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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반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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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410회 작성일 04-01-04 09:00

본문

1. 지난 학기 때는 독일 대학은 시험이 없고 레포트도 방학 때 낸다고 학기 도중은 탱자탱자 놀다 방학이 되고 나서야 레포트 자료 수집과 중간 시험 준비에 나섰다가 되려 방학 때 더 바쁘게 보낸 전과가 있다. 이번 학기는 그렇게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학기 중에 레포트 집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료는 다 찾아놔서 방학 하면 바로 쓸 수 있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더랬다. 더군다나 이번 학기에는 발표가 2-3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요약문 제출로 대체된 과목이 있어서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때는 레포트 참고 서적이나 뒤적거리고 요약문 숙제나 하면서 진중히 보내야 겠다고 작정했는데...

...젠장, 반지가 개봉해버린 것이다!!

아니, 여기까지는 괜찮다. 독일 땅이라고 반지가 예고 없이 느닷없이 극장에 걸려있었을 리는 없고 나 역시 다른 관객들처럼 반지가 12월 17일에 개봉한다는 건 1년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아니까 12월 17일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본 거 아니겠는가. 그거 자체만으로 우는 소리를 할 건 없다. 진짜 문제는...

...왕의 귀환이 3부작 중 가장 하일트의 취향이었다는 점과

설상가상으로 파라미르 캐릭터가 두 개의 탑에 비해 한결 원작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일트는 두 개의 탑 개봉 직후 남들은 1편을 능가하는 스케일과 헬름 계곡 전투신에 열광하며 피터 잭슨 원츄를 외치는 동안 파라미르의 망가진 모습에 충격을 받고 홧병이 나서 드러누운 원작 파라미르 팬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1편 개봉 직후는 원작 톰 봄바딜 팬들이 홧병 나서 드러누웠다더라. 나야 뭐 톰 봄바딜 팬은 아니니까 뭐). 지금도 기억한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들을(2편은 한국에서 봤다) 붙들고 <파라미르, 원래 저렇게 반지 탐내는 캐릭터 아니거든? 원래는 열나 쿨하게 "그딴 거 백주에 길가에 떨어져 있어도 안가진다"고 나오는 미들어스 최고의 신사거든?> 하고 떠들어댔지만 친구들은 같은 날 있던 대통령 선거 결과에 정신이 팔려 아무도 내 이야기를 안들어주더라는 슬픈 이야기...ㅜ.ㅜ

게다가 파라미르 다음으로 좋아했던 아라곤은 전투를 앞두고 <자비를 베푸지 마시오, 저들은 자비를 받을 가치가 없는 자들이오!>하고 외치고 다니는 잔인한 인간이 되어 있질 않나 아라곤, 레골라스, 김리 3인방은 하도 전투력이 세져서 얘네들만 나오면 전투의 긴장감이 싸그리 사라지질 않나 등등의 이유로 내게 있어 두 개의 탑은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었던 영화였고 그래서 두탑만 해도 나의 일상에 미치는 데미지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피터 잭슨 그 망할 인간은 어떻게 된 감독인지 3부작 중 3부를 제일 그럴싸하게 뽑아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고(그러니까 주라기 공원처럼 시리즈가 갈수록 허접해져야 정상 아니냐고!) <잘해야 두탑 정도 수준 아닐까> <파라미르 그 자식은 이번엔 얼마나 더 망가지려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극장을 찾았던 하일트는 왕의 귀환이 끝나고 나올 때는 반지 폐인에 파라미르 빠순이가 되어 <전세계 영화계의 태양이자 영도자이신 피터 잭슨 수령 동지께 전세계 반지폐인의 이름으로 만수무강을 기원합네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 후 반복 관람에 확장판 디비디 질러버림, 각종 팬사이트 유람 등의 짓거리를 하다보니 크리스마스 휴가가 다 지나버렸다는 슬픈 얘기다...

2. 독일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영화를 독일어 더빙으로 개봉한다. 프랑스같은 나라도 그렇다는데 이런 나라들 사람들이 영어를 할 때면 자국어 억양이 강하게 들어가는 데는 이 점이 한 몫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영어가 유창해도 발음에서 김치 냄새가 많이 나면 영어 잘한다는 소리 듣기 힘든데 독일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 유창하게 내뱉을 수만 있으면 발음에는 큰 의미를 안두는 것 같다. 거기다 독일은 지리적으로 영국과 가깝다보니 한국처럼 미국식 발음만 최고로 치는 분위기도 아닌 거 같고.

다시 더빙 얘기로 돌아가면 처음 독일 왔을 때는 독일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기뻐했다. 실제로 이미 한국에서 봐서 줄거리를 알고 있는 외화들을 다시 비디오나 텔레비전의 독일어 버전으로 다시 보는 건 처음 독일 와서 청취력 훈련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영어로 들으며 독일어 자막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냥 독일어 더빙으로 듣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반복관람하게 되는 영화는 일단 줄거리 파악이 된 후에는 기왕이면 원어로 들어보고 싶어진다. 반지처럼 원작에 있는 대사가 재인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영어 잘 못해도 그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반지는 공교롭게도 성우들의 더빙 연기보다 원래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더 출중한 경우에 속한다. 이안 맥캘런 경의 지혜로우면서도 의뭉스럽고 근엄하면서도 익살맞은 간달프 연기를 들어보라. 비록 3부에선 잘렸지만 사루만 역 크리스토퍼 리 영감님의 중후한 목소리는 또 어떻고. 심지어 연기 못한다고 욕먹는 리브 타일러마저도 나름대로 깊은 목소리로 엘프 분위기를 내려 노력하건만 독일어 더빙에서는 그만큼 분위기가 안산다. 아울러 대사는 비록 스무줄이 채 안되지만(세 번째 관람당시 세봤음...-_-;;) 우리 파라미르 님 역시 한목소리 하신단 말이다.(확장판에서는 한 일고여덟줄 정도 더 늘어나려나...ㅜ.ㅜ)

그래서 더빙판말고 원판으로 틀어주는 극장을 찾아다니는데 그게 베를린 전체에서도 몇 군데 안된다. 거기서 자막 달린 곳은 제외하고(자막이 화면을 가리니까) 시간 안맞는 곳은 빼고 하다보면 가볼만한 곳은 소니 센터 안의 극장 뿐이다. 집 근처에 극장 놔두고 굳이 여기까지 발품 파는 게 뭐하는 짓인지 나도 모르겠다. 한국 팬들은 자막 오역 때문에 불평하던데 자막은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더빙의 압박은 귀를 막아버릴 수도 없고 어쩌란 말인가... 난 막눈에 막귀라 한국에서도 굳이 메가 박스 큰 스크린 찾아 원정가는 짓 따위는 안하고 동네 극장에 만족하고 살던 인간이건만 독일 와서 극장을 가리게 될줄이야.

3. 내가 한국의 반지 팬들을 부러워하는 바가 있다면 멋진  장면 나오면 박수도 치고 열광도 해가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관객들이 후기로 <엔딩 크레딧에 출연진들 초상화 나올 때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같은 글 읽으면 몹시 배가 아프다. 독일 반지 관객들은 관람 태도가 참으로 경건하기 짝이 없어서 웃기는 장면에 몇 번 웃음을 터트리는 게 고작일 뿐 그 밖에는 별 반응이 없다. 하다못해 한국 같았으면 꺅꺅 거리는 소리에 극장이 떠나갔을 레골라스 올리폰트 때려잡는 장면도 이 곳 관객들은 나즈막한 탄성 몇 번이 다다. 이 곳 관객들이라고 늘 그런 건 아니고 슈렉같은 코미디 영화는 끝나고 박수갈채도 터져나왔고 해리 포터 때는 일부 관객들이 해리네 퀴디치 팀 주장이 등장할때마다 꺅꺅거리기도 했으나 반지는 <작품성 있는 영화>라는 인상이 강해서인지 다들 조용히 보다 나간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관객들 반응이 별 재미가 없는 대신 핸드폰 소리나 잡담 소리로 다른 관객 신경을 거슬리는 사람들도 없다. 네 번째 관람 시에는 내 앞에 초등학생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 너댓명이 쭈르르 앉기에 오늘은 좀 시끄럽게 보겠구나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웬걸, 보호자도 없이 자기들끼리 온 아이들이 그 긴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조용히 영화를 보고 있었다. 세상에, 난 그 나이 때 내 동생이랑 같이 영화 보러 가서 동생한테 변사노릇 해주다 주위 어른들에게 좀 조용히하라는 잔소리 듣기 일쑤였는데...내가 저 나이였음 반지같은 영화는 지루해서 몸을 비비 꼬았을텐데...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한국 관객들보다 한결 조용한 게 독일 관객들이다. 근데 내가 현재 독일에 있다보니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인지 한국식 관람 분위기가 그립다. 파라미르 나올 때마다 꺅꺅거리고 싶은 거 참느라 속병 생길 거같다. -_- 이 글 읽은 베를린 주민들 중 <우리 동네 극장은 관객들 매너가 헐렁해서 열나 시끄러워 미치겠다>는 분 있음 제보바란다. 더빙판이라도 상관없다.

4. 독일산 반지 확장판은 서플에 자막 지원이 일부만 되는 극악의 타이틀이다. 오디오 커멘터리를 비롯해 몇몇 서플은 그냥 알아서 영어 히어링을 해야한다. 내가 알기론 평균적인 독일인들은 네이티브 스피커가 자기들끼리 블라블라하는 걸 다 알아들을만한 영어 실력이 안되는데 이렇게 타이틀 만들어서 장사가 되는 게 놀랍다. 한국 같음 디비디광들이 들고 일어나도 단단히 들고 일어났을 일이다.(자막이 있어도 글자체가 맘에 안들면 들고 일어나는게 한국 디비디 수집가들이다) 예전에 빌려본 주라기 공원 3은 오디오 커멘터리에도 자막이 달려있던 걸로 봐 독일 디비디라고 다 자막 지원이 시원찮은 건 아닌 모양인데 왜 반지처럼 중요한 타이틀이 이렇게 출시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독일 반지 타이틀의 특이한 점은 다음 타이틀이 나오면 바로 값이 반으로 떨어진다는 것. 아마존에서 본래 19유로 99센트에 팔리던 1부 극장판은 2부 극장판이 나오자 9유로 99센트에 팔리기 시작했고 39유로 99센트던 1부 확장판은 2부 확장판 출시 후 19유로 99센트가 되었다. 본래 한국보다 디비디 가격이 높은데다 환율의 압박이 겹치는 통에 반값 되어봤자 한국 시중가 수준이지만 책과 달리 디비디는 따로 정가가 없어서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부지런을 떨면 몇 푼 정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걸 머리로 알고 있음 뭘하나...도저히 3부 타이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몇 달 후면 반값 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2부를 질러버렸는걸. (2부 지른 다음에는 역시 파라미르 빠순이인 한국의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서플 어디어디 파라미르가 나오냐고 물어봤음. 그녀는 두탑 개봉당시 <파라미르 그런 놈 아니거든?>이라는 나의 절규를 생까고 대통령 선거 결과에만 신경쓰던 그 친구들 중 하나였으나 2부 확장판과 3부 극장판을 계기로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지화자!)

5. 영화 자체 얘기를 하자면 3부의 진짜 제목은 일부 관객들이 주장하는대로 <샘의 귀환>이었다. 여지까지 네 번 봤는데(환율의 압박에다 극장이 먼 관계로 네 번밖에 못봤음) 네 번 다 샘 이 녀석이 프로도를 업고 운명의 산을 오르는 장면에선 눈물이 났다. 갑자기 샘이 엄청 잘생겨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마 내가 진작 파라미르 팬이 아니었다면 샘와이즈 갬지에게 홀딱 넘어갔을 것이다. 역시 미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린 게 확실하다. 1편 볼 때는 호빗들이 서로 구별이 안갔고-_- 2편 볼 때는 골룸에게 세뇌가 되었는지 샘을 볼 때마다 <아, 그 뚱땡이 호빗?>했는데 3편 이후로는 그 살들도 정겹고 귀엽다.  제일 예쁜 건 어디까지나 파라미르지만.(<- 이미 콩깍지가 안구의 일부로 화했음)

6. 숙제 언제 하냐...
추천4

댓글목록

Bio님의 댓글

Bio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일트 님 글을 기다렸었습니다. 이번에는 영화 군요. ^^ 독일 사람들의 다른 점 중, 독일친구들은 친구들끼리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한국 같으면 이성친구와 보는게 일반적인데 말이죠.

안도라님의 댓글

안도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하일트야~ 여기서 맹활약 중이었구나. ^^ 나도 글 한번 쓰면 길게 쓰기로 유명하지만 너한테는 못당하겠다. ^^ 나도 반지의 제왕 3 봤지~ 다음 유학일기도 기대만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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