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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CAPITALISM IS BORINg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463회 작성일 07-07-29 16:17

본문

영어의 본산지인 유럽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 국가, 면적의 비율이 얼마나 작은지를 상기하면 기분이 묘하다.
한국인 독일 유학생에게 유럽 내의 국가인 영국 여행은
내가 유학하는 국가의 언어도 아니고 나의 모국어도 아니면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1언어로 쓰는 지역이란 점에서, 마치 유럽 생활의 보너스 같다.

옥스포드의 어느 골목을 지나가다가 발견한 건물 외벽의 낙서.
사진의 프레임을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후작업 없는 사진 그 자체로 포스터가 되겠다 싶어 촬영했다.

CAPITALISM IS BORINg

하고많은 자본주의의 악덕들 가운데서,
굳이 'boring'이라는 특성이 단적으로 규정된 것은 의외였다.
유럽 대륙의 국가도 아닌 영국에서... 혹은 영국이라서?

이 선언(!)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옥스포드 학생이 쓴 것일까? 영국인일까 외국인일까? 무엇을 전공하는 인물이, 왜 썼을까?

재미없는 아이디어 중 하나이긴 하지만,
단순히 '자본주의'를 주제로 공부하기가 지겹다는 한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옥스포드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사상가와 예술가들이다.
윌리엄 모리스, 오스카 와일드, 루이스 캐럴이 이곳에서 공부했으며,
옥스포드에서의 학창 시절은 훗날 그들의 행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교수로 재직했던 이들은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였다.
이들은 빅토리아 시대 찬란한 번영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산업화에 따른 빈부의 격차, 비인간적 노동 환경, 빈민굴의 더러움과 추악함을 직시했다.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미적인 완성도의 측면에서 조악함이 판을 쳤다.
이에, 아름다움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어떤 댓가도 치르겠다는 입장이
이들이 표방했던 '유미주의(aestheticism)'의 강령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몰취향(tasteless)한 것'이라 규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경제'가 가장 고통스러운 과목이었던 나로서는
자본주의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생각이 더 나아가지는 않았고,
이 삐쭉삐뚤하지만 동그랗고 명료한 글씨체가 주는 낙서의 효과에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특히 이 낙서가 처음에 시선을 잡아끌었던 이유는 G의 독특하고도 귀여운 형태 때문이었다.
G 혹은 g라는 글자는 활자체도 그렇고 필기체도 그렇고
국가별로 시대별로, 그 형태를 판단하는 방식이나 필기 방식에서 다양성이 넓은 편에 속한다.

이 G자는 물론 대문자를 염두에 두고 썼겠지만,
흥미롭게도 대문자적 특성과 소문자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Capital은 본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에 어원을 둔 단어로서, '대문자'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대문자만을 주장하는 것은 지겨워!'라고 반항이라도 하듯
소문자적 특성이 강한 G로 문장이 끝난다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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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eenett님의 댓글

leenet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The capitalism is a boring. 자본주의는 구멍뚫기이다.
여기에서 정관사와 부정관사를 생략한 것이 아닐까... 저는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를 지루하다 보기보다는 구멍뚫기라 보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요.
구멍을 뚫다보면 나중에는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삽질도 하게 되고...

그런데 검색을 해보았더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더군요.
위의 사진과 같은 대상을 찍은 다른 사진 밑에 달린 글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부디 유지원님의 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Of course capitalism is boring. In capitalism you are only controlling your own life.
In socialism you are controlling everybody else's lives.
So the question then becomes: What's wrong with boredom?

유지원님의 댓글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댓글이 달리기를 기대하고 올린걸요. 고맙습니다.
아주 여러가지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겠다 싶어서요.
정답이 있을만한 내용이 아닌 점에서 이 낙서가 좋았습니다.
낙서 양쪽으로 검은 창문과 하얀 창문의 대조를 암시해서 넣은 것도 그런 이유였구요.
위에는 본래 커다란 가로등이 달려있는데 십자가형 고정대까지만 남겼어요.

구멍뚫기에 관한 견해, 신선하고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저 낙서를 보고 저처럼 사진을 찍어서 올릴 생각을 했다니 신기해요.
범상한 낙서는 아니었으니까요.
지나가다 보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는 게 은근한 유대감을 주네요.
혹시 낙서한 사람이 직접 쓴 내용일까요?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끝까지 익명으로 남아서 '이건 이거야.'하는 선생님 역할을 하지 않기를 말이예요. ^^
작년 8월에 촬영한 것인데 아직까지 이 낙서 그대로 있을지 궁금하네요.

leenett님의 댓글의 댓글

leenet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낙서를 한 사람이 직접 쓴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쓴 것입니다. 아래 주소에서 복사했습니다.
http://kipesquire.powerblogs.com/posts/1156937550.shtml

그런데요... 저 말이 원래 유명한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래 주소에 보면 전혀 다른 곳인데도 그 똑같은 말이 아예 인쇄되어 붙어 있네요.
http://www.flickr.com/photos/rapscallion87/324794278/

인터넷 참 좋다고 해야할지, 요물이라고 해야할지...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서 영국 여기저기를 구멍뚫고 다녔네요^^

유지원님의 댓글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말이 원래 유명한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말씀에 착안하여 검색해보니 아주 쉽게 찾아지네요. @_@

어렵지않게 이 단체의 소행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http://www.clownarmy.org/recruit/recruit.html

낙서된 모습의 재미에 비해 생각보다 재미없는 답이 나와버렸군요.
어느 영원히 정체를 알 수 없을 익명의 옥스포드 학생 머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논란을 일으키게 천재적이고
답이 없는 행동이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말예요.

외국 블로그의 댓글 중 재밌는 것은 하나 있었어요.
"Then may the socialists live in interesting times."
하하하~ 이런 얘기들이 오고가길 원해서 올렸본 글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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