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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새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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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545회 작성일 06-04-05 06:51

본문

지난해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 집을 관리하는 Verwaltung에서 편지가 왔다. 아무런 조건 없이 새해에 창문을 새로 바꾸어 주겠다는 것이다. 사는 집이 그다지 살뜰히 관리가 되지않는 Altbau여서 훼어발퉁의 제안이 더더욱 신통했다.

독일의 건물은 공식적으로 Altbau와 Neubau로 구분된다. 그냥 낡았다고 알트바우가 되는 것이 아니라 1950년 이전에 지어집 집이 알트바우, 그 이후에 세워진 집은 다 노이바우이다. 베를린에는 2차대전 후에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따라 51년-55년 사이에 지어진 집이 꽤 많고 그 때 지어진 집들이 후진 구식 스타일에 우충충하며 값도 싸서 알트바우인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게 다 신식건물, 노이바우이다. 오히려 100년 가까이 되는 알트바우들이 내부를 개조한 후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음도 나중에 알았다.  사실 우리동네에는 전쟁 중에 폭격을 피해 살아남은 알트바우가 꽤 많다. 100년 넘은 집들 중에는 건물 외벽에 집의 지어진 연도를 새겨놓기도 한다.

내가 알트바우와 노이바우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천장의 높이이다. 독일 처음와 산 집은 5층이어서 온 동네가 다 내려다 보였는데 독일 오자마자는 누구나 그렇듯이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고 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창문 밖이나 겨우 내다 보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맨날 내다보니 그 거리의 건물과 길의 생김을 몽땅 외어버렸다. 그 때 알았는데 건물마다 층의 높이가 달랐다. 알트바우의 층의 높이가 훨씬 높아 어떤 신식 4층 건물은 지붕이 그 옆 오래된 건물의 3층보다 낮게 달려 있었다.

천장이 높으면 왠지 공간을 버는것 같아 낡고 후진 지금의 집에 좋다고 얼씨구나 하며 이사를 왔다. 지은지 한 80년 쯤 되어 보이는 이 집은 개조가 안된 알트바우로 집세가 싸기 때문이었는지 관리도 소홀하고 건물 외관부터 우중충. 벽이 부슬부슬 떨어져 나가는, 아무리 쓸고 닦아도 태가 안나는 집이었다. 무엇보다 창문틀이 나무인데  2중 창문이었음에도 외풍이 심해 집이 늘 추웠다. 특히 아이들 방이 외풍이 가장 심했다. 그런데 창문을 바꿔준단다. 야호! 위쪽으로도 열수 있는 편리한 독일  창문. 이젠 환기도 쉽게 시킬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얼마 후 어떤 이가 와서 창문들 크기를 재어갔다. 폴란드 인이었다. 재작년 폴란드가 EU에 가입하고 나서 폴란드업자가 독일 내 공사를 수주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독일의 한 TV에서 취재를 하였는데 집수리의 경우 독일업자가 낸 견적은 폴란드인의 그것보다 최고 4배까지 비쌌고  그것도 변동 가능한, 그러니까 일이 제 때 안끝나면 더 비싸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 방영되었다. 그에 비해 폴란드업자사 제시하는 견적비는 확정된 금액이어서 혹시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값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밤 늦게까지 일을 하며 독일 노동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자세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그들에게는 그게 이득이 되는 까닭이다.

나야 뭐 누가 창문을 달던 큰 상관이 없지만 아직도 춥고 눈 내리는 3월 초에 한 아저씨가 눈을 두드리거니 묻는다.
"내일 창문 달아도 됩니까? "

아이고, 이 아저씨도 되게 성질 급하시네.한국 사람만 급한게 아닌가벼?  그리하여 눈 속에서 창문 공사가 진행 되었다. 폴란드 아저씨들이 방바닥에 두꺼운 비닐을 깔고 가구엔 죄다 얇은 비닐을 덮고 일을 진행했다. 척척척척ㅡ

그러다 오후 2시 반쯤 모두 물러갔는데 점심 먹으러 갔나 했더니 한 키작은 아저씨가 와서 나보다 훨씬 더 형편 없는 독일어로 조금 있다가 내일 일할 시간 약속을 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 공사는 끝났나보다 하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신발 신고 다닌데다 공사 중에 나온 흙먼지로 난리도 아닌 바닥 위를 산이가 좋다고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난 파란 비닐 길이 마법의 나라로 데려다 줄 것 같았을까?

포리까지 합세하여 가구 위로 덮힌 비닐을 들추고 그 속을 왔다 갔다. 까륵 까륵 깔깔깔. 와중에 일부 비닐은 껄어졌다. 밤에 자려면 침대 위로 덮힌 비닐은 어차피 걷어내야 하니까..하며 그냥  두었다. 아니 사실 바닥을 쓰느라 애들을 채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단 10분 만에 80년 묵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때국물이 졸졸 흐르는 거지 새끼 두마리로 변신한 두 녀석은 정말 더러웠다. 늘 쓸데없이 바쁜 어미가 세수를 자주 못시켜 꾀재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를 보면 늘 미안했었는데 천만에 만만에. 이에 비하니 평소 모습은 왕자님에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아저끼들이 한사람 두사람 돌아오더니 다시 일을 시작한다. 뭐야, 내일 다시 한다는거 아니었나? 이미 둘둘 말려져 있는 먼지 투성이 비닐을 다시 펴서 가구를 덮으며 투덜투덜.

십장쯤 되어보이는 키작은 아저씨가 다시 내게 와서 작은 창문 하나는 내일 하겠다고 했지만 마음이 바꼈는지 저녁 7시까지 분주하던 아저씨들은 결국 일을 다 마쳤다. 마지막에 한 창문의 뒷마무리가 좀 엉성했지만 벽지를 바를거니까 뭐.. 빠르긴 정말 빠르군,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만 빼면 불만스러운 것이 없었다. 이제 싹 지우고 자면 내일은 더 고생 안해도 되겠네. 다행이다.

전에 살던 집에서도 창문을 바꾼 적이 있는데 독일 청년 둘이 와서 하루종일 창문 하나를 바꾸었다.

그런데 앞집 마이클 엄마는 구식 나무 창문이 더 건강에 좋다고 새창문에 대해 불평이다. 새창문은 방음과 방풍효과가 뛰어나지만 집안에 곰팡이를 쉽게 생기게 한데나? 인부들도 상소리를 입에 달고 있다고 애들 교육상 나쁘다고 불평. 우리집 아이야 어차피 폴란드말 못알아 들으니 상관 없는데.. 뭐? 어딜가나 뭐든지 불만인 사람이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아이들 씻기고 저녁 먹이니 벌써 한밤중이다. 그래도 집이 따뜻하여 좋다. 하루종일 집이 공사장이 되어 엉덩이 붙일 곳도 제대로 없이 온 가족이 고생하고 보니 이 추운 날씨에 집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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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micha님의 댓글

mich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4층건물에 유독 우리집 침실창문만 구식창문입니다.
작년에 새로 고쳐주기로 했는데 아직 깜깜 무소식이네요.
저희도 작년에 창문 갈아줬으면 이번 길고 긴 추운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이었으련만....
그럭저럭 올여름엔 이사가야할것 같아 그냥 넘어갑니다.
그리고 저희 집도 알트바우거든요...
지난번 살던집도 알트바우라 천정이 3m50정도 됐었는데
지금집은요...자그마치 4m가 넘는다는....ㅠ.ㅠ
전등하나 달때도 고생이구요.... 이케아 커튼 3m짜리도 덜렁하니 바보커튼?같아요.....
집을 어떻게 꾸며놔도 휑한것이....
그래도 알트바우서만 살아서 노이바우가면 천정이 너무 낮은것 같은 느낌에 저랑 남편은 숨막혀하지요.
아마 다음에 이사가는 집도 천정은 최소 3m는 넘어야 할까봐요....

빛과황금의가지님의 댓글

빛과황금의가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도 천장이 낮은 새 건물은 눌리는 느낌때문에 좋아하지 않아요.
같은 크기라도 천장이 높으면 넓게 느껴지고 기분이 트이잖아요.
헌데, 높은 천장이라면 새창문이 난방비며 방풍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4미터는 너무 높은거 같네요.
나는 한 3미터만 되어도 좋겠어요.

낮에뜨는별님의 댓글

낮에뜨는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폴란드 업자가 좋긴하군요...

저희집은 작년 여름에 화장실 창문교체, 집외벽 단열재 도배를 해서
겨울에 보일러 적게때고 따뜻하게 지냈는데....

단점은 화장실 창문교체하면서 뜯어낸 벽지는 안 발라주고 가더군요...
그냥 시멘트 그대로예요...
자기들이 뜯어낸 벽지를 나 보고 새로 도배하란 애긴지...  흠....

어떤집은 보니 기름값올랐다고, 집세에서 추가비용을 올리던데...
단열을 해서 그런지 그건 올리지 않아서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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