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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성홍열 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6,219회 작성일 08-04-03 19:14

본문

아직 1월이었던 것 같다.

산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들어서는데 현관문에 뭐라고 써 붙어있었다.
‘유치원에 Scharlach 건이 발생하였습니다.’

Scharlach이 뭐지? 발음하기도 되게 힘드네.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봐야지 해 놓고도 막상집에 오면 생각이 안나는 그 단어. 담에 적어와야지 하고서도 유치원 문 앞에서는 왜 주머니 속에 메모지는 커녕 꾸겨진 영수증 쪼가리도 없던지. 맨날 ‘내일 적어야지’ 하다가 어느 새 현관의 그 종이는 없어지고 2월이 되어 다시 다른 종이가 붙었는데 이번에는 아는 글자였다.
‘유치원에 결막염 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아, 이게 전염성이 있는 병이 유치원 내에서 발생한 것을 게시하는 것이구나. 의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부모에게 주의를 주는 게시물이었다.

어제 산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놓은 3시간쯤 되었을까?
“띵 띠리리 리링 쿵짝 쿵짝 ~” 호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낯선 음악소리에 깜짝 놀랐다.
‘음. 산이 녀석이 또 엄마 핸디로 장난하다가 벨 소리를 바꾸어 놓았나 보구나.”

“목로주점입니다.”
“여기 유치원이에요, 산이가 내내 엄마를 찾고 울어요. 열도 있는 것 같고 아무래도 아픈 것 같은데 일찍 데려갈 수 있으셔요?”
유치원을 다닌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런 전화는 처음이었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유치원 선생이 아이를 데려가라는데 어쩌겠는가. 1시간 내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유치원에 들어서자 선생은 자는 아이를 깨워 안고 나오며 내게 안겨준다. 아이가 과연 뜨끈하다.

“산이가 목을 가리키며 아프다고 했어요. 머리도 가리키며 아프다고 했고 점심은 거의 안먹었었요. 어쩌면 Scharlach일지도 몰라요. 병원에 가보셔요.”

자꾸 안아달라는 산이, 집까지 안고 와서 침대에 눕히자 가만히 있는다. 신기할 지경이었다. 평소 산이 사전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용감무쌍함과 거칠 것 없는 과감성이 부산함과 조화를 이루어 한자리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않기 경주를 벌이자면 대한민국 1등은 따 논 당상인 아이다.

“엄마, 목이 아파. 병원 가.”
“엄마가 전화해서 예약하고 우리 병원에 가자”
“응”

하필이면 거의 모든 개인병원이 문을 닫는 수요일 오후인가. 여기 저기 전화해 보았으나 다 휴진이다. 근처에 야간/주말 소아과가 하나 있기는 한데 밤이 되어야 열고 예약 없이 가서 보통 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어느 새 산이는 잠이 들어있다.

사전을 뒤져보았다.
Schrlach –성홍열
아하, 18세기 낭만주의 소설에 툭 하면 등장하던 그 병이구나. 내가 사춘기에 즐겨 읽던 소설 여주인공도 가장 친한 친구를 성홍열로 잃고 외토리가 되었었지.

잠이 깬 산이는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는 않고 계속 방바닥에 누울 자리만 찾아다니고 있다. 얼른 보험카드를 챙기고 병원으로 갔다. 간단한 테스트 결과 병명은 역시 성홍열. 야간에 문 여는 약국을 찾아가 약을 사서 집에 오니 벌써 늦은 저녁. 산이는 저녁도 안먹고 다시 축 늘어져 잠만 잔다. 육아 서적을 몽땅 뒤져 ‘성홍열’을 찾아보았다.

성홍열:
잠복기 1-3을 거쳐 발병하며 고열과 오한과 함께 구강과 편도가 빨갛게 부어 오르며 통증이 생긴다. 이어 혓바닥이 딸기 모양으로 우툴두툴해지는데 과거에는 이것이 성홍열을 판별하는 기준이었다. 발병하여 3일째부터 몸과 팔다리에 발진이 나기 시작한다.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하며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질병이었다.
전염성이 강하므로 발병 즉시 아동을 격리하며 형제자매 아동은 당분간 학교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르게 축 늘어져 있는 아이를 보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아침이 되어 내 하루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산이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못 간다고 말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염병은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 심심해.”
요즘 약이 좋기는 좋은가보다. 딱 2번 먹었는데 산이는 벌써 몸이 근지러워 종일 나를 쫒아다니며 놀자고 조른다.
“우리 같이 청소할까?”
살살 산이를 꼬셔 빗자루를 꺼낸 것까지는 좋은데 자루를 꺼꾸로 잡은 산이는 빗자루를 휘둘러대며 선반 위의 물건들이 후두두득 떨어진다.

아 산이가 다시 사고를 치는구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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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로주점님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흑흑..
포리도 옮았습니다.
둘 다 몸이 시원찮으니 엄마에게 왕짜증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픈 애들을 그렇다고 벌 줄 수도 없고..

덕분에 꼼짝 못하고 집에서 쉴 수 있게 되었느니 그게 어디냐 하며 달게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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