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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나의 독일 대학원 유학 일기: 3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Droys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4,799회 작성일 17-12-11 07:38

본문

안녕하세요. 지난 주와 지지난 주에 1, 2편을 올렸던 저의 유학 일기의 다음 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제 블로그에 올린 원글에서 사진과 개인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거나 수정해서 올립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미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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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원에서 2월 초에 학기가 공식적으로 끝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페이퍼를 쓸 준비를 해야했다. 이건 한국과 독일이 다른 부분이었는데, 독일 대학원에서는 학기가 끝날 때에 맞춰 페이퍼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페이퍼를 내야한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방학이 없는 것 같아서 역시 독일 대학은 잔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방식이 여러모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세미나에 참여해서 토의하고 텍스트도 열심히 읽은 후에, 이것을 정리할 시간을 좀 가지고 글을 쓰게되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과 글의 깊이가 생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다음 학기가 개강하기 전까지 페이퍼를 내야했지만, 독일 학생들의 경우 교수와 협의해서 좀 더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나도 이런 유혹에 안 빠진 것은 아닌데, 이런 면에서라도 성실함을 보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 또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정작 다음 학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전 학기 페이퍼를 쓴다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모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우선은 가장 먼저 "초기근대의 신성로마제국" 세미나의 페이퍼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과목을 이수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부터 독일 대학의 엄격함에 대해서 들어서, "이거 낙제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쪽팔려서 어쩌나" 싶은 마음에 학기 내내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았다. 게다가 초기 근대는 내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니었다. 이 세미나의 선생님은 학부 과목임에도 페이퍼 주제를 따로 정해주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다만 쓰기 시작하기 이전에 본인의 면담 시간에 찾아와서 한 번이라도 주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허락을 받을 것, 그리고 이후에 메일로 미리 짜놓은 목차와 참고문헌 등을 보낼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난 아무래도 이 분야에 정통하지 않다보니, 전통적인 주제보다는 약간은 변칙적인(?) 주제를 정했다. 신성로마제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다녀온 후 쓴 기행문을 분석해서, 당시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이 정작 본국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유추해내는 작업이었다. 1차원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당시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여행을 갔다 온 후 대체로 아메리카 대륙의 풍족한 식량에 대해서 굉장히 장황하게 묘사하는데, 이것은 역으로 신성로마제국이 당시 극도의 기근으로 인해 식량이 바닥난 상황이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는 방식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을 나름대로 조금 더 고차원으로 끌어올려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면에서 시도해 보는 것이 주제였다. 선생님한테 메일을 보내니까 나름대로 깊게 생각해본 것 같다면서 열심히 써보라고 했다. 3주 정도 열심히 썼던 것 같은데, 처음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료의 서체였다. 당시 독일의 인쇄된 서체가... 궁금한 사람들은 구글에 Fraktur라고 검색하시면 아마 나올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문장과 글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해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독일은 2차세계대전까지 이 글씨체를 많이 썼다.

그 다음에는 "1차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러시아제국" 세미나의 페이퍼를 썼다. 이 경우는 학기 중부터 미리 주제를 짜놓고 준비를 좀 해서 나름대로 수월했다. 피셔테제라고 하는, 독일의 역사학자 프리츠 피셔(Fritz Fischer)가 주장한 테제와 그를 둘러싼 논쟁사를 다루는 것이 주제였다.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이 피셔라는 역사학자는 독일이 치밀한 계획하에 목표를 가지고 1차 세계대전을 일부러 발발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이런 주장은 독일 역사학계 내에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왔고, 이 논쟁 자체가 1960년대부터 독일 역사학계가 다루는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이 논쟁의 발전사를 다뤄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첫 번째 주제보다는 사건과 주장의 요약, 정리에 집중한 페이퍼라, 성실하게 작업하면 나름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바이마르 공화국 연구의 여러 문제들" 세미나의 페이퍼를 써야 했다. 이 경우는 내가 발표한 주제를 그대로 발전시켜서 페이퍼를 쓰기로 교수와 논의했기 때문에 준비가 이미 많이 되어 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동유럽 연구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서독, 동독, 그리고 현재 독일 역사학계가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관해 쓰는 것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의 동유럽 연구가 나치 하에서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주제 자체가 독일 역사학계가 나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관련되어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따라서, 처음에 읽었을때 생각되는 것보다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 하지만 우선은 패스하겠다. "지구사" 세미나의 경우는 지구사 라는 방법론 자체가 최신의 역사학적 방법론이기 때문에, 주로 이 방법론에 나름대로의 비판을 시도해봤다. 이건 순수한 역사학적 방법론의 문제라, 역시 패스하겠다. 

그렇게 2달 정도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매일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해서 글을 쓰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좀 쉬면서 다시 내일 쓸꺼를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다. 4월이 되어서 다 쓰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애초에 계획을 잘못 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한 학기에 4개의 세미나를 듣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ㅡㅡ 어쨌든 다음 학기 개강 직전에 글을 마무리해서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베를린, 뮌헨, 잘츠부르크, 할슈타트을 구경했다. 나중에 여유되는 분들께서는 할슈타트 꼭 갔다와 보시라. 정말 예쁘다. 그냥 예쁘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근데 여행 말미에 할슈타트에 있는데, 메일로 과목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고 알림이 왔다. 독일 대학원은 한국과는 달리 평가 마감 기한이라는게 없다. 한국은 몇일 몇시까지 선생님들이 평가를 마쳐야해서, 그 시간이 되면 다들 기다리고 있다가 확인을 하는데, 독일 대학원에서는 그런게 안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의 교수가 한 페이퍼에 대한 채점을 마치고 그걸 입력하면, 그때 그때 해당학생에게 확인하라고 알림이 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내가 독일 대학을 겪으면서 거의 유일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한 면이 등장하는데, 평가가 너.....무 오래 걸린다. 방금 말한 과목은 은퇴하기 직전의 부지런한 노교수님이 진행하셔서 바로 평가가 이뤄졌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다음 학기 시작하기 직전에 낸 페이퍼가 다음 학기 수업기간이 끝나고 나온다. 4월 초에 낸 페이퍼가 8월이나 9월에 평가되는 것이다. 이것도 평균이고, 내가 경험한 가장 오래걸린 평가는 1년이었다... 4월에 낸 페이퍼를 다음 해 4월에 평가해준 것이다. 그것도 석사논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점이 필요하다고 연락하니 말이다. 근데 이 부분은 정작 독일 학생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라,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만 불편으로 다가온 것 같다. 독일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홈페이지에서 점수를 확인했다. 2,3이 떠있다. 지난 번에 설명했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독일에서는 1,0이 가장 좋은 점수가 4,0이하가 낙제다. 2,3이라면 한국으로 치면 b- 정도 될까? 독일에 처음 와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썼는데... 한국에선 어디서도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는데... 좌절감이 밀려온다. 내가 고작 이런 점수밖에 못 받나? 싶고 말이다. 참고로 독일 대학원은 당연히 상대평가는 아니고 절대평가이다. 물론 독일의 점수가 보통 한국 점수보다는 박한데, 그래도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 내가 외국인이라 말하는 것은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수업 중에는 활약(?)을 잘 못해도 글로 쓰는 것은 독일애들 못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무너지고 만 것 같았다. 결국 여행지에서 서러움에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숙소 테라스에서 눈물 때문에 흐릿해진 할슈타트 호수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지에서 바로 교수한테 메일을 보냈다. "평가해준 것을 확인했다. 내가 독일어로 처음 글을 써봐서 그러는데, 혹시 뭐를 잘못했고 보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까?"라고 물으니 면담시간에 찾아오라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찾아갔는데... 이건 뭐지? 싶다. 독일어 표현들을 몇개 고친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았다. 글 끝 부분에 평가를 써놓은 것에도 Alles in Ordnung라고 써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분은 그냥 점수가 짠 분이었다.

두 번째 평가는 가장 먼저 쓴 초기근대의 신성로마제국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받게 되었는데, 이건 내가 먼저 평가를 빨리 해줄 수 있냐고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기에 혹시 평가를 빨리 해 줄 수 있냐고 부탁드린 것이다. 개강하고 첫 주까지 본인이 읽어보겠다고 하셔서 역시 그때 찾아갔다. 연구실에 들어가니까 대뜸 "내 수업이 자네한테 지루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럴리가요"라고 대답하고 어땠냐고 여줘보니 아주 잘 썼다고 말해줬다. 독일어 관련해서만 몇개 고칠 부분을 제출한 페이퍼 여백에 써주었으니, 필요하면 복사해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입학 담당자가 누구냐고, 지금부터는 본인이 처리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해주셨다. 연구실을 나오고 건물 밖을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번째 네번째 평가는 각각 8월과 다음 해 4월 (-.-)에 이뤄졌기 때문에 잠시 미루고, 어느새 다음 학기 개강이 다가왔다. 이번 여름 학기에 듣게 되는 대학원 수업은 포어레숭으로는 각각 Die Weimarer Republik (바이마르 공화국), Kolonialgeschichte 1850-1920 (식민지사 1850-1920), 그리고 Wirtschaftsgeschichte der USA (미국 경제사)였다. 세미나는 Europa und die Dekolonialisierung (유럽과 탈식민지화), Kulturkontakt, Kulturkonflikt, Kulturtransfer (문화접촉, 문화충돌, 문화전이)을 듣게되었다. 겨울 독일의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따사로운 햇살아래 새로운 여름학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추천2

댓글목록

크리올님의 댓글

크리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 유학을 지망하고 있는 사학과 학부생으로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많은 자극이 되네요. 블로그에 올려주신 글들도 잘봤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푸에블로님의 댓글

푸에블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Fraktur 짜증나죠 ㅋㅋㅋ. 첨에는 눈에 힘이 들어가서 눈이 따갑고, 오히려 어찌어찌 읽히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왜 푸코 콜레쥬 드 프랑스 강연중에 통치성의 역사 있잖아여. 읽으면서 언급하는 사람들의 책을 직접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한국어...(는 필요없지만) 뭐 대충 이게 현재 아는 언어니까 한번 찾아보자해서 고른게 폰 유스티 (von Justi)의 경찰학 시론이었습니다. Grundsätze der Policeywissenschaft 인가 그럴겁니다 원제가. 18세기 책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펼치는 순간부터 아...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색해보니까 1960년대에 새로 다시 출간했길래 '1960년대면 그래도 뭐 글씨체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대출신청했었죠. 그냥 다시 프린트한것이더군요... 결국 잠깐의 몽상을 접고 그냥 Fraktur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첨에는 좀 짜증났어요. R처럼 생겼고, 뭐 필기체 소문자로 k를 크게 쓰면 이런 모양이 아닌가 싶은데 Fraktur Alphabet을 구글에서 찾아서 화면에 띄워두고 대조해가면서 읽어보니까 이게 N이더군요. R처럼 생겨가지고는... 뭐 암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중에 한자공부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여. 제 관심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출신의 옛사람들이 (뭐 그냥 한반도 살던 사대부나 양반이라고 해야겠지만) 쓴 글을 읽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우리 나라에서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나를 읽어보는건 뭐랄까 상당히 흥미로울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1시간정도 읽자마자 드는 생각이 '역사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진짜 처음에 숨막히지 않을까?' 였습니다. 만약에 Fraktur서체는 낮선상황에서 옛날책을 읽고 그걸로 페이퍼든 뭐든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부담감이 좀 크지 않을까 뭐 그런것 말입니다. 더 옛날 서체를 보면 진짜 더 막막하더군요. 중세사 같은거 하시는 분들은 뭐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몰라도 원본그대로 보존된 토마스 아퀴나스의 글 같은걸 읽는다면 분서갱유는 한낱 우매한 왕의 잘못이 아니구나... 할지도 모르겠네여.

바이마르 공화국 좋아하시나여? 저도 좋아합니다. ㅋㅋㅋ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죠. 프리드리히 마이네케나 에른스트 카시러나 에드문트 후설이나 아니면 뭐 발터 라테나우? ㅋㅋㅋ 라테나우는 요근래 좀 흥미를 가지게 된 인물입니다.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이 양반이 전시경제와 국가를 전쟁기계로 전환시키는데 틀을 마련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아버지가 AEG 창립자였던가요? 이게 좀 찾아보니까 앤슨 라빈바흐 책도 봐야되고 상당히 여러갈래로 다뤄볼만한 주제더군요. 예전에 제임스 스콧 책 읽을때는 별생각없이 지나갔는데 지금은 암것도 몰라서 그때 그냥 대충 그렇구나 하고 대충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일러리즘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맨날 뭐 포디즘이랑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떠올리는게 전부였는데 말이죠 ㅋ

바이마르는 뭐랄까 좀 신기한 시절이죠. nie wieder Krieg을 외치고, 숏커트가 유행하고, 여성들의 운동도 많았고~
인플레이션의 압박속에서 참 어떻게들 산건지 신기합니다. 레전드 일화 하나 생각나네요. 에른스트 카시러의 부인인 토니 카시러가 쓴 글에서 바이마르 하이 인플레이션 시절 일화가 나옵니다. 계란이 어제는 쌌는데 오늘은 너무 비싸다. 여기에 에른스트 카시러가 하는 대답이 가관입니다. 당신 계란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해?  카시러가 좀 뭐랄까 돈같은 물질적인것에 초연한 타입이라는걸 보여주는 일화인데 상상해보니까 웃기더라구요. 제 앞에서 그랬으면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했을건데.

교수들 월급을 어디 사무실인가 가서 받아와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하이브리드 스텝밟던 시절이 또 바이마르 시절아닙니까?  아침에 월급수령하러 가는거랑 오후에 가는거랑 화폐가치가 날뛰니까 굉장히 민감한 문제였는데도 함부르크 대학의 이 거인은 뭐 다른 사람들 우선 배려하는 쪽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제 3자 입장에서 멋있지만 가족입장에서는 아니 이런 X놈이... 소리가 나오겠죠?)

라테나우 관련해서 잠깐 웹서핑하다가였는지 아니면 바이마르시절의 합리화과정에 대해 검색하다였는지 몰라도 예전에 우연히 https://www.dhm.de/lemo 라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가끔 여기들어가서 글들 읽어봅니다. 인터넷이 참 좋아요. 영상도 있고, 그림도 있고, 도표도 있고, 글도 재미있구요. 역사학 전공자들이 일하는것 같더군요. 한국도 뭐 이렇게 한국 역사 정리하고 자료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나 모르겠네요. 워낙 역사쪽에는 관심이 없었는지라.

음... 지구사는 재밌나요? 세바스티안 콘라드랑 유르겐 오스터함멜이었던가여? 이름들은 알고 있습니다. 콘라드가 좀 재미있더군요 커리어가. (책은 안읽었습니다 하하하) 다른 책 읽다가 지구사 이야기가 좀 나와서 일단 이런 테마가 있다는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전 뭐 필립 사라신의 글만으로도 벅차더군요 역사학자 글은...

Droysen님의 댓글의 댓글

Droys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Fraktur 정말 짜증나죠 ㅋㅋ 근데 보다보니까 어느정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전 석사논문도 그렇고 앞으로 쓸 박사논문도 그렇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주제입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제 전공인 셈이죠. 그건 그렇고, 푸에블로 님은 도대체 무슨 과목을 전공하시는 겁니까? 일반적인 사학과 학생보다 더 역사에 대해서 박학다식하신 것 같아요 ㅋㅋ

인플레이션에 관해선 요즘 수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그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꽤 강해졌습니다.

언급해주신 싸이트 좋죠. 저도 가끔 들어가봐요 ㅋㅋ 한국의 경우는 제가 알고 있는 바는 없는데, 혹시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지구사는 음...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지구'라는 것에 방점을 두지 말고 '민족을 주체로 보는 사관'을 극복한다는 관점에 방점을 두고 살펴보면 더 재밌어요. 콘라드는 관심있으시면 Jenseits des Eurozentrismus라는 책의 콘라드가 쓴 Einleitung만 읽어보셔도 될 것 같아요. Geteilte Geschichte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재밌습니다. 사라신은... 사라신 본인과 유령이 되어 있는 푸코를 제외하면 모두가 버거워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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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님의 댓글의 댓글

푸에블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뭐 그냥 겉핧기 수준이죠 ㅋㅋㅋ 한번 본 이름들은 잘 안까먹기때문에 뭔가 박식해 보일뿐 다 허상입니다 하하하.

GilNoh님의 댓글

GilNo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roysen님, 푸에블로님, 혹시 바이마르 시대에 대한,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책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읽을수 있는 언어로 된 걸로요 --  그러니 Fraktur 폰트가 아닌 독일어 책으로요. :-) (농담이고요, 아무 일반인을 독자로 쓰여진 책으로요.)

바이마르시대에 대해서는 매우 개략적인 관심만 있고 (제가 좋아하는 독일 화가들에 대한 관심 때문에), 사실 아는게 전무했었는데, Eric D. Weitz가 쓴 (영어권 작가, 뉴욕대의 역사 교수인데요), Weimar Germany: Promise and Tragedy 라는 책을 읽고 상당히 크게 감명을 받았더랬습니다. 독일의 첫번째 공화국이, 충분히 잘 될 수 있는 훌륭한 곳이었구나; 베를린 공기는 이미 그때부터였네, 하고 매우 재미있게 읽었더랬습니다.  (혹 한국어 번역판이나, 영어권 책을 읽는 분이시라면,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소개로 매우 훌륭한 책으로 권해봄직한 책입니다).

독일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이런 저런 책을 사 놓고 깨작 깨작 읽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근현대만큼 잘 읽히지가 않네요. 바이마르 시대 이야기하시니까, 뭔가 저 같은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요? 하고 질문해보게 됩니다. :-)

( 드로이센님 유학 일기 매우 잘 읽고 있습니다. 오오 정말 재미있겠다, 나도 다시 학생하고 싶다! 하고 침 흘리면서 읽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독일에서는 이공계 학과에 포닥으로 와서 강의자로서만 학교를 접했었는데요... 그래서 독일 학교 시스템을 조금은 알지만, 학생으로서 접해본적은 없어고, 또 알아도 이공계쪽 시스템이라, 말씀해주시는 역사과 시스템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히네요.)

개인적으로 다른 관심사는 30년 전쟁에 대한 건데요. 제가 사는 곳이 하이델베르크고, 30년 전쟁의 겁화의 몇가지 스파크가 된 곳이다 보니, 본의아니게 가끔 한국 친지들을 가이드하다보면 30년 전쟁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실은 아는것이 없어서 이야기 맛이 안 살더라고요... 이쪽에 대해서도, 읽어봐야지, 찾아봐야지 하다가도... 늘 생각만 하고 말게 되네요.

푸에블로님의 댓글의 댓글

푸에블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역사학도가 아니라서 잘모르겠습니다... 일단 가볍게 Geo Epoche 매거진에서 Weimarer Republik 편 한번 사서 보시는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진 자료도 많고, 구성도 상당히 알찹니다. 바이마르 공화국편을 보지는 않았구요. 저는 NS 관련해서 두권 예전에 샀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역사와 관련해서는 저도 뭐 그냥 일반인이니까요. 일반인인 제 눈으로 봤을때는 구성이나 내용이 좋았습니다.

  • 추천 1

Droysen님의 댓글의 댓글

Droys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Weitz의 책 재미있죠. 이미 책을 한권 읽으셨으니 개론서는 빼고 이야기하자면 Peukert의 Die Weimarer Republik: Krisenjahre der klassischen Moderne 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근대성의 위기라는 관점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을 살펴본 책인데 아주 흥미롭습니다. 대략 30년 전에 나온 책인데 역사학계에서도 아직 많이 언급합니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 읽으실만 할거에요.
30년 전쟁에 대해서는 저도 책을 따로 많이 읽어보지는 않아서 꼭 찝어서 한권을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그치만 Burkhardt의 Der dreißigjährige Krieg을 추천드립니다. 첫 책으로는 적당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연구자시라니, 이제 막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부럽네요. 저도 언젠가 연구자가 되는 날이 오겠죠?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 추천 1

GilNoh님의 댓글의 댓글

GilNo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푸에블로님, Droysen님,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권해주신 책들, 꼭 재어놓고 깨작 깨작 (!) 읽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은 더 이상 아카데미커(?)가 아니고요, 포닥한 뒤에 기업연구소쪽으로 옮겨서 일하는 평범한 월급쟁이랍니다. 더 즐거운걸 찾아서 떠난 아카데미/대학이지만...

거기에는 그 나름의 향기와 장점이 있어서 (대학 공기!),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면 늘 약간의 부러움 (젊음 + 공부 + 가능성)이 있답니다. 좋은 공부하시고 원하시는 바를 잘 이루시기를 :-)

  • 추천 1

푸에블로님의 댓글의 댓글

푸에블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뇌를 풀가동해서 바이마르 역사가 아니라 (이건 뭐 읽은게 거의 없으니까요) 어쨋든 바이마르 시절이랑 연관된 것들을 다 떠올려봤습니다. 바우 하우스가 일단 생각나구요. 발터 그로피우스는 일단 제쳐두고 에른스트 마이도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에른스트 마이에 대해서 글을 좀 읽으시면 나중에 프랑크푸르트에 가시면 도시가 색다르게 보일겁니다.

vivahee님의 댓글

vivah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은... Droysen님 블로그가서 쓰신글 몰래 다 훔쳐보았어요. >.<
사실은 나자신에 대해 반성하며 읽은 글도 많았구요.( 가끔 제자신에게 너무 관대하기에...) 바쁘신것같만 자주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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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 사는얘기 가고싶다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8 01-23
2502 사는얘기 Kookda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0 01-13
2501 유학일기 Sss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01-13
2500 사는얘기 멘톨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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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8 사는얘기 oioioioio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7 11-13
2497 유학일기 Sss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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