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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9월 - 헤르만 헤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383회 작성일 07-08-31 14:57

본문

September

Hermann Hesse


Der Garten trauert
Kühl sinkt in die Blumen der Regen.
Der Sommer Schauert
Still seinem Ende entgegen.

Golden tropft Blatt um Blatt
Nieder vom hohen Akazienbaum.
Sommer lächelt erstaunt und matt
In den sterbenden Gartentraum.

Lange noch bei den Rosen
Bleibt er stehn, sehnt sich nach Ruh.
Langsam tut er die grossen,
Müdgewordnen Augen zu.


9월

헤르만 헤세 (번역: 유지원)


정원은 애도한다,
비가 꽃에 스며 싸늘히 떨구어지는 것을.
여름은 몸을 떨며
조용히 제 임종을 마주한다.

한잎 한잎 황금빛으로 방울져 내린다,
저 키 큰 아카시아 나무로부터.
여름은 깜짝 놀라 창백하게 미소짓는다,
죽어가는 정원의 꿈 속으로.

오랫동안 여전히 장미 곁에
여름은 머물며, 안식을 꿈꾸었지.
서서히 여름은 그 커다랗고
피로해져가는 눈을 감는다.






매년 8월 31일과 9월 1일 경에는 헤르만 헤세의 이 시가 떠오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 시에 붙인 가곡은 이상하게도 감정적으로 몰입하기가 어려워서
조용히 헤세의 시만 음미하는 편이 내게는 더 낫다.

독일의 여름은 찬란하다.
한국의 8월처럼 끈적하고 도망치고 싶은 더위가 아니라
긴긴 겨울 그리워할 햇빛이 마지막 미소를 짓는
쾌적하게 빛나는 달이다 독일의 8월은.

말 그대로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꺽이고
아직도 따사로운 여운이 감도는, 둥글게 가득찬 풍요로움의 계절이 한국의 9월이라면
독일의 9월은 차가운 비에 젖어 싸늘한 우수 속으로 이미 식어들어가고 마는 계절이다.

뜰에 핀 장미꽃의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상징되는 여름,
그 작열하는 남성적 에너지와 기상.
생동하는 삶의 한가운데에서 죽음과 안식을 바라면서도
막상 임종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놀람과 안도가 교차하는 감정의 엄습을 받고만다.
결국은 그 감정마저도 죽음과 함께 사그라들며
마침내 비장하게 눈을 감는다.

여름의 마지막 빗방울은
정원의 꽃과 아피리에 깃든 온기를 식혀서 생명을 떨군다.

독일의 9월을 관조하는 이는 이 시 속의 '여름' 그 자신으로 동화되고만다.

2007년 8월 31일, 날씨가 급격히 스산해졌다.
9월이 오나보다.
그리고 찬란한 여름을 꿈꾸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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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흰눈살이님의 댓글

흰눈살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멋있네요..
특히 독일의 여름은 찬란하다.. 이구절 정말..공감안갑니다만..
멋진 시 한편 읽는 기분으로 읽다 갑니다,..^^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구절이요ㅡ 읽을 때 한국 여름은 완전히 잊으시구요. 독일의 겨울만 생각하셔요. 독일의 가을을 생각하셔도 되구요. 그러면 조금은 괴테가 뭔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 듯 모를 듯하잖아요. 아아- 괴테는 한국의 여름을 못 보았도다!!

안그래도 오늘 어떤분과 '8월도 채 다 가기 전에 얼마 전 내린 폭우와 함께 여름이 허망하게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일의 여름만큼 허망한 게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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