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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다시 김광석, 보름

페이지 정보

작성자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330회 작성일 08-07-18 00:30

본문

아는 사람 중에 누군가 오늘 생일이다. 만 37세다.
음력으로 오늘 보름이란다. 그의 생일은 음력이다.

그를 방문했다가 다시 김광석을 들었다.
나도 그 씨디를 가지고 있지만 한동안 듣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슬펐고 슬픈 것을 재삼 확인하는 게 슬펐고
어쩐지 화가 났고 그래서 그 우울한 음악이 싫었고
왜 슬픈 것인지에 대한 불분명함이 싫었고
또 그러다보니 그 노래들의 슬픔과 내 슬픔이 왜 섞여야 하는 지 몰라 슬프고 화나고 우울하고...
그래서 나는 듣지 않았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의 나이 37에는 '서른 즈음' 이라는  그 절묘한 단어도 이제는 그만 어색해져 버리는 것이겠건만,
그러므로 뭐 '마흔 즈음'이라는 노래라도 있으면 모르겠건만,
그 우울함의 색깔만큼은 비슷한 것인지,
그러니까 꼭 그 노래의 텍스트 때문은 아닐 것이고
오히려 그 멜로디가 좀 멜랑콜리한 것이서 이겠지만
아니,
서른 즈음이란 노래를 들으며 마흔 즈음이어야 했던,
혹은 서른 즈음이란 노래를 들으며 우울했던 진짜 서른 즈음으로부터
이리 훌쩍 떠나와서 다시 그 노래를 들으며 그때를 곱씹고 지금을 돌아보며
그 간극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멀지 않아 또 우울할 수 밖에 없거나,
우울해야 했거나, 우울할 수 있었던,
그리하야 정말 우울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던 그 생일맞은 사람의 얼굴을 보다가
나도 좀 우울했다.

왜 우울한지 참 말하기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김광석의 노래는 우울하기에 사랑받는다.
그의 몇 가지 덜 우울한 노래, 혹은 좀 경쾌한 노래들조차도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근본에서 우울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경쾌한 것이 될 수 없는,
즉 어느 우울한 8,90년대의 2,30 대가 부르는 잠시반짝의 경쾌함일 수밖에 없는
어떤 지독한,
(그러니까 정말 그 운명의 내용과 질이 지독하다기보다, 그 형식으로부터 지독할 수밖에 없는)
어떤 종류의 대단히 멜랑콜리한 우울을 담고 있다.
좀 복잡한 멜랑콜리를 담고 있다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하겠다.


여기까지는 그냥 헛소리고,
그냥 오늘 그 김광석을 오랜만에 들었다.
한 이년 전만 해도 이런 날은 참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좀 그저그렇다.
김광석을 들으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 보름달이다.
모든 김광석의 노래와 소통하는 사람들과
보름달에 잠못드는 감수성들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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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소주가 쏘주가 되었으니 길가다 주저앉아 울고도 싶샆겠습니다........"

lichtwerk12 님 잘지내시리라 믿습니다.

메데아님의 댓글

메데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세대가 바로 그 때의 '서른즈음', 지금의 '마흔즈음'인가봐요. 요새 헐리우드 영화계도 40대 여배우들이 주도하고 있다던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던 분은 이제 무슨 채비를 하실까요? 음...저는 '낀 세대'입니다.

lichtwerk12님의 댓글의 댓글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쎄 말이야요. 서른에 잔치가 끝났다니, 그럼 서른 넘어서는 시들새들 사는 것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지.
그 분은 그 말을 아마 이십대의 기분으로 했을 것입니다. 서른이 되어 본 지는 조금밖에 안되었고 실은 지금껏 이십대의 감각으로 살았을 것이니까. 그렇게보면 서른이라는 말,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잔치는 끝났다. 다 잊어버리고 이제 돌아가라. 가다가 어두운 골목길 지린내 나는 전봇대 밑에서 엎어져 토해라. 고해성사하는 것처럼 엎어져서 다 토해라. 그리고 속 빈 강정처럼 영혼없는 육체처럼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라... 흐흐.
그 시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냥 해 본 말이었습니다. 저도 님과 같은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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