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Bonn vs Beuel, 독일에도 지역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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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142회 작성일 05-11-01 04:23본문
사람 사는 곳 어디나 그렇듯,
독일에도 물론 지역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남독일과 북독일 사람들의 기질이 서로 다르고,
구서독 지역과 구동독 지역 사람들은
서로를 깎아내리며 Wessi(베씨, 서쪽 사람)니 Ossi(오씨, 동쪽 사람)니 불러댔다.
독일 남동쪽 바이에른(Bayern)같이 지역적 자부심과 향토색 강한 주(州)의 주민들은
'바이에른만이 진정한 독일.'
'독일에는 바이에른과 그 외 지역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여,
바이에른 아닌 독일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한다.
통일 이전, 구서독의 수도였던 본은 라인강에 면한 아담하고 오랜 도시이다.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왼편(서쪽)에 본의 중심 시가지가 위치하며,
라인강 오른편(동쪽)에는 보일(Beuel)이라는 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사진은 본에서 라인강 건너편 보일을 바라본 모습이다.
라인강을 사이에 둔 본과 보일의 관계는,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한강을 사이에 둔 서울 강남과 강북의 관계에 비교할 수 있다고 할까?
보일은 본이라는 큰 행정구역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1952년에 '시(市)'로 승격되어 자체의 시청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본에 대한 보일의 위치는 한편 독립적이면서 다른 한편 종속적이다.
보일 사람들은 본 외부에서는 본 출신이라고 하지만,
본 내부에서는 보일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본 시내 중심 가까운 곳에 본과 보일을 연결하는 주요 다리가 가로놓여 있다.
라인강이라는 단어와 결부된 낭만적인 운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이 못생긴 다리는
1898년 라인강을 통해 본과 보일을 연결하기 위해 세워진 최초의 다리이다.
이름은 케네디 다리(Kennedy-Brücke)라고 한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 다리에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다리 가까이로 다가가면
유심히 찾아봐야만 눈에 들어오는 볼품없는 것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다리가 시작되는 부분의 교각에 불쑥 튀어나온 저 흉물스런 돌조각은 뭘까?
가까이서 보면 엉덩이를 불쑥 내밀고 있는 못생긴 작은 남자 요괴가 눈에 들어온다.
이 요괴 조각의 이름은 'Bröckemännche(브뢰케맨셰)'라고 한다.
'다리의 작은 남자'라는 뜻의 'Brückemännchen(브뤼케맨헨)'을
라인강 유역 지방 특유의 둥글고 밝은 사투리로 발음한 이름이다.
1898년 이 다리가 처음 축조되었을 때의 일이다.
본과 보일을 연결하는 이 다리를 건설하고자 협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일 사람들은 다리 건설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
이 치사한 보일 사람들에 대해 열받은 본 사람들은 실컷 조롱하며 한방 먹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똑같이 치사하게 화풀이를 했다.
'보일 놈들 똥이나 먹어라!'
격해질 수도 있었을 지역 감정이었지만 분쟁으로 격화시키지 않고,
그저 이렇게 유머러스한 일침으로 반격을 가했던 본 사람들의 기지가 돋보인다.
보일 사람들, 너희들의 치사함은 여기 기념비로 남아 역사에 길이 기억되리라.
이 다리가, 다리에 얽힌 너희들의 뱅댕이 처신을 폭로하리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라인강변을 거니는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라인강 건너편 보일 쪽을 한번 바라보며 웃음을 머금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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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짱님의 댓글
신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지원님 저번에 이어 본에 대해 쓰셨군요.
글 잘 봤습니다. ^^
저 역시 남들처럼 쾰른을 거쳐 본에 가서 본대학과 베토벤 하우스만 보고 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답니다.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본의 다른 사진이 있다면 베리에 올려주세요.
늘 평안하세요.
행복둥이님의 댓글
행복둥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저런 사실을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하네요...
대단하십니다...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