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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두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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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후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114회 작성일 03-12-13 08:25

본문

준비물: 냄비, 숟가락 또는 주걱, 가는 체, 두유, 요구르트(또는 유산균, 또는 그 제품. 유산균이 가장 좋고, 야구르트나 유산균 음료 같은 것도 좋다. 나는 둘 다 없어서 아무것도 안 들어간, 즉 맛대가리 하나도 없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썼다).

1. 신나는 금요일 저녁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수업이 없으니 잠깐이나마 스트레스에서 해방이 되고, 지난 한 주를 돌이켜볼 수도 있고, 모자란 것 보충할 수도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산책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할 짬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기보다는 사흘밤을 칙칙한 기숙사 방에 쳐박혀서 또 벙어리 전화기나 티비 라디오 따위를 붙잡고 뒹굴거려야 하는 주말인 것이다. 이럴 땐 정말 잘못 걸려온 전화마저도 반갑다.

2. 이런 연유로 오늘은 두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독일에서는 콩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지난 겨울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에 콩 한 말 싸오려고 했다. 하지만 가난한 유학생이 독일에서 콩을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갈기 힘들면 콩밥을 지어 먹으면 되겠지만, 가뜩이나 살기 힘든 이 독일 땅에서 콩밥을 먹기란-_-;; 콩밥 하면 대개 가막소나 위리안치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 때에 마침 한의원을 하는 친구 양반께서 지금 내 상태에선 팥이 좋다 하여, 콩 대신 원주산 팥 1킬로만 들고 왔다. 이 팥으로 팥죽을 쒀 먹으려 했지만, 도구 부족으로 (결정적으로 천으로 잘 내려야 한다. 게다가 찹쌀도 없다) 포기하고 대신에 팥고물을 만들어 아이스크림에 얹고 팥빙수 대용으로 먹고 말았다. 아직도 대략 600그람 정도 남았는데 이번 동지엔 팥죽에 도전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마도 막상 닥쳐선 밥 지어 간장에 비벼먹고 말게 뻔하다.

3. 이런 저런 연유로 오늘은 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두부는 물론 밖에 나가서 사면 된다. (불행히도 난 아직 두부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ㅠㅠ) 하지만 앞으로 월요일 아침까지 장장 여든 시간도 더 남았으니, 주말에 하루 잠 자는 시간 열 시간씩 사흘을 빼더라도 쉰 시간이나 더 남았다. 그래서 두부를 "쑤어" 보기로 한 것이다. 언제나 이런 가사 실험을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성과물도 있어 가슴이 뿌듯하다.

4. 뜸을 너무 많이 들였다. 본격적으로 두부 만드는 과정을 재생해 보겠다. (지금 나는 생활정보를 쓰는 게 아니라 일기를 쓰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본래 생활정보에 글을 쓰려고 했는데 거기엔 Q&A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이리로 온 것이니 일기체가 아닌 것도 그다지 못마땅한 바는 아니다. 나는 오늘 두부를 만들었다, 운운... 이런 문체로 바꿔 읽으시길 부탁한다.)

5. 정말 뜸을 너무 들였다. 사실 두부 만드는 게 너무 간단해서이기도 하다. 먼저 냄비에 슈퍼에서 사온 두유를 넣고 약한 불에 은근히 끓인다. 끓이면서 숟가락이나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끓이다 보면 얇은 막이 생길 텐데 걷어내는 게 좋겠다. 두유가 열받아서 보글보글하는 상태가 되면 유산균................이 없으니까 미리 준비해 논 유산균 제품을 붓는다. (왜 두유를 끓이는가? 두유는 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물을 끓여 증발시키다 보면 콩을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산균을 넣는가?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윤산균이 응고를 잘 시키는 성질이 있다고 해서다. 아닌게아니라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유산균 제품이 좀 끈적인다-_-;;; 하지만 그다지 신빙성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유산균들이 끓는 물 속에서 오랜만에 온욕한다고 좋아하지는 않을 테니까. 더 끈적이는 모짜렐라나 여타 가우다 같은 치즈를 넣어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웬지 두부가 아닐 것 같아 요구르트 선에서 낙착을 봤다.) 나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 분량 조절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대략 두유 250미리, 요구르트 대략 200미리 넣었다. 좀더 맛을 느껴 보면서 적당한 비율을 찾아야 할 일이다.

6. 살살 끓는 두유에 요구르트를 붓고 잘 저어주면서 살살 더 끓여주면 자잘한 알맹이들과 맑은 물로 분리되는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소금을 조금 뿌리면 짭짤하니 맛이 좋을 것 같아 조금 뿌렸다. 잘 응고된 것 같아 보이면 냄비를 내리고 체에 걸러 물을 뺀다. (한국 음식을 할 때에 쓰이는 부사는 종종 그 지시하는 바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잘 (젓다, 섞다), 듬뿍 (치다, 넣다), 송송 (썰다), 바짝 (태우다), 묽게 또는 찰지게 (반죽하다) 등등. 한국 음식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종종 된장 찌개에 된장을 얼만큼 풀어야 할지, 김치를 담글 때에 고춧가루를 얼마나 뿌려야 할지 물어올 때에 한독 사전과 독한 사전을 뒤적이다 "angemessen" 이러고 말면, 그 사람들은 대개 이런 표정을 짓는다. -_-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은 "은근하게" 같은 말이다. 이런 말 들으면 나도 헷갈린다.) 나는 체가 없어 커피 필터에 대고 물을 뺐다. (커피 필터는 고추 기름 낼 때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7. 물이 "적당하게" 빠지고 "조금" 식어 만질 만하다 싶으면 오래 잘 주물러 뭉치게 해서 식힌다. 그러고 나면 훌륭한 "두부" 한 모가 만들어진다. 다 식은 다음에 칼로 썰어 보니 부스러지지도 않고 제대로 썰린다. 그러고는 시식을 해 보았는데......

8. 굳이 품평을 하자면 모든 것이 두부보다는 비지에 가까웠다. 모양도 그렇고, 씹히는 느낌도 그렇고 (두부 비슷한 치즈, 그 놈과도 씹는 느낌이 비슷하다. 벌써 온 지 삼 년이 더 되었는데도 슈퍼 가면 언제나 깜빡 속는다-_-) 냄새는 두유 냄새가 조금 있는 편이다. 살짝 눌러 보면 제법 탄력이 있어 쉽사리 모양이 부서지지 않는다. 맛 또한 두부보다는 비지에 가까운 편이었고, 먹고서 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되어 보인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간에 일단은 두유 성분를 응고시켜 모양을 만들어 본다는 실험은, 그 결과가 두부가 되었건 드브가 되었건 간에, 성공을 했다-_-++ 담에는 두유 냄새를 죽이기 위해 소금을 좀더 넣어 봐야겠다. 아니면 다른 두유 제품을 골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리고 요구르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점검을 해야겠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져 보면 그냥 한 모 밖에서 사는 게 더 싸게 먹히고 맛도 좋다-,.-) 어쨌거나 내일은 다시 끓는 물에 넣어서 어찌되나 지켜봐야겠다.



추천14

댓글목록

뿔님의 댓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저런 단어를 보면 할머니 같은데, 실험 운운하시니 공학도 같으시기도 하고. 참. 끓는 물에 넣어보니 어떻게 되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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