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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미운 네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480회 작성일 07-12-24 01:57

본문


Advent가 시작된 후 아이들은 아침마다 Adventskalender를 열어보느라 바쁘다.
많은 독일 엄마들이 선물봉지 24개를 직접 준비하여 넣은 달력을 준비하기도 한다지만 성의없는 이 엄마는 그냥 시중에 파는 싸구려를 사다 걸어 놓았다.

성탄 방학이 시작된 오늘, 오랫만에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데 이미 달력에서 나온 곰돌이 젤리에 입맛을 버린 산이는 아침 식탁에 관심이 없다. 식빵 조각에 누텔라만 잔뜩 발라놓고 먹는 둥 마는 둥 어느틈엔가 도망가 버렸다.

"산이야, 이리와 아침 먹어야지."
부드러운 목소리를 꾸며대며 산이를 불러본다.

"나중에 먹을께"

콩당콩당 말대답도 잘한다. 어이구 저녀석이 언제 저렇게 말은 잘하게 되었지. 말문이 늦게 트인 놈이라 아직도 말하는 것을 들을때마다 신기하다.

오랫만에 여유있게 아침먹는 중인데 놈을 좀 먹여보겠다고 이리 저리 ㅤㅉㅗㅎ아다니 싶진 않다. 나중에 배 고프면 다시 와서 먹겠지.

"엄마, 학교해 줘"

'학교'는 인터넷 어린이 게임사이트를 일ㅤㅋㅓㅌ는 산이만의 단어다. 즉, 컴퓨터가 돌아가게 비밀번호를 눌러 달라는 거다.
"아침도 안먹고 컴퓨터는 안된다. 어서 이리 와"

내 목소리가 좀 강하진다.
들은척 만척!

산이는 말문이 트이기도 전에 마우스 클릭술을 익혀 이젠 어지간한 게임 사이트는 혼자 들락날락 하는 수준이다. 컴퓨터 중독도 강중독이어서 요즘엔 하루 30분으로 제한하고 있는 중인데 이 신새벽부터 어림없지.

포기했는지 컴퓨터 앞을 벗어난 산이는 이번엔 혼자 CD 플레이어를 틀더니 쿵짝 쿵짝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아휴 시끄러.

"포리야, 저 쪼고만 놈이가 저렇게 말을 안들으니 어쩌면 좋지? 언제나 되야 산이가 엄마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될까? 미운 네살이 지나면 좀 괜찮아질까?"
"산이는 지금 세살이잖아"
퉁명스런 대꾸.

"한국 나이로 네살이잖니. 원래 모든 아이들이 네살엔 말썽을 많이부려 흔히 미운네살이라고 하거든. 이제 새해가 되고 산이가 다섯살이 되면 좀 나아질까?"
"........"
"하긴 다섯살이 된다고 금방 나아지겠니, 아마 만 네살은 되어야 점차 나아지겠지. 아이고 지겨워 아직도 반년이나.."
"뭐? 마은네살, 그렇게 많이?"
"마흔 네살이 아니고 만 네살"
"그래 만 네살. 아주 많잖아."
"아니 얘가, 너 만 나이 몰라?"

사실 포리는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 어린이들을 워낙 많이 보는지라 가끔 포리가 어느 정도 한국말을 이해하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 만 네살, 산이가 10004살이 되려면 만2천8년이 되어야 하쟎아."

이제보니 이놈도 엄마를 갖고 놀고 있구먼.

"너도 다 먹었으면 그만 가거라."

큰 녀석마저 떠난 식탁에 혼자 앉아 이미 비워버린 잔에 커피를 다시 채운다.
이 제 2007년도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1월 1일 신년 미사보고 성당에서 떡국 먹던 일이 어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가버렸다. 그땐 산이에게 떡국 먹이며 '이제 산이가 한살 더 먹어 네살이 되어다'고 말하다가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말이 네살이지 산이는 아직 말도 전혀 못하는, 기저귀 찬 아기였던 것이다.

이제 산이도 말도 하고 기저귀도 떼고 유치원도 다니고 컴퓨터 도사가 되었으니 산이에게 2007년은 많은 것이 이루어진 해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되돌아 보아도 살만 더 쪘을 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제 돌아오는 새해, 미운 네살이 지나고 다섯살이 되면 고집장이 산이가 정말 다시 착한 천사가 될까? 정말 기대되는 한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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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까망머리앤님의 댓글

까망머리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 원래 네살 때는 다들 그렇게 못되게 구는 겁니까?

제 막내조카녀석이 마침 네살인데 제가 지난 달 놈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맨날 엎어놓고 장화발로 밟아줘도 속이 시원치 않치만, 놈의 어머니, 아버지께서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시는 관계로 두번 밖에 못 밟아줬어요.

애들하고 노는 거 너무 힘들어요
막 체력의 한계를 느껴요.
놈들은 어디서 그렇게 에너지가 펄펄 솟아나오는 지 정말 미스테리입니다.
-뭐, 밥은 확실히 저보다 많이 먹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목로주점님도 나날이 자라나는 포리랑 산이에게 안 당하시려면, 새해에는 더더욱 밥도 많이
드시고, 운동도 많이 하셔서 근육의 힘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p.s.: 저도 가끔 실제로는 제 조카녀석이 얼마큼의 존댓말을 구사하는지,
      놈이 진짜로 못해서 나한테 반말을 하는 것인지 그런게 아주 많이 궁금합니다.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 말입니다.
그놈의 존댓말은 아무리 가르쳐줘도 그 때뿐입니다.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 신부님께 반말하는 강심장은 산이 하나뿐입니다. ㅠ.ㅠ
신부님도 하도 기가 막혀 그저 허허.. 하고 웃으실 뿐입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그거 한번 꺾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제가 그저 늙습니다.

근데요, 하루에 5번 정도는 그렇게 미운데요, 예쁜 순간은 하루 평균 360번 정도 됩니다.

빛과황금의가지님의 댓글

빛과황금의가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즐겨읽던 육아일기 주인공 산이가 벌써 5살이 되나요?
세월이 정말 빨리 흘러갔군요.

요새 아이들 더욱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옛날 '미운 일곱살' 이 '미운 네살' 이 되었고,
일곱살은 말하기에 많이 그렇지만,
(저두 재작년 한국가서 새로 배워온)
'때려죽이고 싶은 일곱살' 이라는 말이 나왔다네요.
전 그말 첨 듣고 충격 받았네요.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이가 태어나던 해가 바로 우리 큰애의 그 일곱살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시에 제가 쓴 일기 읽고 저게 '큰애도 좀 예뻐해주셔요', 류의 쪽지 보내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도 한 성격하는데 우리 큰애가 그 당시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녀석이 참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제가 가끔 합니다.

그 일곱살에 대한 표현은 참 정확한 것 같다는...

참고로 지금의 포리는 참 의젓하고 착합니다.

*soo*님의 댓글

*so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산이가 벌써 그렇게 컸네요-

^^ 목로주점님 그리고
의젓하고 착한 포리, 무럭무럭 크는 산이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한국맘님의 댓글

한국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서울거주하는 맘인데 우연히 들어왔다가 글 남깁니다. 전 큰애가 우리나이로 4살(28개월), 작은애가 2살(6개월)되었지요. 한국식 교육인 것 같은데... (옛날 조상들도 서당에서 천자문과 사자소학 가르친 게 이런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요 만 3세가 되서 대뇌활동이 활발해져 판단하기전에 효를 주입하는...)
미운4살에 대한 대책으로 전 요즘 1주일에 16자씩 사자소학을 가르쳐요. 부생아신 모국오신.... 한자를 프린트해 뽑아 붙여놓고는 1일 1번 설명해줘요.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널 길러주셨다는 뜻이야.  설명해주며 떼거지 부리지 말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가지라고요. 혹시 필요하시면 자료 보내드릴까요? 컴퓨터에 한글2007 깔려있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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