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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잘하고 있는 건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챠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495회 작성일 15-04-09 01:23

본문

유학을 간답시고 부모님께 큰소리치고 집문을 나온지 99일이 지났습니다. 정말 그 동안 너무나도 많은 행운이 있었는데요...
 주변에 아는 형, 누나들 집 가보면 역시 내 집이 최고구나 생각할 정도로 집도 잘 구했고, 교회에서 목사님 도움을 받아 Anmeldung도 문제없이 받았구, sperrkonto도 입국한 지 1달 안되서 만들고 순조롭게 모든 게 잘 진행되어 비자도 너무나도 간단하게 10분 만에 2년 어학비자를 발급 받았습니다.
 주변에서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잘 해먹고 살고 집안 정리도 잘하고 심지어 냉장고 정리도 할 줄 안다면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편법으로 어떻게 Monatskarte도 17.5유로로 쓰고 있어서 돈도 엄청나게 아꼈구요.
 중간에 허리디스크가 너무 심해져서 한국에서 수술까지 생각을 했으나 신발 바꾸고 의자 바꾸고 배게 바꾸고 매일 수영장 가서 한 시간 씩 열심히 운동하니깐 조금씩 나아져 가더라구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잘 해결되어서 슬슬 베를린이라는 흥미로운 도시에 적응해가고 있는데 슬슬 제 나이가 저를 잡는 것 같네요.
 솔직히 말해서 입국 할 때 까지만 해도 19살이면 이제 클만큼 컸고 가서 잘 살수 있을것 같았고 1년 안에 독일어도 잘하고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들어가서 잘 살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발목을 잡히는 느낌이 드네요... 하하...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해서 가족이 사무치게 그립거나 미치도록 외롭거나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뭔가 여기에 왜 벌써 왔을까라는 생각은 요즘 가끔씩 드는 거 같아요. 진로를 찾는게 이렇게 힘들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줄 몰랐어요.
 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의대를 가고 싶었는데 수시에서 좌절한 이후로 공부에서 아예 손을 놨어요. 그러다가 한국 대학은 다니고 싶지가 않아서 독일까지 오게 되었구요. 입국을 할 때는 경제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왔어요. 우연한 기회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께서 쓰신 기사를 보고 메일을 주고 받은 후에 꿈을 결정했지요. 나름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평생을 걸고 공부할 만한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 통일이 된다 의견이 분분한 지금 될거다 안될거다 얘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되면 그냥 이대로 살면 되지만 되면 어쩔건데? 라고 물어보면 답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뭔가 저에게 삶을 살아갈 사명이 생긴 것만 같았어요.
 그러다가 독일에서 어쩌면 그 성적으로 독일에서 의대를 갈 수도 있겠는데? 라는 소리를 듣고 방황이 시작됐어요. 독일어 공부도 손에 안잡히고...
 그래서 한 주간 어학원을 쉬고 지금 대학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할레 경제 연구소에 계시는 박사님께 한 번 만나주실 수 있는지 메일도 보내보았구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뭔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있다는 설레임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하면서 두 학문을 저울질 하고 있는 제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뭔가 무기력 해져요...
 조언이라는 게 참으로 많이 엇갈리더라구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의대를 추천하시고, 형 누나들은 경제학을 추천하시구요. 어떤 것이 맞는건지 저도 모르겠고 그 조언들 사이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는 제 모습이 정말 한심해 보이더라구요...
 최근에는 한 형한테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유학을 왔다면 자기 주관 가지고 살아야지 너처럼 흔들리다가는 실패 밖에 없다구요... 그 날 이후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스스로 19살에 스스로 선택해서 외국으로 온 것도 자랑스럽고 한달에 700유로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뿌듯했고 주변에서 독일어 정말 빨리 배운다는 말 들었을 때, 시험 안치고 월반했을 때 기분이 참 좋았는데 이제 와서는 지금까지 한 것들은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겉부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작 제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는 혼자 결정도 못하는 병신이더라구요...
 1년 후에 제가 어떤 모습으로 어느 곳에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천상병 시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3

댓글목록

김익명님의 댓글

김익명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활 잘 꾸리고 독어 잘 배우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거예요. 그리고 진로 때문에 헤매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 나이 대에는. 어떻게 살까, 뭘 하면서 살까 같은 문제는 나중에 나이 더 먹고 나서도 다시 사람을 방황하게 할 수도 있는거라서, 그것 때문에 자괴감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부턴 오지랖: 미래를 생각할 때 너무 좁게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좁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가, 더 다양한 직업/진로를 고려하라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직업/진로에 대한 생각 만으로 한정짓지 말라는 이야기예요. 자유투고 게시판에서 이 글(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81585&sca=&sfl=mb_id%2C1&stx=dydgur8987&sop=and&page=3)이랑, 이 글(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89790)을 한 번 읽어 보세요.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그걸로 직업을 구하고, 이런 의미에서의 진로라는 것은 인생의 일부분이예요. 그런 세부를 정하기 전에 더 넓은 의미에서 어떻게 살까를 생각해 본다면 세부는 그 큰 방향에 따라 그때그때 조정할 수 있지 않겠어요? 물론 그 큰 방향이라고 해서 정하기 쉽다거나 변하지 않는다는건 아니지만요.

챠니님의 댓글의 댓글

챠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큰 방향이라는게... 하하... 살고 싶은대로 살자니 어른들의 조언이 두렵고, 현실적인 것들을 다 만족하면서 살자니 청춘의 조언이 두렵고...
 독일 와서야 처음으로 인생 줄타기를 해보는 기분인데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지 아직 중심 잡기가 많이 힘드네요... ㅎㅎ 좋은 조언 정말 감사하구 태그해주신 글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xcvbnm님의 댓글

yxcvbn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신을 찬찬히 뒤돌아서 보며 , 쓴소리도 약으로 쓰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철없는 내아들이 챠니님처럼 자라주었으면 합니다.

챠니님의 댓글의 댓글

챠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굴도 모르는 다른 학생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넓은 마음으로 읽고 응원을 달아주시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라면 어떤 아들이라도 남들에게 기죽지 않고 패기있게 세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아들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
 응원 감사합니다!

MyMelody님의 댓글

MyMelod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가 잡는다 그래서 보니까 19살...
허허 내가 그 나이면 두개학과 차례로 다 전공해도 지금 나보다 어릴것 같은데..
그저 젊음이 부럽네요..
의사가 왜 되시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의사되보면 생각한거랑 많이 다르기도 하고
독일 의대가 한국의대보다 입학은 쉬울지 몰라도 들어보니 졸업이 어렵다고 하던데
주변에 독일 의대생 있으면 물어보고 잘 알아보고 하세요.
나이는 조급해하실 나이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챠니님의 댓글의 댓글

챠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ㅎㅎ 나이가 어린것보다는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답답했던 것 겉아요.. ㅎㅎ MyMelody님 말씀대로 마음 차분히 하고 차근차근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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