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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중간 시험을 위해 상담을 받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187회 작성일 03-07-11 21:01

본문

Zwischenprüfung(이하 독일어로 치기 귀찮으니 한국어로 중간시험이라 부르겠음)을 보려면 일단 시험을 치르겠다는 의지 말고도 필요한 형식적인 게 많다. 그 중 하나는 시험에 앞서 교수에게서 시험에 관해 상담(Beratung)을 받았다는 확인서다. 내 부전공인 스칸디나비아학에서는 이 상담을 맨처음 새내기 시절 단체로 참여하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대체했지만 주전공인 중세독문학 쪽에서는 따로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하일트는 믿고 있다. 왜 ‚믿고 있다’냐 하면 나보다 한 학기 위고 이미 중간 시험을 치른 어떤 학생은 반대의 경우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기 때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끝날때 도장 찍은 확인서를 나눠주면서 „중간 시험 신청때 필요하니까 잘 보관해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시기에는 그런 게 없었다. 뭐 어쩌면 남들은 다 받았는데 나만 딴짓하다 못받은 것일 수도 있다.(음…어쩌면 이게 정답일 지도…)

원래 안나눠 준 것이든 딴 짓하다 못받은 것이든간에 이 확인서는 필수기에 하일트는 어떤 교수의 면담 시간에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확인서가 필요하든 말든 교수는 한 번 찾아가봐야 한다. 중간 시험에서 학생은 교수중에 시험관을 지명할 수 있는데(강사는 시험관 자격이 없고 정식 교수만 가능하다) 아무리 자기 쪽에 지명권이 있다 해도 시험 신청하기 전에 한 번 찾아가 „…해주실래요?“  물어라도 봐야지 자기 혼자 모든 절차 다 밟아 기정 사실로 만들어놓고 „이미 서류는 다 접수가 되었으니 좋든 싫든 제 시험관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늦지 마세요.“라고 일방적 통고를 하는 건 너무하지 않겠는가. 시험 주제도 사전에 시험관과 합의를 봐야하고.

내 주전공에서 시험 분야는 일단 크게 문학과 언어학으로 나뉜다. 필기 시험과 구술 시험 모두 한 분야에서 치르는 것도 가능하고 필기는 문학, 구술은 언어학 하는 식으로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난 일단 둘 다 문학쪽으로 보기로 결정한 상태였다.(언어학을 하자니 그 쪽 수업을 들어본지가 오래되어놔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다 -.-)

문학 담당 교수는 총 세 명. 그런데 그 중 하일트가 아는 교수는 단 한 명 뿐이었다(서로 안다는 건 아니고 교수는 나를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그 교수를 안다는 얘기다 -.-). 하지만 그 교수 연구실 앞에 있는 면담 신청 명단에 미리 이름을 안적고 그냥 갔더니 바쁘다고 나를 거부했다. -_- 그러나 그냥 내쫓기는 미안하니까 „얘는 시간이 많거든?“하면서 다른 교수 연구실을 가리키며 면담시간을 알아봐주었다.

과연 시간이 많아보이기도 하는 것이 이 교수의 경우는 따로 면담 신청 명단이라는 것도 없고 그냥 찾아가면 되었다. 면담 시간이 반쯤 지났을 무렵 갔는데 마침 그 교수는 다른 학생 하나와 대화 중이었지만 곧 끝났다.(그리고 나서 면담 시간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아무도 안왔다. 나 아니었음 그 교수 할 일도 없을 뻔 했다)

교수: 그래, 뭔 일로 왔냐?
하일트: 중간 시험 전에 필수인 상담 때문에 왔는데여.
교수: 응? 그런 것도 따로 있었냐? -_-a

웁쓰…역시 모든 건 오리엔테이션때 나눠준 확인서를 못받은 내 책임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오리엔테이션에 또 갈 수는 없다.일단 다음 오리엔테이션은 10월인데 시험 신청은 9월 초다. 게다가…어찌어찌하여 가더라도 또 딴 짓하다 못받으면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하일트는 되려 „그럼요, 그리고 확인서에 도장도 받아야 되여“하면서 ‚당신 교수면서 그것도 몰라’라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방법을 택했다. 교수는 잠시 Sekretäriat에 전화를 걸더니(„어이, 나 xx인데 지금 웬 학생이 찾아와서 면담 확인서랑 도장이 어쩌구 하거든? 이게 뭔 말이야?“) xx호 실에 가서 프라우 누구누구한테 확인서식을 구해오면 나중에 끝나고 서명을 해주마고 했다.

하일트가 서식을 구해온 뒤(별로 안 멀더라) 면담이 시작되었다.

교수: 몇 학기 째냐?
하일트: 4학기요.
교수: 그래 전공은 뭐꼬?(이걸 따로 묻는 건 주전공 학생인지 부전공 학생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일트: 주전공은 ältere deutsche Literatur und Sprache구여 부전공은 Skandinavistik이랑 mittelalterliche Geschichte야요.

늘 느끼는 건데 나랑 같은 전공인 사람 앞에서 전공 불기는 재미없다. 일반인 같으면 분위기가 썰렁해지겠지만(본인의 저번 일기 참조) 피차 같은 전공하는 처지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오~ 스칸디나비아학? 나도 왕년에 스웨덴어 좀 했지“하고 되받는 인간들도 있으니…정말 싫다. -_-

교수: 어쩌다 중세 독문학을 전공하게 됐니.
하일트: 어…

이건 가끔 받는 질문이지만 늘 대답하기 막막한 질문이기도 하다. 자다가 꿈에 독문학의 신이 나타나 „일트야…앞으로 네가 갈 길은 이 길이란다…“하고 무더기로 쌓여있는 중세 양피지 서적들을 가리킨 것도 아니고 밤에 산길을 가는데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와 떡갈나무를 반쪽으로 가른 뒤 갈라진 나무 뒤쪽에서 „하일트, 네 운명은 정해졌노라. 가라, 독일로 가 중세 독문학을 하거라.“고 계시가 내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안 어른 한 분이 임종의 자리에서 „일트야…이 할미가 소시적 남의집 종살이를 할 때 중세 독문학을 전공하던 주인집 여식이 사전을 끼고 다니며 할미를 괄시하고는 했느니라. 부디 네가 이걸 전공하여 이 할미의 한을 풀어다오“한 것도 아닌터라 이걸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사연이라고 할 건 없었다. 그냥 정황이랑 기질이랑 적당히 맞물리다가 어찌어찌하여 여기까지 온거지. 사실 이거 못한다고 내 인생이 특별히 불행해질 것도 없고. 만약 누가 내 앞에 나타나 „하일트, 나는 ‚세계의 독문학을 걱정하는 모임’에서 파견된 자인데 독문학의 장래를 위해 자네가 독문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모임의 결정을 전하고자 왔다네. 만약 자네가 독문학을 포기해 준다면 그 반대 급부로 지금부터 자네 죽을 때까지 놀고 먹을 수 있도록 모임 기금에서 다달이 연금을 지불해 주겠네. 가급적이면 불문학을 하든 영문학을 하든 딴 걸 건드려주게“ 하고 말한다면 난 좋아 찢어지는 입을 가리면서 „제게 그런 큰 희생을 요구하시다니…하지만 전세계 독문학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제가 물러서야겠지요. 그런데 그 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오르게 되어 있습니까?“하고 대답할테다.

하일트: 그냥…전 오래된 거면 무조건 관심이 가더라구요. 원래는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제 조국의 입시 제도가 복잡하여 그러진 못하고…

내가 생각해도 참 열의없는 대답이었다. -_- 이게 면담이 아니라 면접이었으면 상당히 점수를 깎아먹었을 듯. 다행히 „자네, 오래된 게 좋으면 학문을 하는 대신 고물상을 차리는 게 어떻겠나?“ –„자본금이 없어서요…“같은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진 않았다.

교수: 본론으로 들어가서 뭐 시험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냐?
하일트: 네…주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일단 영웅 서사시(Heldendichtung)쪽 으로 해보고 싶긴 한데…

시험 주제를 학생 본인이 선택한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몇 가지나 정해야 하는지, 서로 어느 만큼 겹칠 수 있는지 등의 구체적인 건 모르는 상태였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주제는 전부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필기 시험용, 구술 시험용 큰 주제, 구술 시험용 작은 주제. 그리고 세 가지는 겹칠 수 없다. 만약 내가 필기 시험 용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했다면 구술 시험용으로는 다른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일트: 저…그럼 작품을 최소한 세 편은 읽어야 한다는 소리인가요?
교수: 그렇지.
하일트: …공부 좀 하겠군요.
교수: 아무렴.

망할, 괜히 영웅 서사시를 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연애시(Minnesang)같은 걸 하겠다고 나설걸. 연애시가 훨씬 짧단 말이다. ㅜ.ㅜ 그나마 파르치팔이나 트리스탄 하겠다고 안한 게 천만 다행이다.(둘 다 절라 길다. 그나마 트리스탄은 미완성인데도 그렇다)
  
아님 다른 장르지만 이미 읽은 작품을 끄집어내서 그것도 영웅서사시라고 우겨야 하나? „왜 이게 Heldendichtung이 아닙니까, 엄연히 주인공(Held)이 있는데!“ 해가면서. =_=  

작품만 정한다고 주제 선정이 끝나는 건 아니다. 구체적으로 그 작품의 어떤 면을 다룰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사실 이게 진짜 주제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이제껏 본인이 읽어본 영웅 서사시는 달랑 두 편이라(그것도 시대가 다른 힐데브란트의 노래까지 쳐서 -_-) 이 날 구체적인 주제까지 정한다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일단 작품들을 읽어야 작품 선정을 하고 작품을 골라야 주제를 정하지…-_-(그러면서 왜 영웅 서사시를 하겠다고 나섰냐고? 주제를 세 개나 골라야 하는지 몰랐거든 -_-)

일단 한 작품에 대한 주제를 몇 가지 고르면 시험날 그 중 두 가지 주제가 문제로 제시된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은 그 둘 중 하나를 택해서 4시간 동안 졸라 쓰는게 필기 시험의 구성이라고 한다. 쿨럭…네 시간…한국어로도 네 시간 동안 뭘 쓰는 시험은 본 적이 없거늘…팔 엄청 아프겠다.

하일트: 책 갖고 들어가도 되여?
교수: 음…예를 들어 자네가 원문을 필요로 할 경우 미리 신청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는 있지. 하지만 개인 소유의 책은 갖고 올 수 없다네. 책 사이에 무슨 컨닝 페이퍼를 숨겨놨을지 알게 뭔가.

웁스, 그럼 내 독독 사전도 못들고 가겠네. 그것도 도서관에 미리 신청해야 하나? 하긴 어차피 쓰느라 바빠서 사전으로 철자나 관사 확인할 틈도 없겠지만.

일단 내가 뭔가 읽은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다음 면담 날짜를 잡았다. 교수가 수첩에다 나랑 만날 일정을 적을 때 슬쩍 봤는데 종이가 훤한 게 다른 일정은 없어 보였다. 역시 시간이 많은 교수인 거 같다. 아니, 나한테 시험 신청 기한이 언제쯤이냐고 묻고 있는 걸로 봐서 어쩌면 현재로서는 이 교수를 시험관으로 선택한 게 나뿐인지도 모르겠다. 음…그렇담 만약 내가 떨어지면 향후 아무도 이 교수에게 안오겠군. „그 교수한테 시험 본 애 전부(-_-) 떨어졌대“ 하면서.  

자칫하면 내 시험 성적이 한 전도유망(…하겠지? 이번 학기에 갓 교수가 되어 나이도 별로 안 많아보이던데)한 교수를 왕따로 만들지도 모른다. 책임이 막중하다. -_-v
추천2

댓글목록

evian님의 댓글

evian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막중한 책임 잘 감당하시길 ^^*

cagnolino님의 댓글

cagnolino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저번학기에 네시간 짜리 시험 한번 봤는데, 팔떨어져 죽는줄 알았어요 ㅡ.ㅡ
초콜렛 같은거 싸가지고 가세요. 중간에 많이 배고파요.^^

guest님의 댓글

guest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재주가 정말 좋으시네요. 유머감각도 대단하시고.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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