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273명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시간표를 짜다<1>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173회 작성일 03-04-22 22:22

본문

제가 짠 시간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제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몇 학기 째인지, 그리고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어떤 강좌가 열려있는지 배경 설명부터 해야겠죠.

제 주전공은 Ältere deutsche Literatur und Sprache, 줄여서 Ädl이라고들 합니다. 번역하면 '중세 독일어문학'쯤 되는데 "그러니까 독문학 아녀?"하면 하일트 화냅니다. "그냥 독문학이 아니고 '중세'독일'어'문학이라구요!!"

중요하냐구요? 중요합니다. 일단 그냥 Germanistik이라고 하는 것보다 이름이 더 기니까 뭔가 더 전문적이고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v 어디 모임가서 자기 소개할때 제 주전공 불러주면 독일인이고 한국인이고 보통은 다 숙연해집니다. 저 아직 저보다 전공 긴 인간 못봤습니다, 후훗.

주전공을 밝혔는데도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을경우 부전공도 불러줍니다. Skandinavistik 죽, 스칸디나비아학... 이쯤 되면 슬슬 사람들이 얼어붙습니다. "아, 예,  스칸디나비아학이라구요..." 그리고는 화제를 바꿉니다.(여러분이라면 초면인 인간과 스칸디나비아학을 주제로 어떤 대화를 나누실 수 있겠습니까 -.-)

덕택에 2번째 부전공까지 밝힐 일은 별로 없습니다. 사실 제 2 부전공은 비교적 평범합니다. mittelalterliche Geschichte, 즉 중세사.

주전공은 4학기째지만 부전공은 둘 다 이번학기가 처음입니다. erstes Fachsemester...갈 길이 멉니다...(잠시 먼 산을 쳐다보고픈 하일트...그러나 베를린 주위에는 산이 없다;;)

제가 등록한 학교는 베를린의 훔볼트, 흔히 HU라 부르는 곳입니다. 이곳 독문과는 독일에서 가장 잘나가는 독문과는 아닙니다만(일단 도서관이 너무 후졌...ㅜ.ㅜ) 독일에서 가장 복잡한 수업 종류를 가진 독문과 중 하납니다. 소개를 해나가자면...

Grundkurs A: 갓 아비투어 마치고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들어가게 되는 첫 수업입니다. 보통 'xx 개론'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다룹니다. 제 주전공의 경우 '중세 문학 입문'의 이름을 단 강좌들이 개설됩니다. 보통 첫 주는 '중세란 무엇인가'같은 질문으로 시작하고 중세 문학의 각 장르를 조금씩 소개합니다. 중세 독일어로 된 텍스트를 '구경'하거나(첫학기째인 애들한테 텍스트를 독해하거나 해석해내는 걸 기대하진 않습니다) 강사가 텍스트를 해석하는 걸 구경합니다. 널럴한 대신 샤인도 없습니다. 순전히 규모만 작은 Vorlesung인데 그래도 다들 Seminar라고 불러줍니다.

하일트는 노세노세 랄랄거리다 3학기째 가서야 이제 정신차리고 사람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수업에 들어갔는데 나름대로 3학기째랍시고 "뭐야, 다 아는 내용이잖아"하며 졸기만 한 통에(학생이란 자주 들어봤다 싶은 개념들은 곧 자기가 아는 거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제 주전공 강의에서 의자가 모자라 다른 강의실에서 들고 와야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닌데 근현대 독문학이랑 게르만 언어학 하는 인간들이 필수 강의라고 왕창 몰려드는 통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Grundkurs B: 보통 2학기 째 듣는 수업. 제 주전공에는 두 가지 강의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Mittelhochdeutsch(그냥 좀 오래된 독일어라고 알아두십셔) 강좌고 또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 변천에 관한 강의입니다. Ädl을 공부하는 학생은 둘 중 하나를 택해 샤인을 따야 합니다. 샤인은 보통 하룻밤 벼락치기를 동반한 필기 시험으로 획득됩니다.

Grundkurs C: 이름은 Grundkurs C지만 사실 Proseminar랑 큰 차이는 없습니다. 샤인 따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발표랑 레포트로 똑같습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Grundkurs C는 뭔가 구체적이고 한정된 것, 즉 작품 하나나 작가 한 명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반면 Proseminar에서는 좀더 흐리멍텅하고 뜬구름 잡는 주제들을 다룹니다. 'xx를 통해 본 텍스트 성과 이미지의 충돌'이라든가 'xx에 나타난 중세 말 세계상의 변화'라든가...

Proseminar: 위에 언급했으니 통과.

Übung: Übung, 말 그대로 연습이란 뜻이죠. 이름에서 암시하듯 연습을 열심히 하면, 즉 노가다로 때우면 바보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을 합니다. 바꿔 말하면 제아무리 타고난 놈도 연습 안하면 별 수 없는 것들인데 다른 분야의 Übung에서는 뭘 하는지 잘 모르겠고 제 주전공에서는 주로 중세 독일어로 된 text 독해 연습을 시킵니다. 어문 계열은 다른 곳도 별로 상황이 틀리지 않아서 옛날 언어로 된 text 독해 연습이나 말 배우기(외국문학 전공의 경우)처럼 특별한 지적 능력을 요구하진 않지만 어쨌든 연습을 많이 하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혹은 된다고 일컬어지는) 정신적 단순 노동들이 주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샤인은 없지만 Übung이 필수 학점에 포함되는 경우 샤인을 얻기도 합니다.

Vorlesung: 이거 역시 Übung이나 Proseminar처럼 다른 학교에도 다 있는 거지만 그래도 아직 독일에서 학교 안다녀본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한국의 대형강의와 비슷합니다. 비교적 큰 강의실에 모여앉아 교수 혼자 떠드는 걸 구경합니다. 학생들이 번갈아 발표를 하거나 과제를 해결하는 Seminar나 Übung과 달리 학생이 하는 역할이 별로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교수의 개인기에 수업의 질이 달려있습니다. 청중들 반응에 신경써가며 화려한 애드립을 구사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독한 교수는 원고대로 줄창 읽기만 하기도 합니다. 진짜 강인한 교수는 원고에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봅시다'같은 대사까지 적어오기도 합니다. 어차피 원고를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왜 꼭 자기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알바생을 시켜도 될텐데.

Vorlesung은 과제물도 없고 시험도 없고 출석 체크도 없습니다. 따라서 학기초에는 '이번 학기부터는 폐인 생활 청산하고 제대로 살아보겠다'며 향학열에 불탄 학생들로 꽉꽉 찼던 강의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비어가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뛰어난 개인기를 갖춘 교수라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HU에서 Grundkurs B로 분류된 과목은 대부분 다른 대학에서는 Übung에 포함시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는 Grundkurs C와 Proseminar 사이에 구분을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HU만의 이러한 세심한 구분은 학생들의 학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언젠가 쓰게 될 다음 글에 올리겠습니다. 곧 중세사 Vorlesung갈 시간입니다.
추천4

댓글목록

구라걸님의 댓글

구라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재밌으믄..안되는..건가..? -.-;) 전공이름이 굉장히 기네요..저 역시 깨갱..전 Maschinenbau 랍니다. 이번학기에 시작했는데..스타트 굉장히 잘 끊었..-.-; 지난주 부터 개강이었는데, 수업 홀랑~다 재꼈.ㅠ.ㅠ.이라고 해 봤자, 지금 한개 밖에 없습니다. Anerkennung 때문에 방황하는 중이라.. 이노무 교수 얼굴 한번보기 왜 이케 힘든겁니까!!! 그리고 Maschinenbau에 학생은 또 왜 그리 많은겁니까!!! ㅠ.ㅠ.. 학생많은거 알믄..Spraechstunde 라도 쫌 길게 많이 잡아주지..ㅠ.ㅠ.딸랑 일주일에 하루..글고 두시간뿐이더군요..(아이~ 프뤼풍스옵만~미워..ㅠ.ㅠ.) 머..전 이번학기는 공치는 분위깁니다만..그래도 청강이라도 하러 다닐려구요.. ^^; 아~ 이리하여 한학기 공치는군앙..ㅠ.ㅠ..

●.●‡님의 댓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하일트님 아랫층 사는 사람인데... 저번에 오실 땐 제가 고기 썰고 있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요. 언제 놀러 오세요. ^^

하일트님의 댓글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라걸/힘내세요, 그래도 Maschinenbau는 12글자나 되잖아요. Jura같은 거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는걸요, 뭐.
Anerkennung은 제 경우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제가 지원할때 보낸 서류들을 통해 이미 알아서 되어있는 상태였는데 님의 경우는 좀 다른가 보군요.
아, 그리고 첫 학기는 원래 공치는 게 정상적인 유학생활  아니었습니까? *.*a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5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0 05-06
84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5 05-05
83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1 05-04
82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3 05-01
81 유학일기 cagnolin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2 04-30
80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9 04-30
79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3 04-29
78 유학일기 cagnolin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2 04-29
77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9 04-28
76 유학일기 cagnolin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9 04-27
75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5 04-26
74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6 04-24
73 유학일기 아이디만든 부엉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3 04-23
72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8 04-23
열람중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4 04-22
70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4 04-22
69 유학일기 Grund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3 04-22
68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1 04-21
67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1 04-20
66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2 04-18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