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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바이로이트의 녹음[綠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5,262회 작성일 05-08-01 23:51

본문

WGG01.jpg
 
 
지난 7월 25일, '트리스탄과 이졸데' 개막 공연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바이로이트 리하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매년 7,8월에만 바이로이트를 찾는 바그너 팬들에게,
바이로이트는 이렇게 늘 푸른 녹음의 도시로만 기억될 것 같다.
 
바이로이트 축전극장의 악극 공연은 대개 이른 오후에 시작해서 늦은 저녁에 끝난다.
그래서 주로 악극 감상만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음악애호가들의 시계는 느긋하게 돌아간다.
그 한가함을 만끽할 수 있는 녹음 짙은 산책 장소들이 바이로이트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WGG02.jpg
 
 
이곳은 리하르트 바그너가 가족들과 함께 살던
빌라 반프리트 뒤로 난 녹음 속의 공간이다.

정원이라고 불러야 할지, 공원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냥 뜰이라고 부르고 싶다.

늘 한적한 이곳을 거닐다보면,
바그너가 아내인 코지마를 위해 작곡한 '지크프리트 목가(Siegfried-Idyll)'가 떠오르곤 한다.
 
 
 
Siegfried-Idyll _ Richrd Wagner [23'45]
Sergiu Celibidache, Dirigent
Munchner Philharmoniker
 
 
WGG03.jpg
 
 
1870년 12월 25일 이른 아침, 
코지마 바그너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성탄절인 이 날은 코지마의 생일이었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지난 해인 1869년 사랑하는 아이를 선사해준
아내의 생일 선물로 비밀스럽게 이 곡을 작곡했고,
이날 아침 소규모로 편성된 앙상블을 직접 지휘했다.
 
'지크프리트 목가'의 초연 풍경이다.
 
'지크프리트 목가'의 원제는
'피디새의 노래, 오렌지빛 해오름과 함께하는 트립셴의 목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그의 코지마를 위해 관현악적 생일 축하 인사를 바치다
(Tribschener Idylle mit Fidi-Vogelgesang und Orange-Sonnenaufgang,
als symphonischer Geburtstagsgruß seiner Cosima dargebracht von Richard Wagner)'이다.
 
리하르트와 코지마는 그들의 지크프리트를 '피디(Fidi)'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WGG04.jpg
 
 
연주를 마친 리하르트는 지크프리트를 안고 코지마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
생일 선물로 '지크프리트 목가' 자필본을 선사했다.
 
이 곡의 초연 장소는 주지하다시피 스위스 루체른 근교의 트립셴 빌라였다.
그러나 이곳, 바이로이트의 반프리트 빌라 뒤뜰을 거닐 때에도
여전히 '지크프리트 목가'의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반프리트(Wahnfried)'라는 이름은 리하르트 바그너가 직접 붙인 것이다.
자신의 '광기(Wahn)'가 이곳에서 '안식(Fried)'을 취하리라는 의미이다.
 
반프리트 빌라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뒷마당에는
리하르트와 코지마 바그너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무덤이 있다.
독일에서는 무덤을 '프리트호프(Friedhof)'라 부른다. '안식의 뜰'이라는 뜻이다.
그의 '광기(Wahn)'는 실제로 '반프리트'에서 영원한 '안식(Fried)'을 취하게 된 것이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임종 시, 아내 코지마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리하르트와 코지마가 결합하기 전 그들의 행적을 미루어 볼 때
그들은 결코 안정적이라거나 가정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형성한 유대관계의 형태라는 것은 각자의 성격을 초월할 수가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의아스럽게도 함께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나갔다.
 
나는 가끔 코지마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리하르트의 또다른 '반프리트'라는 생각을 한다.
 
 
14stichfest01ss.jpg
 
 
이곳은 반프리트 빌라 근처가 아닌,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주변의 공원이다.
바이로이트 축전극장 악극 공연에서는 막간 휴식인 인터미션이 1시간이나 된다.
 
그 긴 휴식 시간 동안 사람들은 극장 밖으로 나와서 이렇게
짙푸른 녹음, 연못에 드리워진 버들, 유유히 헤엄치는 빨강 물고기, 연잎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반프리트 빌라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광기가 안식을 취하며 잠들어 있다면,
그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이로이트 축전극장에서는
그의 광기가 10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나는 바이로이트 축전극장이야말로 가히 바그너의 '광기의 전당'이라 이르고 싶다.
 
그의 광기가 최고조로 응축되고 집결된 바이로이트 축전극장의 무대에서는
매년 7월과 8월에 리하르트 바그너 악극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분출되어 나온다.
 
반면 반프리트 빌라에 이르러서는,
교향시 '지크프리트 목가'의 들리지 않는 선율 속으로
그 광기가 차분하고 고요하게 차츰 잦아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추천11

댓글목록

비오는날님의 댓글

비오는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지 않아도 유지원님의 글을 기다리던 차에, 역시 좋은 글, 그림 그리고 이번엔 음악까지 올려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emoticon_108

eszett님의 댓글

eszet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앗, 바이로이트다! 제가 있는 곳^^ (정식 학생은 한국인이 3명 정도 밖에 없답니다)
호프가르텐 사진 찍으셨군요. 호프가르텐 정말 아름다워요.
계절에 따라 다른 정취가 있고,
또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 언제나 싱그러운 공기.
바이로이트 오시면 시내에는 호프가르텐이 좋구요,
외곽에는 에레미타지Eremitage라는 곳이 있거든요. 그곳이 또 좋아요.
지금 방학이라 한국 와 있는데
베리에서 호프가르텐 사진 보니 반갑네요.
ㅎㅎ 바이로이트에서 좋은 여행 하셨기를~

hjs님의 댓글

hj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로 위에 답글 쓰신 eszett님께 여쭐 것이 있어서 메일을 보내려 했는데, 뭐가 이리 절차가 복잡한지 잘 안 되네요. 그래서 그냥 여기에 적습니다. 저의 자세한 사연을 여기에 다 공개하기는 좀 쑥스러워서, 그냥 요지만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무례하다 생각지 말아주시기를.)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은데, 티켓을 구할 방법이 있나요? 물론 다른 도시의 오페라 극장들처럼 비교적 저렴한 학생티켓이나 Abendticket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정말 많이 수소문해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님께서 바이로이트에서 공부하신다니,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글 남깁니다.

이곳에 답글로 올리셔도 좋고, 메일을 주셔도 좋습니다. friedensstifter@daum.net

미리 감사드리고요.

유지원님의 댓글

유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오는날 / 기다리셨다니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이 너무 귀여워요. 저두...emoticon_108

eszett / 바이로이트에서 공부하신다구요.
웬지 전공이 독문학, 극장학, 음악학, 법학 가운데 하나 아닐까 찍어봅니다. :)
바이로이트에서 잊지못할만큼 흐뭇한 시간 보냈습니다.
이곳을 호프가르텐이라고 부르는군요.

hjs / 별로 좋은 답변은 못 되지만,
제 경우는 공연 관계자분을 통해서 표를 구했습니다.
한국인들은 많이들 이 방법을 통해서 표를 입수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티켓이나 Abendticket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표 신청해놓고 몇년씩 기다리는 일이 예사이니까요.

본 공연 뿐 아니라 Generalprobe에서도
'Suche Karte'라 쓴 종이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확률은 낮지만 그렇게해서 정말 표를 얻거나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독일 할머니는 직접 갓 구운 빵을 양손에 고이 들고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Suche Karte'를 하는데
표만 있으면 정말 안 줄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고 얘기하는 분도 계셨어요.

제 생각엔 '한국 바그너 협회'에 연락해보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바이로이트에서 이 협회로 매년 몇장씩의 표가 할당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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