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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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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246회 작성일 06-04-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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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코모데 위에 고이 모셔둔 한국 전통무늬 등에 어떻게 손이 닿았는지 산이가 잡아 당겨 바닥에 떨어뜨릴 때 부터 내가 알았다. 지금은 쓰레기통, 변기솔을 비롯한 모든 물건이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지만 도도한 강물의 흐름을 손바닥으로 막을 수 없듯이 산이가 자라는 속도를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산이를 피해 물건을 위로 올려놓는 것도 곧 한계에 다달을 것이라는 것을...

한국에서 독일로 보낼 짐을 쌀 때 외국 생활 많이 한 동네 아주머니가
"한국적인 건 낡고 싸구려라도 버리지 말고 뭐든 가져가요. 다 향수를 달래는데 도움이 된다니까!"
하셔서 싸들고 온 그 작은 스탠드 등은 남편이 특히 좋아하는 것인데 산이 덕분에 한 쪽 귀퉁이가 깨져버렸다. 아교로 다시 잘 붙인 후 어디로 옮겨둘까 집안을 둘러보니 산이 손이 닿지 않을만한 곳은 이미 다 산이의 손길을 피해 온 물건 들로 점령되어 있다. 결국 그 누구의 손도 안닿는 장 위로 올려버렸다.

컴퓨터도 산이를 피해 책상 위로 본채를 올렸으나 (큰아이 때의 경험으로 아기가 컴퓨터에 손을 대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몇달도 안되어 바닥에 서서도 산이 손이 전원 스위치에 닿았고 이젠 맘대로 껐다 켰다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도 맘대로 주물럭 주물럭... 그래서 평소엔 컴퓨터 코드를 아예 빼 두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무선으로 바꿔 높이 올려둔다. 그런데 몇주전 아차 방심한 사이에 산이가 손을 대어 껐다 켰다 하더니 컴퓨터에서 인터넷이 사라져버렸다. 일주일동안 인터넷을 못쓰게 된 것 보다 그거 고치면서 구시렁거린 남편의 불평을 받아내느라 속이 썩었다.

이제는 의자를 옆으로 쓰러뜨려 두어도 정글짐을 타고 오르는 아이처럼 산이는 의자의 옆면을 요령껏 타고 식탁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선반과 가스렌지와 싱크대 위를 종회무진 다니며 활동하는 것이다. 더 못 참을 일은 의자를 밀며 옮기는 것이다. 개수대 앞으로 의자를 밀어가서 올라서 수도물을 틀고 신난다고 랄랄라. 내가 질색팔색을 하는 것을 산이도 알지만 그렇다고 않할소냐. 내 눈치를 살살보며 의자를 개수대의 반대방향으로 옮기는 척하다 어느틈에 갔는지 산이는 수도물을 틀고있다. 내가 소리를 꽥 지르면 산이는 눈치껏 수도물을 잠그고 이젠 쌓여있는 설겆이 거리에 고인 물을 튀기며 논다. 어째거나 1분도 지나지 않아 산이 옷이 흠뻑 젖는다. 휴-  저 빨래감!

부활 방학이 시작된 오늘은 아침부터 엄마가 늘어져서 아이들 아침도 늦게 먹인 후 이방 저방으로 다니며 주섬 주섬 빨래감을 모으고 있는데 안방문이 열린 것을 본 산이가 냉큼 들어와 장롱에 달린 거울로 직행한다. 산이는 거울에 얼굴을 부비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울 아래쪽은 늘 산이의 침자국과 손자국으로 얼룩덜룩하다.

"어이구 내새끼"
뒤뚱거리는 궁뎅이가 귀여워 안아줄려고 산이를 내쪽으로 돌리는 순간, 으악-
영화 캐리의 한장면처럼 산이는 얼굴 전체와 옷과 손에 빨간 걸 뒤집어 쓰고 있었다. 바로 지난주 산이가 높이 1m쯤 되는 형 침대에서 떨어져 그 작은 입에서 피가 철철철 났고 그 때도 옷이며 손은 물론 안고 달래는 내 속옷까지 몽땅 다 피범벅이 되었던 기억이 있어서 심장이 쿵 내려 앉았으나 다친 애가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 싶어 불을 켜고 다시 잘 보니 뭐 끈끈한 것이 묻은 것 같다.

냉큼 부엌으로 뛰어갔다.
아니 이렇수가...
식탁 위에 둔 요하네스베리 쨈 한통이 비어있고 식탁과 의자와 바닥도 검붉은 색으로 범범이 되어있었다. 외모도 곰돌이 푸우 닮은 놈이 하는 짓까지 같으면 내가 곰돌이 엄마라는 것인가? 웅녀라면 차라리 나을텐데..

언제쯤이나 산이엄마도 제물건 제자리에 두고 품위있게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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