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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들고양이 “얼룩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238회 작성일 14-04-07 17:04

본문

들고양이 “얼룩이”

문화회관 정원에는 세 마리의 들고양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없는 이 고양이들이  어디에서 잠을 자는 지 무엇을 먹고 사는 지 알 길이 없지만,  제가 문화회관 관리인 업무를 시작한 작년 2월  훨씬 이전부터 정원에서 살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고 나서 음식물 찌꺼기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한 구석에 세워두면 밤중에 그 쓰레기 봉투를 찢고 음식물 찌꺼기를 찾아먹은 흔적으로 온 정원에 음식물 찌꺼기가 널려 있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음식물이 담겨 있는 쓰레기 봉투를 창고 속에 들여놓고 문을 잠그는 방법을 쓰고부터는 고양이들의 쓰레기봉투 공격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보름 전 봄볕이 따스하게 내려 쪼이는 오후에 오랬만에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정원의 개나리 나무 밑에 오두카니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얼룩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의 눈망울이 너무나 지쳐보여서 “너도 나 처럼 외롭고 지쳐 있구나, 우리 친구할래 ? “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혜민(재독동포 다큐멘타리 제작 차 문화회관에 머물고 있는 촬영팀의 조감독)이 “선생님, 고양이와 친구하시려면  고양이 밥을 주셔야 해요” 하면서 고양이 밥을 마트에서 사다가 건네 주었습니다.
첫날은 방문 밖에 고양이 밥그릇을 놓고 사료를 넣어 두었더니 언제인지 모르게 와서 깔끔하게 먹고 갔습니다. 둘째 날은 마침내 얼룩고양이와 상견레를 치루었습니다. “얼룩이니까 네 이름은 얼룩이다. 얼룩아 ! 내가 너를 사랑한다 이리 좀 오렴 !“ 하고 손짓 눈짓을 하며 고양이 앞에 칠순의 노인이 재롱을 피우는데도 얼룩이는 내 재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치를 살피며 먹는 데만 집중하다가 그릇이 비워지자 훌쩍 정원 숲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사흘 째 되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 문밖을 내다보니 벌써 얼룩이가 와서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방문을 열고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채워 이번에는 방안에  놓았습니다. 얼룩이를 방안으로 불러들여 친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였습니다. 얼룩이는 예민하게 여기저기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와 먹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데 그때 얼룩이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검정고양이가 문밖에 얼씬거리더니 방안으로 들어와 얼룩이 밥을 뺏어 먹으려다가 얼룩이가 낮은 소리로 “갸르륵~ 갸르륵~“ 하면서 목털을 세우니까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 덩치 큰 검정고양이가 찔끔해 갖고  슬그머니 방밖으로 나가 아쉬운 듯 몇바퀴 망서리더니 정원 숲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까 ?
들고양이의 세계에도 “선점자 우선의 법칙”이 있는 것인지 ? 몸싸움을 한다면 그 검정고양이가 훨씬 강할 터인데 찍소리도 못하고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인간인 제가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나흘 째 되는 날에도 어기없이 얼룩이가 먼저 와서 문밖에서 서성대며 방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번 신체 접촉을 해 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밥그릇을 방 안쪽으로 당겨 놓았습니다. 얼룩이는 멈칫멈칫 사방 경계를 하면서도 방안 깊숙이까지 들어와 먹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앞에 엎드려서 나는 또 재롱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얼룩아! 이리 오렴, " 하면서 손을 뻗으니까 후다닥 하고 방문 밖으로 도망쳐 나갔습니다.
그래도 멀리 도망가지는 않고  문밖으로 나가 서서 되돌아보며 내 표정을 살피는 모습이 적대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내 마음 속에 전해지는 얼룩이의 마음은 “아직은 아니야 ,조금 더 네 재롱을 구경하다가 친구가 되어줄 게, 좀 더 기다려줄래?“ 하는 것만 같습니다. 요즈음은 아침 여섯 시가 기다려 집니다. 얼룩이가 방문 밖에서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 않아 얼룩이를 내 무릎 위에 앉히고 어루만져주는 날이 오기를 꿈꾸는 즐거움이 가득한 봄날입니다.     
추천1

댓글목록

초롱님의 댓글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날의 즐거움이 글을 통해 전해져 옵니다. 덕분에 제 마음이 다 따스해졌어요. 곧 얼룩이의 마음을 사셔서 따끈따끈 말랑말랑 즐기시기 바래요.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동안 들고양이로 살아서 그런지 예민한 경계심을 갖고 있어서 신체접촉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이 벌써 열흘 째인데 아직도 밥먹는 얼룩이 앞에서 제가 갖은 재롱을 다 떨고 있다니까요
얼룩이는 밥을 먹으면서 재롱 떠는 나를 "참 가지 가지 하네"하는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합니다. 얼룩이가 내 무릎 위에 올라 앉는 날이 오기는 올까요 ?

초롱님의 댓글의 댓글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참 가지 가지 하네"하는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본다구요? 혹시 괭이녀석이 한겨레님을 좀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닐까요? 재롱 떠시니까 자기 아랫것 정도로? 우야꼬~~ 거만하게 "이리 오너라" 해보셔요. 혹시 쫄아서 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정성을 쏟으시니 언젠가 얼룩이가 한겨레님 무릎에 앉아서 부비부비 갸르릉 하는 기적이 일어날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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