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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조심하라더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Cranac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521회 작성일 03-12-23 01:54

본문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일에서 유학생활을 한 어떤 언니가 너무 친절한 사람은 조심하라는 말을 하더군요. 의아했습니다. 북부에서 어학을 하며 머물렀을 때 그 차갑고 먼 느낌에 진저리를 친지라 남부를 택한 저로서는, 친절한 사람이 왜 문제가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삼개월 째, 그게 무슨 의미인지 유감스럽게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소위 아시안 페티시라고 하는 사람들 말이죠-_-;

이제 알면서도 그제는 또 뻘타를 쳤습니다. 이게 다 독일어를 너무 열심히 공부한 탓이에요. 예전에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누가 how are you?라고 묻자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서도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꼭 남의 일이 아니더군요. 누가 독일어로 뭐를 물어보면 저는 거의 자동적으로 아주 예의바르게 꼬박꼬박 대답해버립니다-_-;

그래서 누가 S-Bahn역서 이름을 묻길래 또릿또릿 대답하고, 어디서 왔냐길래 또릿또릿 대답하고,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또릿또릿하게 대답했더니... 이 남자는 뭔가 허락으로 들었는지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합니다. 그제야 눈치를 채고 사람 만나기로 했다고 피하려고 하니까 (거짓말한 건 아닙니다-_-; 진짜 사람 만나기로 했더랬어요) 이 사람이 다시 전화하겠다면서 갑자기 안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_-;

아무리 작별인사 겸의 허그라고 해도 상당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지가 뭔데 처음 본 사람을 껴안아요? 벌컥 화가 나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인상만 팍팍 썼더니 연락하겠다면서 물러서긴 합디다만. (사실 서양남자들이 덩치가 워낙 커서 다가오면 상당히 무섭습니다만 억지로 안 그런 체 했습니다-_-;)

그리고는 만날 사람을 기다리면서 젠장, 집에 가면 또 독일어 표현 5000에서 무례한 표현 찾아 줄이나 쳐야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교과서 독일어로는 욕을 할 수가 없어서 답답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딴얘기지만 저 책 생활독어 배우는 데 정말 좋아요. 상업성 광고 아니에요. 저 책 저자와 저는 아무 관계도 없답니다-_-;) 그런데 게다가 약속 장소까지 엇갈려서 거진 한 시간 동안 벅적거리는 S-Bahn역 출구에서 불쾌한 기분으로 담배나 뻑뻑 피며 쭈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진짜 최악-_-;

첫번 뻘타가 가관이었죠. 독일어도 잘 하는 프랑스인 남자가 친절하게 굴길래 아, 프랑스인은 이런가보다 하고 별 생각 없었는데, 처음 본 사람이 갑자기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더군요. 아무 것도 모르던 Cranach, 쭐래쭐래 따라갔습니다. 독일에서는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레스토랑이 비싸니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밥을 얻어먹고 나니 이 사람이 앨범을 꺼내드는 겁니다. 그 앨범에는 동양 여자애들 사진만 가득했습니다-_-; 한 번 일본 여행을 갔다는군요. 제가 일본 가본 적은 없지만, 거기에는 꽤나 사진 찍을 게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단정한 고적들이나 예쁜 정원에 안 갔더라쳐도 고층 빌딩들이나 도쿄타워정도는 찍어 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 사람 앨범에는 절대 일본 여자들 사진밖에 없었습니다-_-;

그러더니 갑자기 동양 여성의 매력에 대해 일장연설을 펼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_-; 사진의 품평을 곁들여가면서 말입니다. 화장은 안 하는 편이 좋다는둥, 염색은 안 하는 편이 좋다는둥-_-; 인공적인 미가 싫다고 떠들어대는데, 일본에 원주민 마을이 있다면 저 사람이 정말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_-;

한국의 대학에서 나름대로 여성주의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터라 이런 대상화에는 기가 막히고 화가 나더군요.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아시아 여성은 신비하고 순종적이라는 이상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많은 아시아 여성들이 실제로 유럽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만큼 그런 성적 이미지는 강화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매니아틱한 취미를 뻔뻔하게 드러내는 건 또 처음 봐서. 게다가 원주민틱한걸 좋아하는 저 식민주의적 성향이란.

다행히 집주인인 한 늙은 교수가 갑자기 돌아오는 바람에 침대방으로 이끄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만,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기분이 정말 참담하더군요. 아, 저 사람은 스파게티 한 그릇으로 나를 사려고 했던 거구나라는 걸 늦게서야 깨달은 거지요. 서로 같은 의도를 가지고 하룻밤을 즐기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방에 있던 야한 동양 여자애 인형처럼 그 사람  컬렉션의 일부가 되라구요? 교수가 오지 않기라도 했다면 저 사람은 뭐 집에 왔으니 너도 동의한 게 아니냐는 둥 남자들이 흔히 말해대는 이상한 근거를 들이댔겠지요.

아시아 여성에 대해 유별나게 관심이 있는 서양 남성들이 꽤 있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재수없습니다-_-; 나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취급해서 잘 대해주는 게 아니라, 아시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대상이 되는 거지요. 성적으로 개방적인 문화차이와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정확히 아시아 여성이라는 게 그 중심에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과 얘기해봤자 기분만 더러워집니다-_-; 그냥 바이바이-하는 게 최상일 듯합니다-_-;

알고보니 많은 동양인 유학생들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는군요. 직접적으로 성매매 여성 취급을 받은 경우도 듣고보니 꽤 많더랩니다. 유학 생활의 애환 중 하나라고 쳐버리기에는 너무 억울합니다-_-; 아무리 이국적인 이미지가 성적 이미지로 가는 게 유럽만의 현상이 아니라고 해도 (동양에서는 또 서양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또 많이 각광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직접 삶에서 피해로 들어오고 하니까 많이 화가 나는걸요. 게시판에라도 이리 좀 화풀이를 해보고 있습니다.
추천8

댓글목록

Tom님의 댓글

Tom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인 서양인들은 자기들 문명으로 인간의 본능을 극복한 것처럼 아시아남자들은 그래서 미개한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는 독일남자 서양남자들이 더 이상한 남자들이 많습니다. 님이 그런 일을 겪으셨다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화가 납니다. 진심으로 위로드리고 싶고 연말에 뜻깊은 시간 가지시면서 불쾌한 기억을 빨리 잊으셨으면 합니다.

cagnolino님의 댓글

cagnolino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에도, 다른나라 어디에도 그런 사람들있습니다.
저도 여행하다보면, 그리고 가끔씩, 괜히 말걸고 관심끌려는 사람들 만나고요.
그런사람들..그냥 무시해 버리면 귀찮게 굴지 않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애도 아니고.. 일일이 대답하고, 하자는 대로 다 하면 당연히 자기도 좋아서 그러는 줄 알지요.
한국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 집에 그렇게 쫒아 가셨을런지요? 어딜가나.. 상식은 많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서, 침대방으로 같이 가는게 당하는거라고 생각하시면,
처음부터 조심하세요. 강제로 끌고간게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 일이 생기더라도 90%이상은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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