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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유학생의 애환이 담긴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나의 독일 대학원 일기 4편   

안녕하세요. 약 1년 전 이곳에 대학원에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일기를 썼었는데, 쓰는 도중 일이 너무 많아져 마무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22433&page=5). 원래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재정리해서 쓰는거라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서... 이제부터라도 다시 올려보려고 합니다. 원글이 반말체에 기반하다보니 이 글도 반말체가 되었습니다.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혹시 문제가 될까하여 원글의 출처도 링크에 걸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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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원에서 2월 초에 학기가 공식적으로 끝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페이퍼를 쓸 준비를 해야했다. 이건 한국과 독일이 다른 부분이었는데, 독일 대학원에서는 학기가 끝날 때에 맞춰 페이퍼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페이퍼를 내야한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방학이 없는 것 같아서 역시 독일 대학은 잔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방식이 여러모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세미나에 참여해서 토의하고 텍스트도 열심히 읽은 후에, 이것을 정리할 시간을 좀 가지고 글을 쓰게되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과 글의 깊이가 생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다음 학기가 개강하기 전까지 페이퍼를 내야했지만, 독일 학생들의 경우 교수와 협의해서 좀 더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나도 이런 유혹에 안 빠진 것은 아닌데, 이런 면에서라도 성실함을 보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 또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정작 다음 학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전 학기 페이퍼를 쓴다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모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우선은 가장 먼저 "초기근대의 신성로마제국" 세미나의 페이퍼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과목을 이수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부터 독일 대학의 엄격함에 대해서 들어서, "이거 낙제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쪽팔려서 어쩌나" 싶은 마음에 학기 내내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았다. 게다가 초기 근대는 내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니었다. 이 세미나의 선생님은 학부 과목임에도 페이퍼 주제를 따로 정해주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다만 쓰기 시작하기 이전에 본인의 면담 시간에 찾아와서 한 번이라도 주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허락을 받을 것, 그리고 이후에 메일로 미리 짜놓은 목차와 참고문헌 등을 보낼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난 아무래도 이 분야에 정통하지 않다보니, 전통적인 주제보다는 약간은 변칙적인(?) 주제를 정했다. 신성로마제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다녀온 후 쓴 기행문을 분석해서, 당시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이 정작 본국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유추해내는 작업이었다. 1차원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당시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여행을 갔다 온 후 대체로 아메리카 대륙의 풍족한 식량에 대해서 굉장히 장황하게 묘사하는데, 이것은 역으로 신성로마제국이 당시 극도의 기근으로 인해 식량이 바닥난 상황이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는 방식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을 나름대로 조금 더 고차원으로 끌어올려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면에서 시도해 보는 것이 주제였다. 선생님한테 메일을 보내니까 나름대로 깊게 생각해본 것 같다면서 열심히 써보라고 했다. 3주 정도 열심히 썼던 것 같은데, 처음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료의 서체였다. 당시 독일의 인쇄된 서체가... 궁금한 사람들은 구글에 Fraktur라고 검색하시면 아마 나올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문장과 글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해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독일은 2차세계대전까지 이 글씨체를 많이 썼다.

그 다음에는 "1차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러시아제국" 세미나의 페이퍼를 썼다. 이 경우는 학기 중부터 미리 주제를 짜놓고 준비를 좀 해서 나름대로 수월했다. 피셔테제라고 하는, 독일의 역사학자 프리츠 피셔(Fritz Fischer)가 주장한 테제와 그를 둘러싼 논쟁사를 다루는 것이 주제였다.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이 피셔라는 역사학자는 독일이 치밀한 계획하에 목표를 가지고 1차 세계대전을 일부러 발발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이런 주장은 독일 역사학계 내에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왔고, 이 논쟁 자체가 1960년대부터 독일 역사학계가 다루는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이 논쟁의 발전사를 다뤄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첫 번째 주제보다는 사건과 주장의 요약, 정리에 집중한 페이퍼라, 성실하게 작업하면 나름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바이마르 공화국 연구의 여러 문제들" 세미나의 페이퍼를 써야 했다. 이 경우는 내가 발표한 주제를 그대로 발전시켜서 페이퍼를 쓰기로 교수와 논의했기 때문에 준비가 이미 많이 되어 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동유럽 연구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서독, 동독, 그리고 현재 독일 역사학계가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관해 쓰는 것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동유럽 연구가 나치 하에서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주제 자체가 독일 역사학계가 나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관련되어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따라서, 처음에 읽었을때 생각되는 것보다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 하지만 우선은 패스하겠다. "지구사" 세미나의 경우는 지구사 라는 방법론 자체가 최신의 역사학적 방법론이기 때문에, 주로 이 방법론에 나름대로의 비판을 시도해봤다. 이건 순수한 역사학적 방법론의 문제라, 역시 패스하겠다. 

그렇게 2달 정도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매일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해서 글을 쓰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좀 쉬면서 다시 내일 쓸꺼를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다. 4월이 되어서 다 쓰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애초에 계획을 잘못 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한 학기에 4개의 세미나를 듣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ㅡㅡ 어쨌든 다음 학기 개강 직전에 글을 마무리해서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베를린, 뮌헨, 잘츠부르크, 할슈타트를 여행했다.

근데 여행 말미에 할슈타트에 있는데, 메일로 과목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고 알림이 왔다. 독일 대학원은 한국과는 달리 평가 마감 기한이라는게 없다. 한국은 몇일 몇시까지 선생님들이 평가를 마쳐야해서, 그 시간이 되면 다들 기다리고 있다가 확인을 하는데, 독일 대학원에서는 그런게 안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의 교수가 한 페이퍼에 대한 채점을 마치고 그걸 입력하면, 그때 그때 해당학생에게 확인하라고 알림이 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내가 독일 대학을 겪으면서 거의 유일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한 면이 등장하는데, 평가가 너무 오래 걸린다. 방금 말한 과목은 은퇴하기 직전의 부지런한 노교수님이 진행하셔서 바로 평가가 이뤄졌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다음 학기 시작하기 직전에 낸 페이퍼가 다음 학기 수업기간이 끝나고 나온다. 4월 초에 낸 페이퍼가 8월이나 9월에 평가되는 것이다. 이것도 평균이고, 내가 경험한 가장 오래걸린 평가는 1년이었다... 4월에 낸 페이퍼를 다음 해 4월에 평가해준 것이다. 그것도 석사논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점이 필요하다고 연락하니 말이다. 근데 이 부분은 정작 독일 학생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라,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만 불편으로 다가온 것 같다. 독일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홈페이지에서 점수를 확인했다. 2,3이 떠있다. 지난 번에 설명했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독일에서는 1,0이 가장 좋은 점수가 4,0이하가 낙제다. 2,3이라면 한국으로 치면 b- 정도 될까? 독일에 처음 와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썼는데... 한국에선 어디서도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는데... 좌절감이 밀려온다. 내가 고작 이런 점수밖에 못 받나? 싶고 말이다. 참고로 독일 대학원은 당연히 상대평가는 아니고 절대평가이다. 물론 독일의 점수가 보통 한국 점수보다는 박한데, 그래도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 내가 외국인이라 말하는 것은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수업 중에는 활약(?)을 잘 못해도 글로 쓰는 것은 독일애들 못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무너지고 만 것 같았다. 결국 여행지에서 서러움에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숙소 테라스에서 눈물 때문에 흐릿해진 할슈타트 호수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지에서 바로 교수한테 메일을 보냈다. "평가해준 것을 확인했다. 내가 독일어로 처음 글을 써봐서 그러는데, 혹시 뭐를 잘못했고 보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라고 물으니 면담시간에 찾아오라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찾아갔는데... 이건 뭐지? 싶다. 독일어 표현들을 몇개 고친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았다. 글 끝 부분에 평가를 써놓은 것에도 Alles in Ordnung ("다 잘되었다" 정도?) 라고 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분은 그냥 점수가 짠 분이었다.

두 번째 평가는 가장 먼저 쓴 초기근대의 신성로마제국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받게 되었는데, 이건 내가 먼저 평가를 빨리 해줄 수 있냐고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기에 혹시 평가를 빨리 해 줄 수 있냐고 부탁드린 것이다. 개강하고 첫 주까지 본인이 읽어보겠다고 하셔서 역시 그때 찾아갔다. 연구실에 들어가니까 대뜸 "내 수업이 자네한테 지루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럴리가요 라고 대답하고 어땠냐고 여줘보니 아주 잘 썼다고 말해줬다. 독일어 관련해서만 몇개 고칠 부분을 제출한 페이퍼 여백에 써주었으니, 필요하면 복사해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입학 담당자가 누구냐고, 지금부터는 본인이 처리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해주셨다. 연구실을 나오고 건물 밖을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번째 네번째 평가는 각각 8월과 다음 해 4월 (-.-)에 이뤄졌기 때문에 잠시 미루고, 어느새 다음 학기 개강이 다가왔다. 이번 여름 학기에 듣게 되는 대학원 수업은 포어레숭으로는 각각 Die Weimarer Republik (바이마르 공화국), Kolonialgeschichte 1850-1920 (식민지사 1850-1920), 그리고 Wirtschaftsgeschichte der USA (미국 경제사)였다. 세미나는 Europa und die Dekolonialisierung (유럽과 탈식민지화), Kulturkontakt, Kulturkonflikt, Kulturtransfer (문화접촉, 문화충돌, 문화전이)을 듣게되었다. 겨울 독일의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따사로운 햇살아래 새로운 여름학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크리스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3-18 (월) 10:55 2개월전
글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인문학 공부하는 사람이라 읽으며 참 공감했습니다. 글 읽으며 또 용기와 힘을 얻고 갑니다. 논문진도가 안 나가는데 생각의 꼬리는 물고 늘어지기 싫은 순간...다시 마음을 다 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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