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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반십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타소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6,649회 작성일 07-10-20 01:50

본문

기껏 유학온지 5년 됐다고 오래 되었다 투정을 부리기엔 사실 내 주변엔 나보다 독일에 적어도 두배쯤은 오래 산 사람들로 가득하고 5년이면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첫 발 들이기 5주년을 맞이하는 내 마음은 싱숭생숭 하기만 하다. 그래도 반십년 아니던가. 20대 초반의 꼬맹이 소리 듣던 여드름 투성이 아이가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 아직은 20대 중반인 - 기미 주근깨 몇개쯤 붙은 아가씨가 되었다.

 5년은 참  빨리도 흘러갔으나 한편으로는 억겁의 세월과도 같이 많은 기억들을 남겼다. 독일온지 2년이 되어가던 어느날, 혼자서 놀기 심심해서 베를린리포트 유학일기 쓰는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찾아가서 읽어보곤 하는데 그땐 저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인지를 새삼스레 생각하며 웃고 만다. 그때는 조금 더 용감했고, 훨씬 더 무식했을 뿐이며 지금은 대가리가 커져서 용감해질 건덕지가 더 생겼고 대신 모르는 것은 좀 덜 건드릴 뿐이다.

 지금 다니는 학교 지원에 프락티쿰이 필요했던 까닭에 독일온지 3년이 되어서야 입학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Hauptstudium이 시작된다. 사실 Vordiplom 시험이 12월에 있는데 아직 필요한 샤인 중 2개를 못따서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면서 빌고 있다. 하나는 출석 + 과제제출로 학점을 받는건데 과제제출에서 빠꾸먹고, 오늘 후임으로 오신 강사님을 만나서 아랫학년 애들 수업 끝나기 직전까지 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수로 과제 해놨던걸 모두 지워버렸다. 나머지 샤인 하나는 Hausarbeit를 써서 통과가 되면 구술고사를 봐야 하는 과목인데 담당 교수님이 그 사이 정년퇴임을 하셔 버렸고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신학기 시간표를 보니 담당 : N.N 이란다. 애들은 Noman Niemand 라는 교수님이 오실꺼라고 농을 해댔고, 나는 적당히 외국인 학생 답게(?) noch nicht 인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는 nomen nomiandum 입니다.)

엄마와 간만에 통화를 했다. 여기서 누굴 새로 만나기만 하면 한국에 계신지 독일에 같이 왔는지 궁금증의 대상이 되는 우리 어머니. 요즘 집안 사정이 딱히 좋지는 않다고 한다. 딸내미가 5년간 꼬박꼬박 한화를 유로로 바꿔쓰고 살았으니 잘 살던 집안이라도 휘청거릴텐데 워낙에 우리집은 잘 살지도 못했거니와 이제 집안 사업이 대기업에 밀려 아주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 내가 그래도 여기 5년을 살았어.
 어떻게건 살꺼니깐 걱정말고 건강이나 신경쓰셔요"

"내 건강은 걱정하지 말고 너 알바하느라 공부 방해되지 않게끔 잘해.
엄마가 최대한 노력할게."

나는 한달  9일 반나절 근무에 월 200유로를 준다는 알바자리를 구해버렸다.
당일치기 알바가 아닌 나름 내 전공분야에서 받게 될 첫 월급.
유학간 딸은 5년동안 유학을 하고 5년만에 빨간 내복을 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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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밤톨이님의 댓글의 댓글

밤톨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나요... 저는 이번학기에 새내기가 되었는데.. 시간만나면 아르바이트하고 싶어요.
한국에 식구들한테 미안한맘이 많이 드네요.

서기리님의 댓글

서기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에게도 저런날이 오겠지..........
안녕하세요. 신경쇠약에서 완전히 회복됬다가 감기걸린 질럿한마리 입니다.
일단 첫 월급을 타신것에 대해서 축하 말슴 드립니다.
글을 읽다 보니 문득 나에게도....... 이런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등꼴빠지게 버시는돈... 내 자식 하고싶다는 공부.... 한국 걱정말고 니 몸 잘 챙기시라는
부모님.....
다시한번 글을 읽어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참.... 그러고 보니 내가 못난긴 못나꾼아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나보다 더 노력하고 나보다 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또한번 가슴이 답답해져 오네요.
타국에 나와서 몸 아픈것이 서럽다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내가 정말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있는건지 허성세월 부모님께서 주시는 돈.. 돈만 날려먹는건지
한번더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되네요. 부모님 생각하면 한도 끝고 없지만
타국생활 하시는 모든 분들
무조건 힘 내 십 시 오.
(감기 기운이라서 횡설수설해서 죄송합니다. 뉴뉴)
외러워도 슬퍼도~~ 흑흑흑

연이님의 댓글

연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독일에 온지 올해로 반 십년 되었네요..제 주변인들의 하나같은 반응은 "너 참 오래도 버티는구나.."
누구 하나 제가 이렇게 오래(?)버틸지 몰랐던 모양입니다..ㅎㅎ
오년만에 한국도 다녀오고..덕분에 저도 프락티쿰도 마쳤지만..
돌아보면 아쉽고..또 이제껏 뭘했나 하는 심정이 커요..
님의 글이..댓글들이 위로가 됩니다.
우리들은 다 같은 고민 하면서 살고 있구나..
그런 고민의 연속들의 유학생활이 아닐까 싶네요..

어설프게 학교 다니고..어설프게 프락티쿰하고..
어설프게 아르바이트 하며..
정말 어설프게 유학생활 하고 있는 저는..
언제 쯤이나 어머니께 빨간 내복을 사드릴수 있을까요?^^

힘내십시다요~

기타소녀님의 댓글

기타소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멘트 감사합니다. ^^

글 쓸때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데다 늦은 밤이라 감정이 많이 복받쳤더랬나봐요.
아직 기대도 갖고 있고, 아직까지는 사실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며 지낸답니다, 하핫.
힘 불어넣어 주셔서 모두 감사해요.

오늘 일하는데 처음으로 가봤는데 들었던 것 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팀 전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서 제 조수도 한명 더 뽑았다고 하구요.
저는 어딜가나 막내에 무보수 였는데 약간 떨리고 긴장이 되요. 휴...

고도님의 댓글

고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 월급 타신 분들 꼭 부모님께 내복 사드려요. 우리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런데 꼭 빨.간.내복이어야 하는것은 아니지요? 기타소녀님, 분명 어머님께서 딸내미 마음에 지금 몰래 젖은 눈 훔치시고 계실듯....
그럼 계속 씩씩하게 유학생활 하시고 건강하시길.......

julius님의 댓글

juliu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분이 쓰신 글을 읽으면서, 제가 지내왔던 시간을 한번 뒤돌아 보게 되네요.
기타소녀님 그런데 지금 처해 있는 상황 어렵게 생각마세요. 어쩜 지금 님이 일을 할수 있게 된것 감사해야 할거에요. 우리가 항상 위만 쳐다보고 살수도 없고, 항상 아래만 쳐다보고 살수도 없죠. 우리가 좀 나태해지고 만족감에 빠져 있을때는 위를 쳐다보면서 반성을 하면서 더 노력할수 있고, 또 우리가 너무 살기 힘들고 어려움이 있을땐 아래를 쳐다보면 좀 위안이 될꺼에요. 이렇게 가운데 서 있을수 있는게 정말 힘들지만 가끔씩은 위를 또 가끔씩은 아래를 쳐다볼수 있다면 행복이란거 쉽게 찾을수 있고, 또 어려움을 그리 어렵지 않게 풀수도 있겠죠.
기타소녀님처럼 전공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할수 있었단 것에 감사해야 할것이고, 5년동안 한화를 유로로 바꿔쓸수있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거에요.
제가 독일에 와서 3년이 넘도록 부모님의 지갑을 빈 껍데기로 만들어 놓았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 저를 대학까지 보내주시고, 외국에 유학가겠다는 아들 반대하지 못하고 그 생활비를 매달 보내주시고 그리고 사지도 않은 콤퓨터를 몇번씩 사주셔야만 했던 부모님에게 왜 갑자기 그렇게 미안했는지. 어느날밤  어머님께 전화를 해 이렇게 말했죠. 엄마 이제부터 내가 혼자 돈벌어 공부할테니까 생활비 보내지 마세요. 어머님은 그런 아들의 말을 듣고 감격을 하셨는지 눈물을 흘리셨고, 그 아들은 한순간에 책임질수 없는 말을 내 뱉고는 후회도 했었죠. 제가 좀 돈키호테 같은 데가 있어요, 좀 즉흥적인데도 있고, 15년 이상 피웠던 담배를 어느날 아무 생각않고 끊은것처럼,(제가 담배를 좀 일찍 배워서) 그 날 이후로 전 공부하랴, 방학이면 일자리 찾으랴 전쟁이었죠. 때론 너무 힘들어 부모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제 말에 감격한 어머니 마음을 깰수가 없었어요.
제가 전공한 공부가 기타소녀님 처럼 전공과 관계된 알바도 없기 때문에 닥치는데로 일을 할수 밖에 없었죠.
제가 철이 늦게 든 관계로, 처음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일자리는 세상에 널려 있을 거라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어디든 어떤 일이든 있을거라고. 그런데 일자리를 찾는것부터 어려움의 시작이었죠.
우리같은 학생들 기술이 없으니, 처음에는 청소부터, 공장에서, 병원에서 또 우리에게 제일 만만한 맥도널드에서도 일을 했었고, 그러다가 어느날 교수님 도움으로  지금까지 좀 고급스러운 알바를 하고 있읍니다.
그렇게 일을하며 공부를 했었기에 아마도 남들보다 2년은 늦게 공부가 지연 됐을 거에요.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너무나 많은것을 배웠고, 얻었기에. 물론 부모님께도 어느정도 부담을 덜어드린것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기타소녀님 지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만, 그렇게 힘들때 잠깐 아래를 쳐다보세요. 힘이 날것이고, 반성도 될것이고,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약도 구할수 있을거에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여기서 원하는 공부 할수 있다는데 무한한 감사를 하셔야 할것이고, 특히 그럴수 있게 해준 부모님에게.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중에 대부분은 아마도 부모님의 원조를 받으며 공부를 할것이고, 일부분은 공부와 일을 병행할 거에요. 시간이 흘러 공부를 마치면 이렇게 일하며 공부한 사람들 물론 시간적으론 어느부분 손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얻을수 있는건 돈으론 계산할수 없을거에요. 그건 공부를 통해서는 얻을수 있는게 아니니까.
아마도 님도 그렇게 일을 하다보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 더 생길 것이고,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이 배울수 있을거에요. 그것이 나중에 공부가 끝나고 사회로 돌아갈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 요소가 될 테니까. 그리고 더 값질 테니까.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 많을지도 몰라요. 그럴때 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날 것이고, 미안하기 때문에 더 노력할수 있겠죠.
지금은 앞만 보세요. 시간이 흘러 공부가 끝나면 그때 뒤돌아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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