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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구두 시험을 회고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750회 작성일 03-12-14 09:41

본문

다시 도배 모드로 돌입. 본래 하일트는 시험 결과가 정리되면 <중간 시험 후기>같은 걸 써보려고 했다. 독문학 전공자들은 대개 한국에서 공부한 걸 인정받아 Grundstudium 과정은 면제가 되기 때문에 중간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본인의 시험 경험은 희소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바꿔 말해 남들은 당연히 면제를 받는 걸 나는 못받았는데 자랑할 게 없으니 그거라도 남들 못하는 거 해봤다고 자랑하겠다는 것이다 -.-).

근데 모월 모일에 텔레콤 교수와 면담을 한 뒤에 필기 시험에 관해 정리를 할 때까지 기다리자면 시간이 걸리고 그럼 그 새 까먹는 게 많을 거 같아 일단 학기 초에 있었던 구두 시험만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중간 시험의 구두 시험은 30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시험이 지체될 것에 대비해 학생들은 35분 간격으로 시험 시간을 배정받았다. 난 끝에서 두 번째. 장소는 그냥 교수 연구실이다.

시험 시간에 맞춰서 연구실 앞에 갔더니 학생 하나가 문 앞에 앉아있다. 말을 걸어보니 바로 내 앞의 시험 응시자다. 시험들이 조금씩 지체가 되다보니 나중엔 예정보다 거의 30분쯤 늦어졌고 결국 교수는 얘를 남겨두고 밥먹으러 갔다는 것이다.

어, 그럼 난 또 얘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건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빨리 보고 해치우는 게 좋은데. 곤혹스러워하는 와중에 후식인지 쪼꼬렛 봉지를 들고 텔레콤 교수가 나타났다. 교수도 말한다. <네 차례 되려면 멀었으니 동네나 한 바퀴 돌고와라>

하지만 난 길치다. 5학기 째에 접어들지만 아직도 학교 본관 건물에서 화장실을 못찾는 사람이다. 선생님이 시켰다고 정말 동네 한 바퀴 돌다가 길 잃어버려서 시험 시간에 못맞추면 큰 일이다. 도서관 앞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30분쯤 지난 후에 연구실 앞에 가보니 아직 먼저 들어간 학생은 안나왔다. 대신 내 뒷차례인 마지막 응시생이 나타났다. 하일트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쥔 선배 학생의 위엄을 담아 말했다. <시험이 30분씩 늦춰졌어. 동네나 한 바퀴 돌고 와.>

얘도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냥 여기서 시간을 때울 작정인듯 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의자도 없어 문 앞에 쭈그린 두 사람의 시험 응시자. 상당히 동정심을 자극하는 광경이다.(나중에 Sekretaeriat 아줌마는 분명히 자기는 의자를 갖다놨는데 누가 들고간 거라고 주장했다)

곧 먼저 시험 본 학생이 나온다. 종류를 막론하고 독일에서 구두 시험 보는 건 처음인 하일트는 바로 들어가도 되는건지 감이 안잡혔다. 시험 본 학생에게 물어보니 기다려야 된단다. 그러니까 시험 응시자를 밖으로 내보낸 뒤 본인 없는 데서 점수를 결정한 뒤 다시 응시자를 불러 결과를 알려주는 거였다. 흠…처음 알았다.

얘가 다시 들어갔다 나온 뒤(근데 얘는 안에서 한참 머물러 있었다. 시험 본 직후 얼굴 표정도 별로 안좋았던 걸로 봐 시험 결과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듯) 드디어 내 차례. 들어가보니 어, 교수 말고도 누군가 한 사람이 더 있다. 구두 시험에는 기록관 겸 감독으로 참관인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처음엔 낯모르는 사람이 시험 보는 데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거북하게 느껴졌지만 곧 익숙해졌다.

감독관은 내 신분증을 확인한 뒤 <아픈 데 없지?>라고 물었다. 나중에 가서 응시자가 <이 시험은 무효야! 난 그 때 아팠다구!>하고 땡깡 부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교수: 이제 시험을 시작하기로 할까?
하일트: 네에…(쫄았다)
교수: (옆에 있는 서류를 뒤적인다) 자, 그럼…(계속 서류를 뒤적인다) 어어…(다른 서류도 뒤진다) 음…근데 이 시험 주제가 뭐였나?
하일트: 네?(뭐…뭐냐, 이게 첫문제인가? 대체 무슨 의도의 질문이지?)
교수: 자네 시험 주제를 적은 서류가 안보여…우리가 뭘 하기로 했더라?

잠시 정적.

하일트: …Willehalm(빌레할름)이요. 작은 주제는 diu klage구여…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내용을 설명하자면 빌레할름은 프랑크 제국 황제 샤를 마뉴의 아들 루이를 섬기는 기사인데 이교도들과의 전쟁 와중에 이교도 측에 포로로 잡혔다가 그만 그 동네 여왕과 눈이 맞아 둘이 야반도주를 해버리고 이교도들은 <내 마누라 돌려줘!> <엉엉, 울 엄마 내놔, 이 제비야!> <딸아, 어쩌자고 그런 놈을 쫓아갔단 말이냐!!> 하면서 쳐들어온다. 그래서 기독교측과 이교도측 사이에 다시 전쟁이 벌어진단 이야기. 이렇게만 써놓으면 <그거 일리아드 표절 아냐?>하겠지만 그렇게치면 세상의 모든 유부녀 불륜담은 안나 카레니나의 아류가 된다. 빌레할름의 작가가 베낀 것은 일리아드가 아니라 어떤 프랑스의 서사시인데 저작권 개념이 없었던 중세에는 흔한 사례였다.(중세 독일 서사시의 대부분은 프랑스 원작의 표절작임. 반면 프랑스쪽에서 독일 걸 베낀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됨 -_-) 오히려 중세의 작가들은 <이 이야기의 원작은 무슨무슨 선생이 남긴 원고다>라고 스스럼없이 밝혔고 원작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기 이야기에 권위와 신빙성을 부여해준다고 믿었다.

교수: 어, 그래, 빌레할름, 찾았다!

짝짝짝.

교수: 그럼 첫 질문. 빌레할름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을 해봐라. 줄거리랑 작가랑 작품 생성 배경이랑…

본래 <줄거리 설명>은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질문이지만 독일어가 딸리는 내 경우엔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였다. 딱히 대답해야할 포인트가 있는 질문이 아니라 그냥 두리뭉실한 내용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었다. 어버버버 줄거리를 대충 이야기한 뒤 작가는 볼프람 폰 에셴바흐고 튀링엔 백작의 주문을 받아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 그래, 튀빙엔 백작은 볼프람의 후원자였지. 그럼 후원자란 존재는 왜 필요했을까?
하일트: 헉스!

그냥 작품 내용만 공부했던 하일트로서는 미처 예상 못했던 질문이었다. 물론 따로 공부를 안했더라도 조금 짱돌을 굴려보면 상식적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다. 인쇄 기술이 없던 중세에는 아직 출판사도 없었고 따라서 익명의 광범위한 독자에게 책을 팔아 수입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했으니 작가로서는 소수의 돈많은 후원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 시험이라 잔뜩 얼어있던 하일트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아마 작가가 무지 가난했나보죠>같은 맥락 벗어난 헛소리만 삐약거렸다. -_- 교수 얼굴 표정을 보니 나도 내가 헛소리 중임을 알겠는데 그 땐 그 간단한 답이 생각이 안났다.

교수: (이 문제에 제대로 답 얻는 건 포기했다)그럼 튀빙엔 백작이 작품 주문을 한 건 어느 대목에서 나오는 지 아나?

아, 그건 가물가물…내가 튀빙엔 백작이 주문자임을 안 건 작품을 직접 읽었을 때가 아니라 나중에 작품 해설을 읽었을 때였다. 하지만 <해설에 그렇게 나오던데여?>라고 대답할 순 없고…그럼 찍어야 한다. 보통 주문자에 대한 얘기는 프롤로그로 맨 처음 아님 작품 끝부분에 에필로그처럼 나온다. 근데 빌레할름은 미완성 작품이므로 에필로그가 없다.

하일트: 프롤로그요.
교수: 맞아, 프롤로그지.
하일트: (드뎌 하나 맞춤!) -_-v
교수: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었는지 대보게.
하일트:…생각안나여. -_-
교수: 프롤로그에 <튀빙엔 백작이 내게 이 소재를 알려주었다>는 대목이 있다네.
하일트: 네에…

이렇게 시험은 일단 한 문제에 대답을 하면 그 문제와 관련된 다른 질문을 다시 던지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질문 형식은 시험관 따라 다르다. 어떤 시험관의 경우에는 일단 학생이 주제에 관해 발표를 하는 걸 다 들은 뒤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미리 발표 내용을 요약해오게 하기도 한다. 텔레콤 교수는 학생이 오래 말하게 내버려 두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내 직전 시험 본 학생은 <기껏 준비해온 거 끝까지 읊지도 못하게 중간에 말을 막고 마구 이것 저것 질문을 해대더라>고 불평했는데 어차피 말이 딸리는 하일트는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주어지는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하면 되는 텔레콤 교수 스타일이 차라리 더 좋았다.

교수: 튀빙엔 백작이 알려준 소재란 프랑스 서사시였지. 원본이 된 프랑스 서사시와 빌레할름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보게.

프랑스 원작과 빌레할름의 차이점이라…그야 빌레할름에는 원본엔 없는 빌레할름과 이교도 여왕의 베드신이 두 번인가 나오고…하지만 이렇게 표현해선 안되지.

하일트: 빌레할름에서는 빌레할름과 기부르크(이교도 여왕이 세례 후  새로 얻은 이름)의 관계가 좀 더 강조됩니다.
교수: 그리고?
하일트: 어…그리고 이교도들이 좀 더 인간적으로 묘사되져.

중세 유럽은 흔히 종교적 광신도들이 설치고 다니던 세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의 일종의 <자문화 중심주의>가 될 수도 있다. 현대인들 중에도 각양각색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듯 중세에도 광신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이교도를 죽이는 것은 죄악이긴 커녕 하늘의 성인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종교를 가진 인간들과의 공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계몽주의 시대 이후의 종교 상대론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세인들은 이단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기독교의 우월성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에 종교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모든 종교는 각자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믿지만 중세 유럽인은 <기독교가 왕이다. 다른 종교는 다 사이비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믿는자들도 다 인간이고 하나님이 만드신 존재이니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고 가급적 사이좋게 지낼 일이다>라고 주장했고 빌레할름의 작가 볼프람은 이런 생각을 지닌 중세인의 예로 흔히 인용된다.

교수: 맞아. 그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야. 이와 관련해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 있는데…
하일트: (교수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교수: 대목이 있는데…
하일트: (계속 기다린다)
교수: 있는데…내가 지금 생각이 안나는데…
하일트: 아…네…?
교수: (감독관에게) 저, 그 대목 있잖아, 유명한…
감독관: 그래, 그런 게 있긴 있었지…
교수: 그 대목이 어떻게 되더라…
감독관: …나도 생각이 안나…대충 내용은 알 거 같기도 한데…책 가져 올까?
교수: 아니, 책 가져 오려면 시간이 너무 지체돼. 아…이게 생각이 날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때 하일트의 옆에 놓인 책가방 안에는 빌레할름 책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걸 고이 갖다 바치며 <여기 책이 있으니 참조하시며 마음껏 질문해주세요>할 리가 있나. 오히려 난 독문학의 신께 기도 중이었다.

하일트: (속으로) 독문학의 신이시여, 부디 교수의 기억 상실이 시험 끝날 때까지 지속되게 해주시옵소서. 절대 그 문장이 교수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게 하소서. 일단 시험이 끝난 다음에는 어찌 되든 상관 없나이다. 제 기도를 들어주시면 디터 볼렌의 자서전을 태워 제물로 바치겠나이다…

그러나 독문학의 신은 디터 볼렌을 원하지 않았다.

교수: 생각났다! 이 대목이야. <아버지에 의해 아들들이 지옥에 떨어진다면 축복받은 이는 슬퍼하리라>

이 간첩 접선 암호같은 문장은 빌레할름의 연구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란의 대상이 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아버지, 자식, 축복받은 자를 누구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이교도관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버지가(=아버지) 이교도들을 (=아들들) 세례 받지 않았다는이유로 무조건 지옥으로 보내버린다면 인간들을 위해 고난당했던 예수(=축복받은 이)는 슬퍼할 것이다, 따라서 이교도라고 무조건 지옥에 떨어질 리는 없다는 해석도 있고(이 경우 이교도들도 세례 여부와 상관없이 기독교도들과 동등한 신의 자식으로 간주된다) 이교도 아비들이(=아버지) 자식들이(=아들들) 세례 받는 걸 거부해서 그 때문에 자식들이 지옥에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으며(이 때 이교도들은 신의 피조물이되 신의 자식은 아니며 따라서 기독교인들에 비해 하등한 인간이다) <축복받은 이>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논쟁은 순전히 작가 볼프람이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장을 즐겨 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미 볼프람 시대에도 동료 문인들 사이에 <볼프람 걔는 문장력이 글러먹었어. 당최 무슨 뜻으로 쓴 건지 알아먹기 힘들어>라는 비판이 돌았는데 중세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현대 연구자들에게는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는가. 덕택에 쟁쟁한 박사님, 교수님들께서 마치 괴테 초급반 등록해서 독일어 공부 막 시작한 한국 학생들 마냥 문장 하나 놓고 <주어가 가르키는 건 이거고 목적어가 뜻하는 건 저거다!> <말도 안된다, 주어가 의미하는 건 그거다!>고 박터지게 싸우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날을 잡아 모든 볼프람 연구가들이 모여 분신사마를 해 볼프람 귀신을 불러다 물어본다면 모를까 일치점을 찾지 못한채 대를 이어가며 수십년 논쟁이 지속되다보니 어지간한 해석 가능성은 다 나왔고 <이 문제는 원래 답이 없어, 이제 그만 싸워>하는 논문까지 등장했다. (한편 볼프람은 볼프람대로 작품들 중간 중간 <아씨 그래 나 글 절라 못쓰고 절라 무식하다. 내가 뭐 글쟁이냐? 내 본업은 어디까지나 방패 쓰는 무인이라고!>라는 절규를 심어놨다. 이 볼프람이라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하는 걸 꽤 좋아해서 이야기 중간에 삼천포로 빠져 자기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느니 자기 딸 인형이 어쨌다느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며 빌레할름이랑 기부르크 베드씬 때는 <나도 집에서 마누라랑 그걸 자주 한다>라는 코멘트까지 달았다. 보통 중세 시인들은 개인 신상 관련 자료가 극히 드물고 이름마저 안 남아있는 경우가 흔한데 볼프람은 좀 예외적이다. 귀여운 인간이다.)

교수: 이 대목의 해석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내가 정답을 알면 일약 볼프람 전문가로 떠올라 선생 노릇을 하지 지금 여기서 중간 시험 보고 있겠는가…하지만 어차피 교수도 답을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속편하게 관련 문헌을 훑어는 봤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의견은 없다, 일단 내 중세 독일어 실력부터 딸린다, 무슨 무슨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등등 떠들어댔다. 어차피 교수도 똑 떨어진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게 좋게 그냥 넘어감. 하지만 이 교수는 두 학기인가 전에 빌레할름 하웁트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두 학기 지난 내용은 교수도 제대로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된 건 큰 수확이다.    

그 밖에 프랑스어 원본 제목은 뭐게, 빌레할름이 속한 장르 이름은 뭐냐,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작가로는 누구누가 있냐 등등의 간단한 질문들이 뒤따랐다. 제일 깼던 질문은 <왜 빌레할름엔 속편이 있게>였다. 그야 당연히 <미완성으로 끝났으니까>지! 이 작품이 미완성이라는 건 한 번만 읽어봐도 아는 얘기 아닌가. 중간 시험 구술은 교수가 따로 고심해서 문제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학생이랑 대화하다가 이야기 흐르는대로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엉뚱하다 싶은 질문들도 있었다.

그리고는 이 주제 관련 마지막 질문으로 빌레할름에 대해 따로 말하고 싶은 게 있냐길래 어떤 연구자들은 볼프람이 이교도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오버같다, 볼프람은 이교도들을 인간적으로 묘사하지만 그들의 구원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표현하진 않았다라고 내 생각을 말했다. 정답이 없으니 그냥 우기고 볼일이다.

다음은 두 번째 주제인 diu klage, 현대 독일어로는 die Klage, Nibelungenklage라고도 부른다. 한국어로는 애도가 쯤으로 옮기면 될텐데 유명한 Nibelungenlied의 속편격이다.(Nibelungenlied 줄거리 모르는 사람은 근처 독문학도 붙들고 물어볼 것. 단 음악도에겐 물어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음악도들은 바그너 버전 der Ring der Nibelungen의 줄거리를 설명할텐데 그건 기본 설정이 많이 틀림) 전편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이 살육극의 현장을 돌며 죽은 자들을 애도하는 내용인데 끝없이 이어지는 지리한 한탄과 애도문을 읽어나가다보면(죽은 놈 이름만 계속 바뀌지 내용은 다 똑같다) 울컥 짜증이 치밈과 동시에 <이 애도문 읊어대는 자식들도 전편에서 죽어버렸더라면!>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자들 속에서 이 작품을 둘러싼 최대의 미스테리로 꼽히는 게 <중세인들은 이 따위 작품을 뭐가 좋다고 그 비싼 양피지에 대량으로 남겼을까>니 오죽하겠는가. 유명한 작품이래서 Nibelungenlied를 읽으려 시도했다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등장 인물들 옷빨 얘기에(업계 용어로는 Schneiderstrophen이라고 한다) <이딴 게 어째서 걸작 대접 받는 거냐!>고 집어던진 적이 있는 이라면 한 번 diu klage를 구해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거에 비하면 Nibelungenlied쪽은 정말 위대한 작품 맞다.  

교수: 이 작품이 왜 탄생했는지에 대해 말해보게.
하일트: 전편에서의 살육극에 뭔가 해설을 덧붙일 필요성이 있었으니까요.

이건 하일트 생각이 아니라 그냥 널리 퍼진 모범 답안이다. Nibelungenlied는 1부에서 악당이었던 하겐이 2부에서 영웅으로 등장하고 반대로 1부에선 요조숙녀였던 크림힐트가 2부 와서 싸이코로 돌변하는(보면 안다) 정신 없는 작품인데 어지간히 일관성 없는 내용에는 익숙해져있던 중세인들에게도 그건 너무 버거웠는지 속편인 diu klage에서는 하겐은 일방적으로 나쁜 놈이고 크림힐트는 본성은 착한데 순전히 하겐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된 피해자로 그려진다(물론 이미 둘 다 전편에서 죽은 뒤고 살아남은 자들이 둘에 대해 그렇게 품평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을 교수에게 이야기하는데 썩을, 크림힐트가 entschuldigt(용서되다, 변명되다) 되었다고 말한다는 게 입이 삐끗해서 entschaedigt(배상받았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교수, 계속해서 <너 아까 entschaedigt랬어~~>하고 붙잡고 늘어졌다. 이건 너무나 명백한 실수 사례였고(Entschuldigen Sie와 Entschaedigen Sie는 큰 차이가 있다;;) 그밖에 자질구레하게 틀린 독일어는 많다. 글로 대답 내용을 써놓으니 내가 유창하게 떠든 거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별로 길지도 않은 문장으로 대답하면서도 엄청 버벅거렸다. 뭐 덕택에 내가 대답할 때는 내용도 별로 없으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통에 다른 독일애들이 시험 볼 때보다 교수가 질문을 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수: 자네가 말한대로 diu klage에서 하겐과 크림힐트는 확연히 선악이 구별되네. 그런데 Nibelungenlied에서도 이미 어떤 판본의 경우에는 두 사람 성격을 diu klage와 비슷하게 제시하고 있지. 어떤 판본인지 알고 있나?
하일트: C 판본이죠.

교수는 <Grundstudium이면서 벌써 그런 것도 알다니 이 녀석 제법인데~~>하고 말했는데 하일트는 무척 민망해졌다. 예전에 면담하러 갔을 때 텔레콤 교수는 하일트가 시험 주제에 대해 무념무상인 것을 보고 <너 하다 못해 이 책이라도 읽어라 -_-+>며 diu klage에 관해 책 한 권을 추천해주었고 그 책은 <Nibelungenlied는 A,B,C 세 버전이 있는데 diu klage와 내용상 제일 관련이 많은 건 C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700쪽을 잡아먹는 굉장한 책이었다. 물론 내가 그 700쪽을 다 읽었을 리는 없고 목차를 훑어본 뒤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데만 골라 깨작깨작 몇 페이지 읽다 집어던졌으나(700쪽짜리 책은 집어던지는 데도 제법 힘이 든다. 하드 커버라면 더욱 그렇다) 그만 내게 책을 추천해준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교수는 내가 학구열에 불타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고 믿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 착각을 수정해줄 이유는 없었고 난 <뭐 보통이지요>하는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독자들도 대충 눈치챘겠지만 텔레콤 교수는 기억력이 별로 안좋거나 나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분명 내가 모월 모일에 다음 면담을 가면 <안녕, 근데 너 왜 왔니>할거다.)

교수: 아까 빌레할름의 프랑스 원작에 대해 이야기했지. 그럼 Nibelungenlied의 원작(Vorlage)이 된 작품은 뭘까?
하일트: Nibelungenlied의 원작이라…잠깐만요…그건…

잠시 정적.

하일트: Nibelugen이 Vorlage가 있긴 뭐가 있어요!
교수: 안 속네. -_-
감독관: ㅋㅋ…
하일트: -0-

교수: 그래도 줄거리의 원형이 된 무언가가 있을 거 아닌가. 말해보게.
하일트: 음…부르군드 왕국의 멸망인가…?
교수: 게르만 족의 역사적 사건이지. 궁정 소설과 달리 영웅 서사시는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어.
하일트: 그렇죠, 뭐.
교수: 그리고 Nibelungen의 작가는?
하일트: (또 페이크다!) Nibelugen은 작가 이름이 안남아있죠. -_-+
교수: 맞아. 그런데 왜 빌레할름은 작가 이름이 남아있는데 Nibelugen은 안그럴까?
하일트: 어어…!

그건 처음의 후원자 문제 만큼이나 나를 당황하게 한 문제였다. 빌레할름은 영웅서사시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결국 영웅서사시만으로 시험 주제를 고르는 건 실패했다). 그리고 영웅서사시와 그밖의 장르를 구별하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영웅 서사시의 작가는 무명씨지만 궁정 소설(hoefischer Roman)류는 작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난 <영웅 서사시엔 작가 이름이 안남는다>는 사실 자체만을 외웠지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해 그저 외우기만 하던 하일트, 이렇게 사고력을 요구하는 독일식 교육 앞에 침몰해가다…아아…교수가 이렇게 까다로운 질문을 던질 때의 대처 방안은…

1.        혀를 빼물고 죽은 척을 한다.
2.        눈을 까뒤집고 죽은 척을 한다.
3.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죽은 척을 한다.
4.        <아임 쏘리, 아이 돈 언더스탠드 저먼>이라 대답한다.
5.        그냥 모르겠다고 한다.

난 5번을 택했다. 내가 너무나 쉽게 수건을 던지자 교수는 되려 당황했는지 <생각해봐…너도 알만한 거야…왜 diu klage에는 작가 이름이 따로 없겠어…>하고  힌트를 주려했다.

하일트: 어어…diu klage는 성직자가 의뢰했던 작품이고…(이건 프롤로그가 아니라 맨끝에 나옴)
교수: 그렇지. 아까 빌레할름의 경우는 어땠지?
하일트: 빌레할름은…궁정 귀족이 의뢰를…
교수: 바로 그 얘기야. 영웅 서사시는 작가 이름이 없지만 궁정 소설은 작가 이름이 나오지.

그러니까 교수가 원했던 답은 <빌레할름은 궁정 소설이니까 작가가 있고 니벨룽엔은 영웅 서사시니까 없지요>였다. 근데 설마 이런 간단한 게 답이라고 생각 못한 하일트는 한 단계 건너 뛰어 <왜 궁정 소설은 작가가 있는데 영웅 서사시는 없냐>로 문제 의도를 받아들였던 것. -_-;;

교수: 그럼 이 정도로 끝내지. diu klage에 대해 따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하일트: 그거 되게 재미없던데요.
교수: 아…재미가 없었다고…

교수는 잠시 <야, 네가 그거 하자고 했지 내가 시켰냐!>라는 눈초리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제 합격 여부를 결정할테니 나가 있으라고 했다.

교수: 그 가방은 놓고 가도 되네. 어차피 또 들어올거 아닌가.
하일트: 아, 네.

하일트는 들고 가려던 가방을 내려놨다. 예전에 가방 도둑맞은 사건의 후유증인가. 잠시 다른 데 가는 거라도 가방을 들고 가야 편하다. 그래도 설마 교수가 내 거북이 인형을 탐내진 않겠지. 가방을 내려놓고 나왔다.

복도로 나가니 내 다음 차례인 마지막 응시자는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있다. 얜 중세독문학은 부전공으로 하는 거고 이미 주전공에서 중간 시험을 본 경력이 있어서 별로 큰 부담은 없어보였다. 잡담중인데 다시 문이 열리고 들어오란다.

교수: 너 참 독일어가 버벅거리더구나.
하일트: …네…

사실 컴플렉스 중 하나다. 다른 전공이면 상관없지만 시대가 중세라도 명색이 독문학이 전공이긴 전공이다보니 독일어 딸리는 건 참 쪽팔린 일이다. -_-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처음보다 어휘가 많이 늘어서 말할 때 표현력 쪽은 개선이 있었지만 유창함 쪽에서는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버벅거리는 정도는 처음 독일 왔을 때나 비슷하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해마다 조금씩 더 수준이 높아지는 단어로 버벅거린다고 할까.

교수: 그래도 질문에 대답들은 대충 맞게 했으니 합격이다.

고마우신 말씀. 하지만 다음 졸업 시험 볼 때는 이 교수 말고 다른 교수를 찾아가야겠다. <자네는 그 때 중간 시험 보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여전히 버벅거리나?>같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텔레콤 교수는 교수 나름대로 <옆 방 모 교수는 시험 보러 온 학생과 심오한 학술적 토론을 벌였다는데 난 학생 복이 지지리도 없어 entschuldigen과 entschaedigen도 구별못하는 덜떨어진 녀석 독일어나 교정해주고 앉아있어야 하다니>라고 신병을 비관하게 만드는 것도 잔인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구술 시험은 대충 흘러갔다. 한국에는 별로 없는 시험 형태라서 신기했는데 미리 질문이 정해진 필기 시험과 달리 시험관이 즉흥적으로 학생의 실력에 맞춰가며 질문을 던질 수 있고 학생 입장에서도 자기가 공부한 방향 쪽으로 질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몇몇 질문을 놓치더라도 일단 공부를 하긴 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무사 합격될 수 있었고. 주관적인 인상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지 않기 위해 옆에서 감독관이 중간 중간 기록을 하긴 하지만 종이에 기록된 답안만으로 채점되는 필기 시험에 비해서는 답안 내용 뿐 아니라 시험장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부분이 큰 거 같았다. 아마 내 경우도 외국애가 얼굴 빨개져서 더듬거리는 게 동정표를 좀 얻었지 않았나 싶다. -_-;;

또 우리 학교 내 전공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중간 시험의 경우에는 시험 보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안높았다(타 학교 타 전공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음). 학생에게 무슨 학계를 뒤엎을 독창적인 내용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이제 Grundstudium 마친 학생에게서 그런 내용 나오면 교수들은 다 사표써야 한다 -_-) 그냥 혼자 참고 서적 찾아가며 남들이 연구해놓은 걸 읽고 뭐가 중요한지 이해하는 능력 정도가 요구되었다.(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혼자 도서관을 이용할 능력) 중세 독어 실력도 별 필요 없다. 엔간한 중세 문학 작품은 다 현대 독일어 번역이 있으므로. 뭐 졸업 시험 때는 좀 수준이 틀려지겠지.

근데 졸업 시험 때는 나도 동정표 없이 합격해야 할텐데...-_-
추천2

댓글목록

뢰뵌님의 댓글

뢰뵌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평가방법의 백미(白眉) m&uuml;ndliche Pr&uuml;fung.....
컨닝은 꿈도 못꾸며 내 가진 실력이 모두 발가벗겨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시험방식이지요. 더군다나 억지로배운 독일어 실력으로 시험관 앞에서 떨지않고, 버벅거리지않고 자연스럽게 답을 한다는게 보통 누구에게나 여간 힘든일이 아닐수 없고요.
하지만 독일에서 학문을 한다면 누구든지 절대 피할수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하일트

하일트님의 댓글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 튀빙엔 백작 운운은 튀링엔 백작(Landgraf von Tueringen)의 오타입니다. 제가 항상 튀빙엔과 튀링엔을 헷갈려하는데 이 번에도 한 건 했군요. -_- 2. 이 글을 쓸 땐 옆에 빌레할름 책이 없었으므로 중간의 인용들이 원문에 충실하리라고는 믿지마세요. 3. <원작>운운도 불충분한 한국어 번역입니다. 중세는 독창성에 대한 개념이 현대와 틀렸으므로 현대식의 원작 개념도 없었죠. 제가 원작이라고 쓴 것의 독일어 버전은 Original이 아니라 Vorlage입니다. 4. 며칠 지나면 왕께서 돌아오시는군요.(히죽) 부디 파라미르가 3편에서 명예를 회복해내기를!

푸푸~님의 댓글

푸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갓 독일땅을 밟은 유학생입니다.. 항상 짜여진 일정속에서 다람쥐 체바퀴 돌 듯 그러다 오늘 하일트님의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하일트님의 글은 저에게 밑에 어느 분이 말씀하신것처럼 삶의 단비 같군요.. 모두에게 힘든시기가 있고 또 모두 그것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물론 하일트님의 위트넘치는 문장또한 빠뜨릴수 없죠.. 하하.. 이제부터 잘 볼께요.. 그럼.. ^^ ..

덧붙임 : 그리고 님의 길다긴(!) 전공과 부전공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랍니다..

냠냠냠님의 댓글

냠냠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는 글이군요. 저도 몇년 후 구두시험을 봐야하는지라 벌써부터 약간 긴장도 되고.. 아 물론, 논문이 완성되는게 먼저이니 지금부터 걱정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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