주시고 말을 섞어서 쓰면 대답을 아예 하지마세요.여기서는 왜 그래야만 되는지 아이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될겁니다.

  • 추천 1

봄바람따라간여인님의 댓글

봄바람따라간여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더 웃긴 조합도 들어써요
7살짜리 남자애: 야, 이히 합 숀 게똥트!
지긋한 전라도 출신 어르신: 당케쉔 요~~잉!
아..놔.. 수년전 일인데 아직도 웃기네여

제가 이중언어습득 수업들을때, 무터슈프라흘러 가 그 언어를 해줘야 애 한테 좋대요
그리고 애가 헷갈리는 파제가 있는데 그래도 꾸준히 한 언어로 해줘야 애 한테 도움이 된다네요. 무터슈프라흘러가 아닌 어설픈(?) 독일어 또는 한국어는 오히려 애한테 장애가 될수 있다고...
어느정도 아이가 두가지를 전화할수 있을땐 공공장소같은데서 독일어를 그 외엔 꾸준히 한국어를 해 줘야 하구요.

저도 요즘 세돌된 울딸램땜시 좀 고민을 해요
한국어는 나름 잘 하고 독일어는 쬐끔하는데... 일단 발음이 둘다 난해하고
이건 뭐 갈수록 나아지겠지 하지만요
요즘 뭘 물어보면 그 대답을 안하고 못들은체 하거나 내 질문을 반복하기만 하네요...
아주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 현상이 이중언어습득땜시 오는건지 아님 트로쯔파제라 그런건지
아님 다른 이상심리현상인지.... 에혀.......

  • 추천 1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히 합 숀 게똥트!
우하하하하하

우리 아이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군요.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러저나 그 놈의 똥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여러 번씩 그 '똥'과 '방귀'가 입에 오릅니다. 며칠 전 포리 놈은 수영장에서 한 이모과 스므고개를 하는데 식물도 동물도 아닌 것이 광물도 아닌 것이 살아있지는 않은 것인데 따뜻하기도 하고.. 그 이모가 완전히 구름 속을 헤메고 있어서 듣던 엄마가 옆에서 "똥"하고 맞혀버렸답니다.  애 수준이 딱 거기거든요.

그리고 그 발음이요. 우리 산이 발음도 그렇게 난해합니다. 그 때문에 언어치료실을 가게된 거 같아요. 유치원에 온 Gesundheitamt의사가 산이를 거기 데리고 가보라고 해서 간 거였거든요. 또 어떤 의사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검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권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 저는 산이에게 말할 때는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책도 천천히 읽어주고요. 

그리고 산이도 그랬습니다. 제 질문에 대답 안하고 오히려 제 질문을 반복해서 엄마 울화통을 터지게 하는거요.

그리고 정말 제 울화통을 터지게하는 것은요, 제 부러진 독일어를 듣는 독일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보고 독일말 유창한 제 아이들과 독일어로 말해서 독일어 연습하라고 하는것 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독일어 연습실입니까? 아주 단순 고지식의 독일 전형입니다.

rhein님의 댓글

rhe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 반갑습니다, 여전히 잘 지내시나 봅니다..ㅎ
산이가 6살이 되었다니요 ㅎㅎ
제 아이도 ge먹었어, ge놀았어 등등을 하더니, 어느 순간엔가
듣기는 한국말로 듣고 대답은 독일말로 하는 단계를 거쳐
이젠 아예 한국어는 못들은 척 합니다.
어렵기도 하겠지요.
다행히 한글학교는 가물에 콩나듯한 상태지만 그래도 갑니다.

김나지움이 8년이 된 주에 사는 저희는
학교공부도 요즘 만만치가 않아서 한글을 배우는데 따른 스트레스는
가능한한 안주려 한답니다. 그래선지 우리말지식이 자꾸 줄어드네요.

아이들 한국어가르치기에 대해 어떤 부모들은 정열적인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 정도는 못하나 봅니다.
지식이 좀 부족해도 인성이 좋게 자라는 걸 바라지요.
물론 둘 다 가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여기 교육이 강요가 안되는 거라서요.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셔요, rhein님.
우리집 포리는 그나마 한글학교도 끊었습니다. 바쁜 이유 외에도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그렇게 되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라하여 어미는 좀 섭섭합니다. 한글학교를 다닐 때까진 그래도 엄마에게 쪽지라도 남길 일이 있으면 개발새발 글씨체지만 꼭 한국말로 쓰곤 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안씁니다. 한국말과 자꾸 멀어지고 있습니다. 워낙 책이라면 한국어 독일어를 막론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라 제 숙모가 한국에서 보내준 정말 재미있는 동화책들은 책장 속에서 썩고 있습니다. 너무 아까워하는 제 어미만 가끔씩 읽고 있습니다. 제 강압에 못이겨 가뭄에 콩 나듯 집어드는 책은 당연히 독일어 책이고요, 그 아이가 뭔가 글로 쓰여진 것을 읽을 때는 장난감 사용설명서 뿐입니다.

교육, 강요하기 정말 어렵네요.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심 명심,명심,명심...
"아이들에게는 절대 한국말로 말할 것, 독일말 섞어 쓰지 말 것!"
명심,명심,명심,명심........ 지금 막 답글들을 읽으면서 되새기고 있는 말입니다.

제가 독일어를 아직 잘 못해 독일말은 독일어 수업 들을 때만 사용하던 시절이었어요.
자녀들을 한글학교에 보낸지도 오래되다 못해 학부모회 간부까지 하실 정도의 분들이 한글학교에서 아이들 기다리며 자기들끼리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시는거예요. 그 때 제가 놀라다 못해 먹은 충격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예요. 한국사람들끼리 외국어로 말하다니!!

그러다가 나중에 그 분들이 한독 가정을 이룬 분으로 한국 사람들을 잠깐 만날 때를 제외 하고는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독일어 세상에서 살고 있고 그게 벌써 30년이상 되신 분들인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한글학교에 오면 나름대로 한국어로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시면서도 당신이 지금 독일어로 말씀하시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하시더라구요. 두 나이가 지극하신 분이 한국어 독일어 막 섞어 쓰시다가 한 분이 "Frau Schmidt는 자꾸 독일말만 하시네. 내가 지금 한국말로 계속 말하는데 자기가 자꾸 독일말 하니까 나도 한국말이 잘 안나오쟎아." 하시니까 그 Frua Schmidt라는 분이 "내가 지금 독일말로 말했어?" 하고 놀라서 되물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제가 아이들에 자주 독일어로 말하고 어떨 때는 아이는 한국말로 묻는데 어미가 독일어로 대답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유창하지도 않은 독일어가 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지. 그야말로 독일어는 어쩌다 저를 만나서 이렇게 부러지고 꺾어지고 뒤틀려지고 배배 꼬이게되고 앞 뒤로 탁탁 막히고 왠 고생인지 모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말할 때만이라도 독일어 고생은 좀 덜 시켜야겠습니다.

  • 추천 1

봄바람따라간여인님의 댓글

봄바람따라간여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아가 낳기전까진 아이들 이개국어 걍 지절로 되는줄 알았어요
가끔.. 아님 적잖이 한독부모자녀들 아니  심지어 한국부모자녀들중 한국어 못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고 의아해 했져. 부모가 한국사람들인데도 한국어를 못하다니...
근데 이개국어로 성장하는게 걍 저절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부모의 끊임없는 input 이 있었야 하고.. 고비고비마다 적당한 motivation 불어넣어가매 끌어줘야하 한다는걸.... 당사자들이 아닌 남들의 시선으론 매우 쉬워보이는 일인데 정말 어려운일이라는거...

친구 아들래미가 아빠가 캐나다사람이라 세돌정도까진 한국살다가 캐나다로 갔어요
세돌까지 외가쪽 가족들도 있고 놀이방도 다닌터라 한국말을 꽤 잘했져. 근데 캐나다 가서
유치원 댕김서 애가 슬슬 한국말을 놓으려 하더래요. 6개월도 안되 영어를 간파하고
영어로만 조잘조잘.. 심지어 즈그 엄마 발음교정까지 함시롱...
친구: oo야 냉장고에서 파마산치즈좀 가져다 줄래? (모두 한국말로)
아들: 엄마, 파.마.산. 아니고 훠~마~ㄹ~싸안~.
요러더랍니다.
자꾸 한국말을 기피해서 이제부터 엄마랑은 한국말 로만 하는거야 했더니
아예 말을 안 시키더랍니다.  허걱..

이번에 딸램과 한국갔다왔는데... 가서 보니  한국말을 꽤 잘하는 또래 아이들을 보고 쫌 움찔했져. 그래도.. 에이.. 울딸은 이개국어를 소화해야 하는 처지니 쫌 딸리는것도 머 당연한거지..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던 찰나.. 내가 딸과 대화하는걸 유심히 지켜보던 제 동생이 한마디 하더군요..
 "쯔쯔... 언니.. 언니가 그리 어리어리 짬뽕말을 하니까 oo이가 오죽헷갈리겠나?"
전 나름대로 철저히 한국말로만 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나도 모르는새
 "이거 카풋되니까 그럼 안돼. 라는지...  우리 anziehen 할까??"
머 요러고 있었네요. ㅜ.ㅜ

암튼... 한국말도 다 잘 가르치신 보라미님 멋져부러~~~~
저도 꿋꿋이 인내심을 갖고 잘 해야겠져. ㅋㅋ
목로주점님도 화이링~~~~

아.. 근데 요건 걍 사적인 질문인데 넘 궁금해서.. ㅋ
목로주점님 큰아들 이름이 포리라 하셨는데 참 특이한 이름이네요.. 뜻이 있나요?

흰돌님의 댓글

흰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외국에서 자녀들 양욱하는 모든 부모들의 고민인것 같습니다. 저는 두 아이가 있는데, 큰아이는 8살때 독일에 갔기 때문에 이미 한글을 읽고 쓸수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고, 작은 아이는 2살때  갔기 때문에 독일에서 우리말을 배웠는데 다행히도 곧잘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들 끼리는 독일어로 말하지만 그것 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요.

독일에서 7년을 살다가 1년 반전에 미국으로 이주를 하였는데, 지금은 3가지 언어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독일어로 대화하지만, 저희와는 한국어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들 언어 적응을 걱정을 해서 집에서도 독일어나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 됩니다.

독일에 있는 한국아이들은 그래도 곧잘 한국말을 구사하는데, 미국에 와보니 한국에서 온지 알마안되었는데도 한국말을 더듬거나 단어를 기억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부모들이 외국어를 너무 잘해서 그런지 하여튼 저희부부는 독일어도 영어도 집에서까지 사용할 만큼 잘하지 못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외국어를 기막히게 잘하든지 아이들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하사든지 보모 자식간에 막힘없는 대화의 통로가 있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전자는 좀 힘든것 같고 후자를 선택해서 노후를 준비하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 추천 1

Netter-Mann님의 댓글

Netter-Man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답글은 단다..단다 하다가 결국 넘 늦어버렸네요. 부모님들께는 아이의 '이 샵 게 똥 트'가 우려스러우시면서도, 또 사랑스럽겠네요. 이후 저 역시 그런 고민을 하게되겠군요. 하지만.... 너무 이뻐죽겠어욧!!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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