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19명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HU DSH를 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213회 작성일 03-03-24 00:32

본문

운영자님께: 이 글은 본래 라이브 유학일기에 투고할 목적으로 쓴 글인데 제가 로그인에 문제를 겪고있는지라 등록이 안되었습니다. 그쪽으로 옮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꾸벅) 다음에 시도해보다가 계속 로그인이 안될 시에는 우는 소리 하는 개인 메일을 따로 보내겠습니다.
========================================================

사실 시험을 본 건 이미 며칠 됩니다. 현재 한글 쓰기가 불편해서 제 컴이 생긴다음에 글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사정이 꼬여서 현재 컴은 커녕 집도 없습니다. =_= 컴 생길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도 다 까먹을 것 같아 그냥 인터넷 까페에서 남극성 프로그램갖고 글 쓰기로 했습니다.(언젠가 베를린의 easy everything에서 제게 남극성 다운받는 법을 가르쳐주신 어느 이름모를 동포분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제가 이번에 입학허가를 받은 곳은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과 베를린의 훔볼트였습니다.("잠깐, 하일트 너 이제야 입학허가 받았으면 여지까지는 뭐하고 논거니?"라고 묻고 싶으신 분은 잠시 참아주십시오. 전 웹상에서는 입이 싼 편이라 어차피 나중에는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아도 지가 알아서 다 떠벌릴 겁니다) 뮌헨 대학에서는 사전을 못쓰게 한 반면 훔볼트에서는 독독은 물론 두가지 언어로 된 사전의 사용까지 허용했습니다. 즉 독한이나 한독을 들고가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듣기로는 사전을 허용하는 쪽은 그 대신 예문을 어렵게내고 사전에 안나오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다고 하는데 다른 독일어 어학 시험을 본 적이 없어 난이도 비교는 못하겠습니다. 실제로 듣기 시험 중 사전에 안나올법한 단어가 나오긴 했지만 그런 전문적인 단어는 시험 시작하기 전에 이미 설명을 해줬으므로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사전을 쓸 수 있으니 좋더군요. 일단 사전을 허용하면 동사 변화나 관사 묻는 문법 문제는 안나옵니다. 어차피 사전 뒤져보면 다 나오니까요. 그리고 한국 사람이 문법에 강하다 해도 문법도 문법 나름이라 한국어에 없는 명사의 성이나 전치사에서는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해결할 수 있어 편했습니다.

답안지뿐 아니라 메모할 종이도 학교측에서 다 나눠주기 때문에 종이를 따로 챙겨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밖의 준비물은 입학허가서에 첨부된 종이에 다 나오기 마련이니까 생략하고...

첫 영역은 듣기로 예문을 두 번 들려주는데 처음에는 문제지를 나눠주지 않은 상태에서 메모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문제지를 나눠주고 문제를 읽게 한 뒤 다시 한 번 읽어줍니다. 주제는 전세계적 기후 변화였는데 내용은 별로 재미없는 주제에 길긴 딥다 길어서 들을 때 애먹었습니다. 전 원래 산만한 인간이라 남이 혼자 오래 떠드는거 못듣고 항상 딴짓합니다. 그런 놈이 토플보다 더 긴 DSH 예문을 참고 들으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제가 인터넷에서 DSH 예문이라고 본 글들보다 이번 HU DSH 예문이 훨씬 긴 듯 했습니다. 시간을 재어보지 않아 얼마나 길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량은 긴 대신 굉장히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었습니다. 최소한 소리 자체가 안들려서 문제를 못 푼 사람은 없을겁니다. 전 내용을 요약하라는 문제가 나올까봐 긴장했는데(요약하려면 전체 내용을 몽땅 주의깊게 들어야하니까요) 다행히 문제지를 보니까 부분 부분의 내용을 묻는 내용들이 주라서 두  번째 들을 때는 문제랑 관련있는 부분만 집중해서 들으면 되었습니다. 주로 단답형, 혹은 기껏해야 한두 문장으로 답하면 되는 문제들이라 전체적으로 평이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시험 시간도 예고되었던 것보다 짧더군요. 굳이 예문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꿔 표현할 필요없이 그냥 들은대로 받아적으면 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심지어 들리는대로 빈 칸에 단어나 숫자 넣기(!)같은 문제까지 있었습니다.

15분 쉬는 시간이 지난 뒤에는 독해였습니다. 듣기 때와는 달리 이번 예문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화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꽤 재밌더군요. 수화가 한때 금지되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점은 처음 알았습니다.청각장애인이 수화를 배우면 소위 '정상인'의 말을 못배운다는 게 논거였답니다. 그나저나 분량은 A4로 앞 뒤 한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긴 문장으로 대답해야 하는 문제는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감독관은 '괜히 길게 쓰지 말고 핵심 단어로 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괜히 예문과 문제를 제대로 이해 못한 사람이 '길게 쓰다 보면 개중 답이 되는 단어가 섞여있겠지'하는 희망에서 예문을 통채로 베끼다시피 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세 번째 영역이자 마지막 영역은 작문이었는데 제일 애를 먹었습니다. 200단어로 분량이 제한되어 있는데 적게 써도 문제고 많이 써도 시간 배분 때문에 애먹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단어 수로 '말이 되게' 글 한편을 완성한다는 건 단순한 언어 능력 뿐 아니라 사고 능력까지 요구하는 거니 저처럼 고삐리 시절 논술을 수학보다 증오하던 인간으로서는 애먹을 노릇이었습니다.(인문학도가 수학보다 싫어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싫었다는 얘기겠습니까)

일단 주제부터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전부 네 개였는데 그중 하나는 환경 문제였고 또 하나는 장애인의 삶의 질 문제였고 또 하나는 수화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안납니다. -_-a 수화에 대한 걸 빼면 나머지는 다 '당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었습니다. 사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해서 몸으로 느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주제들에 대해 무슨 독창적인 소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공자님 말씀 옳은 말씀 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수화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지라 당위론 중 하나를 골라잡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제지를 받고 처음 5분간은 '이런 주제로 내가 대체 뭘 쓸 수 있단 말인가'하고 난감해하며 보냈고 그 다음 5분간은 그나마 이 중 뭐가 제일 덜 난감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보냈습니다. 이렇게 10분 까먹었습니다. =_=

결국 제가 골라잡은 건 장애인 문제였습니다. 마침 대구 지하철 사건이 난 뒤라 방화 사건 범인이 장애인이었다는 점, 그래서 한국에서 정신 장애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정신 장애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모두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더군다나 비장애인의 범죄률은 장애인의 범죄률보다 명백히 높다는 점, 그러니까 편견은 나쁘다(지극히 당위적인 말씀 -_-) 등등의 소리로 지면을 채웠습니다. 물론 장애인의 삶의 질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에 못 맞추면 비슷하게 들리는 다른 소리라도 써야 낙방을 면하지요.

10분 까먹은 타격이 커서 저는 시간이 다 흐른 뒤에도 악착같이 답안지를 붙들고 늘어진 인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결국 연습용 종이에 썼던 것에서 한 문단을 통채로 빼버리고 답안지를 작성했습니다. 근데 한 문단을 빼버려도 글의 통일성에는 별 문제가 없더군요. -_-

골아픈 것은 답안만 작성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보는 사람이 직접 단어 수를 세어 답안지 맨 밑에다 기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치사하게시리 '단어 수 안 적어넣으면 채점 안해준다. 그럼 무조건 빵점이다'고 협박을 때렸습니다. 설마 정말 빵점처리하랴 싶었지만 그걸 실험해볼만큼 배짱이 세진 않아서 글 쓰랴 단어 세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242단어 정도 되더군요. 결국 그 한 문단은 빠져도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험은 끝났습니다. 결과는? 붙었습니다. 아마 떨어졌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진 않겠지요. 하지만 제 독일 체류 기간을 생각하면 절대 붙었다고 자랑할 처지는 못됩니다. 사실 제가 예전에 DSH를 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지 않았던 건 "내가 이제와서 붙어봤자 누구 하나 칭찬해줄 사람 없으며 반면 떨어졌다가는 '저놈은 한국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대학에서 몇 학기를 개긴다음에도 DSH에 떨어졌다는군'이라는 손가락질이나 받을테니 여기서 그 어떤 이득을 보리오'라는 심산에서였습니다. 결국 이번에 HU에 덜미를 잡혀 꼼짝없이 보게 되었지만요.  

베리에서도 그렇고 어학연수생들이 드나드는 게시판에서는 흔히 'DSH 시험 유형과 대비 요령' 'DSH 합격률이 높은 어학원'같은 정보들이 떠다닙니다. 지금 제가 쓰는 글도 넓게 보면 그 글들의 한 유형에 속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번에 직접 시험을 보고 느낀 소감은 '이 시험에 빨리 붙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시험의 예문은 독일 대학에서 수학하려면 읽어야 하는 전공 서적들보다 더 쉬웠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면 DSH 듣기 시험때처럼 쉽고 천천히 불러주는 교수는 없습니다. 만약 차근차근 독일어 실력을 쌓은 것이 아니라 몇 달 죽어라 시험 대비 공부를 해서 붙은 거라면...글쎄요, 설사 시험에 합격해 대학에 등록한다해도 실제로 수업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어학을 빨리 끝내고 정식 학생이 되는 것이 좋은 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수업을 들어보고 나니 이제는 '어학에 투자하는 시간은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다'라는 선배 유학생들의 조언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어학 기간이 남들보다 길어봤자 한 학기, 두 학기 정도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간의 유학 기간에서 그 정도 기간 차이는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어학 기초가 탄탄하면 처음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때 덜 헤매고 상대적으로 쉽게 학점을 딸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이 쪽이 오히려 빨리 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제가 처음 독일 대학에 등록해서 학생 할인 받아가며 놀러나(-_-) 다닌 대신 어학원에 계속 등록해 진중하게 독일어 공부나 했음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시에는 "사설학원 등록비가 얼만데!!"하면서 콧방귀를 뀌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놀러다니면서 쓴 돈을 생각해보면(-_-) 학원에 등록했더라도 금전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좋은 데도 많이 다녔고 또 놀러다니면서 짬짬이 읽어둔 전공 서적으로 두학기 세미나(;;)를 버텼으니 완전히 버린 기간은 아닙니다만 '그 때 시간과 자금 투자를 해서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했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독일어를 잘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체류기간을 생각해보면 제 독일어는 결코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든요. -_-

그럼 전 이제 장이나 보러 가야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베를린에 사시는 분들 중 easy everything에서 열심히 남극성으로 한글치는 거북이 인형달린 책가방 주인을 보시거들랑 '저 놈이 하일트구나'하고 치즈 들어간 크레프라도 하나 사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추천3

댓글목록

비밀박사님의 댓글

비밀박사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급하면 마이크로 소프트 사이트에서 한글 다운받아 가지고 하세요...
저도 뮌헨에 있을때 easy에서 그렇게 했는데요...그리고 여러분들 easy가 삼성꺼인 줄 아시죠???
저도 몰랐는데 영국에 있던 아는 누나가 뮌헨에 놀려 왔을때 얘기해 주더라구요...
영국에도 많이 있는데 그곳에는 옆에 삼성마크가 꼭 같이 붙어 있다고 하데요...그래서 물었더니 삼성꺼라고 하네요...

하일트님의 댓글

하일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asy가 삼성 것인게 아니라 easy의 모니터들이 삼성 것인 게 아니었던가요? *.*a 베를린 easy문에도 삼성 마크가 붙어있습니다만 삼성이 물주인 건 아니고 스폰서를 하고 있든가 하는 차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내부 인사도 아닌 다음에야 순전히 추측일 뿐입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한글을 다운받는 건 한 번 시도해봐야겠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73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4 04-26
72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6 04-24
71 유학일기 아이디만든 부엉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1 04-23
70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7 04-23
69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3 04-22
68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4 04-22
67 유학일기 Grund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3 04-22
66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1 04-21
65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1 04-20
64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1 04-18
63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6 04-18
62 유학일기 야간비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0 04-16
61 유학일기 하일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3 04-08
60 유학일기 ☆하.건.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7 04-01
59 유학일기 비밀박사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9 03-27
열람중 유학일기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14 03-24
57 유학일기 B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5 02-25
56 유학일기 김대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4 02-13
55 유학일기 치로75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8 02-12
54 유학일기 치로75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7 02-16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