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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Rudy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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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457회 작성일 08-10-03 02:05

본문

이사를 했다.

나랑 같이 사는 키 큰 아저씨는 뭐가 그리 바쁜지 집을 자주 비웠다.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은 예쁜 아가씨가 거의 종일 와 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거의 아저씨 얼굴을 볼 일이 없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지금 사는 아저씨를 보고 파파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 때문에 뭐가 안좋다고 하여 아저씨가 날 데려다 같이 살게된 것이다.

아저씨 집의 아담한 거실엔 햇볕도 잘 들어오고 소파도 푹신해서 오수를 즐기기가 여간 안성맞춤이 아니었다. 더우기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베란다도 있어서 나는 퍽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저께 밤, 여느 때처럼 늦게 들어온 아저씨가 왠 일로 카메라를 들고 나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나를 이리 저리 찍더니 나보고 어떤게 제일 맘에 드냐고 묻기도 하고 또 그 사진을 컴퓨터로도 보여 주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 그 사진을 보았다고 어떤 머리 까만 아줌마가 역시 머리가 까만 남자애 둘과 같이 날 찾아 온 것이다. 

아줌마는 키가 큰 쪽의 남자애에게 사진에서 보다 내가 더 예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뚱뚱하고 둔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그 아줌마가 보는 눈은 있는 것 같다. 키가 작은 아이는 통통한 몸집에 얼굴에 '개구장이'라고 쓰여 있는 아이인데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녀서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다. 괜히 손님에게 상처를 입혀 우리 아저씨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계속 날 귀찮게하면 더 이상 참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내가 병원갈 때 가져가는 그 수첩을 꺼내와 아줌마에게 건내고 돈을 받는 것 같더니 나를 병원 데려갈 때 넣는 그 가방같은 상자에 넣고 키 큰 아이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아줌마는 네가 손톱을 긁을 때 사용하는 그 기둥을 들고, 아저씨는 내 화장실을 들고, 예쁜 아가씨는 내 밥이 담긴 봉투를 들고 모두 아저씨 집을 나와 처음 보는 차로 가더니 거기에 몽땅 실고 나도 나를 들고 온 아이 옆자리에 앉히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잘가라고 인사했다. 이런 세상에!

가다가 잠시 차를 세운 그 아줌마는 남자애들에게 내가 도통 못알아 듣겠는 소리로 뭐라 뭐라 나무라는 것 같더니 나보고는 이제부터 Koreanisch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맙소사!!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다시 차가 달리고 한참 뒤 도착한 곳은 아저씨 집보다는 좀 더 어두웠고 방이 더 많았다. 어두워도 난 잘 보니까 그리 문제될 것은 없는데 방바닥에 밟히는 것이 많았고 아이들이 꺼내서 노는 물건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물건을 꺼냈다 집어 넣다 하는 상자 속에는 신기한 물건도 무지 많이 들어있었다. 

전에 아저씨랑 살던 집과는 달리 좀 생소한 냄새가 났지만 별로 나쁜 사람들 같아보이지는 않고, 이 새 집을 탐험하는데 며칠 걸릴 것 같아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사실 그 동안은 편하기는 했지만 너무 심심했거든.

내일은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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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zwo님의 댓글

zw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화이트 팽을 읽으면서 두근두근 했었던 꼬마 시절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루디가 어떻게 생겼는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아저씨는 이제 마음에서 정리가 벌써 된 건가요? 그러니까 루디가 한 9살 정도 인가요?
음... 루디 다음편을 기다릴께요.
(일기 빨리 쓰라고 전해주세요.)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녀석이 우리집에서 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그 아저씨는 벌써 잊었나봅니다. 온 집안이 벌써 녀석의 천하에요.

녀석의 일기는 좀 기다리셔야 될 거 같아요. 아직 놈이 한글을 배우는 단계여서... 이 글도 깨겡거리며, 아니 야옹거리며 간신히 쓰는 것 같던데요.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너무 너무 예뻐요.
고양이 밥, 펠릭스의 표지모델과 아주 똑같이 생겼어요.

담에 사진찍으면 올려볼께요.

미미모나님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아저씨가 사진을 마구찍었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무지 활랑거렸다는거 아세요????  제가 너무 아이들(고양이 아이인줄 모르고)에 관한 얘기엔 온 몸에 안테나가 솟는지라....
에휴... 목로주점님 댁엔 이제 못가겠네요... 고양이털 알러지로 죽었다 살아났거랑요..ㅠㅠㅠ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나, 어째요!

미미모나님 오시면 대접하려고 월남쌈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고양이를 화장실에 묶어 둘테니 혹시 다시 생각해 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미미모나님의 댓글의 댓글

미미모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앗, 제가 월남쌈 땜에 죽고사는거 어떻게아셨나요??? 구여운 고양이 묶진 마시구요..제가 마스크쓰고 갈께요..흠..근데 쌈은 어떻게먹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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