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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Sommerf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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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463회 작성일 06-07-31 16:58

본문

해마다 방학 직전이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각종 시험과 종강을 앞둔 대학생도 아니고 겨우 초등학생 하나 달랑 하나 데리고서.. 날씨가 좋아지는 여름이 접어들면 주변의  여기 저기서 열리는 각 종 그릴 파티와 Sommerfest라는 여름 축제가 진행되어 주말마다 거기 쫒아다니다 보면 귀가 멍멍할 정도의 테크노 음악에 맞춰 너도 나도  벗기 경쟁을 벌인다는 베를린의 그 유명한 러브 퍼레이드 조차 한 번 구경갈 짬이 안나는 것이다.

방학과 함께 담임 선생님이 정년 퇴직하는 포리의 학급도 이에 빠질세라 벌써부터 인근 공원에서 Sommerfest를 열기로 약속 날짜를 잡고 이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포리는 없는 소질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은 더 자신이 없어서 선생님께 드릴 그림을 열심히 한 장 그렸다.  아니 사실 종이 위에 붙인 자신의 사진을 제하고 나면 포리가 그린 그림은 반 장밖에 안된다. 수학여행 중 제일 재미있었다는 페달밟는 배,  Tretboot였다.  그 배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나는 아무리 포리의 그림을 들여다 보아도 그 배의 생긴 모습이 연상이 안되어 배 그림 밑에 Tretboot 라고 써 넣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포리에게 제안하였다. 단순한 녀석은 다행히도 별 생각없이 그림에 제목을 달아 주었다.

드디어 약속된 일요일 아침,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베를린 리포트 요리코너에서 배운 실력으로 부지런히 김밥을 쌌다.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더워 잡채는 들고 나서기가  그렇지? 고심 끝에 결정된 메뉴였다. 학부모 반장 엄마가(베를린 학교 저학년에는 학급 반장이 없다. 대신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뽑힌 반장이 담임 교사를 돕는다.) herzhaft한거나 salzig한거나 gesund걸로 가져오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냈기에 잡채가 마지막까지 경선을 벌였던 것이다. 시원한 곳에 김밥 잘 둔 뒤 성당 얼른 다녀와서 부랴부랴 이것 저것 챙겨 공원으로 향했다. 특히 포크와 컵과 접시를 잘  넣었는지3번이나 확인했다.  그런 야외에서 만나면 독일사람들은 모두들 자기네 식구들이 사용할 그릇과 포크만 달랑 가져오므로 잘못하면 도구가 없어 음식을 못 먹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름대로 다 챙겨갔는데도 막상 가보니 돗자리나 깔대를 안가져 온 사람은 나 뿐인것 같았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대부분 낡은 식탁보나 침대보. 은박 돗자리는 없어도 저런건 나도 있는데. 집 안 장농 속에 쳐밖혀 있는 낡은 커텐, 한국에서 집 부칠때 깨지기 쉬운 짐들 사이 사이에 둘둘 감겨 독일까지 건너온 그 것이 아쉬워진다. 어디선가 야외용 탁자가 공수되어 오자 몇 몇 엄마들이 즉각 바닥에 깔았던 천을 다시 털어 탁자 위를 덮는다.  그 와중에도 천의 낡은 구멍을 교묘히 가리거나 깨끗한 면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노력한다. 금새 낡은 탁자가 근사한 식탁으로 바뀌었다. 모두들 앞다투어 가져온 음식으로 부페상을 차렸다. 

그리고 진행된 고별식, 식탁 앞에 나란히 학급 아이들 전원이 꽃을 한송이씩 들고 한줄로 서서 이제 곧 이별할 담임 선생님을 기다렸다. 맨 오른쪽 아이부터 선생님께 송별의 인사말과 함께 꽃을 드렸다. 전교생 모아놓고 하는 애국조회가 따로 없는 독일에선 정년 퇴직식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고 학급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이런 행사가 곧 정년 퇴직식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고별 인사말을 받는 노여교사의 표정은 평생을 교직에 몸받피신 한국 선생님들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 „분명하게!“ , „천천히“, „침착하게“ 등등.. 아이들의 특성에 맞추어 아이들을 지도하신다. 드디어 24송이의 장미꽃 증정이 끝나고 마지막에 서 있던 반장 엄마로 부터 준비된 선물이 건네졌다. 24명의 아이들이 그리거나 쓴 편지 묶음, 그것이 선물의 전부였다. 2년이나 아이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대해 너무 약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건 어쩜 내가 아직도 독일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선생님은 아주 기뻐하셨고 야유회동안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그 그림들과 편지를 보여주셨다.

드디어 식사시간. 아니라 다를까 오리지날 한국 사람이 만들어간 오리지날 김밥은 대인기였다. 김밥을 꺼낼 때부터 여기저기서 깁밥이다 하는 탄성이 나온 터였다. 배운 척 할수록, 세련된 척 할수록 독일인들이 앞다투어 먹는 아시아 음식들. 이젠 저가 수퍼마켓에서조차  일년에 두 세번씩은 아시아 기획전을 반드시 열고 그 때마다 각 종 식재료들을 왕창 팔아 치우는 걸 보면 어쩜 독일인들은 아시아의 낯선 음식을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점잖을 떠는 독일인답게 은근 슬쩍 김밥쪽으로 다가와 조급하지 않은 척 천천히 덜어내어 것이 일단 먹는게 남는 거라면 달려들어 줄부터 서는 우리네 모습과는 조금 다를 뿐. 맛있는 것을 밝히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 김밥이 제일 먼저 떨어졌다. 아이 입학식 이후 지난 2년간 내겐 한번도 인사를 안하던 꼬장꼬장한 인상의 늘 불쾌한 니케 엄마조차 내 김밥을 덜어가는것을 보고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담소시간,  포리 생일 파티 초대장을 벌써 전에 돌렸는데 아직까지  오겠다고 확답한 집이 아무도 없었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이런 모임에선 서로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해야 자연스러운데 이 때 사용할 화제거리로 모두들 폴이 생일 건을 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한 엄마씩 내게 와서 말을 걸며 생일날 초대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생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역시 잘 모르는이에게 섯불리 친근한 척 안하는 독일인답다.

3시간 남짓 만에 야유회도 송별식도 끝났다. 평범하지만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신 선생님,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셨고 아이들을 잘 파악하시던 선생님,  프라우 데소.  그동안 포리를 사랑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퇴직 후 평안한 노후를 맞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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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 디 아님의 댓글

나 디 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마전에 한 지인이 졸업전시를 해서, 오프닝에 김밥을 좀 싸가져 갔습니다. 한 순간에 거덜나더군요. (나머지 케잌 종류는 잘 안 없어지던데..)
전 밥을 참기름, 소금으로 간하고, 소고기, 당근, 시금치, 계란, 단무지, 치즈, 이렇게 싸는데, 스시의 경험을 가진 이들은 김밥의 맛을 쉽게 느끼더군요. 그리고 일식 스시보다 김밥이 확실히 더 맛있다고 합니다. 이거 조리법 갈쳐달라고(장보는 것부터 요리하는 것 까지 같이 하자며) 조르는 친구들도 있는데, 막막하더이다. 하루 종일 걸릴 거 아냐...emoticon_101

근데 이 친구들 끝내 "김밥"이란 이름은 못 외우더군요. 바보들.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 쇠고기 들어간 김밥! 정성이시외다.
이제 전 정말 특별한 날 아니면 단무지도 안넣고 김밥싸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또 시금치 다듬고 데치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여 전 항상 오이로 대신하는데 길게 썰어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물기 짜내고 쓰거든요. 그리고 김을 반장으로 나누어 오이와 와사비만 넣고, 와사비가 없을 땐 그냥 오이만 넣고 꼬마 김밥 만드는데 그것도 의외로 잘 팔리더군요. 우리식 김밥은 입을 크게 벌려야 먹을 수 있으므로 공공장소에선 내숭떠는 독일인들이 먹기 부담스러워 하는듯.

그런데 요리짱님이 알려주신 김밥 밑간, 정말 최고예요. 그것이 김밥 맛을 좌우하더군요. 덕분에 제가 얻은 별명이 스시마이스터린입니다.

깡냉이님의 댓글

깡냉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의 글을 읽다보면,,,
7~8년 후의 저를 그려보게 됩니다,,,

우리 다빗이 학교들어가기 전에 김밥 만드는 거 많이 많이 연습해야 할까봐여,,,
손재주가 없어서리...^^'''''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7-8년도 안남았어요. 유치원 다닐 때 뭐 해 가져가야 할 일이 사실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몇년 그러다보니 저도 레파토리가 저절로 생기더군요. 김밥, 잡채, 만두..

그런데 옛어른들 말씀이 다 맞아요. 닥치면 다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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