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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어제가 카프카의 생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650회 작성일 08-07-04 15:50

본문

어제 7월 3일로 프란츠 카프카는 125번째의 생일을 맞았다.
아는 한국사람 누군가가 '카탄절'이라고 했다. 카프카 탄생일이란 뜻이다. ^^

41세(혹은 40세)의 나이로 죽은 카프카의 초상에 85년쯤의 세월을 덧칠해 폭삭 늙어버린 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말도 안되는 상상이다. 125살의 카프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언제나 젊은 작가다. 41세의 나이로 죽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문학이 젊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모든 것이 쓰여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되풀이되어 그는 쓰여질 것이다. 그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며 그만한 매혹과 신비를 가지고 있는 동시대나 후세대의 작가를 들기가 쉽지 않다. 그는 숱하게 쓰여진 작가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어제는 그래서 친구와 함께 맥주를 딱 한잔 했다. "Auf Kafka!"
물론 날이 더워 카프카를 빌미로 삼은 맥주였다.

그는 생시에 밥을 벌기 위해 보험회사에 다녔다. 그는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나에게는 이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로 보인다.
유치하고 거칠게나마 말하자면, 존재가 확실성과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문학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재가 숙명과 의지를, 수동과 능동의 양식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인식함으로써 삶을 구현하기에 그의 문학은 성립했고 또 빛난다.
삶과 존재는 그에게 지나치게 불안정한 것이었고 모순적인 것이었다. 그는 작가로서 "변신"이나 "심판"과 같은 해괴한 작품을 쓰는 한편, 사람들의 불투명한 미래와 운명을 보상하는 보험업을 함으로써 밥벌이를 했던 것이다.

맥주를 마시며 친구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젊은 카프카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그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했어야 했다. 아침에 침상에서 벌레나 기타 등등의 비인간적인 형상으로 깨어났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 이름은 "그레고르 보험".

카프카가 들었다면 분명 즐거워서 웃었을 것이라고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7월, 이 환한 계절에 카프카는 태어났다. 그가 죽은 것도 역시 환한 6월이었다. 세상에 빛이 이토록 많은 이 계절에 태어나 그토록 어둡고 암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쓰다니.
하긴, 그는 끔찍한 이야기들을 아주 멀쩡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다.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일상적인 일이 아니겠느냐고 강론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공포효과를 조성하는 배경음악 없이 진행되는 어떤 호러영화의 잔혹한 장면들을 보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와 유사할 것이다.
그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암울하고 엽기적이다.
추천1

댓글목록

rhein님의 댓글

rhe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른 아침 출근하니, 어떤 존경하는 평론가의 영면소식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믿기지 않아선지 몸이 마구 저항을 합디다. 현기증에, 복통에... 한참 울부짖고 나니 그날이 제 생일 7월 3일... 엊그제였군요...  다른 건 몰라도 생일이 같으니,저도 어쩌면 보험쟁이 소질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ㅎ 그냥 해본 소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lichtwerk12님의 댓글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의 글을 읽고 어떤 평론가가 작고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더군요. 한국을 떠난지가 몇 년되다보니 제게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늘었습니다.
늦게나마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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