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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Musiksch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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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698회 작성일 06-04-17 07:31

본문

포리의 학교에서 작은 발표회가 있다. 어떻게 선정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포리의 옆반인 2학년 b반 아이들이 연극을 맡고 학교의 음악AG 아이들이 음악을 담당하여 열리는 작디 작은 학예회다. 거기에 포리도 끼게 된 것은 다 명이 덕이다.
지금은 한국에 가고 없는 명이는 작은 실눈이 옆으로 쭉 찢어진 모습이 어릴적 내모습과도 비슷한 폴이의 여자친구이다. 

"명이를 낳아 처음 데리고 나왔더니 세상에 아무도 아기보고 예쁘다 하지는 않고 모두 건강하게 생겼다고만 하는거 있죠? "

명이 엄마는 껄껄 웃으며 말하였지만 어려서 외삼촌들로부터 못난이라고 불리었던  나는 괜히 마음이 아파 명이에게는 괜히 없는 떡도 하나 더주고 예쁘다는 칭찬도 많이 해주었는데 실상 명이는 매사에 스스럼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어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내는 아이였다. 그런데 그 둘이 4살이였던 해 성탄절에 명이의 바이올린 연주를 본  후 포리도 바이올린을 배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내가 사는 곳의 관립 음악학교(무직 슐레)에는 바이올린 교습이 6세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도 포리는 바이올린을 하기엔 좀 어렸다. 그러다가 5살 성탄절에 명이의 바흐 연주를 한번 더 듣고 난 후 포리의 졸라댐이 끈질겨졌다. 그래서 자기 동네 무직슐레를 다니는 명이처럼 나도 포리를 동네 무직슐레에 보내게 되었다. (그동안 무직술레 규정도 4세 이상 바이올린 교습으로 바뀌었다.) 구청 건물 안내실에서 무직슐레의 안내책자를 가져와서 뒤적거려 현악기 담당자가 상담하는 시간에 당시만 해도 전화로 독일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 무조건 찾아갔다. 그런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전화로 일을 처리하는지 그 상담교사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와서 내가 많이 기다려야 되었지만 뭐 괜찮아, 벌써 1년 이상 기다렸는데..

드디어 담당자가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자 나는 포리를 가르키며 말했다. 
"얘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해요."

말이 동네 무직슐레이지 구(Bezirk)에 하나씩 있는 관립 무직슐레는 사실 그 관할 지역이 굉장히 넓다. 그래서 교습장소도 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공립학교 건물로 여러군데이다. 그래서 집에서 되도록 가까운 쪽에 살며 아이에게 친절한 선생님을 부탁하였는데 집에 돌아와 두 달 정도 기다리니 전화가 왔다. 선생님을 구했는데 집에서 아홉정거장 밖에(!) 안 떨어진 곳에 사는 선생님이니 한번 만나보라며 전화번호를 주었다. 이미 기다리느라 지쳐 찬밥 더운밥 가릴 수가 없었다. 무조건 교습을 시작하기로 맘을 먹고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자 며칠 후 무직슐레에서 계약서가 날라왔다.

<2004년4월 1일 부터 학생 포리군과 교사 크레츠 부인의 바이올린 교습이 시작됩니다. 교습 시간은 일주일에 한번 매 30분씩 진행됩니다.>

서명을 하고 돌려보내자 계약서 복사본과 송금 안내서가 다시 날라왔다.

<목로주점 부인은 포리군의 교습비 41,50 유로를 매월 15일까지 무직술레로 송급 바랍니다.>
<목로주점 부인은 포릭군이 사용하는 바이올린 대여료 6유로를 매월 15일까지 무직슐레로 송금 바랍니다.>
<목로주점 부인은 계약서 체결 수수료 6유로를 이달 15일 까지 무직슐레로 송금바랍니다. >

크레츠 부인은 사실 30분이 너무 짧다고 하였다. 그러나 명이도 30분씩만 한다 하고 무엇보다 철딱서니 없는 포리가 30분 이상을 집중 할 것 같지 않아 내가 30분 수업을 고집했다. 무직술레 학비는 덕일답게 교습 시간에 정비례한다. 45분 수업은 월 62,25유로, 60분 수업은 월 83유로. 방학과 관계없이 매달 내는 고정금액이다. 그리고 무직슐레는 관립이라 일반 학교가 쉬는 날은 모두 쉰다. 1년에 5차례 있는 방학과 빨간 국경일 모두.

막상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자 평범한 여느 아이처럼 연습하기 싫어 안하겠다는 포리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자기가 졸라대어 시작한 건데 금방 그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거창한 계약서까지 써놓고.. 그래서 포리는 매주 연습을 하는 둥 마는 둥 바이올린을 배운다. 그렇게 조금씩이지만 1년 이상 배우고 나니 실력이 조금 느는 것 같다. 무직슐레 측에서는 자기 학교에 속한 교습생들로 꾸려진 오케스트라와 현악 합주단을 연령대 별로 운영하고 있다. 크레츠 부인의 권고로 거기 합주단과 함께 발표회를 가진 후 자신감이 생긴 것은 포리처럼 소심한 아이에게는 퍽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합주단의 연습이 행애지는 무직슐레 본관은 우리집에서 너무나 멀다.

그런데 마침 포리의 학교에도 동일한 무직슐레에서 운영하는 음악 AG가 있었다. 거기서 아이들이 배우는 악기는 주로 피리, 실로폰, 북 등 친근한 것이지만 나름대로 합주단을 만들어 Schulorchester라는 거창한 이름의 모임도 꾸리고 있다. 그 합주단에 포리가 들었는데 이번에 ooo무직슈레와 xxx초등학교의 협연공연아란 제목으로 발표회를 연 것이다.

오늘은 총 연습일이라고 수업도 면제되었다. 아침에 바이올린을 가지고 학교로 가며 내가 포리에게 물었다.

"너, 전에 Fiddel Spass때 연주한 '캉캉'을 아직도 외어서 할 수 있어?"
" ……아니."
"그거봐, 그렇게 안틀리고 잘하던거도 연습 안하고 있으니까 다 잊어버리지? "
"학교에서 배운 것도 복습 안하고 두면 며칠 뒤에 기억나니, 안나니?"
"안 나."
"그것봐, 음악도 공부와 같은 거야, 안하면 잊어버려."
"수영 배운 것도 잊어버려?"
"아니야. 수영은 안 까먹는거라고 해. 걷는 법을 어떻게 걷는지 까먹는 사람이 있어? 없지? 수영, 운전, 자전거 타기 등은 한번 배우면 안 잊어버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포리. 수영 코스 마치면서 받은 작은 인증서가 요즘 포리의 큰 자부심이다.

"그래서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음악은 예술이라고 하는거야."

나는 나의 작은 예술가를 보며 말하였다. 그러나 작은 예술가는 예술이라는 단어에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뭔가 긍정적인 말을 더 해주어야겠네

"그래도 너가 12살 정도 될 때까지 꾸준히 바이올린을 배우면 그 때 부터는 더 이상 안 배워도 바이올린 켜는 법을 아주 까먹거나 하지는 않는데."
 
여전히 시큰둥..

"엄마, 엄마는 내가 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줄 알아?"
"음.. 어른이 되면 키도 커지고 힘도 쎄지니까."
"아니."
"음.. 그럼 돈 많이 벌어서 자동차고 사고, 다른 거 갖고 싶은 거 살 수 있으니까."
"아니."
"음… 운전 할 수 있으니까…"
"아니."
"운전 말고 다른 거로 하고 싶은 거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아니."
"음… 모르겠다. 왜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어른이 되면 학교에 안가도 되잖아."
"……"

이렇게 학교 가기 싶은 놈을 오후에 AG 한답시고 또 끌고 학교로 가니 나도 참 지독한 엄마군!
제발 커서 원망만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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