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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한탄을 늘어놓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6,605회 작성일 03-11-12 03:00

본문

요새 라이브 일기란이 제 개인일기장처럼 되어가는 느낌이 드네요. 이러다 야간비행님에 이어 라이브 일기를 도배해내는 위업을 달성하게 될지도 ^^V

오늘은 간만에 존댓말 모드 입니다. 그냥 혼잣말처럼 겪은 일 주절대는 게 아니라 누구 읽어주는 사람을 상상하면서 하소연을 늘어놓고 싶은 기분이거든요. 기분 나쁜 일 있었냐구요? 넵.

유학생이 기분 나쁠 일이면 뭐가 있을까요. 버벅거리는 독일어 때문에 쪽팔린 거? 가끔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 괜히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기죽을 때?(어째 유학하면서 독일어나 전공 실력보다 눈치가 더 빨리 느는 것 같은 건 저 뿐입니까?) 통장이 마이너스 잔고가 되었는데 돈 풀 일이 생겼을 때? 관료주의적 행정 때문에 왔다갔다 고생할 때? 아마 다른 분들도 한 두 번씩 접해보셨을 상황이겠고(아, 마이너스 통장은 그냥 나만 돈관리 못해서 그런건가?) 저도 저런 상황들 때문에 우울해진 적들이 있습니다만 역시 꿀꿀함의 심도로는 <전공이 속 썩일 때>를 못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도피 유학이건 그냥 남들 다 가기에 얼떨결에 비행기 표 사서 따라나온 유학이건 간에 일단 공식적으로 유학생이라는 딱지가 붙은 상황이다보니 다른 골칫거리들은 그냥 지엽적인 문제로 넘겨버릴 수 있지만 <난 학문의 길로 갈 인재가 못되나봐,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고물상 자리나 알아봐야…> 내지는 <전공 잘못 골랐나봐…ㅡ.ㅜ> 같은 회의가 들 땐 더 이상 도피할 구석도 없어지거든요.

느닷없이 이런 꿀꿀한 소리를 할 때는 계기가 있겠죠? 중간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말이죠…구술 시험은 그럭저럭 넘겼는데 필기 시험을 떡을 쳤습니다. 아예 떨어졌음 재시험 기회나 있겠으나 교수가 마음이 약해 차마 살수를 날리진 못했는지 간당간당 붙여는 놓은 바람에 만회할 기회도 없이 이 점수가 졸업 시험 볼 때까지 악마의 표시 666처럼 제 뒤통수에 붙어다니게 생겼어요. -0- 차라리 필기를 남들만큼 보고 구술을 떡을 쳤으면 <외국인이라 말이 딸려 그랬다>고 변명할 수나 있고 교수 성격이나  나빴으면 까탈스러운 교수 만나 망했다고 투덜거릴 수나 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교수가 떨어트릴 걸 불쌍히 여겨 붙여줬음 붙여줬지 줘야 할 점수를 안줬을 사람 같진 않아요. 전 오히려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최면을 거는 능력이 있어 구술 시험 때는 교수를 홀려 점수를 받아낸 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차라리 구술을 망쳤더라면…하는 또다른 이유는 구술 시험 내용은 주로 간단한 문장으로 대답하면 되는 암기식 지식들이었지만 필기 시험은 나름대로 논리와 사고를 펼쳐야 하는 논술식이었다는 거죠.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더 폼나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주입식 교육에 쩔어 단순암기밖에 못하는 놈>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제가 쓴 내용 자체가 방향을 잘못 잡은 내용인 건 물론이고(논술식이라는 게 처음 가닥을 잘못 잡으면 끝까지 헛소리가 이어지게 되지 않습니까?) 제 논술 방식에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긴 있나봐요. 지난 학기 Hausarbeit 때도 <형식과 학술적 엄밀성 면에서 모자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그 땐 점수가 이 정도는 아니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못느끼고 그냥 넘어갔습니다만…한국에서 얼렁뚱땅 레포트 쓰던 값을 치를 때가 온 것 같군요. 한국에선 어차피 관련 자료도 별로 없고 해서 대충 주제만 잘잡으면(다시 말해 아이디어만 괜찮으면) 논술 과정이 어설퍼도 넘어갔지만 여기서는 Hausarbeit마다 강사가 꼼꼼하게 첨삭을 해서 돌려주다보니 그런 게 잘 안통합니다. 게다가 저는 독일어가 딸리니 더 문장들이 엄밀하지 못하고 거칠 수밖에요. 흠…서점 가서 학술적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라도 사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시험 주제 관련 자료들을 빌려 모범 답안이 뭐였는지도 알아봐야겠구요. 그나마 더 늙기 전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전공과 헤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이 전공이 제 어릴 적 꿈이었다든가하는 건 아니지만(본인이 최초로 가졌던 꿈은 수의사였음. 절대 <중세 독문학 전공 대학생>따위가 아니었음) 애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죠.(첫 눈에 반하거나 열렬하게 연애한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럭저럭 정들어서 안헤어지고 사는 부부 관계를 연상하면 됨) 다만 한국에서 이미 대학원을 마치고 유학온 분들이 부러워질 때는 가끔 있습니다. 제 전공은 제 한국 모교에 전혀 개설되지 않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전 독일 와서 전공을 싹 바꿔 시작한 것과 비슷한 경우거든요. 따라서 전공이 기본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거죠. 그래서 전공에 어느 정도 기반을 쌓고 독일에 온 분들이 부러워지곤 합니다. 뭐라고 딱히 표현할 말이 안떠오르는데(아…이제 한국어도 안된다 ㅜ.ㅜ) 음…그러니까 예를 들어 가끔 박사 논문 쓰러 오신 분들이 <지도 교수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는 식의 말씀을 하실 때면 전 이런 생각을 하죠.<Grundstudium 학생들은 아예 감히 교수 만날 일도 없는데 -_-;;> Grundstudium 세미나는 교수는 커녕 그나마 박사도 아닌 석사들이 진행할 때도 많아요. 교수는 Vorlesung때나 구경을 할까. 학부 초년생의 입장에선 그냥 별세계 사람들인거죠. 박사 논문 쓰시는 분들이 우리 지도교수가 어쩌구 하실 때면 전 과연 저한테는 그런 존재가 생기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아예 박사끝내고 포닥하러 왔다는 사람들은 나랑은 다른 세계 사는 사람이므로 언급할 가치도 없음)

물론 학부과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은 점도 많지만(일단 적응하기가 한결 쉽겠죠) 가끔 이게 내 갈 길이 맞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만약 한국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전공 관련해서 경력과 공부 경험이 있고 확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유학을 왔다면 이런 회의는 덜했을거 같습니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솔직히 제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치욕을 만회하겠다>며 이를 악물고 학업에 전념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시간 좀 지나면 다시 헤죽거리며 되려 엔간히 나쁜 점수에는 <예전 중간 시험  때는 더 심한 점수도 받아봤는 걸~> 하고 속편해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벌써부터 <사고를 당해 건강을 해치거나 공부는 하고 싶은데 형편이 안되어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는 시험 좀 망치는 게 더 낫잖아>하면서 자기 위안을 하고 있거든요.(<- 어이, 사고 당하거나 형편 안되는 건 남 탓일 수도 있지만 시험 망친 건 전적으로 네가 못난 탓이잖냐, 이놈아!) 더 나아가 졸업 시험 때는 아예 공부는 작파하고 교수한테 최면 거는 연습이나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외계인 분장을 하고 나타나서 교수 얼을 빼놓을까나…
추천4

댓글목록

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논술식이라는 게 처음 가닥을 잘못 잡으면 끝까지 헛소리가 이어지게 되지 않습니까?
그정도면 다행이죠.. (독일어 딸리는 사람은 논술이라는 고수의 경지에 다다르기도 한참전에 헛소리 늘어놓습니다..)
나이 한참먹구 독일에서 음악공부 새로 시작한 사람입니다. 나이들어 악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는 것, 알고 시작했으니 이런 저런 참기어려운 시선은 잘 참고 있지요, 이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쨌든 한국에서 음악공부를 끝내고 오신분들은 이론 수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악보읽는 법부터 새로 시작했지요.(오선지 다섯줄 아래 선하나 긋고 콩나물 그리면 &#039;도&#039;라는 것은 아는 정도였답니다.) 그런 제가 음대 입학해서 화성학, 형식학 등등을 배우는데.. 도대체 용어를 알 수가 있어야죠.
그나마 화성학은 몇몇 기호를 익힌후에 계산하는것, 이론 수업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화성학은 가장 좋은 점수로 통과했는제요.. Instrumentenkunde & Partiturkunde 수업에 있었던 일입니다.
높은음 자리표나 겨우 읽기 시작한 제게 오케스트라 총보를 전해주고는 이야기 하자는 것입니다. 그때 그기분이란.. &#039;오늘 밤에 방구석에 혼자 처박혀서 보드카에 쩔겠군.. 아~ 빨리 끝나라..&#039;
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Dynamik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하더군요..(참고로 음대는 DSH시험이 필요없습니다. 엉망 독일어로 학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죠, 전 그렇게 시작해도 음악이니까 되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대에 어학 시험이 없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아~~ 그순간 &#039;많이 듣던 단어같다..&#039; 저는 음악의 다이나믹한 전개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선생님과 다른 모든 학생들의 표정이란.. 이때 Dynamik은 악보의 강세표(ppp, ff, mf 등)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헛소리란...
결국 구술시험에서 한번의 낙방을 거친후.. 2학기 수업을 4학기에 걸쳐 수업을 받았죠. 형식학도 2학기 수업을 4학기에 걸쳐 받았는데.. 그정도 되니까 수업 순서까지 머리에 들어오더군요. 그 4학기 동안은 정말 눈물 많이 삼키는 나날이었는데, 지금 와보니 그것이 나쁜것만은 절대 아니네요. 아마 한국에서 음악 공부를 했더라면, 얼렁뚱땅 학점만 따고 넘어갔을테고, 아는 것은 전혀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음악 이론에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렇게 삼킨 눈물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영화속에서 조금만 슬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duriduri님의 댓글

duriduri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에서 공부하며 여러 생활의 어려운 점은 빼고 공부하며 겪는 뼈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그건 박사과정부터 시작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물도 한참 쏟아야 그다음부터 공부가 제대로 궤도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주저않지 마시고 폐인되지 마시고 열심히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느껴지는 날이 꼭 옵니다. 이때부터도 문제인데 자신이 모든것을 다 섭렵한다고 착각하고 기고만장해지기가 쉽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것도 아니라는 걸 또 한번 깨달아야 하더라구요. 학문은 정말 길고 끝없는 길 같습니다.

cagnolino님의 댓글

cagnolino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오늘 셤 개떡치고..  제 능력(?)에 무지하게 회의를 느끼며.. 뭐 해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일트님 글보고.. 무지 공감 되요 ㅜ.ㅜ

micha님의 댓글

mich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구술 시험도 필기시험은 없는 공부입니다.
좋겠다구요?
그대신 독일애들이랑 매일 토론하고 노가다하며 교수를 설득해야됩니다.
1년간은 매일매일 아침에 뜨는 해가 무서웠고  독일말로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앉아 있는것 자체가 힘들었고 심지어는 내가 싫어하는 교수 손짓 하나하나에 헛구역질이 나올정도로 휴유증을 겪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적당히 말도 받아주며 오로지 무대포 정신으로 말이 되든 안되든 중요한 결정에서 우기기도 하게 되더군요. 그 싫던 교수 손짓은 이제 두눈을 똑바로 보며 na und...?라고 얘기하기도 하지요.
사람은 다 적응하게 되나봅니다.
그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어느새 해내고 있는 나를 봅니다...
하일트님도 화이팅!!!

가일님의 댓글

가일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하일트님 올만이죠? 님의 글을 통해나마 어떻게 지내시는지 보고 있습니다..^^;
저도 잘 지내고 있구요... 곧 겨울인데 월동준비 잘 하십시오...잘 챙겨드시고.. 그럼 담에 뵐때 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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