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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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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395회 작성일 06-07-02 08:25

본문

산이는 젖병에서 컵으로 옮겨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돌이 지난 산이가 아직도 젓병으로 물을 마실 때 산이보다 훨씬 어린, 우리동네 클라라는 벌써 등산용 물병(학교나 유치원 다니는 독일 어린이들은 하나씩 다 가지고 있는 그 거)으로 물을 마셨다. 시중에는 아기들을 위해 컵으로 마시기 훈련용으로 젖병과 컵의 중간단계인, 컵도 아닌 것이 병도 아닌 것이, 병이기도 하며 컵이기도 한 그런 용기가 있다. 그 용기의 주둥이를  독일에서는Trinkschnabel이라고 하는데 산이는 돌이 다 되도록 줄줄 흘리기만 할 뿐 그걸 제대로 못 빨았다. 각종 재질과 모양별로 주둥이를 갖추어 놓고 훈련을 시켰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차라리 그냥 컵을 입에 대어주면 더 잘 마셨다.

내가 산이 입에 대어주어 조금씩 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훈련시켜서 컵으로 마시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비로서 산이는 Trinkschnabel로도 잘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엔 슈나벨이 달린 병을 주면 병을 잡고 빨다가 실리콘으로 된 슈나벨 부분을 이로 꼭 물고 앞으로 잡아 빼 낸 후 컵으로 만들어 벌컥 벌컥 음료를 마셨다. 

아기가 물마시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큰 애가 어릴 때도 물 마시는 모습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는답시고  "다시 한번만 더 마셔봐" 하며 열심히 포즈를 잡게 했는데 결국 포리가  그 물 다 마시고 체해서 밤새 토했던 적도 있었다. 때문에 조심하느라 이번엔 사진을 안찍고 있지만  산이의 물 마시는 모습 역시 하나의 예술이다.

물을 들이킬 때마다 따라 출렁이는 볼통한 볼.
꿀꺽 꿀꺽 할 때마다 마치 자유영 선수가 물 밖에 얼굴을 잠깐 올리고 숨을 들이키듯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입과 코.
컵 속의 물만  집중해서 쳐다보는 눈.
오매 예쁜 거!!

근데 이 예술행위도 시들해 졌는지 요즈음 이 녀석이 새로게 탐닉하고 있는 도구가 있으니 그게 바로 빨대다. 수퍼가서도 빨대가 붙어있는 음료수 팩이 눈에 띄면 손을 뻗으며 잡으려고 환장을 한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기도 전에 벌써 빨대를 떼내고 입으로 빨대를 물어 뜯으며 동동거린다. 계산을 끝내기가 무섭게 서둘러 빨대를 팩에 꽂아주면 허겁지겁 빨아들이기가 끽해야 두서너번.  막상 배가 부른지 산이는 빨대만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빨대가 그만 음료수 팩 속으로 쏙 빠져버린다. 이놈의 빨대는 얼마나 짧은지…산이는 빨대를 꺼내려고 팩을 위아래로 마구 흔든다. 끈쩍끈적한 주스 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내가 음료수 팩을 빼앗아 어떻게든 빨대를 빼내어 보려고 하지만 이미 업질어진 물이다. 

으이구 못살아. 빨대가 사라져버린 구멍에 눈구멍을 들이밀고 들여다보는 산이를 달래가며 한 손으로 음료수 팩을 조심스럽게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장 본 짐이 한가득 실린 유모차를 밀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이 보는데서 그 음료수 팩 버리면 난리가 난다.) 부엌 식탁에 앉아 끝이 뾰족한 가위로 구멍을 조심스럽게 벌리고 가위 끝을 집어 넣어 기술껏 빨대를 꺼내어 다시 꽂아 준다. 이미 크게 벌어진 그 구멍 말고 반대편에 새로 구멍을 만들어 꽂는다. 엄마노릇 하다 보면 손재주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함을 알 수 있다. 

아, 한국에서는 찬장 설합 속에 늘 뭉치로 굴러 다니는 아쿠르트 아줌마가 주고 간 그 빨대, 직장에서건 학교에서건 심지어 성당 교리실에서조차 옆사람 컵라면 좀 뺏아 먹어볼까 이리 저리 뒤적 뒤적 나무 젓가락 찾으면 꼭 대신 나타나던, 라면가락 집어 올리는 데는 그다지 영양가 없는 한심한 그 빨대, 공짜라고 무턱대고 받아두었다가 1년에 한번씩 대청소하며 쓰레기통으로 그냥 들어가던 50개 들이 뭉치의, 봉지조차 안뜯었던 그 빨대가 너무나 그립다.

길이도 길고 두께도 가늘어 카프리썬에 끼워먹이기 딱인데… 산이가 질겅거려 우그러진 빨대조차 잘 씻어 다음번에 쓸 일을 기약하면 보관하는 내 신세.  빨대 벼락 좀 맞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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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psy님의 댓글

ps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완전 동감입니다. 저도 한국 갔다 올 때 한 움큼의 야구르트 빨대를 챙겨왔더랬죠.
리들에서 파는 오렌지 음료수 팩에 붙은 빨대는 초초초절약형. 어떻게 그렇게 깡뚱하게도 만들었는지. 곧추(발음주의) 세워서 꼿으면 1mm나 밖으로 나올려나.

개신발꾼님의 댓글

개신발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내가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었어요
늘상 호흡하는 일이 중요했었기 때문에,
멜로디언을 연습하고 있던 때가 많았었는데...
그 때는 그 녀석을 잘 이해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문득 그 녀석 미디홈피인가를 갔다가
이 글을 다시 읽으니, 녀석의 존재조차도 불투명하게 느껴지던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나 좀 쓴 웃음이 납니다.

부모에게는 모든 자식이 똑같이 느껴질까하는 생각을 문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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