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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면담을 신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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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93회 작성일 03-12-14 04:40

본문

지지난번 일기에 썼던 대로 중간 시험 필기를 떡을 친 뒤 시험 담당 교수에게 면담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목표는 1. 내가 필기 시험에서 구체적으로 뭘 잘못 쓴 건지 얘기를 듣고 2. 다음 번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며 3. 정말로 이 교수가 최면에 잘 걸리는 유형인지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학교 점수를 매기다>편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이 교수는 이번 학기에 다른 지방에 교환 교수로 가게 되었기 때문에 정기 면담 시간을 없애고 사무실 문에다 <면담 필요하면 멜 쓰슈>라고 써붙여 놨다. 동료 독일인 학생들에게나 내가 고객인 서비스 업체에 보내는 메일이라면 나는 바담풍이라 써도 너는 바람풍이라 알아보라고 철자고 관사고 확인할 거 없이 대충 써서 보냈겠지만 상대가 교수고 또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사전 꺼내들고 일일이 확인해가며 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독일어도 독일어지만 내용도 신경이 쓰였다. 형편 없는 점수를 줬던 학생에게서 다짜고짜 <당신 나 좀 봐야겠소>라는 메일이 날아오면 어지간히 담대한 교수라도 몸을 사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중국어권 무협 영화나 일본 배경의 사무라이 영화들을 보면 동양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칼질에 능하며 한 번 원한이 생기면 절대 잊는 일 없이 대대로 원수를 갚는다는데! 자칫 협박성이나 <왜 점수를 그  따위로 줬소!>라고  따지는 내용으로 비칠 경우 교수가 그냥 내 멜을 씹어버릴까봐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1번과 2번의 의도로 만나고자 하는 것임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문장을 짜냈다.(물론 3번 최면 건에 대해서는 굳이 실험 대상에게 미리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A4 한 장 분량도 채 안되는 멜을 쓰는데 2시간 가량이 걸렸다. 남들은 보통 연애 편지쓰는데나 그런 수고를 기울이건만 나는 기껏 유부남 아저씨 교수에게 한 번 만나달라고 애걸하는 편지 따위나 쓰고 있어야 하다니…공부 못하면 여러 모로 서러운 세상이다. ㅜ.ㅡ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편지를 전송하고 답장을 기다리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보통 이 정도 기간이면 일반 우편도 왔다갔다 하고도 남는데?  요새 학교 서버 교체하면서 메일 전송에 문제가 있다더니 그 때문인가?(교수 멜주소는 물론 업무용 학교 계정) 아님 내 계정인 악명 높은 hotmail이 또 문제를 일으킨건가? hotmail말고 다른 주소를 이용해서 다시 한 번 보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답은 다른데 있었다. 우리의 교수님은 <설마 아무려면 나한테까지 면담하자고 하는 학생이 있겠냐>싶어서 몇 주 동안 멜 확인을 안하고 띵까띵까 버티셨던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왜 답이 안오나 싶어 조바심을 내던 하일트도 몇 주 시간이 흐르자 <에이, 한국에선 이번 중간 시험보다 더 나쁜 학점도 받아봤는데 뭘> <이번에도 붙긴 붙었으니 졸업 시험 때도 어찌어찌 졸업은 하게 되지 않겠어?>하는 태평천하 모드로 몰입함과 동시에 작성에 두 시간이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쓴 메일에는 대소문자 구별 오류라든가 틀린 철자라든가 하는 독일어 오류들이 득실거린다는 점을 깨닫고는 <쪽팔린데 교수가 아예 내 멜을 못받았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험 점수 발표가 나고 석 주 쯤 지나 처음 베리 게시판에 한탄을 늘어놓을 당시의 우울하던 기분 따위는 몽땅 잊고 에헤야디야 하는 하일트에게 교수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내용은 자기가 베를린에 없기 때문에 이제야 내 메일에 답을 한다는 것(이 변명 하면서 교수 본인도 좀 민망하지 않았을까? 우편으로 집에다 보낸 것도 아니고 전자 메일이었는데 <내가 요새 베를린에 없어서 이제야 확인을…>라니.^^;;), 그리고 과연 내 중간 시험 필기 답안은 문제가 많았으며 그나마 구술 시험을 봐서 합격시켰다는 확인 사살(sehr sehr knapp이라고 sehr를 두 번 씩이나 되풀이했다 -.-), 아닌게 아니라 나는 글쓰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그리고 이와 관련해 면담을 할 수는 있으나 자기는 내년이 되어야 시간이 난다는 이야기, 내년 모월 모일이 어떻겠냐는 일정 제시였다.

가장 두려워하던 내용의 답장은 아니었으나(<하일트, 자네 답안은 이미 Pruefungsamt에 넘어가 내 수중엔 없으며 이제 난 자네가 과연 중간 시험 때 어떤 내용의 답안을 작성했는지 도통 기억이 안난다네. 하지만 내가 그런 점수를 줬던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받을 걸 받았다고 생각하고 잘살게> 식의 답장이 올까봐 걱정했다)석 주 가까이 지나 온 멜 답장에 적힌 내용이 <내년에 보자>라니(이 글은 답장을 받은 직후가 아니라 답장이 온 뒤 다시 한참 세월이 지난 후 쓰는 중) 어지간히 독일식 만만디에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던 하일트도 잠시 상대가 선생님임을 잊고 모니터 앞에서 부들부들 떨며 <이런 천하의 도이체 텔레콤같은…!>이라고 욕을 해줬다. 앞으로 이 교수는 다른 교수들과의 구별을 위해 <텔레콤 교수>라 부르겠다. 필자에게 포스터 제작을 지시했던 트리스탄 세미나 교수와 구별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자 하일트, 진정하자, 이 곳은 독일이야, 독일에선 독일 식으로 살아야해, 그깟 <내년에 보자>따위의 어택에 피를 토하고 쓰러져서는 곤란해.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하일트는 <그럼 그 때 뵙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답장을 써서 보냈다.

근데 <아무도 나한테 면담하자고 안할 거 같아서>멜 확인을 안했다니 아무래도 내가 지난 초여름 중간 시험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간 이래 이 교수의 면담 일정의 대부분은 내 차지가 아니었나 싶다. 중간 시험 상담글 쓰고 나서 다시 한 번 면담하러 간 적이 있지만 그 때도 잠깐 책을 빌리러 왔던 학생 하나 빼면 역시 면담 끝날때까지 교수를 찾아온 학생은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이 교수랑 나랑 불륜 관계라고 소문나겠다. -_-;; 혹은 스캔들까진 아니더라도<왜 걔는 유독 뻔질나게 그 교수를 찾아간대? 컬트팬이래?>라는 수근거림이라든가.(사실은 나도 몇 번 안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 남들 안가는 데 가면 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눈에 띄지 않겠는가)
*********************************************
위의 글내용과는 아무 상관 없는 덧: 저절로 쌍커풀 생기는 법! 끝까지 스크롤 내려 보시기 바람.

http://www.manmin.or.kr/news/n/no221~/no227/spc_01.htm

유머란에 따로 올릴까하다 간단한 내용이므로 같이 올림.
추천2

댓글목록

하일트님의 댓글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엉뚱한 말을 하거나 할 말을 못하거나 헛소리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몇 번 찾아가다 보면 나아지는 건 있어요. 제 독일어 실력이 큰 발전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자꾸 만나다 보면 친밀감이 좀 생기고 교수 입장에서도 제 독일어가 익숙해지고 해서 분위기는 좀 편해지더라구요. 또 교수들 앞에서 쫄게 되는게 괜히 헛소리 해서 멍청한 놈으로 찍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똘똘한 모습을 보여줘 능력있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야야 하는데...하는 식의 부담이 겹쳐진 심리적 이유가 큰데 제가 찾아가는 이번 교수의 경우는 어차피 제 중간 시험을 주관했기 때문에 제 실력을 다 알거든요(전공 실력뿐 아니라 독일어 실력도요 ^^;;). 그러니 이 분 앞에서는 새삼스럽게 똑똑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요.

교수들도 다 학창 시절을 겪었고 학생으로 공부를 해본 몸이라 이 학생이 공부를 했는지 안해왔는지, 얘가 뭘 알고 떠드는지 모르면서도 막 떠드는지는 다 파악을 하더라고요. 더듬더듬 말을 잘 못해도 제가 공부를 해갔을 때는 알아주십니다. <언어가 딸리므로 전공 실력까지 과소 평가받을 거다>라는 걱정을 안하면 좀 편해지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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